영의 달 – 1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 영의 달 – 1화

영의 달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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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화 / S#1   성호의 대문 앞 [밤]


비와 바람이 거새게 내리치고 있는 어두운 대문 앞 은성이 무릎을 꿇고 양손을 비비며 강주 앞에서 애원하는듯한 목소리로 울부짖고 있다.

은성 : 사모님 정말 저는 아니에요. 제가 이 집에서 일한 지 10년입니다. 아무리 집에 금은보화를 들이셔도 욕심낸 적 한 번도 없고 주방에서 조용히 일만 했어요. 제가 어떤 성격인지는 사모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저는 정말 아니에요. 정말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강주 : 아줌마 진짜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제일 답답한 건 나예요. 아줌마가 여기서 10년을 일했던 100년을 일했던 지금 중요한 건 물건이 자꾸 없어졌다는 거야. 그것도 식기들로만. 언감생심 앞에서는 살살 사람 좋은 적만 하고 뒤에서 무슨 짓을 했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집안에 CCTV가 없어서 그런 거지 다른 집이었으면 아줌마 이렇게 그냥 내쫓기는 게 아니라 고소하고 다 뒤집었어. 나니까 여기서 그만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이야기 꺼낼 생각하지 말고 그만해요. 없어진 것들에 대해서 따로 손해배상도 청구 안 할 테니까.

은성 : 사모님 저는 정말 아니에요.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세요. 지금처럼 정말 조용히 쥐 죽은 듯이 일만 할게요. 네? 부탁드려요 사모님

강주 : 진짜 이 아줌마가 귓구멍이 막혔나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다 필요 없다니까? 이제 진짜 그만 가요. 비 오는데 나 옷 다 젖잖아 진짜 그만해요.

그때 골목길 끝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강주 : 회장님 들어오시나 보다. 아줌마 더 이상 찾아올 생각 연락할 생각도 하지 말고 회장님 보시기 전에 그만 가요. 나 정말 더 이상 말 안 해요.

은성 : 사모님…!

불빛만 보이던 자동차의 배기음이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하며 은성는 급하게 몸을 숨겨야 하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다

차가 들어오는 반대편 방향으로 우산도 없이 뛰어가기 시작하다 언덕에서 발을 접질려 구르기 시작하고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히며 기절하고 만다.

clouds under full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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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화 / S#2   장례식장 [낮] ————-

영이 상복을 입고 벽에 기대앉아있다. 상주의 자리는 비워져있고 장례식장은 은성의 여동생인 금성의 울음소리만 있을 뿐 이상하리만큼 비워져있다.

금성 : 이렇게 비명횡사하려고 지난 수십 년을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남들 눈치 보면서 산 거야? 억울해서라도 100년 200년을 살았어야지 뭐 그리 죽을 죄를지고 살았다고 이렇게 산 거야. 보란 듯이 더 떵떵거리고 살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가지는 말았어야지. 끝까지 남 걱정만 하더니 본인은 못 챙기고 이렇게 가는 게 언니가 바랬던 거야? 억울해서 내가 못 살겠어.

영 : 이모 그만해.

금성 : 그만하긴 뭘 그만해. 네 엄마 평생을 눈치 보고 살았어. 부모 없는 고아라고. 그게 뭔 욕 볼일이라고 네 아빠 집에서 구박이란 구박은 다 받아 가면서 살았고. 네 양말 한 짝 사는 것도 눈치 보면서 샀어.그런데 이것 봐라 너네 아빠는 경찰관들 오고 나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뛰쳐나가더니 당장 내일이 발인인데 돌아오지도 않고. 네 할머니며 작은아빠며 아직 발끝도 못 봤어.

영 : 할머니는 나도 보고 싶지 않아. 작은아빠는 무슨 외국에 있다며 됐어. 우리끼리 있어. 나 화장실 다녀올게.

영이 천천히 장례식장의 복도를 거닐며 생각한다.

( 영의 독백 : 그랬다. 우리 집은 이런 집이다. 기억도 나지 않을 어렸을 적 할머니 집에서 살던 나와 엄마와 아빠는 이름 모를 동네의 방 하나 있는 작은 집으로 쫒겨나 겨울에는 찬바람. 여름에는 더운 열기를 다 맞고 살았고. 어떻게든 나를 대학 졸업까지 시키겠다며 엄마 아빠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일하셨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건설 현장에서 목수 일을 하시던 아빠는 큰 거래처들과 계약하게 되었다며 좋아하셨지만 거래처들의 횡령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를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일하지 못했고.

변호사 비용부터 월세 식구들의 의식주를 해결하느라 엄마는 남의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식모살이를 하셨지만 항상 턱없이 부족해 난 지금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급식 없이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아버지가 정신 차리고 다시 일했으면 좀 나았을 테지만 횡령 사건과 관계없다는 결론을 받은 뒤에도 제대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시고 어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야 돌아오셨다.

난 사춘기다 고3이다 하며 엄마가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반항심이었는지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어디서 일하는지 물어보지 않았고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날도 그랬다. 비가 억수같이 떨어지는데 엄마가 평소보다 늦는다 생각은 했지만 아빠가 집에 들어와 아직도 엄마에게 전화해 보지 않고 뭐 했냐고소리치기전까지걱정은되었어도 비가 와서 늦는 거겠지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 점은 너무 후회된다. )

중주 : 찝찝하다니까요?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혹시나 오해 있으면 가는 길에 마음 풀라고

성아 : 이모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이렇게 유난 피울 일이에요?

중주 : 아니 다른 메이드 이야기 들어보니까. 우리 언니가 그날따라 아침부터 식기를 한번 닦고 정리하라고 시켰데요. 난 정말 다음 주에 가져다 놓으려고 했는데…

성아 : CCTV를 봐도 그 아줌마가 혼자서 언덕길 내려오다 미끄러져서 넘어진 게 다 찍혔고 우리 오빠 차는 아줌마가 언덕길 들어서고 나선 후에 반대편 길 통해 집 앞에 도착한 것 확인되었어요. 이모가 관련된 거 아무것도 없다니까? 후… 다만 지금 이모가 생각해야 할 건 본인 분수에 맞게 치장하자는 거예요.

중주 : 아니 고모님 말이 좀…

(성아가 중주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차량으로 걸어간다.)

은성의 빈소 앞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주와 성아를 바라보다 이내 빈소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영을 금성이 반긴다.

금성 : 영아 이것 좀 봐. 이게 무슨 일이야? 그래도 너네 엄마 일은 좋은 곳에서 했나 보다. 마지막 출근한 날까지 해서 급여에 퇴직금에 위로금까지 여기 너 등록금 다 내고도 남겠다. 한시름 놨네 한시름 놨어. 조문객도 없어서 유품정리하면서 어디 숨겨놓은 통장이라도 없나 찾아봐야 할 참이었는데 정말 잘 됐네.

영 : 엄마 일하던 곳에서 다녀갔다고?

금성 : 그래 그렇다니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번쩍번쩍한 사람이 들어오길래 잘못 찾아왔나 했더니 봉투도 주고 여기 장례식장부터 해서 납골당에 기타 비용까지 모두 처리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니까?

(영은 아까 봤던 중주와 성아를 떠올렸다.)
( 중주 : ….혹시나 오해 있으면 가는 길에 마음 풀라고)
( 성아 : CCTV를 봐도 그 아줌마가 혼자서 언덕길 내려오다 미끄러져서…. 본인 분수에 맞게 치장하자는 거예요.)

영 : ….. 이모 엄마가 일했던 곳이 어디라고?

금성 : 나도 자세하게는 못 들었는데 어디 대기업 회장 집이라고 하더라 식당도 따로 있고 그 집 아들이 입이 짧아서 키도 안 크고 빼빼 마르고 했었는데 너네 엄마 반찬 먹고 밥을 두 그릇씩 먹더니…

( 영은 더 이상 금성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경찰관에게서도 자세히 듣지 못한 은성의 죽음에 관련한 장면이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도둑으로 오해받아 비 오는 날 쫓겨난 은성 급급하게 언덕을 내려오다 미끄러지는 모습…. 영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

금성 : 영아 어디가니!

( 영은 신발도 신지 않고 주차장으로 뛰쳐나갔다. 숨을 헐떡이며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중주의 모습도 성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영은 결심했다. 생전 처음으로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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