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5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 영의 달 – 5화

영의 달 -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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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5화 / S#1 금성의 집 [밤] ————-

금성의 집으로 돌아와 잡동사니가 가득했던 창고로 쓰던 작은방에 영의 짐을 풀었다. 가져온 짐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짐을 푸는 일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 식욕이 없었지만 금성이 온갖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맑게 끓인 콩나물국에 밥을 한두 숟가락 먹고선 금성과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금성 : 2월에 졸업식까지는 아직 시간 있으니까 그때까지 그냥 편히 쉬어. 대학교 입학금은 보험금이나 그 집에서 준 돈으로 해도 괜찮고.                
그냥 위로금만 있는 게 아니라 급여랑 퇴직금 포함된 돈이니까 맘 놓고 등록금으로 써도 괜찮아.

영 : 아니 이모. 나 대학 안 갈래.

금성 :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너 하나 마음껏 공부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 수 있게끔 해주겠다고 그렇게 악착같이 일한 부모의 마음을 져버리겠다는 말이야?

영 : 대학가는 게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나는 다른게 하고 싶어.

금성 : 고생고생해서 공부시켰더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너 이모한테 혼나볼래?

영 : 나 사실 꿈이 없었어. 내가 좋은 대학 들어가 좋은 직장 취직해서 돈 벌어봤자. 내가 아닌 엄마 아빠 노후를 위해서 돈을 썼어야 했을 거야.

그렇게 평생 엄마나 아빠처럼 돈만 벌다가남들은 1년에 한 번씩 간다는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10년에 한 번 제주도도 가기 힘들게 살았을 거야.
가난을 대물림 받는다는 그 기분 때문에 아마 스스로 돈 버는 기계라 생각하고 암울한 미래에 대학 생활도 제대로 못했을 거야. 근데 나 꿈이 생겼어. 하고 싶은 게 생겼어.

금성 : 그게 뭔데. 뭘 하려고 그러는데

영 :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게 있어. 아직 고민 중인 거니까 결정되면 말해줄게. 그리고 내 생활비는 내가 낼게 이모.

이모한테 짐이 될 수는 없잖아. 엄마 보험금 받으면 반은 이모 줄게. 이모가 앞으로 나와 함께라면 이모도 받을 자격이 있어

금성 : 나도 100억 부자는 아니지만 나 아직 직장 생활 열심히 하고 있고 집에 입하나 더 늘었다고 힘들어 죽겠을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너만 생각해!

영 : … 고마워 이모. 이모 덕분에 정말 나 힘이 많이 되고 있어. 앞으로 잘 부탁할게.

금성 : 가족끼리 무슨 부탁은? 넌 언니의 딸이기도 하지만 나한테는 조카라는 거 잊지 마. 나에게도 널 키울 의무라는 게 있고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야. 그런 말 하지 말고 씻고 잠이나 푹 자.

영 : 알겠어.

금성도 오랜만에 출근을 해야 한다며 피곤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고.

영도 앞으로 본인이 거주할 방으로 들어가 이불 위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응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겠다 마음먹고선 오랜만에 길고 긴 잠에 들었다.

clouds under full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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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5화 / S#2 금성의 집 [낮] ————-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잤는지 모르겠지만 목이 마를 정도로 잠을 잔탔에 영은 인상은 찌푸리며 거실로 나왔다.

식탁에는 푹 자고 일어나서 무엇이든 꺼내 먹어도 좋다는 금성의 쪽지와 함께 컵 뚜껑이 씌워진 오렌지 주스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영은 갈증에 단숨에 주스를 들이켰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한낮이었다.

베란다를 통해 밖의 풍경을 보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 그런지 낮인데도 불구하고 화려한 조명을 켜놓은 가게들이 보였으며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듯한 추위가 유리창을 통해 들어왔다.

다시 식탁에 자리를 잡은 영.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금성이 꺼내놓은 접착식 메모지와 볼펜을 들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우선 은성의 죽음과 관련된 그 집이 어딘지부터 찾아야 한다. 장례식장 앞에서 대화를 나눈 그 여자 두 명이 누구인지도 알아야 하고…

그래 경찰서에 가서 CCTV도 다시 한번 봐야겠다. 진형이 보았다고는 하지만 영은 아직 보지 않았다. 그리고 은성의 핸드폰.

해지하기는 했지만 문자나 통화 내용은 모두 남겨져있다. 이걸 통해 우선 그 집을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하나씩 의문점을 파헤쳐 봐야 한다.

은성의 죽음이 정말 사고사일 수는 있다. 하지만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면?

평소 은성의 성격대로라면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걸었을 것이다.

덤벙거리는 성격이라기보다는 꼼꼼하고 어찌 보면 답답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성격이었기 때문에 비 오는 날 비탈길을 허둥지둥 내려오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미끄러진 것일까. 아니면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영은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photo of moon on a dark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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