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2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2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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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25화 /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낮] ————-

성호는 매 순간 이 자리를 물려주신 아버지가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또 상기시킨다.

'책임자가 돌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사업은 구멍이 생기고 만다.'

무엇이든 사주가 직접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어딘가 허점이 생기고, 그 허점을 통해  더 큰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성호는 매일 아침 눈을 떠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놓친 것은 없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남들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돈 걱정 없이 여가생활을 즐기며 가족들과 지인들과 여행을 다니고

스트레스받은날엔 골프를 치고 유흥을 즐긴다 생각하겠지만, 공인이 아님에도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공무원이 아님에도 허투루 쓰는 돈은없는지 , 불공정한 방법으로 소득이 생기는 것은 없는지 감사를 받으며,

곧 수능이나 중대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식단부터 모든 것을 계획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잘못하는 것은 나의 기업이 잘못하고, 내 가족들이 잘못한 일이 된다.

더불어 내가 잘못을 할 때까지 방어하지 못했다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죄 없는 사람들까지 질타받고,

상황이 심각하면 그 들은 잘 다니고 있는, 한 가정이 생계를 담당했던 직업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발밑에 폭탄을 두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이 이 자리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도 하루에도 몇 번씩 있다.

기념일을 챙겨주지 못한다거나, 명절에 국외에 출장을 간다든지, 일정 때문에 자녀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다든지,

몸이 아프다고 해도 마음 놓고 옆에서 병간호를 해줄 수가 없다.

최대로 기억해낼 수 있는, 기억이 살아있는 어린 순간부터 이 자리에서 이 생각을 하며 살아갈 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항상  깜깜한 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시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런 두 분을 항상 따라다니며 내조하셨던 어머니.

집에는 항상 동생과 함께 있었다.

물론 어머니의 빈자리를 할머니와 집사님 등 여러분이 채워주셨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었다.

무엇을하던 1등 하길 바라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상태가 좋지 않아 공부든 글짓기든 미술이든 2등을 하는 날엔 스스로 자책하여 앓아눕는 날도 많았고, 그 압박감을 견디며 평생을 살았다.

그럴때마다 성호의 옆에서  항상 힘이 되어주고 웃게 해준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못은 것을 동원해 성호를 챙겨주던 사람.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성호는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성호 : "비서실장 호출해줘요."

full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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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25화 / S#2 J.U.그룹 지하1층[낮] ————-

보안팀과 청소팀이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은 그야 말대로 난리 법석이었다.

두 팀 모두 외주업체 소속이였기때문에  같은건물에서 일을 한다고 하여도 다른 회사 소속. 파견직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팀을 관리하고 있는 담당 부서나, 협업을 해야 하는 부서들 외  지하에있는 이 사무실을 찾는 사람은 없는데 갑작스럽게 회장실과 비서실을 총괄하고, 회장을 직접 모시는 비서실장이 내려왔다.

관리직급들은 하부직원이  업무처리를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일까 안절부절못하지 못하였고,

혹시나 갑작스럽게 외주업체를 변경하게 되었으니 모두 오늘까지만 근무하고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팀장급 직원들이 먼저 다가가 혹시 불편사항이나 특이사항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벽면에 붙어진 일정표나 근무표 등을 보면서 사무실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단단히 큰일 난 게 분명하다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 귓속말을 주고 받고 있을 때쯤 쓸며 시 영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 짬이 생기기도 했고 휴대전화기를 들고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 사물함에도 들릴 계획이었다.

어수선한 사무실분위기를 느끼며 사물함으로 조심히 가려고 하는 순간 비서실장이 박수를 '짝!'하고 쳤다.
모두 시선이 집중되었다.

수현 : "혹시 이영씨?"

영  : "네…맞습니다."

수현 : "반가워요. 전 비서실장 김수현이라고 합니다."

훤칠한 키에 각진 얼굴 동그란 안경을 쓴 남자. 본인을 김수현이라고 소개하며 악수를 청해 얼떨결에 영은 손을 내밀었다.

마치 반가운 사람을 만난 양 수현은 양손으로 영의 한쪽 손을 잡고 흔들었다.

3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비서실장이라니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현은 시선을 넓게 분산시키며 말했다.

수현 : "회장님 특별지시로 오게 되었습니다. 내일 저희 측과 지금 몸담고 계신 회사와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할 테지 만 여기 계신 분들 우리 회사를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일해주고 계시는데,

파견직이라는 것이 계약직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면 근무지도 바꾸셔야 하고 정년도 짧게 가져가셔야 할 수 있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우리 회사를 위해 힘써주시면 감사하겠다 생각이 들어 현재 근무하고 계신 보안팀과 청소팀 분들을 모두 저희 J.U.그룹 소속으로 변경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선택사항이지 강요는 아닙니다.

만약 이미 현재 소속되어있는 회사와 자택 근처로 근무지를 변경하기로 약속을 하셨다든지 다른 곳으로 가고싶어하시는  분들은 그에 맞게  저희측이나 현재 회사와 조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러우실 텐데 (시계를 보며) 약 5분 정도 후부터 저희 측 담당 부서 직원이 내려와 한 분 한 분 면담도 하고 내일 결정이 되면 공문도 따로 드리고 계약서도 새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야간에 출근하시는 분들도 모두 면담 진행될 예정입니다. 물론 퇴직금이 나오시는 연차분들은 당연히 지급이 되실 것이고요.

그럼 제가 지금 내려온 김에 여기 계시는 가장 막내뿐 붙어 면담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팀장님? "

갑작스런 공표에 모두 어리둥절해 있는 와중에 영이 먼저 면담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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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25화 / S#3 구실동 J.U.그룹 31층[낮] ————-

면담을 31층에서 진행하다니 줄줄이 면담을 끝내면 여길 또 청소하러 와야겠구나 생각하며 가장 작은 회의실에 들어섰다.

수현이 친절하게 의자를 빼주었다. 그리고선 영의 건너편으로 가 앉았다.  면담을 진행한다더니 수현의 손이나 책상 위에 서류나 종이나 볼펜 같은 필기도구는 없었다.

수현 : "자, 크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고 몇 가지 물어보려고 해요."

수현은 업무의 만족도는 어떤지,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특별히 원하는 구역이 있는지 상투적인 것들을 물어보았고

현재 잘 적응하고 있으며, 배정받은 구역 외 다른 곳은 가보지 않아 아직 건물 전체의 지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부분을 영도 간단하게만 이야기하였다.

수현 : "우리 회사 소속으로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시면 같이 사원으로 시작하실 것이고 한가지 알아두셔야 하는 점은 갑작스럽게 직무변경이 또 될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영 : "제가 지금 임원분들 계시는 층을 담당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또 변경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 청소라는 본업을 하면서도  틈틈히 성아와 중주의 방에서 그들의 약점이 될만한 자료를 수집하는데도 아직 부족한 게 많았다.

수현 :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지금은 청소팀이지만 예를 들어 다음 주 부터  저희 비서팀에 와서 사무직 근무를 하라고, 업무 자체가 변경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이해되셨나요?"

아무리 갑을 관계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의견은 무시한 채로 마음대로 부리려고 하다니 왠지 기분 썩 좋지 않았다.

'지금 여기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여기 취직하기 위해 기본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수년간 준비해서 입사했을 수도 있는데 갑자기 고졸에다 할 것 없는 사람하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라고 하면 받아들일까? 이런 것은 생각 안 하나?' 하는 생각들이 영의 머릿속을 헤집어 놨다.

그것 표정에 드러났는지 수현이 황급히 다음 말을 꺼냈다.

수현 : "예시에요 예시.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이제 영이 씨와 저희 J.U.그룹의 관계가 그렇게 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가 뭐 그런 것을 예로 든 건데 제가 너무 극단적인 설명이었나요?"

영 :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근데 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그래서 무언가 일을 바꿔서 하라고 하신다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네요…"

수현 : "그럼 마음의 준비하실 수 있도록 미리 말씀을 드릴게요. 지금 하고 계신 업무 충분히 잘하고 열심히 하고 계시다는 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으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 계약관계가 정상적으로 맺어지고 하면 1주일 이내에는 담당하고 계신 구역이 변경이 되실 거예요. 영이 씨는 회장실을 주 관심사로 32층,31층 두 개의 층만 담당하시면 됩니다."

영 : "네? 그렇게 되면 다른 분들이 일하시는 구역이 늘어나서 힘드실 텐데…"

수현 : "영의 씨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나눠 가져 업무가 과다하게 된다고 하면 인력을 보충하면 됩니다. 그런 것은 영이 씨가 걱정하실 것은 아니에요. 이제 한 식구가 되는데 다른 분들이 부당하게 업무 수행하시는 것은 저희도 원치 않습니다. "

영 : "네…그런것이라면 저도 크게 부담되거나 걱정되지는 않네요"

수현 : "좋네요!  정식적인 계약은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그때 서류로써 하시는 것으로 하고 자, 그럼 다음 주 아니 늦어도 2주 뒤 붙어는 자주 볼 수도 있겠네요. 제가 그 2개의 층에 엄청나게 자주 방문하거든요. 그럼 추가적인 건 나중에 또 이야기해요"

영은 꾸벅 수현에게 인사를 하고선 회의실을 빠져나와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급여는 똑같은데 업무량은 그럼 줄어드는 건가?… 그렇다면 나쁘지않기는한데 …이게 맞는 것인가?' 회의실을 벗어났지만, 영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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