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1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 영의 달 – 11화 / 드라마 웹소설 추천

영의 달 -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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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 차마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안녕을 기하고 싶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을 차마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금성이 졸업식날 학교에서 꽃다발을 받고 사진 찍어 남겨놔야 한다며 영을 혼냈지만 영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렇게 졸업식 당일 아침 일찍 학교에 방문해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학교를 둘러본 뒤 졸업장과 졸업사진앨범만 받은 채로 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은성과 진형의 소나무에도 들려 오늘 졸업식을 했음과 은성 앞에 극악무도한 사람들을 무릎 꿇리겠다며 다짐도 하고 졸업장도 보여주고 왔다.

그제야 금성 말처럼 졸업사진을 찍어 사진을 인화한 뒤 소나무에 걸어둘걸 살짝 후회가 됐지만 그깟 졸업사진 보다 그 사람들의 진실한 사과를 받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두 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사이 눈을 맞고서도 소나무가 한 뼘은 자란 것 같아 식물을 싫어하는 은성이 왜 소나무만은 봐줄만했다고 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다른 나무였다면 꽃잎이 떨어지고 낙엽이 지고 시들한 모습을 보였을 텐데, 그런 나무들이었다면 겨울에는 보기 안 좋았을 것 같았다.

‘엄마, 아빠 꼭 기다려줘 내가 꼭 성공할게’
영은 집으로 돌아오길 버스 안에서 한 번 더 다짐했다.

super moon over snowcapped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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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1화 / S#1 금성의 집 [밤] ————-

한 달이 더 훌쩍 지나 내일은 영의 첫 출근 날이었다.

지금껏 금성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내일부터 출근해야 한다고 금성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왔다.

금성의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할 때 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 : 이모 나 할 말이 있는데

금성 : 이야기해 뭔데?

영 : 나 내일부터 출근해.

금성 : 뭐? 네가 무슨 출근을? 야 너 진짜!

금성은 밥을 먹던 숟가락을 식탁 위에 탁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내려놓았다.

영 : 일찍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나도 이것저것 준비하느라고 그럴 시간이 없었어 미안해 이모

금성 : 아니 대학 진학 안 하겠다는 것까지는 이해했어. 근데 무슨 출근? 갑자기 아무 말도 안 하다가? 면접은 본 거야? 어딘데? 아르바이트하는 거야?

영 : 아 응 근데 좀 멀어.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곳이라 주간 타임 저녁 타임 로테이션으로 돌아가서 일정치는 않고 주말에 무조건 쉬는 것도 아니야. 그것도 번갈아 가면서 하기로 했어

금성 : 어딘데? 어디 나쁜 곳에서 일하는 거 아니지?

영 : 나쁜 곳은 무슨 내가 그럴 애로 보여? 절대 아니야

금성 : 그럼 어딘데 정확하게 말을 해봐.

영 :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야.

금성 : 청소? 무슨 청소?

아무리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나 진짜 억장 무너져 젊은애가 무슨 청소야?

영 : 이모 말이 맞아. 직업에 귀천이 어딨어. 우리 엄마도 식모살이했다잖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일이 청소인 것뿐이지 회사도 크고 복지도 좋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금성 : 몸이 고단하면 금방 피로해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네 또래 애들처럼 카페나 PC방 도서관 같은 데서 일하는 게 났지 않을까? 영아 다시 생각해 봐

영 : 이미 면접도 다 봤고 난 꼭 이 일하고 싶어

금성 : 네가 아직 어려서 세상일을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청소 직이라고 하면 무시해아무리 네 본성은 남들한테 무시당할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어떤 업무를 하냐에 따라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네가 굳이 그런 걸 겪을 필요 없어. 너 이제 스무 살이야.

영 : 이모 근데 난 정말 이일 하고 싶어. 하드코어를 먼저 겪은 다음에는 무슨 일이든 쉽고 빠르고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결정한 건데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금성 : 하… 너무 머리 아프다 언니가 알면 얼마나 속상할까…

영 : 아니 우리 엄마라면 우선 응원해 줬을 거야. 아빠도 똑같고.

금성 : 무슨 고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겪어봐야 알겠지. 알겠어 그래… 근데 진짜 전날에 이야기하다니 너 너무한 거 아니야? 룸메이트 한 태도 이런 식으로 안대하겠다. 난 더군다나 네 이모인데 말이야!

영 : 미안해 이모~ 나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거니까 이모가 이해해 줘~ 힘들면 다른 일 찾아볼게. 이모 말대로 나 젊잖아!

금성 : 아휴 알았어 말해 뭐해 진짜 알겠다고!

영 : 고마워~

full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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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11화 / S#2 J.U.그룹 지하1층[낮] ————-

첫 출근 날이 자 영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은 영의 계획대로 주 그룹에서 시작했다.

첫날이기 때문에 지하 1층 구내식당 옆쪽에 자리 잡은 청소, 보안 직 직원 전용 휴게실에서 진행되었으며

각 담당 부서가 어디인지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기록되어 있는 큰 화이트보드를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대부분 노령의 직원들이었고 관리직이나 사무직 보안팀만 젊은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 회사에서 청소 및 보안업무를 같이 담당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젊은 사람이 고된 일 한다며 격려해 주는 사람도 들도 있는 반면

 며칠하고 그만둘 것이라는 험담 같은 앞담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영은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선택해 들어온 곳이기 때문에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개의치 않다는 것이 영의 생각이었다.

영의 바람은 오직하나 그들의 가까이에 가는 것이었다.

영은 총 32층인 건물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로비부터 지하 구내식당 10층까지 복도 청소를 담당하게 되었다.

눈, 비가 오는 날은 금방 바닥이 더러워지니 시시때때로 걸레질을 해야 한다는 점과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서 들었다.

출입카드도 받았다.

주 그룹 정규직원들처럼 증명사진이 붙어있는 카드는 아니었으나 보안 직 분들과 동일하게 이 건물 어디든 출입할 수 있는 마스터키와 같은 것이니 분실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켰다.

마스터키?
괜스레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었다.

업무는 크게 어려운 것이 없었다.

출근 – 로비 1차 청소 – 인파가 많은 출근시간에 로비 청소 시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담당 층 화장실 점검 및 청소 – 출근시간 이후 다시 로비 2차 청소

– 각층 복도 사무실 내부 청소 – 주 몇 회마다 창틀 및 엘리베이터 내부 청소 – 점심시간 전 구내식당 1차 청소 – 점심시간 이후 구내식당 2차 청소 등

본인 구역 내에서 계속해서 동일 업무가 반복이라 크게 어려운 것은 없어 보였다.

다만 어두운 부분이라면 일찍 출근을 해도, 늦은 퇴근을 해도 연장 수당은 일정 금액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정당히 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여기서 계속 일만 하면 된다.

직무가 기재되어 있는 화이트보드에 고층에 있는 회장실 / 회의실 등 주 그룹 임원들의 방을 청소하는 담당.

그것이 영의 첫 번째 목표다 우선 저 업무를 담당해야 그들의 내부 사정을 더 알 수 있다.

그날이 올 때까지는 영은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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