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4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 영의 달 – 14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영의 달 -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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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주를 만난 이후로 어떻게 퇴근시간까지 왔는지 영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아직도 약간 멍한 상태다.

하루 종일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기도 하고 여러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다.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이 같이 휘몰아쳐 답답하기도 했다.

다 같이 모여 오늘도 고생했다며 인사를 한 뒤 터덜터덜 1층으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영의 달 – 14화 / S#1 구실동 J.U.그룹 앞 [밤] ————-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노을 지는 저녁 하늘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도 영은 바닥만 보고 걷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터덜터덜 얼마나 걸었을까 누군가 영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영 : …?

멍한 얼굴 표정을 한 영이 고개를 올렸다.
윤혁이었다.

윤혁 : 영이 씨 무슨 일 있어요?

영 : 아니에요. 오늘 그냥 좀 바빠서…

윤혁 : 음 시간 있어요? 저쪽 골목으로 가면 조용하게 수다떨기 좋은 가게가 있는데 제가 저녁 살게요.

영 : 아 저는 저녁을…

윤혁 : 미안해요. 가족끼리 식사 약속이 있는 거면 제가 방해가 될 수 있겠네요.

영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간 눈치 빠른 금성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추궁당할 것도 뻔했고

이미 지나간 일 하루빨리 이 감정을 떨쳐버리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다.
이 사람과 정말 수다를 떨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친구들은 모두 재수학원이나 대학 생활로 바쁠 테고, 이제 와서 연락하기도 뭐하고…

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윤혁은 기쁜 듯 밝게 웃으며 앞장서 걷겠다며 긴 다리로 앞서 나갔다.

영은 금성에게 퇴근 후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문자를 보냈고 금성은 늦어도 상관없이 재미있게 놀고 오라고 답장을 주었다.

full moon 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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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4화 / S#1 구실동 골목길 [밤] ————-

근처에 여러 회사들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큰길을 지나 작은 골목에만 들어와도 음식점이 즐비한 먹자골목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모두 직장인들이었다.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이 두 눈을 멀게 하는듯했다.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번화가에 나가 놀기도 좋아했었던 영 이였는데,
놀러 다닌다. 논다.라는 개념 자체를 잊고 살아왔던 탔인지
놀이공원에 처음 온 어린아이처럼 암울했던 감정은 모두 사라지도 갑자기 신이 났다.

윤혁 : 이쪽 와본 적 있어요?

영 : 아니요 처음이에요. 이런 데 있는 줄 알았으면 이모랑 와보는 건데

윤혁 : 이모랑 친한가 봐요?

영 : 네 요즘은 줄 곳 이모랑만 시간을 보내서요.

윤혁 : 하긴 스무 살이라고 했죠? 친구들은 대학에 갔거나, 영이 씨처럼 취직했을 테고
사회 초년생이니 취직한 친구들도 아직은 선뜻 만나자 약속을 하진 않겠네요. 다들 적응하기 바빠서.

큰 건물 안에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윤혁은 참 따듯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영이 크게 반응하거나 호응하지 않아도, 윤혁이 먼저 농담을 하거나, 웃으면서 일을 도와주기도 하였고

지금도 어색해 보이는 영에게 말을 계속 걸어주고 챙겨주는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윤혁 : 이쪽이에요. 들어와요 영이 씨.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래된 단골인 듯 윤혁이 먼저 가게 내부로 들어왔다. 지하철역에서도 거리가 조금 있고 반짝거리던 먹자골목을 조금 벗어난 한산한 곳에 위치한 1층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따듯한 조명이 왠지 아늑한 느낌을 주었고 테이블마다 칸이 나눠져있어 작은방에 들어와있는 기분이었다.

윤혁 : 여긴 술집이긴 한데 꼭 술을 마셔야 하는 건 아니니까 먹고 싶은 것 있다면 골라봐요. 아직 월급 전이니까 아주 비싼 것만 아니면 오늘 저녁은 제가 살게요!

영 : 아니에요. 저도 돈 있어요…

윤혁 : 우리 완전 절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영이 씨 말투가 정말 영~이거 이거 섭섭한데요? 우선 먹고 싶은 것 골라봐요.

시답지 않은 농담을 던지는 윤혁과 메뉴판을 보며 음식을 고르고 말 그대로 수다를 떨었다.

사실 말을 하는 쪽은 윤혁이었고 영은 작은 호응이나 고개만 끄덕였다.
초등학교 때 친구네 가족들과 계곡에 갔다가 물에 빠졌던 이야기
그 뒤로 물 공포증이 생겼다기보단 수영을 배워야겠다 마음먹어 고등학교 때까지 수영을 했다는 이야기,

친구네 강아지가 열린 문을 틈타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온 동네를 뛰어다녀 7시간 만에찾은 이야기 등 윤혁이 살아오면서 특별했던 기억을 몇 가지 이야기해 주었다.

윤혁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무거웠던 마음은 점점 풀어졌고 음식도 맛이 있어 영도 모르게 점점 표정이 풀려가고 있었다.

윤혁 :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이야기하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나아졌어야 할 텐데

영 : 기분 많이 좋아졌어요. 음식도 맛있고 뭐라고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윤혁 : 에이~ 이 정도야 뭘. 그럼 우리가 끔 이렇게 수다나 떨래요? 데이트 신청이나 이런 거 아니고! 저도 진짜 만날 친구가 많이 없거든요. 우리 회사친구 해요.

똑똑-

갑자기 옆 테이블과 분리되어 있는 칸막이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윤혁과 영은 깜짝 놀라 칸막이 위쪽을 올려다봤다.

소담이었다.

crescent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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