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3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 영의 달 – 3화

영의 달 -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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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3화 / S#1 금성의 집 [밤] ————-

영이 잠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아직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시간.

영의 전화가 수도 없이 울렸지만 고단했던 탓에 진동을 듣지 못하고 있을 무렵. 금성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금성 : …이 밤에 무슨 일이야. 누구세요?

경찰관 : 박금성님 핸드폰 맞을까요? 여기 도봉구 경찰서입니다. 이진형 님일 때문에 연락을 드렸는데 따님이…

금성 : …네?……… 아니…. 아!

금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동안 말없이 핸드폰을 들고 있던 금성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동시에 핸드폰도 떨어졌다.

핸드폰이 떨어짐과 동시에 금성도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큰소리에 잠에서 영이 깨어났다.

영 : 이모 무슨 일이야. 지금 몇 시야. 깜빡 잠들었네

금성 : 영아… 이게 무슨 일이니… 도대체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영 : 아니 이모 무슨 일인데. 말을 해봐.

금성 : 이 밤에 전화가 계속 오길래 받았더니 경찰서 란다… 너네 아빠… 이진형… 우리 언니… 박은성 따라갔데… 영아.. 어쩌니…

영 : 이 모… 무슨…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를 마음에 묻고 가슴에 묻고 온 게 불과 몇 시간 전인데 이번엔 아빠라니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닥쳐오는 걸까 영은 아무 소리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영의 달 – 3화 / S#2 진형의 빈소 [낮] ————-

은성의 빈소가 있던 곳에 진형의 빈소가 차려졌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영은 말이 없었고 오고 가는 조문객들을 제대로 인사할 겨를도 없었다.

진형의 동생이자 영의 작은아버지인 진성은 도착하지 않았고 소식을 들은 진형의 전 직장 동료들과 학창 시절 동창들이 오고 갔으나 금세 빈소는 고요해졌다.

금성 : 영아 밥을 먹던 잠을 자던 뭐라도 해 이모가 여기 있을게

영 : …

금성 : 응? 영아 말 좀 들어 이러다 너까지 죽겠어 응?

경자 : 아서라 어미 아비 앞세운 자식 두 다리 못 뻗는 게 정상이다.

진형의 어머니이자 영의 할머니. 서로 얼굴을못 보고 산지 15년 즈음 되었지만 영은 단숨에 본인의 할머니인 것을 알아차렸다.

금성 : 사돈어른?

경자 : 내 새끼 앞길 막아 어디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자 했더니 결국 이 꼴을 보고야 마는구나

영은 힘없이 자리에 일어났다. 사실 너무 어릴 때 일이라 경자가 어떤 사람인지 영은 기억하지 못했고

은성도 진형도 경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금성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모진 시집살이를 보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영 : 할머니…

경자 : 많이도 컸구나. 잘 컸는지 내심 궁금은 했다면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영은 경자를 보니 눈물이 흘렀다. 은성의 빈소에서부터 금성이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지만 15년 만에 보는 할머니가 아빠인 진형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와줬다는 것에 마음 한 이 시큼 거려왔다.

경자 :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진형이가 살면서 마음 나눌 깊은 사람은 못 만들었나 보구만. 내 잠깐 아이랑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금성 : 네 그러세요.

영 과 경자는 식당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을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지는 않았지만 경자의 눈에서 경멸의 느낌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손녀를 바라보는 시선도 아니었다.

경자 : 넌 너무 어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 집을 떠나 사는 것은 그 둘의 결정이었다. 네 이모는 내 모진 시집살이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으니 나가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겠지만.

남의 집에서 돈 한 푼 벌지 않고 살아가려면 집안일이든 수발이든 뭐든 해야 하는 법. 그게 삶의 이치다.

네가 이만큼 클 때까지 내가 너희 집을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내 도움 없이 살고 있기 때문에 괜히 가서 잔소리하는 것은 내 가치관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네 작은아버지인 진성이에게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있었으니 너무 매정한 할머니라 생각지는 말아줬으면 하는구나

영 : 사실 한 번도 할머니를 보고 싶다 생각한 적 없어요. 친구들이 할머니 이야기를 할 때도 처음부터 추억이라는 게 없었으니 부러운 생각 없었고요. 저도 할머니를 똑같이 찾지 않은 것이니 매정하다 생각하지 않아요.

경자 : 네 어미 아비와 다르게 생각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는구나. 그래 네 어미는 어디에 묻었니

경자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힘들지는 않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은성이 수목장을 했다고 이야기하니 어미를 두고 선택한 배우자이니 바로 옆자리에 진형을 같이 두어 죽어서도 함께하게 해주겠다는 것과
비용을 모두 처리해 줄 테니 금전적인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 것. 본인 자식 일은 본인이 처리하겠다는 말만 남겼고 언젠가 한번은 볼 날이 있지 않겠냐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경자 : 진성이는?

영 : 외국에 있다고 알고있는데요? 아직 안 오셨어요.

경자 : 못난 놈…

금성 : 안녕히 가세요…

경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빈소를 떠났다.

금성 : 흰머리만 많아졌지 똑같다 똑같아. 무서울 정도로 똑같아.

영 : 이모..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야?

금성이 기억하는 경자는 진형과 은성이 결혼을 허락받고 간소하게 치워진 결혼식에서부터 어린 영을 데리고 독립할 때까지 단 한차례도 은성을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돈은 쓸 곳과 쓰지 말아야 할 곳이 구분되어 있다며 본인 눈에 소비하지 않아도 될 곳에 돈을 썼다거나. 물건을 샀을 때 비싼 가격으로 샀다고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화를 내는.

뿜어져 나오는 눈빛과 아우라에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게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영의 달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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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3화 / S#3 은성과 진형의 소나무 앞 [낮] ————-

영 : 엄마 아빠. 거기선 내 걱정하지 말고 오직 둘만을 위해서 있어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아주아주 많이 시간이 흐르면 그때 내가 갈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둘이서 행복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상실감이 너무 컸던 탓인지 영은 더 이상 흐를 눈물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은성을 혼자 두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였다.

경찰서에서는 진형의 죽음은 자살 사건이라고 이야기했다. 몸에 이런저런 상처들이 발견되었지만 결정적으로 핸드폰에서 유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배우자의 죽음에 상실감이 컸던 한 무능력한 가장이 음주 후 물에 뛰어든 자살. 그것이 진형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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