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96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96화 / S#1 구실동 한강대학성림병원 [밤] ————-
성아 :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다들 이렇게 병원에 모여있을 수는 없잖아. 엄마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고 우선 내가 병원에 있을 테니까 다들 집으로 돌아가.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오빠한테 연락할게"
윤혁 : "아니에요 고모. 제가 있을게요. 갑작스럽게 오시느라 아무것도 준비 못하셨을 텐데 저는 양희실징님한테 연락해서 물건들도 챙겨 달라고 이야기해놓으면 되니까 아버지도 얼른 돌아가세요"
성호 : "…내가 있을게. 성아. 내가 했던 말 기억나지? 내가 자리 비우는 동안 맡아주겠다고 한 거. 그러니 내일부터 당장 자리 맡을 준비하고, 윤혁이 너도 출근해."
성아 : "오빤 이 상황에서 회사 생각이 들어?그리고 오빠가 회사에 가고 내가 남아있는 게 맞는 거지 왜 나보고 가라고 해. 난 싫어"
성호 : "크게 다치신 것도 아니고 사고충격에 정신을 잃으신 것이니 금방 일어나실 거야. 그리고 어머니 일어나셨을 때 너랑 나랑 둘 다 제정신 아닌 상태로 있으면 좋아하시겠어? 그리고 우리는 우리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아버지 유지 안 지킬 거야?"
성아 : "…"
윤혁 : "하지만 아버지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요. 필요한 것 있으시면 제가 당장 챙겨올 테니까 우선 기다리세요. 병원에 누가 있을지는 천천히 결정해도 괜찮아요.그리고 아버지 병원에 계시는 거 누가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소문나는 건 금방인데 다시 생각해보세요."
영 :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제가 양희 실장님께 연락드려서 우선 간단한 물품 챙겨와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모두의 시선이 영에게 향했다.
영 : "누가 있으시던지 오늘 잠자리부터, 내일 아침 사용할 세면도구까지 필요한 것들은 우선 간단하게라도 챙겨와 달라 말씀드렸으니 조금 있으면 도착하실 거예요."
윤혁 : "(영의 어깨를 잡으며) 고마워요 영 이씨."
성호 : "그럼 우선 내 말대로 하고, 모두 돌아가 성아 너는 내일 바로 내 사무실로 출근하고 수 현 이에게 예정되어있는 일정부터, 처리해야 할 것들까지 모두 내용 듣고 그대로 실행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하고, 나도 일이 있으면 연락할 테니까. 그리고 내가 꼭 필요한 일정이 있다면 그때 나랑 교대하는 걸로 하자. 크게 사무실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언제든 와도 좋고. 그럼 되었지?"
성아 : "무슨 말인지 알겠어…그럼 바로 연락해줘."
윤혁 :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퇴근하는 길에 들를게요."
그렇게 성호와 수현만 병원에 남겨놓고선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윤혁은 출근을 해야 하기에 억지로라도 잠자리에 들었지만, 영은 통 잠이 오질 않았다.
윤혁의 잠자리를 한번 점검해주고선 창문 가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줄기가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달도 먹구름에 가려져 일부밖에 보이지 않아 더욱더 어두운 밤이었다.
영의 달 – 96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잠을 이루지 못한 영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오르는 윤혁을 배웅해주고선, 대문에서 바로 별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조리실에 들어선 영은 간단하지만 따듯한 미역국과 식어도 나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반찬들과 밥을 보온 도시락통에 담기 시작했다.
음식냄새들이 속을 불편하긴 했지만, 꾹 참고 음식들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양희 : "내가 다 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병원에 한 번 더 다녀오면 되니까 제발 좀 가만히 집에 좀 있어"
영 : "저도 이 정도 간단한 것쯤은 할 수 있는데요 뭘. 실장님도 어젯밤에 급하게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좀 더 쉬세요."
양희 : "그게 내 할 일인데 뭐. 너 진짜 괜찮겠어? 아직 손에 반창고가 그대로인데"
영 : "(손을 바라보며) 이 정도 상처야 며칠 있으면 금방 나아지니까요. 목도 이제 괜찮은 것 같아서 스카프도 풀었어요. 어차피 저도 병원에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
양희 : "왜? 어디 아파?"
영 : "영양제 처방받으러 오라고 연락 왔었는데 저도 까먹고 있었거든요. 윤혁씨 퇴근할 때쯤이면 병원도 진료가 끝날 시간이라. 제가 다녀오려고요. 정말 일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양희 : "그럼 알겠어. 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방에 가서 조금만 더 쉬다 오련다. 아휴 하품 나. 조심해서 다녀오고. 갔다 와서 설거지는 하지 마"
영 : "네 그럴게요."
영의 달 – 96화 / S#3 구실동 한강대학성림병원 [낮] ————-
사실상 병원에 볼일이 있다는 것은 영의 작은 거짓말이었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허미의 상태가 걱정되기도 했고, 혼자 있을 성호가 걱정되기도 했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한 영은 누가 볼세라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허미의 병실까지 직행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수현과 마주쳤지만,
수현은 나지막이 '다음에 봐요'라는 말을 남기고 영이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수현도 어젯밤 정신없었을 텐데 항상 봤던 말끔한 모습이었다.
영은 병실 앞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선 들어갔다.
금방 수현이 병실에서 나오는 길이었을 텐데 허미 외에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위에 챙겨온 도시락과 신문 그리고 윤혁의 책꽂이에 있던 책 몇 권과 거실에 있던 노트북 가방을 올려놓았다.
그리고선 허미의 옆으로 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듯한 허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간호인 침대에는 영의 부탁으로 양희가 가져온 담요가 접혀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성호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샤워를 하고 온 듯 머리가 젖어있었다.
성호 : "이른 시간에 어떻게"
영 : "아, 식사도 하셔야 할 것 같고 그리고 집에서 몇 가지 물품 좀 더 챙겨왔어요. 책이랑 노트북 같은 거"
성호 : "고마워. 이리와 앉아. 아직 차도는 없으셔"
영 : "네…"
영은 성호가 소파에 앉자 보온 도시락통을 열어 밥과 국을 펼쳐 놓았다.
영 : "식사하세요. 우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만 준비해왔는데 드시고 싶으신 것 말씀하시면 가져다 드릴게요."
성호 : "병원 구내식당에서 먹어도 되는데 고마워 잘 먹을게."
성호는 밥을 한 숟가락 먹으려다 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영 : "아, 불편하시죠. 나가 있을게요. 다 드시면 불러 주세요."
성호 : "아니야, 밥은 먹고 온 건가 해서"
영 : "전 이제 집에 가서 먹으려고요. 아직 생각이 없어서 먹지 않고 왔어요."
성호는 말없이 밥을 한 숟가락 퍼서 영에게 건넸다.
영 : "괜찮은데…"
영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미동도 없이 숟가락을 들고선 영을 쳐다보고 있는 성호의 눈빛에 얼떨결에 숟가락을 받아 들었고,
성호는 그 위에 반찬을 올려주었다.
그렇게 영이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자 성호는 다시 숟가락을 가져가 밥을 숟가락 위에 올렸고
그렇게 말없이 어색한 둘의 식사가 계속되었다.
그렇게 도시락통이 벼서, 성호가 마지막 한입까지 다 씹어 삼키는 것을 보고선 영은 도시락통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 : "전 그럼 이만 다시 돌아가…"
성호 : "의사 선생님을 좀 뵙고 와야 하는데 병실을 좀 지켜줄 수 있을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영 : "네 그럼요 다녀오세요."
성호 : "고마워"
그렇게 성호는 병실을 나갔고 영은 허미의 옆 의자에 앉았다.
찬찬히 허미를 지켜보던 영은 손과 턱에 남아있는 작은 상처들과 반창고 때문에 얼룩져진 피부를 보고선 화장실에 가 손수건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 천천히 닦아내기 시작했다.
허미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람이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렇게 큰 위압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병실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에 의존에 있는 것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렇게 허미의 손을 닦고 있는 와중 노크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
간호사 : "안녕하세요."
영 : "어… 안녕하세요 간호사님"
간호사 : "오늘은 산부인과에서 안 뵙고 여기서 뵙네요."
영 :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간호사 : "교수님께서 연락이 오셨더라고요. 영이님 여기 계시다고 다치셨다고 하시던데 한 번 볼까요?"
산부인과 주치의를 만날 때마다 항상 옆에서 케어를 도와주던 영과 일면식이 있던 간호사가 갑작스럽게 허미의 병실로 찾아왔다.
영 : "다친 곳이 없는데…"
간호사 : "그럼 제가 한번 볼까요?"
천천히 영의 목부터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은 손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소독도 하고 반창고도 새로 갈아주었다.
간호사 : "목에 멍은 붓기 없이 잘 빠진 것 같아요. 관리 잘하셨어요. 아이고 손은 생각보다 상처 부위가 넓네… 그래도 상처가 얕아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이쪽으로 오실까요?"
간호사는 영을 데리고 간호인 침대로 향했다.
영 : "어, 아니에요. 제가 계속 병실에 있을 건 아니라서 지금 잠은 자지 않을 거에요."
간호사 : "영양제 놔드릴 거예요. 지난번에도 선생님께서 맞고 가라고 하셨는데 그냥 가셨다면서요. 오늘은 꼭 놔드리고 했으니까 편하게 누워서 꼭 맞으세요."
영 :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저, 곧 집에 가봐야 하는데"
간호사 : "교수님이 얼마나 걱정하시는데요. 이리 오세요. 오늘 식사는 하셨어요?"
영 : "네…방금"
간호사 : "1시간 정도 걸리니까 누워계시고, 시간 다되면 저나 다른 간호사가 와서 빼 드릴 테니까 억지로 빼지는 마세요."
영 :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영은 생각지도 못하게 침대에 누워있게 되었다.
성호가 곧 올 텐데 이렇게 누워있어도 되는 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선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영 : ' 원래 이렇게 천장이 높았던가? 원래 이렇게 여기 공기가 무거웠었나? 건조한 것 같기도 하고, 내일 올 때는 가습기를 가져와야겠다. '
영은 멍하니 병신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