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3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3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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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38화 S#1  구실동 J.U.그룹 32층 [낮] ————-

소담이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고 하여도 회사 내에서 입소문을 한동안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현과 영이 연인 관계라는 소문부터,  낙하산인것을 숨기기 위해 청소팀에 잠입한  임원진의 딸이라는 이야기까지 .

가만히 있는 영을 중심으로 근거 없는 소문들이 피어났다.

한동안 31,32층에서 서로 눈인사하며 사이좋게 지내던 비서팀들과도 왠지 모르게 냉기가 생겼고, 그럴 때마다 영은 더 보란 듯이 열심히 일을 했다.

움직이기 불편한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도 회의실이나 야외정원에서 쓰레기가 보이면 먼저 나서서 치웠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준비실의 설거지부터 분리수거까지 기존보다 더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소문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한동안 냉소적인 표정과 눈빛으로 영을 대하던 사람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따듯한 말은 나누지 않았지만 행동에서 서로 배려하는듯한 모습만 보여도 영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아도 대학을 졸업하고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회사에서 본인들보다 학력도, 경력도 모자란 사람이 급여를 떠나 특별한 직급을 가졌다는 게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현의 업무를 돕는 것은 아직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전달받은 계열사 리스트와 전화번호부에서 수현이 오전에 요청한 서류가 퇴근 전까지 도착하지 않은 경우 전화를 걸어 기간을 다시 확인받아 수현에게 재전달하거나,

등기를 보내야 하는 서류들이 있다면 취합해 하루에 한 번 방문하는 우체국직원분께 전달하는 등 그야 말대로 온갖 잡다한 일을 모두 담당했다.

회사에 귀빈이 방문하는 경우 특별히 주문한 다과를 호텔이나 제과점에서 받아오는 것도 영의 업무 중 하나였는데, 외근 나올 때마다 잠깐 은 숨통이 틔는 기분이 들었다.

포장을 기다리며 밀린 휴대전화기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창밖의 사람들 구경도 했다.

눈치싸움에 휴일과 퇴근 후에는 기운이 빠져 잠들어버리기 일쑤라 윤혁과 소담과의 만남도 쉽지 않았고, 겨우겨우 윤혁이 집 앞에 잠깐 들러 공터에서 음료수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것이 전부였다.

해도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들과의 기 싸움도 언젠간 끝나겠지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영이었다.

이날도 여느 때처럼 1층에서 서류뭉치들을 모두 등기신청을 하고 32층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짧은 노크와 함께 수현이 방으로 들어왔다.

수현 : "지금 회장님댁에 가서 옷 받아오시면 될 거 같아요."

영 : "네? 옷이요?"

수현 : "아, 미안미안 아침에 이야기한다는 걸 내가 깜빡했네. 오늘 회장님 저녁에 저녁모임이 계시는데 자택에 안 들리시고 바로 가신다고 하시네요. 갈아입을 옷이 필요해서 연락해두었으니 도착하면 받아서 돌아오시기만 하면 돼요. 벨 누르고 김수현 실장 심부름 왔다고 하면 전달해주실 거예요. 주소 아시죠?"

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성호의 집이라니, 그 집이다. 양희를 만나긴 했지만 찾지 못했던 집.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현 :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뭐 윤 기사가 함께하면 좋긴 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순 없고, 혼자 다녀오세요. 옷이야 구겨지지만 않으면 되니까. 특별한일 있으면 전화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수현은 싱긋한 번 웃고 나서는 문을 닫고 나갔다.

왠지모르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현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소가 도착했고 영은 떨리는 손으로 주소를 지도에 입력해보고선 위치를 파악했다.

양희를만났던 지하철역 근처 카페와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었고, 은성의 사고지점과도 거리가 있었으나 가보았던 곳이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이 떨리는 마음을 눈치라도 챌까 싶어 영은 거울을 보고 옷메무세와 표정과 얼굴상태를 검사하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방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바로옆에 누구라도 있었으면 영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귀까지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도착해서도 아무런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영은 두 눈을 질끔 감았다가 뜨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단순히 심부를 가는 길일뿐이다. 지금 당장 쳐들어가 한바탕 소동을 피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긴장할 필요가 없다.' 라는 말을 수없이 되새겼다.

영의 달 – 38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지하철에서 내려 역시나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를 뽐내는 동네의 골목골목의 언덕을 올라 성호의 집 앞에 도착했다.

손이 떨리는듯했지만, 천천히 벨을 눌렀다.

삐-
? : "누구세요?"

영 : "아, 안녕하세요. 저… 김수현 실장님 심부름…"

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터폰이 종료되었다.

다시 벨을 눌러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고 있는 차에 대문 안쪽에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천천히 대문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사이로 보였다. 그리고선 대문이 열렸다.

영 : "…?"

양희 : "아니 너…!"

대문이 열리고 , 한 손엔 수트케이스를 들고 문밖으로 나온 것은 양희였다.
양희는 영을 보자 놀랜 기색이 역력했다. 영의 한쪽 손을 붙잡고선 주변에 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양희 : "너, 이거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내가 분명히 더는 알려줄 것도 없다고 했을 텐데? 다시는 찾아오지 마"

영 : "저…저 지금 심부름 온 거에요…"

양희 : "심부름? 무슨 심부름? 네가 이 집에 심부름 올 일이 뭐가 있어?"

영 : "제가 지금 오..옷을 받으러"

더듬거리는 영의 얼굴과 본인이 손에 들고 있는 옷을 번갈아 보면서 양희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인지 생각하는듯했다.

양희 : "네가 비서팀에 입사를 했어? 너 진짜 대단하다. 아니면 미친 거야? 뭐 때문에 왜? 뭘 더 알아내고 싶은 건데"

영 : "저…지…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저는 그냥 일하는 거에요."

양희 : "너, 당장 그만둬.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당장 다 말할 거야. "

그 순간 대문 넘어 사람들의 발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자 양희는 다급하게  '난 오늘 널 못 본 거야.  당장 그만둬, 다시는 마주칠 일 없었으면 해'라는 말을 남기고 영에게 옷을 거칠게 건네준 뒤 대문으로 다시 들어가버렸다.

양희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영은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기도 급급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희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양희도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영 만큼이나 이런 대면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던 영은 옷이 혹시나 상하진 않았을까 놀래며 벌떡 일어나 급하게 케이스를 열어 확인해보았다.

다행이 옷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영은 지하철역이 어디인지 생각하지도 않고 보이는 대로 골목길로 걸어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큰길을 마주쳤고 그 재서야 한 손에는 옷이 들려있다는 것을 깨닫고 급급하게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는 생각에 마음 졸이며 휴대전화기를 열었지만 다행히 수현에게 온 연락은 없었다.

한숨을 깊게 쉬고선 다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도중 양희에게서 문자가 왔다.

양희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더는 알려줄 게 없다고 이야기했을 텐데? 이쯤에서 그만둬'

영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저 지금 일하는 거 생계 때문이에요. 그만둘 이유도 없고요.'

양희 : '밥 빌어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아. 너 정말 네 엄마와 아무런 연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직장생활 하고 있다는 거에 확신해?'

마지막 양희의 문자에 영은 답장하기가 어려웠다.

양희말대로 정말 순수한 의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맨처음 발을 디뎠을 때부터 은성의 억울함을 풀어줄 생각뿐인 영이다.

 그 어떤 누구도 영에게 그만두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영 : '엄마와 관련이 있든 없든 전 지금 직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만약 저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서 제가 해고를 당하거나 한다면 저도 그날 CCTV 영상 보여주신 것부터 사람을 함부로 다루는 곳이라고 언론에 이야기할 거예요. 저한테 다시는 이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그 문자를 마지막으로 영은 휴대전화기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양희의 답장을 볼 필요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입사를 한 것 외에 어느 하나도 마음먹은 대로 된 것은 없지만,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가고 있기 때문에 방해꾼은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아무리 생각해도 양희가 영을 막는 이유는 그저 주 그룹 집안의 시끄러운 잡음이 나면 본인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 자리, 자기 살길만 챙기려고 하는 세상이다.

영도 오로지 본인 하나만 생각하고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full moon behind 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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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38화 S#3  구실동 J.U.그룹 32층 [낮] ————-

수현에게 옷을 전달해주고선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영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되짚어보자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계획했던일을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미미한 발자취였다.

오늘 만난 양희에 대해서도 또 생각했다.

지금 현시점에서 적을 만드는 것은 영에게는 확실히 좋은 않은 상회이다.
양희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양희도 지금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라 폭로할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모르는 것이다.

핸드폰을 열어 답장이 없었던 양희에게 아까는 당황스러워 말이 험하게 나갔을 뿐 나쁜 감정이 없다며, 양희의 시간에 맞출 테니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남겨놓았다.

창문을 바라보니 어느샌가 해는 져 있었다.

이제 퇴근길을에 올라야 하나 생각하던 차 윤혁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윤혁 : '오늘 야근하거든요. 잠깐 시간이 나서 8층에 가보려고 하는데 아직 사무실에 있으면 만날래요?'

 침울했던 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리를 정리하고 곧 내려가겠다가 답장을 하고선 급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문밖을 나섰다.

쿵-
등뒤로 문을 닫으며 다 오려던 영이 누군가와 부딪혔다.
성호였다.

성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영은 당황하여 고개가 더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영 : "죄송합니다. 제가 조심성 없이 급하게 나오느라…"

성호 : "괜찮습니다. 시간이 늦었는데 지금 퇴근하는 건가 보죠? 바쁘지 않으면 녹차 한잔 부탁할게요."

성호는 휑하니 회장실로 들어갔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바보같이 성급하게 굴다니 영은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으며 준비실로다 찻잔을 준비했다.

똑똑-

회장실 노크를 하고 속으로 3초를 샌 다음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호는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영 : "녹차에도 카페인이 있어서 저녁에 드시면 좋지 않아요… 캐모마일차 입니다. 따듯하게 드시고 주무시면 잠이 잘 오실 거예요. 그럼…"

영이 책상 한 쪽에 놓은 찻잔을 바라보다. 뒷걸음질로 나가려는 영에게 성호가 말을 걸었다.

성호 : "차 한잔을 낼 때도 상대방 생각을 하나 봐요? "

영 : "아 혹시 캐모마일을 안 좋아하시나요? 제가 너무 주제넘게…녹차로 다시 내오겠습니다."

성호 : "아뇨. 맘에 듭니다. 그냥 궁금해서. 가습기를 준비해준 것처럼 차를 낼 때도 받는 사람 생각을 하나 싶어서요."

영 : "취향이 확고하신 분이시라면 밤이든 낮이든 원하시는 차를 내어 드릴 텐데, 회장님 같은 경우는 물도 자주 드시고, 커피도 즐기시지만. 손님들 오셨을 때 손님이 커피를 드시면 함께 커피를, 차를 드시면 같은 차를 함께 드시는 것을 봐서는 가리시는 것은 딱히 없으시고, 하나만 고집하시는 건 아니신 것 아서…왠만하면 상황에 맞는 차를 드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항상 업무로 바쁘실 텐데 잠이라도 푹 주무셨으면 해서 내었습니다…"

성호는 찻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성호 : " 향이. 좋네요. 제 옆엔 항상 입는 것,먹는것,쓰는것 모두 제 취향에 맞춰주시러 노력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가끔 지루할 때가 있어요. 너무 똑같은 게 반복이라고 할까. 근데 일방적으로 제 취향만 맞추려는 게 아닌 배려다운 배려 오랜만에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갑작스런 성호의 칭찬에 영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성호 : "점점 일에 익숙해지면 옆에서 절 더 도와줬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영 : "네?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과분한 직책과 업무를 주셔서 지금도 벅찬데. 지금 회사에 근무하고 계신 저보다 더 유능하신 분들 더 큰 일에 함께하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성호 : "사람들이 눈초리를 주나요?"

영 : "아니요. 절대요!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벅차서요…전 지금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성호 : "그럼 서로 욕심을 더 내보도록 하죠. 열심히 일하는 만큼 빛을 보면 좋은 거니까. 고생했어요."

성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영은 머쓱하게 뒷걸음질치며 밖으로 나왔다.

moonlight on a dark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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