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92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92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경자의 말 한마디에 허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미 : "아무래도 우리 강 여사님이 젊은 사람이 야박한 대우를 받는 걸 봐서 마음이 많이 어지러우신가 봅니다. 집안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죠. 그런데 비유가 너무 부적절하셨습니다.
우리 윤혁이가 어디 가서 그런 대접 받을 아이이겠습니까. 누구 아들이고 누구 손주인데요. 아무래도 잘못한 것이 있어 훈육하려던 상황이었을 수가 있으니 그냥 넘어가시지요. 더는 하시면 저도 꽤 불편합니다.
자 다들 인사하거라 성호는 몇 번 본 적 있지? 여기 강 여사님은 우리나라에서 손꼽은 현금부자 중 한 분이시다. 우리나라에서 현금 융통하려면 모두 강 여사님을 찾아간다는 말이 있지. 우리 집처럼 재산이 부동산,주식,채권으로 있는 것과는 결이 다르신 분이야. 일찍이 밖았분을 여의시고 혼자 맨손으로 대부업계를 주무르신 아주 대단한 분이시다. "
윤혁 :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우리 동네에 할머니 친구분 계시다고 하더니 처음 뵙겠습니다! 주윤혁 입니다!"
경자는 밝게 인사하는 윤혁을 가볍게 무시하고선 손가락으로 영을 가르쳤다.
경자 : "손주며느리지요? 손주며느리가 잘못한 것이 있기로서니 얼마나 사람을 천하게 보고 있으면 시어미란 사람이 며느리 훈육을 길바닥에서 한다우니까?"
미 : "그만하시라 말씀드렸는데 왜 자꾸 이러시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 땐 새벽이슬이 다 마르기도 전에 시부모님 방문 앞에서 물 한 바가지 떠다 무릎 꿇고 언제 일어나시려나 기다리던 때를 살았는데 이 정도 훈육이야 있을 수 있지요. 남이 보기엔 과할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 또한 저희 집안의 일이입니다."
경자 : "저 아이 제 손녀입니다. 그래도 제가 참아야 합니까?"
미 : "강 여사…그게 무슨…"
경자 : "이제 제가 하고 싶은 말해도 상관없겠지요? 저 아이 제 손녀입니다. 내 저 아이를 치마폭에 감싸놓고 키우진 않았지만 내 한쪽 팔을 도려낸다 해도 아깝지 않을 손녀란 말입니다. 어떤 할머니가 손녀가 시집간 집에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는데 화가 일어나겠습니까.
예. 손주 분은 어디 가서 이런 취급을 받지 않을 사람이라고요. 내 손녀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보니 며느님분이 천하디천하다 생각해 막 대하나 본데 이렇게 살고 있을 줄 알았으면 내가 더 빨리 찾아올 걸 그랬습니다. 둘이 알아서 잘한 결혼이겠거니 하고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이러시는거 아닙니다.
저 아이가 심성이 너무 착해 모진 말을 들어도 내 할머니가 누구요. 라고 말을 안 꺼내고 때리면 때리는 데로, 막말을 쏟아내면 쏟아내는 데로 다 삼키고 산 모양인데 배울 만큼 배운 집에서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 건 아니지요.
좋은 자리 망쳐 미안하지만 자리는 이쯤에서 끝내고 내 손녀 데리고 우리 집 가서 밥 좀 맥 여야겠습니다. 일어나라"
경자는 영을 쳐다보며 매섭게 이야기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 : "하..할머니"
경자 : "일어나 어서"
영이 우물쭈물 거리자 경자는 직접 영에게로 다가와서 영을 끌고 일어났다.
윤혁도 어영부영 따라 일어나서 영과 경자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미 : "하하. 하하하 그럼 그렇지 우리 윤혁이가 사람 보는 눈이 탁월했구나. 아주 작은 보물 같은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 거야.아주 장해. 아주 장하다."

영의 달 – 92화 / S#2 고은동 경자의 집 [밤] ————-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자의 차를 타고 셋은 함께 이동했다.
성호의 집만큼이나 높은 담벼락을 자랑하고 있는 경자의 집 대문이 열렸고 영과 윤혁은 조심스럽게 경자를 따라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경자는 곧바로 어디론가 사라졌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영과 윤혁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
너무나 공허해 바람들이 벽에 부딪히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집이 클수록 집안에 단 한 사람이라도 사람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큰 듯했다.
어딘가 다녀온 경자의 손에는 작은 약 상자가 들려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영의 옆에 앉아 손과 팔에 난 경자의 연고를 발라줬다.
경자 : "진형이 어렸을 땐 허약함 때문인지 덤벙거리는 것 때문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팔다리에 상처가 생기곤 했다. 그러다 대학에 가서도 여기저기 다치고 긁혔는지 기숙사에서 집으로 올 때마다 온몸이 멍과 상처투성이였지.
그런 아들을 보며 내가 잘못 키웠나, 어미 혼자 키운다고 기본적인 체력도 못 키워줬나 싶었는데 아니더구나 항상 남을 위해 다친 것이었었어.
친구가 넘어질 때 손잡아주다 같이 넘어지고 어리바리한 동기가 선배들한테 구타를 당하면 편을 들어주다 같이 구타를 당하고 그렇게 바보같이 착한 놈이었는데 너도 그렇게 남 위하다 네 몸 하나 건사 못하는 거냐?"
영 : "제가 큰 실수를 해서 아마 화가 많이 나셨을 거에요. 평소엔 그렇지 않으세요."
경자 : "얼마나 큰 실수를 했기에 사람을 위험한 차도로 밀어붙여"
윤혁 :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할머님. 첫 만남이 이런 상황에서 뵙는 거라 너무 죄송하네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경자는 윤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경자 : "주씨 집안에 대해서는 나도 알만큼은 알지. 자네 할머니인 허 미여 사가 유독 사람 신분을 가리고, 귀천을 가리긴 하지만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며느리는 잘못 들여온 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곤 했지. 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네 "
윤혁 : "아닙니다. 오늘 보신 그분 제 친어머니가 아닙니다. 새어머니세요. 저도 그분 하시는 행동에 항상 의문이고요.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제가 항상 영 이씨 곁에서 지키고 있는데 오늘 제가 없는 사이 이런 일이 일어나서 저도 매우 속상합니다."
경자 : "새로 얻은 며느리라는 것쯤은 나도 알지. 그래도 밖에선 조용히 얌전히 앉아있길래. 팔려온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나 싶었는데, 호랑이가 자리를 비우면 활개를 치는 여우인가 보구만"
윤혁 : "혹시 제 친어머니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윤혁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경자는 한참이나 윤혁의 눈을 응시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경자 : "내가 하는 말은 자네 친모를 알기 때문에 새며 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야. 한동네 살기에 분명 담 넘어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이후에 결혼식을 올린다기에 속도위반이라도 했나 싶었지.
그런데 오가며 몇 번 스쳐 지나는데도 딱 봐도 애를 낳은 여자의 행색이 아니기에 아기엄마는 따로 있고, 며느리는 새로 들여 앉혔구나 생각한 것이지."
윤혁 : "저도 별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본 거였어요. 제가 괜히 불편하게 해드렸네요."
영 : "어디 가시는 길이셨어요?"
경자 : "집에 오는 길이었지. 왜 내가 그 집 앞을 기웃거리기라도 하는 줄 아니?"
윤혁 : "아무튼 영이 씨에게 할머니가 계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결혼식장에서도 못 뵈었었어, 항상 만나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서 저는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종종 찾아봬도 괜찮을까요?"
경자 : "도련님이라 세상 먼지 하나 먹고 자라지 않아 뭐든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며 사는 편인가 보구먼. 오늘 상황으로 봐서 내가 자네 얼굴을 보고 싶을까? "
윤혁 : "이번 일은 제가 책임지고 넘어가겠습니다. 많이 노여우시겠지만 조금만 화를 풀어주세요 할머님"
영 : "윤혁씨가 잘 못한 것 없어요. 다 제가 저지른 일이고요. 그런데 할머니는 전혀 놀라지 않으시네요."
경자 : "어떤 부분을 놀라야 하는 거니. 네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집에 시집간 거? 아니면 천대받고 있는 거."
영 : "뭐든지요. 물론 관심 없으실 것 알고 청첩장도 따로 보내지 않은 것은 제가 맞지만. 그래도 제 편을 들어주시기 전에 제가 그 집에서 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바로 그 집 식구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시는 것 같아서요.
윤혁씨 할머님께도 손주며니리가 맞느냐 물어보시지 않고 바로 손주며느리이지 않느냐라고 확정 지어서 이야기하신 것도 그렇고요"
경자 : "그래 영이 네 말이 맞다.결혼한다는 메모를 보고선 누구와 결혼하든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관심도 없었지. 그래도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야겠다 싶어 구두를 보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서 진형이냐 나오더구나.
어린 널 품에 안고선 나에게 '우리 공주님 시집 안 가고 평생 나랑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이 만큼은 아픔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하더구나. 너무 생생해서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 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리고 나선 사람을 붙여서 어느 집에 시집갔는지 알아봤지.
사실 놀랐다. 어떻게 그 집에 시집갔는지. 그리고선 결혼생활이 평탄하진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오늘 보아하니 내 생각대로 인 것 같구나"
영 : "솔직히 잘사는 모습 언젠가는 보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이런 모습 보여서 저도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많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윤혁씨도 회장님도 저에게 모두 잘 해주시거든요."
경자 : "걱정은 안 한다만, 그래도 다행이구나. 시집가서는 남편 말고는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법이거든. 무리해서 날 찾아올 이유는 없다. 아마 네가 내 손녀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당장 집으로 달려가면 대우가 달라질 테니.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락은 해라. 한번은 내 도움이 필요한 날도 있겠지"
영 : "할머니 도움 필요 없게끔 잘 살게요. 저도 할머니 이름 팔아서 살고 싶진 않으니까요.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경자 : "궁금한 거?"
영 : "작은 아빠…혹시 연락하세요?"
경자 :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내가 진성 이하고는 연락하지도 말고 궁금해하지도 말라고 이야기 안 했나?"
영 :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에요. 할머니는 혹시 연락하고 계시는지, 혹시라도 소식들은 게 있는지 싶어서요."
경자 : "(크게 한숨을 내쉬며) 안타깝게도…없구나. 무슨 소식을,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내 아들은 내가 챙길 테니 크게 신경안 썼으면 좋겠구나."
영 : "혹시나 연락을 하시게 된다면 제가 꼭 만나고 싶다고, 할 말이 있다고 전해주세요."
경자 :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하마"
그렇게 영과 경자의 냉랭한 대화가 오간 후 영과 윤혁은 경자의 집에서 나왔다.
다시 돌아가기까지 걸어가기로 한둘은 손을 맞잡고 산책하듯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윤혁 : "왜 할머님 얘기 자세하게 안 했어요?"
영 : "사실 저도 몰랐어요.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이 동네 살고 계시다는 것도 안지 오래되지 않았고요. 할머님하고 아는 사이인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윤혁 : "그나저나 할머님 정말 카리스마 최고시네요."
영 : "정말 사이 안 좋은 거 티 나죠? 아마 오늘 그렇게 할머니를 마주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모르는 척하고 지내셨을 분이에요. 최소한 제가 아는 선에서는요."
윤혁 : "그래도 영이 씨라는걸 인식하시자마자 차에서 뛰쳐 내리셨잖아요. 아닌척하시면서 많이 신경 쓰이실 거에요. 물론 어디서 오시는 길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할머님댁 가려면 우리 집 앞 지나가는 길은 좀 돌아가는 길이거든요. 아마 알게 모르게 많이 신경 쓰고 계셨을 거에요."
영 : "…그럴까요"
윤혁 : "그럼요. 가족이잖아요 가족."
영 : "그럼 다행이고요…"
윤혁 : "(영의 손을 더 꼭 잡으며)그리고 나도 영이 씨의 가족. 할머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 거니까. 항상 날 믿어요"
영 : "지금도 믿고 있어요."
윤혁 : "자, 그럼 마귀할멈들이 있는 곳으로 얼른 가볼까요?"
영 : "마귀할멈들이요?"
윤혁 : "맞잖아요. 우리 할머니도 그렇고 영 이씨 이렇게 다치게 한 사람도 그렇고. 저 절대 가만 안 둘 거예요."
영 : "그래도 어른들 앞에서 너무 막 대들지 말아요. 나까지 눈치 보여요"
윤혁 :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전 절대 못 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