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83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83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그날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영은 유심히 강주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비록 강주가 집에 있는 순간에만 가능했지만, 계단 위에서 들키지 않게 몸을 숙이고 평소에 강주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생활방식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몸을 숙이고 있는 영을 보며 양희는 코웃음을 치며 지나갔지만, 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도 틈틈이 살펴본 강주의 모습은 아침에 일어나 무조건 생과일주스나 찬물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성호가 없는 아침 식사인 경우 아침은 무조건 가볍게 먹었다.
다만 육류는 꼭 포함되어있어야 했다.
그리고 점심에는 밥보다는 국수,우동같은 면류를 즐기는듯했다.
강주 : "실장님 나 혼자 먹는데 그냥 간단하게 우리 비빔국수 같은 거나 먹자"
그리고 저녁은 생략하거나, 먹는다면 아주 적은 양을 먹었다.
대부분은 식단에 맞춰 먹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성호나 윤혁이 함께 있을 때뿐.
혼자있을때는 짜인 식단이 아닌 항상 다른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조리실 냉장고에는 정체불명의 채소가 가득한 통이 들어있었는데 식사준비를 할 때도 그 채소들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조리실로가 그 통을 열어보니 평범해 보이는, 그저 채소들만 한가득 들어있었다.
양희 : "왜 이제 냉장고에 있는 모든 걸 다 먹어보고 평가라도 해보시게?"
영 : "항상 이 통에는 채소들이 가득 들어 있길래 뭔가 해서요. 조리할 때 쓰시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양희 : "딱 보면 몰라? 녹즙 재료들이잖아."
영 : "녹즙이요? 아무도 녹즙 드시는 걸 본적이 없는데"
양희 : "사모님 꺼야. 식사 안 하실 때는 녹즙으로 식사 대신하기도 하시니까"
영 : "건강관리에 철저하시네요"
양희 : "풉. 건강관리는 무슨 치아 때문에 밥을 못 먹으니까 그렇지. 아침마다 빵 찾고 수프 찾고,죽 찾고 왜 그러겠어? 최대한 안 씹으려고 하는 거잖아"
영 : "고기…잘 드시던데요?"
양희 : "제일 부드러운 부위만 먹는 거야. 치아는 아파도 고기는 못 참겠다 이거지. 다 가진 부잣집 사모님이 딱 그거 하나. 치아건강만 문제라니까?"
영 : "치료를 왜 안 받으시고 참으세요?"
양희 : "치과도 정기적으로 가시는데 태생 자체가. 선천적으로 잇몸도 약하고 치아도 약하데. 지나가는 말로는 어렸을 때 넘어지는 충격에도 치아가 덜렁 빠져버렸다고 그랬었나? 흠 아무튼 그래. 그 정도로 치아상태가 많이 안 좋아.
더 나이 들어서는 온종일 죽만 먹을 수도 있겠어 그것도 남들보다 빨리. 사람이 이 먹는 걸로 스트레스도 풀고 감정조절도 하는 건데 안타깝지 뭐. 그래서 매일 예민하잖아. 치통이 오면 두통이 같이 오는 것 같더라고"
그랬다. 강주는 일반사람보다 치아가 매우 약한사람이였던것이다 되짚어보면 강주는 항상 두통을 호소하며 방에 드러누워 있는 적이 많았는데 그것에도 다 치통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그러니 세상 모든 게 불평불만이고 예민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강주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이상하게 재미있단 기분을 느끼는 영 이였다.
치아와 잇몸이 약하고 통증을 자주 느껴 항상 가방에는 진통제를 넣고 다닐 정도이고, 집안에 상비약 통 중에 진통제만 따로 모아놓은 통이 있을 정도로 통증이 잦고 깊은듯했다.
이외로 더위를 너무 많이 탄다는 점과 사소하게는 주 횡 색옷이나 물건은 절대 집안에 들이지 않는 점도 있었다.
유독 찻잔,식기류에 집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위는 있지만 집안에는 마음 둘 곳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을 장식장 안의 고급 식기류들로 대신 채우는 것 같았다.
양희의 말로는 언제부터 수집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신제품이 아니라도 경매나,중고로 값어치가 높은 아이템들이 나오면 집착하듯 꼭 구매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듯 행복했다고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닌,희귀하고 특이한 것에 집착하며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장식장을 세워 보관하고 관리한다.
영 : "(찬장들을 둘러보며) 이 수많은 접시와 찻잔들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보기엔 예쁘고 아름답지만 갇혀있는…누군가 닦아주고 찾지 않으면 절대 열리지 않는 문안에"
영은 장식장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이질감과 함께 강렬히 눈에서 빛이 나는 여자가 보였다.
영 : '안강주…당신을 죽일 순 없겠지만. 죽을 만큼 힘들게 할 순 있겠지. 내가 온 힘을 다해 나 자신을 불태울 각오를 한다면 말이야. 기대해도 좋아. 하루하루가 100시간인 것처럼 힘들게 해줄게’

영의 달 – 83화 / S#2 J.U. 호텔 [낮] ————-
그렇게 며칠이 지나 영과 윤혁의 두 번째, 공식적으로는 첫 번째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결혼식 준비로 온 가족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성아 : "초대장과 명단 제대로 확인하고 입장시키고, 혹시나 우리 허 여사님 모습 보이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줘요. 내가 자리에 없으면 회장님께. 아니 나한 태만 하자. 무슨 이슈사항이 생길지 모르니까 모두 긴장상태 유지하세요. 신랑,신부 동시 입장 동선 체크 한 번만 더 해보자."
아침일찍부터 호텔로 곧바로 출발한 성아는 마지막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성아의 배려인지, 윤혁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결혼식장 내부는 신랑,신부측 하객을 나눠 자리배치를 한 게 아니라 일반 행사장식으로 꾸며놓았다.
혼주석도 따로 마련치 않았다.
영은 아침 일찍 일어나 메이크업과 머리카락을 마치고 드레스를 입고 신부대기실에 앉아있는 영은 이상하게 손이 떨려 손에 힘을 꽉 쥐고 있었다.
윤혁과 성호는 하객 맞이 때문인지 영보다 일찍 집을 나섰는데,
영이 신부대기실로 들어올 때까지도 만나지 못했다.
금성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금성에게 양해를 구하고 금성은 따로 초대하지 않았다.
금성도 부담스럽다고 하기도 하였고, 형식적인 결혼식이라 하니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으려니 너무 공허하기도 했다.
영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신부대기실로 따로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때 갑자기 신부대기실 문이 열렸다.
수현 : "오랜만!"
영 : "실장님"
수현 : "어, 일어나지 마요. 원래 신부는 누가 와도 일어나는 거 아니고 앉아서 최대한 예쁘게 있으면 되는 거에요. 꼬리 깃털 자랑하는 공작새처럼 허리 피고! 목 세우고!"
영 : "실장님은 덕분에 긴장감이 많이 풀리긴 하네요. 감사해요."
수현 : "흠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 결혼식인데 그렇게 긴장돼요? 희한하네"
영 : "누가 들으면 결혼 두 번 한 줄 알겠어요!"
수현 : "제가 수많은 결혼식을 다녀봤는데 두 번,세번 결혼하는 거? 요즘 세상엔 흉 아니에요. 오히려 능력이지 능력"
영 : "(크게 웃는다.)실장님도 참"
윤혁 : "왠지 모르게 질투가 나는데요?"
영 : "윤혁씨!"
수현 : "신랑분 오셨네요."
윤혁 : "영 이씨 오늘 정말 예뻐요. 최고!"
성아가 마련해준 예복을 입은 윤혁의 모습도 매우 멋졌다.
수현 : "영 이씨 혼자 있는데 너무 적적한 것 같아서 그냥 잠시 말동무 해드렸죠. 신부대기실이 너무 휑 하더라고요? 오늘의 주인공인데"
윤혁 : "아마 고모가 아무도 못 들어가게 했을 거에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신다고요."
수현 : "(윤혁에게 귓속말을 한다.)왕 사모님은 오셨어요?"
윤혁 :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아마 안 오실듯해요. 그래도 내심 자리는 하시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죠. 나중에 따로 저만 찾아가 뵙던지 해야 할 거 같아요."
수현 : "그렇구나. 흠 그럼 오늘 결혼식 마음껏 즐기시고, 저는 이만 빠져 드릴게요."
윤혁 : "영 이씨 이제 곧 우리 들어갈 차례에요. 밖에 마무리만 하고 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요!"
그렇게 윤혁과 수현이 밖으로 나갔고, 영은 호텔 측 직원이 찾아와 이제 입장을 한다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을 도와줄 때까지 두는 거리고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윤혁 : "(문을 열고 들어오며) 영 이씨 준비되었어요?"
영 : "네!"
영은 그렇게 윤혁의과팔짱을 낀 채로 천천히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결혼식장의 큰 문앞까지 걸어갔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있는 영과, 활짝 웃고 있는 윤혁.
그 둘이 문앞에 도착하자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박수 세례를 받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긴장하고있는 영을 윤혁이 눈치챘는지 팔짱을 끼고 있는 영의 손을 다른 손으로 잡아주며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박수소리를 요란했지만 하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근엄한 표정이었다.
윤혁 보다는 영을 집중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천천히 계단을오르고 버진로드를 걸어나갔다.
버진로드의 끝인 단상앞에 도착하자 박수소리가 멈췄다.
결혼식 진행을 도와주는 행사진행관계자가 지시에 따라 영과 윤혁은 마주 보고 서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옆으로 돌아 하객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박수가 쏟아졌다.
영과 윤혁이 다시 단상 쪽을 바라보자 성아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성아 : "안녕하세요. J.U.의류 주성아 대표입니다. (짧은 묵례와 하객들의 박수소리) 귀중한 시간을 내어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모든 하객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의 결혼식은 조금은 특별합니다. 주례도 축가도 신랑 신부의 혼인서약서 낭독도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형식적인 결혼식보다는 이 두 사람이 정식적으로 부부가 된 것을 여기 모이신 하객분들께 공표하고 축하를 받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모여주신 분들께서는 정말 마음을 다해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이 두 사람을 축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오늘 J.U.의류대표가 아닌 제 조카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기 계신 많은 인생선배님께서 이제 갓 태어난 어린아이들을 보는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신다면 저까지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말씀드린 것처럼 지루한 주례나, 낀 채로 축가는 없지만, 그것보다 더 지루하거나,눈물이 나올 수 있는 인생선배들의 편지낭독 시작을 낀 채로. 첫 번째 순서는 공교롭게도 저..네요."
영,윤혁 : "(놀라며 서로 쳐다본다.)"
성아 : "(행사진행 관계자에게 큐카드를 전달받는다.) 내 소중한 조카 윤혁이와 윤혁이를 인생의 반려자로 선택해준 고마운 영 이에게."
그렇게 성아의 편지낭독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둘의 행복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에 영은 왠지 마음이 뭉클했다.
그렇게 성아를 시작으로 깜짝 초대손님인 윤혁의 중학교 담임 선생님과 첫 번째 결혼식엔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던 윤혁의 친구가 등장하자며 진지하게 조언을 듣기도 하고 온 하객들과 함께 유쾌하게 웃는 시간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