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8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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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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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8화 / S#1 구실동 이자카야 츠키 [밤] ————-

윤혁 : 그래서 부장님이 와악 소리를 지르는데 화장실에 있던 차장님이 사이렌 소리인 줄 알고 헐레벌떡 뛰어나왔다니까?

소담 : 아 진짜 웃긴다. 그래서?

윤혁 : 그래서는 무슨 바로 옆에 있던…

오늘도 퇴근 후 모인 셋. 잦게는 일주일에 세 번. 아무리 못해서 10일에 한번은 꼭 만나 저녁을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다.

금성은 맨 처음 나이 어린 영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퇴근길에 영을 데리러 왔을 때 어쩌다 마주친 소담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같다며 안심이라고 말한 뒤

소담에게 영이를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했고,
영 에겐 실컷 놀고먹고 웃으며 지낼 수만 있다면 일주일 내내 놀아도 괜찮으니 본인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소담 : 영이 씨는 일하면서 뭐 재미난 에피소드 같은 거 없었어요 오늘?

윤혁 : 아마 너나 나보다 회사 내부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영이 씨 일 걸? 소식통이지 소식통.
아마 영이 씨 앞에서 밉보이는 행동하면 못된 사람이라고 회사 전체에 소문나는데 딱 하루 본다!

윤혁과 소담은 참 마음씨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해도 회사와 하는 일이 전혀 다른 영을 동일선상의 사람으로 대해줬고,

혹시나 이야기 주제가 너무 회사일에만 치중돼 영이 소외되지 않게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영에게도 말할 시간을 주고 어떤 이야기를 하던지 집중해서 들어줬다.

처음엔 둘 사이에서 어색해 말도 잘하지 못했던 영이지만 어느 순간 두 사람의 밝은 분위기에 물들어 점점 더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이가 어려도 말을 놓지 않았다.
서로 언니 오빠 영아하다 보면 서로에 대서 너무 막연해져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이미 친구인 윤혁과 소담 둘을 제외하고선 계속 존대를 하기로 했다.
소담의 의견이었다.

소담 : 이번 주말에 영이 씨 오프에요?

영 : 이번 주… 네! 이번 주는 오프에요! 다음 주는 토요일 근무이고요!

윤혁 : 나는 토요일에 급하게 뭐 받을 게 있어서 출근했다가 물건만 받으면 바로 퇴근 왜?

소담 : 야야 너는 됐고. 영이 씨 우리 바다 가지 않을래요? 나 호텔 숙박권 당첨됐거든요! 이거 되게 되게 비싼 패밀리용 숙박권인데 나랑 같이 가요~

윤혁 : 나는! 나도 가자 나도 어? 나 진짜 그럼 내가 금요일 어떻게든 미리 받을게 어?

소담 : 너는 금요일에 받던 토요일에 받던 일요일에 받던 알아서 하시고. 영이 씨 어때요?

영 : 그렇게 좋은 걸 저랑 가셔도 괜찮아요? 가족분들이랑 가시는 게…

소담 : 우리 집은 나는 바다, 엄마는 산, 아빠는 낚시 뭐 이런 식으로 다 달라서 여행은 진짜 특별한 날 아니면 같이 다니는 스타일도 아니고~ 나는 영이 씨랑 가고 싶은데~ 안될까나~?

영 : 저는… 좋아요!

소담 : 좋았어! 아, 이모님 한 태도 여쭤봐요. 어차피 패밀리용 방이라 방도 여러 개고 해서 이모님도 불편하지 않으실 거예요. 내 차 타고 가면 되고!

윤혁 : 야 김소담 너 진짜 내말 안 들리니? 나 여기 있어. 내가 안 보이는 건 아니지 어? 영이 씨 나도 데려간다고 이야기 좀 해봐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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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8화 / S#2 강원도 강릉 [낮] ————-

금성에게도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지만 주말 근무가 이미 잡혀있어 빼기 어렵고,
 주말 동안 영이 없는 사이 본인도 친구들과 만나 오랜만에 진득한 시간을 보내겠다며 재미있게 놀고 오라고 이야기했다.

윤혁은 어떻게든 따라가고 싶었는지 금요일 퇴근 후 직접 거래처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소담의 집 앞에서 만나 이동하려 하였으나 어차피 가는 길목이라며 윤혁과 소담이 영의 집 쪽 지하철역까지 데리러 와주었고

윤혁과 소담이 번갈아가며 운전해 영은 편안하게 강릉까지 올 수 있었다.

운전이 피곤할 텐데 도움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자
윤혁이 따라온 게 마음에 안 들지만 같이 와준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한 거라며 개의치 말라고 소담이 말했다.

호텔 체크인 후 방에 도착하니 넓은 방이 3개나 되었고 야외 스파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있었다.

영이 이런 곳은 처음이라며 눈이 휘둥그레졌고 열심히 돈을 벌어 금성과도 꼭 와야겠다 생각했다.

윤혁이 근처 맛집을 안다며 소개한 집에서 든든히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서 산책도 하고 물장난도 치며 해가 질 때까지 재미있게 놀다가

맛있는 해산물도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소담의 권유로 맥주도 잔뜩 사서 들어와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소담 : 영이 씨는 강릉 언제 마지막으로 왔어요?

영 : 전 사실 처음이에요. 이렇게 호텔에서 잠을 자보는 것도 처음이고요.

영이 멋쩍게 웃자 윤혁이 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윤혁 :이야 잘 됐다. 영이 씨 안 가본데 어디 어디 있어요?
같이 우리 앞으로 더 좋고 재밌는 게 데 같이 다녀요.
영이 씨의 첫 여행지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저희에게 주시옵소서~ 다음에는 제가 어떻게든 당첨돼서 물 맑고 공기 맑은 포항으로 초대합니다!

소담 : 어휴 또 오버한다 오버해. 그랬구나. 영이 씨 어디 가고 싶은데 있으면 이야기해요. 이모님도 함께해서 이렇게 다니면 되지.
해외여행도 좋지만 국내여행이 말도 잘 통해 음식도 입에 맞아 해외보다 훨씬 좋아요 훨씬.

평소 먹지 않던 맥주 탓일까.
아니면 여행으로 들뜬 마음 때문이었을까.
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 : 저희 집은 여름에는 더위 걱정, 벌레 걱정. 겨울에는 추위 걱정, 수도 동파 걱정하느라 가족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도 담임선생님들이 조금씩 모아서 보내주셨고
급식비도 부담돼서 고등학교 졸업까지 도시락 싸서 다녔고요.

친구들이 왜 급식 안 먹냐고 하면 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알레르기가 심해서 엄마가 해준 음식 아니면 못 먹는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사춘기여서 그랬는지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그래도 엄마가 항상 용돈은 잘 챙겨주셨어요.
시험 끝나면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라고 더 많이 챙겨주셨고…
그래서 다행히 외톨이로 학교를 다니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랑 아빠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저 사실 부모님이 모두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이모랑 둘이 살고 있는 거고요…

소담이 영을 한번 안아주더니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소담 : 사실 이모님하고 사는 것에 대해서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 들었어. 두 분 다 편찮으시다든지 아님 지방에 계신다든지. 근데 이런 이유일 줄은 몰랐네.

이렇게 예쁜 딸 두고 가시느라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까.
세상 사는 게 다 그래요.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처럼 인생에 힘들고 고단한 오르막길이 있으면, 다음엔 평지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니까.
영이 씨를 봐요.이렇게 예쁘고 일도 잘하는데 이거면 됐지.
열심히 돈 벌고 성공해서 잘살면 되는 거야.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무 멋있어 너무 잘하고 있어. 누가 뭐래도 너무 잘하고 있어.

그리고 이모님 말고도 이렇게 든든한 지원군이 두 명이나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말아요.
언제든 힘이 되어줄게.부모님도 하늘에서 다 지켜보고 계시고, 잘 도와주실 거야.

소담의 응원과 격려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여기서 울어버리면 여행의 재미도 망가지고 하염없이 울게 될까 봐 영은 눈물을 꾹 참았다.

영이 이야기를 하는 내내 윤혁은 심각한 표정으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person s hand reaching for th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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