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8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88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영과 윤혁이 방으로 올라간 뒤 식탁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강주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고, 성호는 그런 중주를 선 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강주 : "안 먹을 거면 들어가고, 먹을 거면 앉아요. 계속 거기 서서 뭐하게? 할 말 있어요?"
성호 : "당신은 할 말이 없어? 저 상태를 보고서도? 아직 처제도 나한테도 연락 한통 없었어. 이게 맞는 거라 생각해?"
강주 : "그럼.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내가 쟤한테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지금 병원에 앓아누워있는 애가 연락할 겨를이 있겠어요?"
성호 : "그래 병원. 아프다고. 핑계도 좋다. 당신은?어른이라면 말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괜찮으냐,미안하다,꼭 데려와 사과시키겠다. 이런 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 근데 뭐? 일부러 그랬다고? 내가 알고 있던 당신이 맞나 싶을 정도야. 왜 이렇게 사람이 꼬였어. 내가 당신을 잘 못 알고 지금껏 살았던 거야?"
강주 :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신다.) 하… 그럼 당신은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에요. 내가 중주 대신 쟤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이렇게까지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런다고 네 마음이 풀릴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책임 내가 지겠다. 이렇게 자존심이고 뭐고 다 짓밟혔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성호 : "사람이 죽을뻔했어. 사람이! 지나가던 사람도 아니고 우리 식구야. 가족한테 자존심이 어딨어. 그리고 사과하는데 자존심 얘기가 왜 나와. 그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야?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는 게 진짜 사람의 도리 아니야?"
강주 : "도리? 당신은 그렇게 도리 지키고 사느라고 죽은 사람 산사람 구분도 못 하고 붙잡고 살아요? 그런 게 도리라면 난 인간의 도리 같은 거 없이 살래요. 뭐하러 그렇게 살아? 난 내가 사과 절대 못하고 직접 가서 중주를 끌고 오던지, 중주 앞으로 데리고 가던지 알아서 해요."
성호 : "그렇게 내 동생 내 동생 하면서 팔 안으로 끼더니. 사고 치니까 이제 남이란 듯이 행동하네?"
강주 : "말했잖아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 왜 내가 내 자존심과 자존심까지 뭉개야 하냐고"
강주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를 한번 노려보고는 방으로 들어갔고, 성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강주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
다음 날 아침 윤혁의 만류에도 영은 일찍 일어나 윤혁의 출근을 배웅했고, 휑한 식탁을 보고선 방으로 올라가 다시 잠을 청했다.
자꾸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일어난 영은 병원에서 받아온 여러 가지 영양제를 보며, 약이라도 챙겨 먹어야겠다 생각하며 일어났다.
조리실로 가서 약 먹기 전 간단히 뭐라도 챙겨 먹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 이였다.
이쯤이면 강주도 점심을 이미 먹었을 것이고 거실에 누군가만 없다면 눈치 보지 않고 별관으로 갈 수 있겠다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
분명 위층에서 보았을 땐 아무도 없었는데, 1층을 내려오니 소파에 성호가 앉아있었다.
영 : "일찍 오셨네요…"
성호 : "식사는?"
영 : "아직 생각이 없어서요. 식사하셨어요?"
양희 : "(양희가 걸어오며)회장님 여기 과일 좀 드세요."
양희가 소파 앞 테이블에 과일이 담긴 접시를 내왔다.
과일을 보자 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성호 : "실장님 포크 하나 더"
양희 : "네, 알겠습니다."
성호 : "이리와 앉아."
영은 성호의 부름에 소파에 앉았고, 양희는 금세 포크를 하나 영 앞에 놔주었다.
영 : "먼저 드세요."
성호 : "난 괜찮아."
영이 먼저 포크로 사과하나를 집어 들었다.
조리실에 있는 재료로 간단히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입에 사과가 들어오니 금세 입맛이 도는 듯했다.
그렇게 영이 한두 개씩 사과를 집어 먹고 있을 때 였다.
성호는 일어나 영의 옆에 앉았다.
성호 : "목 좀 봐도 될까?"
영은 입안의 사과를 다 씹지도 못한 채 경직된 상태로 멈춰버렸다.
성호는 영의 목에 둘려있던 스카프를 천천히 푸르고선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멍 자국을 최대한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성호의 표정에는 안쓰러움과 걱정과 화남이 공존하는 표정이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영의 목을 살펴보고 또 살펴봤다.
경직되어 침도 삼키지 못하고 있던 영이 더는 참지 못했는지 기침을 하자 성호는 그 재서야 다시 멀찍이 떨어져 않았고, 영은 다시 목에 스카프를 둘렀다.
영 : "피곤한지 계속 잠이 와서요…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기침을 크게 한 탓인지 부끄러운 마음이 얼굴이 빨개진 영은 다급히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영은 윤혁이 퇴근을 할 때까지 방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영이 일어나 1층으로 내려오면 항상 성호가 서재에서 나오거나 소파에 앉아있었다.
딱히 영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영이 정원으로 산책을 나오면 어느샌가 뒤따라 걷고 있었고
간단히 식사를 하려고 하면 잠시 서재에 들어갔다가 영이 식사가 끝날 때쯤 다시 소파로 나와 앉았다.
최대한 영이 신경 쓰지 않게 배려하는 듯 보였고,
영도 그런 성호를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강주 : "당신 안 나가봐도 괜찮은 거에요?"
강주가 소파에 앉아있는 성호를 보고선 말을 걸어와도 딱히 대답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거나 전화를 받으러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등 만 할 뿐 외출은 하지 않았다.
간간히 수현이 집으로 찾아왔기에,
수현이 오는 날엔 셋이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정원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는 등의 시간도 보냈다.
영의 달 – 88화 / S#2 윤혁의 방 [밤] ————-
평소처럼 윤혁이 퇴근하고 돌아왔기에 영은 퇴근한 윤혁의 옷을 받아주고, 씻고 나온 윤혁에게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넸다.
윤혁 : "고마워요. 오늘은 뭐 했어요? 요즘 계속 졸리죠? 원래 임신 초기에는 잠이 많이 온다니까 밥만 잘 챙겨 먹고 푹 자요."
영 : "네 원 없이 자고 있어요. 내가 이렇게 잠이 많았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회장…아버님이…"
윤혁 : "아버지가 왜요?"
영 : "출근을 안 하시는 것 같아서요. 제가 언제 일어나든 항상 1층에 계시기도 하고 수현실장님이 집으로 오시는 날도 많고요."
윤혁 : "흠… 아마 집에서 업무를 보시는 것 같아요. 그러실 때도 되었죠. 쉬시는 날도 없이 열심히 달리시기만 했으니 마음 편하게 집에만 계실 때도 된 거 같긴 해요."
영 : "그렇구나…"
윤혁 : "신경 쓰여서 그래요?"
영 : "아뇨 절대요. 혹시 어디 아프시거나 회사에 일이 있다든지 하는 건 아닌가 해서 걱정돼서 물어봤어요"
윤혁 : "회사 일은…뭐 제가 보기에는 큰일 없어 보이고. 정말 어디 몸이 안 좋으신가? 제가 기회 되면 한번 여쭤볼게요. 그나저나 온종일 우리 영 이씨 보고 싶어 죽는 줄 알 앗는데 영이 씨는 나 별로 보지 않고 싶었나 봐요? 퇴근하자마자 아버지 얘기부터 물어보고. 나는 영 이씨 온종일 뭐했나부터 물어봤는데. 요즘 연락도 뜸하고 섭섭해지려고 하는데요?"
윤혁은 장난스럽게 영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렸다.
영 : "나야 뭐 맨날 똑같은데요. 알겠어요. 당장 내일부터 우리 통화도 자주자주 해요."

윤혁의 말로는 회사의 일이 있는 것도, 성호가 특별히 어딘가 아픈 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성호는 집을 절대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수현은 물론이거니와 회사직원이 몇몇 서재로 드나드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영의 목에 든 멍이 점점 지워져 갈 때쯤 수현이 집으로 찾아온 날.
정원에서 영과 수현 성호가 모여 앉아 따듯한 햇살 아래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을 때였다.
영 : "그러고 보면 두 분 참 닮으셨어요. 키도 체격도 그리고 옷 입으시는 스타일도요."
수현 : "그래요? 전 한 번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회장님과 닮았다고 하면 저야 영광이죠! 하하"
영 : "넥타이 디자인이나 색상 고르시는 취향도 비슷하신 것 같아요.완벽하게 똑같진 않지만, 분위기가 비슷하다고나 할까?"
수현 : "이햐 그래요? 회장님과 가까이 있어서 제가 은연중에 비슷한걸 고르나 보네요. 회장님 덕에 제 눈높이가 높아졌나 봐요. 이거이거 회장님 따라 하는 사람이라고 소문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어떠세요 회장님. 회장님과 제가 비슷하다고 해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성호 : "…원래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선호하는 음식 취향까지 말이야."
수현 : "회장님 덕분에 보는 안목이 높아졌으니 이걸 감사하고 해야 하나, 제가 제 처신에 맞지 않는 안목을 가져서 슬프다고 해야 하나 난감한데요? 하하"
성호 : "김 실장이야 무엇을 입든 잘 어울리니 필요한 것 있으면 내 옷장이라도 내어주지 "
수현 : "이햐 저 정말 완전 복권당첨인데요? 회장님 여기 증인도 있으니까 나중에 다른 말 하시기 없으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밝은 기운을 내뿜는 수현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셋은 한참이나 웃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양희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성호에게 귓속말을 하고선 영을 한번 쳐다본 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수현 : "무슨 일 있으세요?"
성호 : "(영을 쳐다보며) 먼저 올라가."
영 : "지금은요?"
성호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현 : "자 햇볕도 점점 뜨거워 지는데 이제 자리를 좀 옮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