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3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3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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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을 만난 뒤로도 역시나 진성의 소식을 알 수도, 만날 수도,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진형을 위해서라도 영은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은성과 진형과 함께 살던 집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주말에 쉬는 날을 받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할 준비를 했다.

집주인 할머니께 연락드리기 죄송해 부동산에 연락해 새로 세입자가 들어왔는지부터 확인했다.

아직 비워져 있는 집이라고 확인 한 뒤 늦잠을 자는 금성을 깨우지 않기 위해 식탁에 쪽지만 남기고 조용히 출발했다.

지하철을 한참 타고 가는 길 윤혁에게 문자가 왔다.

윤혁 : '오늘 쉬는 날이에요? 낮에 같이 바람이라도 쐬러 갈래요?'

영 : '오늘은 일이 있어서 안될 거 같아요'

윤혁 :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영 : '그냥 예전에 살던 집에 가보려고요. 추억 팔이 겸해서요.'

윤혁 : '같이 가도 되요? 어느 동네에요?'

영 : '서울이 긴한데 저 혼자 다녀올게요. 편하게 쉬세요.'

영이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자마 말자 곧바로 윤혁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윤혁 : "운동하느라 이미 나와 있었어요! 멀어도 상관없으니까 같이 가봐요. 궁금하기도 하고!"

영 : "음…그럼 주소를 제가 문자로 남겨놓을게요."

윤혁 : "알겠어요! 그럼 이따 봐요!"

윤혁과의 통화를 끝내고 문자로 주소를 보낸 뒤, 지하철을 타고 영은 더 달렸다.

영의 달 – 35화 / S#1 영의 전 집 [낮] ————-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동네.
영의 어렸을 적 추억이 모두 담겨있는 동네다.

지난번 부동산에 방문했을 때 오긴 했지만 집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작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은 집은 쓸쓸함이 그지없었다.

폐허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생긴 거미줄이 더욱더 집을 으슥하게 만들었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어보니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뽀얀 먼지 위를 비추고 있었다.

가구며 식탁이며 식기들까지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의 집.

세 식구가 살기에 항상 좁다고 생각했던 집이 영이 혼자 들어와 있으니 왜인지 모르게 넓어 보였다.  

사실 집을 정리하며 모든 짐을 버리겠다 결정했던 것은 영 이였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여기서 진성을 마지막으로 보았고, 집에 먼저 도착해 짐을 정리하고 있던 것도 진성이었다.

집 안에는 둘러볼 것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작은 마당으로 나와 집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았다.

무엇이든 사람 손을 타면 망가져 버리기 마련이지만 집은 반대로 사람 손을 안 타면 망가진다는 은성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은성이 상추나 깻잎, 파 등을 키웠던 마당 한쪽의 스티로폼 상자도 잡초가 무성히 자라 바닥의 흙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잡초를 다 뽑아낼까 생각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은혁이 어디쯤 왔는지 전화를 해볼까 생각하며 휴대전화기를 꺼내 들려고 하는데 스티로폼 상자 옆쪽에 쌓아두었던 배양토들 사이로 처음 보는 상자가 있었다.

A5용지 크기 적도 되는 작은 치수의 나무상자였는데 그동안 눈과 비를 맞아 그런지 많이 삭았고 두꺼운 먼지가 쌓여있었다.

은성의 것도 진형의 것도 아닌듯했다.
왜냐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자였기 때문이다.
상자를 꺼내 현관 앞에 털썩 앉았다.

잠금장치가 있는 상자였지만 자물쇠는 달리지 않았다.
혹시나 상자 손상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겹겹이 지퍼백 안에 들어있었고, 그래서인지 상자의 겉은 많이 삭았으나 내용물은 온전한듯했다.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꺼내보니 종이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꽤 오래되어 보이는듯한 종이부터 아직 빳빳한 느낌이 살아있는 종이까지 다양했다.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통장명세서들도 들어있었고 각서라고 쓰여 있는 종이들도 들어있었다.
은성의 것인지 진형의 것인지 알 수 없어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10년도 더 된 통장 이체명세서 수십 장, 처음 보는 주소와 약도가 그려진 종이도 여러 장…그리고 각서와 서약서 또한 여러 장이 있었다.

각서라니? 계약서도 아닌 각서라니,
거기다 양식화 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손으로 쓴 각서들이었다. 내용은 더 이상했다.

어딘지 모르겠으나 더는 출입하지 않겠다는 각서, 그리고 돈을 빌렸다가 갚은 것인지 언제까지 상환하겠다 라고 기재되어있는 각서는 엑스 표시가 쳐진 뒤 도장이 하나 찍혀있었다.

서약 이진성… 채무자 이진성…보증인 이진형… 그리고 진성과 진형의 신분증 사본이 프린트된 종이들.

심장이 두근거렸다.
진형과 진성이 나쁜 일에라도 휘말렸던 것일까?
그래서 진성은 외국에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숨어서 살았던 것일까?
장례식장에서 만났던 경자에게, 진성이 외국에 있기 때문에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을 때 크게 반응이 없었다.

경자가진성이 국내에 있다 것을 알고 있었다면 외국은 무슨 소리냐, 버젓이 한국에 있는데 안 왔을 리가 없다며 호통을 쳤을 것 같다.

진형과 진성 모두 경자가 모르는 상태로, 경자에게 말하지 않고선 나쁜 일을 꾸몄던 것일까?

혹시 이 서류들이 진성이 고소를 당했었다던 사기 건과 연관있는 것은 아닐 지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 종이들을 이 음에게 가져가 무슨 내용인지 알아봐 달라고 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photo of full moon on a twilight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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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혁인듯했다.
영은 급하게 종이들을 다시 지퍼백에 넣고 가방에 숨겼다.

그 와중에 나무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져 큰소리가 나긴 했지만 개의치 않고 달려가 대문을 열었다.

윤혁 : "실례합니다~"

영 : "찾아오시느라 힘드셨죠. 너무 골목이고, 언덕이 높아서 고생하셨겠어요"

윤혁 : "운동하고 좋죠~ 공기도 맑고~ 여기가 영이 씨가 살던 집이구나~ 집 구경해도 되죠?"

영 : "볼 건 없는데… 우선 들어오세요"

윤혁은 대문을 들어와 작은 마당부터 반짝이는 눈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 영 이였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라 손짓을 했다.

윤혁은 실내로 들어와 빙 둘러보며 아무것도 없지만 단란한 분위기가 난다며 집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영 : "누군가를 집에 방문하긴 처음이에요. 어렸을 때도 친구들 한 번도 집에 초대한 적이 없거든요. 좁기도 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요."

혁 : "세 식구 살기 좁다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딱 좋은데요? 아늑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은데. 제가 들어와 살고 싶을 정도에요.
조금만 손보면 그 어떤 집보다 좋겠는데요? 마당도 있어서 짐이 많아도 보관하기도 딱 맞고 전 아주 마음에 들어요! 방은 영이 씨가 쓰던 방인 거죠?"

영 : "공부 열심히 하라고 엄마·아빠가 방을 저에게 양보했는데 양보해주신 만큼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요. 아빠는 항상 칭찬해주셨지만, 엄마는 가끔 혼내시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혼내신 날에는 저녁에 꼭 두툼한 계란말이를 해주셨는데 아껴먹어야 하는 달걀이라는걸 알면서도, 내가 이 계란말이를 먹으면 일주일은 달걀반찬이 없을 수도 있다는걸 알면서도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아빠한테 한 조각도 주지 않고 다 먹었던 때도 있었어요. 보란 듯이. 왜 그렇게 속이 좁았는지…

엄마·아빠가 퇴근해 돌아오시기 전에는 항상 여기 거실에 앉아서 TV를 봤어요. 그것도 소리를 가장 작게 해서요. 혹시나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 바로 뛰쳐나가려고…"

영은 은성과 진형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계속해서 떠올라 말을 다 이어가지 못했다.

윤혁의 앞에서 더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눈이 떨리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영의 마음을 알았는지 윤혁이 황급히 말을 돌렸다.

윤혁 :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면 뭐 하고 놀았어요?  여기도 아직 문구점이나 작은 구멍가게가 남아있으려나? 동네 구경 좀 시켜주세요! 영 이씨 어렸을 때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영 : "그럼 초등학교부터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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