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2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 영의 달 – 12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영의 달 - 12화
Photo by Bruno Scramgnon on Pexels.com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을 살다 보니 이제 정말 봄이 온 것 같았다.

단순노동에서 오는 회의감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어리다고 무시하던 선임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선 기존 옆에서 응원해 주던 사람들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었고,

10년 20년 이상 다져온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하며 너무 열심히만 하지 말아라 쉴 때는 쉬어야 한다며 상사들의 눈을 피해 따로 쉬는 시간도 만들어주는 등 서로 품어주기 시작했다.

첫 급여를 받은 날 영은 금성에게 ‘이게 정석이라며?’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내복을 선물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으며,

은성과 진형의 소나무에는 나무로 된 이름표를 새로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

힘들게 일하면서 슬픔은 점점 잊혀 갔지만 매일 출근하며 출입문에 적혀져 있는 J.U 두 글자를 보면서 한 번도 은성과 진형에 대해서 잊은 적은 없었다.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고 오며 가며 인사하게 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같은 회사 식구인 보안 사원들 말고 주 그룹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영은 입소문이 날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스무 살의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요즘 보기 드문 청년.

평소 말수가 적은 영이였지만 먼저 인사를 하거나 웃으면서 청소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었고 대충 어느 부서에 누가 근무하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도 영의 계획 중 일부였다.

주 그룹 오너 일가에 대해서 대놓고 물어보기 전 사원들과 친해지며 궁금하거나 몰랐던 부분을 하나씩 알기 시작했다.

영의 달 – 12화 / S#1 야외정원 [낮] ————-

건물 8층에 있는 야외정원으로 향하는 영의 발걸음.

날씨가 좋아져서 인지 야외정원에 많은 인파들이 있었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도 영의 일이었기에 열심히 업무에 집중 중이었다.

현재 업무를 하고 있는 포지션을 넘어 첫 번째 목표인 회장실 / 회의실 등이 있는 상층에 있는 곳까지 도달하는 것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하지만 지금껏 그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점은 답답했다.

윤혁 : 어~ 영이 씨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여기 청소하는 날인가 봐요~

영 : 안녕하세요. 네네 야외정원은 그래도 2일에 한 번씩은 쓰레기를 비워줘야 해서요. 혹시나 저 없을 때 쓰레기통 꽉 차있으면 청소팀에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곧바로 올라올게요!

윤혁 : 쓰레기통도 많은데 뭐 하나가 꽉 차면 다른데 버리겠죠~ 제가 뭐 도와드릴까요?

영 : 에이 제 일인데요! 그냥 두세요!

윤혁 : 사무실에 계속 앉아만 있으면 갑갑하기도 하고 저는 동기들이 다 계열사로 가버려서 밥 먹을 사라도 마땅치 않거든요. 영이 씨를 보면 괜히 반가워요친구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영 : 저도 친절이 잘 대해주시니 어디서 만나든 반가워요.

윤혁은 10층에 일하는 직원이다.

남들보다 1시간은 일찍 출근해 화장실 청소를 먼저 하고 있을 때 처음 만났다.

웬만한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을 시각이라 갑자기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오길래 영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서로 놀라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에피소드가 생겨 그 뒤로 인사를 하며 지냈고

어디서 만나든 밝은 얼굴로 인사해 주는 윤혁이 영도 싫지 않았다.

영 : 근데 야외정원은 직원들만 사용하는 공간인가 봐요?

윤혁 : 아.. 무래도 그렇죠? 누가 또 있어야 하나요? 아! 보안팀이 나 청소팀 분들도 오셔도 되는데 잘 안 오시더라고요.

영 : 그게 아니라 이렇게 큰 건물 주인은 어떻게 생기셨는지 궁금한데 회장님? 대표님? 은 한 번도 못 뵌 것 같아서요.

윤혁 : 아~ 높으신 분들은 굳이 안 오셔도 될걸요? 저희처럼 딱 자기 자리만 있는 사람들이나 답답하다 느껴져서 밖으로 나오지 회장님이나 이사님들 상무님 전무님 방은 엄청 커서 답답한 것도 모르실 거예요.

영 : 그런가요?

윤혁 : 드라마 보세요~방 하나가 무슨 웬만한 원룸보다 크던데. 창문만 열어도 바람도 잘 통하고 하나도 안 답답하실걸요?

영 : 하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겠네요.

윤혁 : 그리고 윗분들은 로비로도 안 다녀요.

차 타고 지하 1층에서 내리셔서 곧바로 위층으로 점심시간에도 식당에서는 보기 힘들고,

말로는 뭐 직원들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다고 하는데 식당에서 밥 먹는 걸 본 사람이 없데요. 나가서 비싼 밥 드시겠죠 뭐~

영 : 하긴 맨날 맛있는 거 드시고 싶으시겠죠?

윤혁 : 네~ 저도 맨날 맛있는 거 먹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뭐가 나오려나~

영 : 벌써부터 식당 냄새 좋던데요? 그럼 오늘도 고생하세요~

윤혁 : 네~ 영이 씨 또 봐요!

할 일을 마치고 뒤돌아가는 영의 뒤로 윤혁은 연신 손을 흔들었다. 참 밝은 사람이다하고 영은 생각했다. 그리고 윤혁과의 대화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았다. 그랬구나 그 사람들은 다니는 길이 따로 있구나 그러니 얼굴 한 번을 못 봤지 현실과 이상은 별시 별 개인 것인가 영은 생각했다.

? : 아, 아줌마 진짜 어딜 보고 다니는 거야. 눈은 장식인 거야?!

영 : 아 죄송합니다. 제가 딴 생각을 하다가. 죄송합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휘적휘적 걸어가던 영의 어깨에 누군가 부딪혔다.

silhouette of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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