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3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 영의 달 – 13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영의 달 - 13화
Photo by Frank Cone on Pexels.com

영의 달 – 13화 / S#1 8층 복도 [낮] ————-

? : 옷에 뭐라도 묻었으면 어쩔 뻔했어! 아후 진짜 더러워!!

영과 부딪힌 여자는 큰소리를 외치더니 발을 굴렀다.

연신 고개 숙여 사과를 하던 영은 발을 구르는 모습에 질겁해 고개를 들었다. 그 여자다. 강중주.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 사람들을 만나려면 멀었다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만남이라니 무방비 상태에서 마주친 적 앞에 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영 : 정말 죄송합니다.

중주 : 후… 진짜 덜떨어진 사람한테 한소리 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이봐 눈이 달렸으면 항상 앞을 보고 다니고 혹여 한눈팔 시간이라도 생기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런 대접 안 받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해

중주의 폭언이 영의 귀를 울렸다.
이 여자는 어떻게 살아왔길래 처음 마주치는 얼굴에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막말을 뱉을 수 있지?

본인 스스로 일궈낸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아닐 텐데 남한테 이렇게 막대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분명했다.

영 : 저.

? : 이사님. 상무님 도착하셨답니다.

영이 울컥하는 마음에 한마디 뱉으려는 순간 검은색 구두를 신은 여자가 뛰어오더니 중주에게 말을 걸어왔다.

상무라 주성호 회장의 동생인 주성아를 이야기하는 걸까?

더군다나 이런 사람이 이렇게 큰 회사의 이사라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현실이란 이런 걸까.

중주 : 그래? 지금? 알겠어. 안 그래도 찾으러 다닐 뻔했는데 나 바로 올라갈 테니까. 박 기사한테 지금 스케줄 취소라고 이야기해 줘.

? : 네 알겠습니다.

중주는 영을 한 번 더 흘려보더니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영 : … 후

영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마주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싶은 사람인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억울하기도 했고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지럽기도 했다.

? : 괜찮…으세요? 말씀하시는 거나행동하시는 것에 크게 제약이 없으신 분이긴 한데 악의적으로 그런 건 아닐 거예요.

혹시나 무슨 문제 있으시면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 저는 방금 가신 이사님 비서 김소담이라고 해요. 다치신 곳은 없죠?

영 : 네… 괜찮습니다…

소담은 명함을 내밀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영은 명함을 받았고 소담을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깡마른 체격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매우 힘 있어 보였다.

소담 : 청소팀이 젊은 학생이 입사했다더니 그게 아가씨 인가 보네요. 반가워요. 영.. 이 씨? 이름도 예쁘네요.

소담은 영의 명찰을 한번 보더니 생긋 웃어줬다.

영 : 네…그럼 전 이만…

소담 : 어디 다친 데는 없겠지만 그래도 문제 있으면 연락하고!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영의 뒤로 소담이 외쳤다.

하지만 지금 영의 머릿속에는 중주를 만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복잡했고,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온몸을 울렸다.

안중주. 안중주다. 안중주를 만났다.

내가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왜 갑자기.
8층에서부터 지하 1층까지 쓰레기봉투를 든 채로 영은 비상계단으로 뛰쳐내려왔다.

손에 무언가 들려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휴게실로 들어와버렸다.
헉헉거리는 거친 숨을 내쉬는 영.

손에 들려있는 쓰레기봉투. 영을 발견한 청소팀 선임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고 사람들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물었지만 영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영의 손에 들려져 있던 쓰레기봉투는 다른 사람이 대신 처리하겠다며 가지고 갔고 땀 좀 닦으라며 손수건과 물 한 컵을 가져다주었다.

영은 아무것도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영의 달 – 13화 / S#1 31층 성아의 사무실 [낮] ————-

주성아.

주강택회장 사망 당시 주성호 회장이 당연히 뒤를 이을 거라 다들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렸을 적부터 성아 또한 후계자 수업을 성호와 같이 받았다.

아들딸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 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 주강택회장의 신념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성호보다 더 회사일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은 성아였다.
하지만 주주들의 의견과 주강택 회장의 배우자 즉,

성아와 성호의 어머니인 허미 여사의 강한 압력으로 성호가 회장직을 물려받게 되었고

성아는 의류 관련 계열사 대표직을 담당하는 것과 동시에 본사에서도 상무 직을 겸임하고 있었다.

물론 계열사 대표직으로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본사를 놓게 되는 순간 계열사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미래가 그려졌고

아직 성아의 야망은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오빠인 성호에게 모든 것을 넘긴 채 모든 것을 체념할 수는 없었다.

계열사로 넘어가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성아 가지고 있는 지분을 모두 오빠인 성호에게 넘기라는 허미여 사의 압박 또한 성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성아가 보기에는 오빠인 성호는 허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 당장 욕심 내진 않지만 성아는 물러설 수 없다.

성아는 고층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이 있는 31층에 도착해. 비서팀의 인사를 받고 사무실로 들어 옷걸이에 가방과 겉옷을 걸치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성아 : 하아…

J.U. 의류의 봄맞이 신규 론칭쇼를 끝내고 곧바로 본사로 들어온 성아는 아침부터 바쁜 스케줄로 벌써부터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지쳐있을 수는 없었다.

의류 / 자동차 / 전자기기 / 신용 / 식품 등 모든 계열사의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본사에서의 성아의 임무는 더 막중하고 바빴다.

full moon
Photo by Alex Fu on Pexels.com

띠링-
책상 한편에 올려져 있는 전화기의 알림이 울렸다.

비서 1 : 상무님 안 이사님께서.

중주 : 고모! 아니 전화도 안 받고 자리에는 안 계시다고 하고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요?

비서팀에서 중주의 도착을 알리기도 전에 중주가 먼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 줏대 없고 예의도 없는 막무가내로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여자.

사돈지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타고 있지만 여간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닌 사람이다.

성아 : 여긴 집도 아니고 회사고 사무실이에요. 보는 눈 생각도 안 해요? 공사과 구별하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예요?

중주 : 고모. 여기 사무실에 우리 둘밖에 없거든요? 꼭 이렇게 내외한다니까?

성아 : 사무실 안이 건 밖이건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제발 체통 좀 지킵시다. 오너들의 이미지가 곧 그룹의 이미지에요. 생각이 여기까지 닿지를 않아요?

중주 : 체통은 무슨 체통 조선시대도 아니고. 회장님께는 말씀드려봤어요? 아우 나 여기 답답해서 못 있겠어. 형부 마주칠까 봐 껄끄럽기도 하고. 나도 계열사로 내려갈게요.

성아 : J.U. 식품에 있을 땐 할 일이 없다고 본사로 보내달라 난리.
본사로 불러드리니 갑갑하다고 난리.

도대체가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며 직급에 대해서 뭘 하고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 생각은 있어요?

중주 : 고모 또 말 진짜 이상하게 하시네?
나도 사람이라 그렇게 이야기하면 상처받아요.

나는 뭐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줄 아나.
내가 워낙 소식하는 사람인데 식품 쪽에 있으니까 성향이 안 맞아서 그런지 업무에 흥미도 안 생기고,

아이디어도 안 떠오르니까 그런 거고.
나도 고모처럼 고풍스럽게 의류나 이번에 새롭게 시작한다는 홈쇼핑 쪽으로 가면 좋을텐데~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모르고 그저 본인 위주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 성아와는 극도로 맞지 않는 성향이다.

성아 :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면. 혼자 사업을 하시지 왜 붙어있어요?

중주 : 아니 그러니까 고모. 나 진짜 홈쇼핑 내가 맡게 해주면 나 정말 다음부터는 아무 말도 안 할게요. 조용히 진짜 홈쇼핑 사옥에 붙어서 오지도 않을게. 이쪽 쳐다보지도 않을게. 형부한테 이야기 좀 해줘요~ 아직 대표자 자리 결정도 안 했다며~

성아 : 이.. 아니 강 이사님. 제가 결정할 권한 없고요. 그렇게 간절하시면 직접 32층으로 올라가서 이야기하세요.

중주 : 아이 고모님~아니지! 상무님~ 부탁드릴게요~

성아 : 나 오늘 바빠요. 그러니까 제발 나가주세요.

중주 : 아, 진짜 고모! 고오모!

성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중주의 등을 떠밀어 문밖으로 밀쳐냈다.
본인 분수도 모르는 인간.
성호는 왜 저런 집안의 사람과 결혼한 걸까.
이것 또한 성호의 약점 중에 하나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