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77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77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윤혁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영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병원에서 깊게 잠을 자고 일어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하염없이 배를 만져보며 이게 현실이 맞는지 계속 되새겨 보았다.
사실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을 결심한 계기도, 윤혁을 사랑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은성을 위해서였고 현재도 강주에게 수많은 잔소리와 미움을 받고 있지만 잠시 겪는 고난일 뿐, 언제든 강주를 입 다물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렇게 때문에 남들처럼 행복한 신혼생활이라기보다는 영은 그저 마지막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생긴 아이였기에 어리둥절한 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영 : "앞으로 어찌하면 좋을까. 너는 세상에 나오게 된 게 좋으니? 난 잘 모르겠어. 내 말이 들리지는 지 모르겠지만. 우선 잘 지내보자."
영은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윤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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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리고 윤혁이 일어나 씻으러 화장실로 간사히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서 꽤 생기를 찾은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윤혁이 나올 때 즈음 맞춰 이불을 정리하고 셔츠와 양복을 꺼내 편하게 입을 수 있게 정리를 해두었다.
윤혁 : "앞으로 이런 것도 제가 할 테니까 영이 씨는 자고 싶으면 더 자고, 아침 먹고 싶지 않으면 안 먹어도 상관없어요."
영 : "어제 푹 쉬어서 그런가 졸리지도 않고, 약간 배도 고픈 것 같고 그래요."
윤혁 : "다행이다. 혹시나 먹고 싶은 것 있으면 꼭 이야기해요."
영 : "네 알겠어요. 얼른 내려가요 다들 기다리실 거예요."
식당으로 들어서니 강주 홀로 식탁에 앉아있었다.
강주 : "왔니?"
영 : "네,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강주 : "하루 이틀 병원에서 쉬다 올 줄 알았는데 일찍 왔구나?"
영 : "네 걱정하실 것 같기도 하고, 집이 편해서 어젯밤에 왔어요."
강주 : "그래"
그때 성호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영 : "안녕히 주무셨어요."
성호 : "축하해요."
성호는 어디서 났는지 큰 꽃다발을 영의 품에 안겨주었다.
새빨간 장미가 가득한 꽃다발이었다.
윤혁 : "와 아버지 어디서 나신 거에요? 저도 꽃다발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영 : "…감사합니다."
성호 : "앞으로 항상 뭐든지 조심하고, 혼자서 이동하는 일은 없도록 해요. 윤혁이 네가 시간 날 때마다 항상 챙기고"
윤혁 : "네! 걱정 마세요"
강주 : "유난은…"
영 : "전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필요한 게 있으면 윤혁씨한태 이야기할게요."
윤혁 : "그나저나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은 언제 해요? 한 달 정도 뒤에 날짜 잡아 말씀해주신다더니 시간이 꽤 흘렀는걸요? 영 이씨 배 불러오기 전에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강주 : "그러게. 배불러서 웨딩드레스 입는 것만큼 볼썽사나운 것도 없는데"
성호 : "…"
윤혁의 물음에도 성호는 답이 없었다.
윤혁 : "설마, 안 하실 계획이신 건 아닌 거죠?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치루긴 해야 한다면서 노발대발하시더니 이제 아이까지 생겼는데 숨겨 키우라는 말씀하실 건 아니죠?"
성호 : "어머니께 말씀드리마."
윤혁 : "아 뭐 굳이 안 해도 된다고 하면 저희야 좋죠. 주변 분들께 비밀리에 식구들끼리 했다고 말씀드리세요. 안씨 집안 쪽에도 이야기하시고요."
강주 : "(매섭게 성호를 쳐다본다.)"
양희 :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성호가 영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한 아침 식사는, 윤혁의 결혼식 발언에 급작스럽게 냉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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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 "아마 가장 좋은 날짜를 잡아주시려고 하시는 거겠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회장님. 윤혁씨 저는 괜찮아요."
윤혁 : "우리가 무슨 하라는 데로 다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안 해도 괜찮으니까 결정되는 사항 있으시면 바로 이야기해주세요. 앞으로 저희도 아이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하느라고 바빠질 것 같으니까요. 아, 아이가 생겼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면 빨리 날짜 잡으시려나? 제가 연락드릴게요."
성호 : "기분 좋은 날 아침인데 소란피우지 말고 조용히 식사하자"
윤혁 : "이게 왜 소란이에요? 좋은 소식 할머니께 알려 드리려고 하는 건데"
영 : "윤혁씨 그만하고 얼른 밥 먹고 출근해요. 조금만 더 지체하면 늦겠어요. 얼른 요."
영은 급속도로 어두워진 성호의 얼굴을 보며 윤혁을 만류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윤혁의 감정이 갑자기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성호는 심기가 많이 불편해졌는지 식사를 반쯤 남기고선 인사도 없이 곧바로 회사로 출발을 했고,
윤혁은 영의 옆에 한참을 붙어있다가 영이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윤혁의 배웅을 마치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서자 강주는 흘깃 쳐다보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였다면 별관으로 달려가 먼지를 털었을 테지만 강주가 어떻게 나오나 보고 싶어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윤혁의 방으로 올라갔다.
강주가 소리를 지르거나 따라오지는 않는듯했다.

영의 달 – 77화 / S#2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낮] ————-
사무실에 도착한 성호는 거칠게 겉옷을 옷걸이에 걸어놓고선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두통은 없었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속이 메스꺼운 듯도 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모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호 : '어머니 우리 결혼식 올려야 해요. 아이까지 생긴 마당에 언제까지 모른 척 하실 건가요. 해도 해도 너무하세요.'
미 : '쯧쯧. 결혼식이 뭐가 중요하다고 난리인 거야. 애 낳고 해도 충분하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결혼식이야. 후계자로서 입지를 세워야 할 시기에 결혼식이라는 쓸데없는 곳에 시간 쓸 수 없다.'
성호 : '어머니는 저 사람 안쓰럽지도 않으세요? 아이를 낳아도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아야죠. 저렇게 둘 순 없어요. 같은 여자로서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미 : '저 아이가 선택한 일이다. 너랑 한집에서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저 아이에겐 크나큰 복이야. 그리고 너한테는 지금 결혼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는 게냐. 저 아이를 집에서 내쫓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거야? 지금은 결혼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쓸데없는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있으면 아버지 옆에서 하나라도 더 배워'
성호 : '어머니!'
성호는 겁이 났다.
허미에게 영의 임신사실을 알리고 약속한 데로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 연락을 해야 했지만,
그때처럼 허미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윤혁도 본인과 똑같은 절차를 밟지는 않을까.
아들에게 똑같은 아픔을 주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났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성호는 그때 아무런 힘없이 허미에게 이 끌려다니는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기업을 이끌고 있는 회장이고,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이번만은 꼭 지킬 것이다.
라는 말을 성호는 머릿속에 되새겼다.
영의 달 – 77화 / S#3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영 : "하…몇시지"
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강주가 혹시나 쫓아와 왜 시킨 일을 안 하느냐며 한바탕 난리를 피울까 싶어 방에서 기다렸지만, 강주는 찾아오지 않았고 책을 읽다 침대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시간은 오후 5시 저녁식사준비가 한창일 시간이었다.
조용히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니 인기척이 하나도 없었다.
강주의 방으로 가 방문에 귀를 대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외출을했나 싶어 별관으로 우선 가봐야겠다 생각이들어 거실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강주가 외출했다 돌아온 것인가 싶어 종종걸음으로 현관 쪽으로 걸어가는 도중 성호와 허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 : "오셨어요."
허미는 성호의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한손은 성호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들어왔다.
영을 발견한 허미는 성호의 손을 놓고 영의 쪽으로 서서히 걸어왔다.
허미와 영의 간격이 한 걸음 한 걸음 좁혀졌다.
짝-.
성호 : "어머니!"
허미와 영의 사이가 한 뼘으로 좁혀지는 순간 허미는 손을 높게 올려 영의 뺨을 내리쳤다.
성호는 급하게 달려와 영을 자신의 뒤에 숨겼다.
성호 : "어머니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미 : "네가 결국은 내 손주 발목을 단단히 잡는구나!"
성호 : "얼른 사과하세요! 이런 식으로 대하시라고 모셔온 게 아니란 말입니다!"
미 : "못난 놈. 네놈도 아직도 멀었다. 아비가 되어서 자식 앞길을 제대로 세워주지는 못할망정 기어이 옆에서 부추겨 사달을 내는구나. 어디서 내 손주를 잡아먹으려 들어!"
성호 : "사과하세요 얼른!"
성호와 허미의 언성으로 거실은 크게 울렸다. 영은 당황스러워 눈물도 나지 않았다.
허미는 멈추지 않고 성호의 뒤에 숨어있는 영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성호는 영을 품 안에 안았다.
미 : "비켜라. 이놈! 비켜! 우리 집안에서 똑같은 실수를 또 만들 순 없다. 저 걔 집 당장 쫓아내! "
성호 : "절대 못 비킵니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셔도 이 사람 손끝 하나 못 건드리실 거예요. 제가 그렇게 두지 않을 겁니다!"
미 : "네 녀석이 지금껏 참고 봐줬더니 키워준 어미를 배신하려 들어? 비켜라!"
성호 : "(영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저도 함께 내치실 것 아니면 그만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