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6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68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윤혁은 영은 보내고 집으로 다시 들어와 벌써 깨끗이 정돈된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물병과 물컵을 들었다.
강주 : "갔니?"
윤혁 : "네"
강주 : "밥은 좀 먹었어? 아직도 음식이 입에 안 맞니? 다른 사람을 들일게. 언제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밖에서 먹는 것만으로 끼니를 해결할 순 없잖니"
윤혁 : "(뒤돌아 강주를 쳐다보며) 이게 아무래도 맛이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늘 영이 씨랑 같이 먹어보니까 같은 음식인데도 훨씬 맛있고 잘 넘어가더라고요. 누구랑 밥을 먹느냐가 중요했던 거지 음식 맛이 중요한 게 아니었나 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윤혁은 그대로 지나쳐 본인의 방으로 돌아갔고, 강주는 윤혁을 붙잡고 대화를 이어나가려다 이내 평소처럼 포기했다.
양희 : "사모님 지금 식사하시겠습니까?"
강주 : "아들이 아니라 차라리 딸이었으면 내가 이런 맘고생 덜 했으려나 싶어, 밥은 됐고. 내 방으로 죽이나 미음 있으면 가져다줘요. 수프도 괜찮고"
양희 :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강주도 식탁에 놓인 물 한 컵을 마신 채 방으로 돌아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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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서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식탁에서 윤혁과 영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밥을 먹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랐다.
항상 윤혁이 어느 순간 부터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신경 쓰였는데, 영과 함께 있으니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둘의 결혼을 승낙한 것이 진심으로 다행이다는 생각과
성호가 보기에도 아직은 한창 더 피어나야 할 나이의 영이 괜스레 이 집으로 들어와 강주와 허미 때문에 고난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영을 계속해 회사에 두기에는 남들이 모른다 하더라도 성호도 신경 쓰일 것 같고, 그렇다고 윤혁이나 성호가 집에서 함께 있어줄 수 없으니 혹시나 성호가 걱정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영이 스스로 이겨내거나, 직접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까지 모르는 채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그렇다고 온 집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순간 도청기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워낙 청소를 꼼꼼히 하다 보니 금방 누군가 눈치챌 것이 뻔했다.
순전히 영을 믿는 방법밖에 없었다.
영의 달 – 68화 / S#2 경기도 모 처 [밤] ————-
지하인지 지상인지 알 수 없는. 창문 하나 없는 캄캄한 곳에 진성이 감금된 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진성은 알 수 없었다.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볼 수 없고 가끔 제공되는 식사로 인해 하루 3끼의 밥 제공이 끝나면 하루가 지났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식사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에게 울부짖고 매달려 봐도 그 누구도 진성에게 눈길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밀쳐내기만 했다.
휴대전화도 TV도 없는 곳 책이나 신문 등 종 이하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성은 점점 피폐해져 가기만 했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침대에 기운 없이 누워있기만 하던 중, 금방 식사가 끝났는데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식기를 치우러 들어온 것 같았다.
진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등진 채 누워있었다.
그런데 발소리가 진성 쪽으로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선 책상 옆에 놓여있는 테이블에 무언가 올려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진성은 벌떡 일어났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진성 : "누…누구세요?"
남자 : "당신 인생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시간은 충분히 드릴 테니 여기에 지난 10년간 있었던 모든 일을 작성하세요. 하나도 빠짐없이. 쓴 글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확인만 해보면 알 수 있으니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빼놓는 일 없도록 하세요. 명심하세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진성 : "(몸이 부들거린다.)"
남자 : "지금 이 상황까지 만든 건 본인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작성이 끝나면 문앞에 가져다 놓으세요. "
남자는 단호하게 이야기하고선 나갔다.
침대에 걸터앉은 진성은 멍하니 테이블을 응시했다.
지난 10년간의 일이라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 하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볼펜을 집으려던 것을 멈추고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아니 처음부터 제대로 된 사업을 한 거였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박에 한 발을 넣기 시작하면서 수없이 술을 마시고 사람들과 싸웠던 나날들.
진형과 은성의 얼굴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눈물만 계속 흘렀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시간은 되돌릴 수 있는 것일까 진성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울부짖었다.

영의 달 – 68화 / S#3 금성의 집 [낮]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금성과 영, 윤혁 셋이서 서울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즐겁게 지냈다.
결혼식날 금성이 입을 옷도 함께 쇼핑하고, 금성이 제대로 혼수도 들여보내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며 꼭 침구류는 직접 선물하고 싶다고 하여 전문점에 가서 겨울 침구와 여름 침구도 윤혁의 집으로 주문을 넣었다.
오래된 시장에서 셋이 함께 주전부리도 사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셋이 데이트를 즐기고 금성의 집으로 돌아왔는데 1층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기에 지나치려 했으나 다가오는 셋에게 한걸음 가까이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 주차되어있는 차에서 쇼핑백을 꺼내어 영에게 전달해주고는 인사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갔다.
금성 : "누구야?"
영 : "난 모르는 사람인데?"
윤혁 : "뭐에요 영 이씨? 누구지?"
영은 받아든 쇼핑백을 열어보았다.
작은 상자가 들어있었고 상자를 열어보니 구두가 들어있었다.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하얀색 구두였다.
영은 구두를 보자마자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경자가 보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금성 : "와, 아주 예쁘다."
윤혁 : "영 이씨 이 구두 드레스랑 입으면 아주 잘 어울리겠는데요? "
영은 떠나가는 차의 뒤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것이 경자의 소통방식이라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적도 적당한 거리는 유지하지만 서로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는 방식.
영이 남기고 온 편지를 경자가 본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봉투 속에는 청첩장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으니 진형과 은성이 그랬던 것처럼 예쁘게 잘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적어놓았다.
그에 대한 경자의 답이 이 구두라 생각했다.
가장 행복한 날 예쁜 구두를 신고 새 인생의 시작을 하라는 뜻깊은 이야기가 남아있는 구두일 것이다.
작은 메모 하나 없는 덩그러니 구두만 들어있는 상자였지만 영은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따듯해졌다.
그래도 할머니이기에 이렇게라도 관심을 둬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들을 떠나보낸 경자의 마음은 영이 헤아릴 수 없을 터, 영은 본인이 원하는 결말을 가지고 경자를 당당히 만나러 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