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67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67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양희와의 대화를 끝내고 다시 윤혁의 집 앞으로 돌아와 인터폰을 눌렀다.
그리고 곧바로 윤혁이 나왔다.
윤혁 : "데리러 갔어야 하는데 미안해요. 오는데 안힘들었어요? "
영 : "지하철 타면 금방인데요. 회장님은…"
윤혁 : "집에 아무도 없는 걸 보니 다들 약속 있으신지 나가신 것 같더라고요.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집안으로 들어가니 이전과 다르게 집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영에게 인사를 했다.
어색하게 소파에 앉으니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물과 컵을 가져와 물을 따라 주었다.
윤혁은 당연 하는 듯 물을 마시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고 어색하기만 했다.
윤혁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겠지.
정말이지 교집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둘이 어쩌다 한집에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이었다.
정원의 약도가 그려져 있는 수십 장의 종이에 테이블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버리길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던 중 영과 윤혁 모두 만족할만한 그림이 그려졌고
각 테이블에 자리배치도 미리 정하기로 했다.
대부분 윤혁의 지인들로 구성이 되어있었고, 혹시나 금성이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소담과 한 테이블을 사용하도록 했다.
경자와 진성의 자리도 표시를 해두었지만, 아직 경자에게 편지도 전달하지 못했고 진성은 이음의 말로는 자취를 감쳤다고 하니 소식을 전할 길도 없었다.
경자와 진성이 연락을 하고 지낸다면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두 사람 모두 미 참석으로 보는 게 맞겠다 생각이 들었다.
윤혁의 집에서 나오는 길에 경자의 집에 들러 편지를 두고 와야겠다 생각하며 가만히 가방을 응시하고 있을 때 인터폰에서 알람 소리가 울리며 실내에 있던 모든 직원이 현관문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윤혁 : "누가 오시나 보네요."
머지않아 현관이 열리고 강주가 들어섰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오던 강주는 영을 보자 흠칫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영은 소파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했다.
영의 인사를 무시한 채 방으로 들어서려던 강주는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종이들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강주 : "윤혁아 네 이모랑"
윤혁 : "네, 웨딩홀에서 대외적인 식 올릴 때 오시겠죠. 그 집안 식구분들 모두요. 여기에는 따로 표시도 안 해두었으니 신경을 안 쓰셔도 되요. 저는 제 손님들 챙길 테니 알아서 하세요."
날카롭게 이야기하는 윤혁을 보며 영은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강주는 무슨 말을 더 꺼내려다 한숨을 푹 쉬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성호가 들어왔다.
성호는 영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평소와 다름없이 표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따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성호 : "좌석배치까지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조금 더 있으면 저녁 시간인데 저녁같이 들고가는 거 어때요?"
윤혁 : "좋네요. 제방에서 시간 보내다 저녁 먹고 가요 영 이씨"
영 : "아, 저는 이것만 마치면 돌아가려고요. 가봐야 할 곳도 있고…"
윤혁 : "영 이씨 약속 있어요?"
영 : "할머니네를 좀 들리려고요. 결혼소식을 전 해드릴까 해서요."
윤혁 :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인사드릴 겸!"
영 : "아니에요. 제가 가는 것도 모르시고, 집에 안 계실 수도 있어서요. 청첩장만 우편함에 넣고 올 거라 같이 가지 않아도 돼요."
성호 : "멀지 않으면 윤혁이에게 데려다 주라고 할 테니 조금 있다 식사하고 가요."
윤혁 : "그래요 영 이씨.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하던것 마무리하고 맛있는 것 먹고 가요. 실장님! 오늘 저녁 영 이씨 몫까지 준비 부탁해요."
언제 와있었는지 윤혁의 말 한마디에 양희가 성큼성큼 영의 앞으로 걸어왔다.
양희 : "네 알겠습니다. (영을 쳐다보며)특별히 드시고 싶으신 음식 있으신가요?"
영 : "아뇨…전…"
윤혁 : "따듯한 국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역국이라든지 맑은 조개전골 같은 것도 좋겠어요. "
양희 :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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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영은 생각지도 못하게 어려운 식사자리를 또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와 영의 마음가짐은 달랐다.
지난번엔 무방비 상태에서의 자리였다면, 이미 모든 마음의 정리한 영에게는 한걸음 도전이 되는 자리였지 전혀 힘든 자리가 아녔다.
마무리된 약도를 보며 정원으로 나가 테이블 배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테이블 위에 올릴 테이블 보색과 준비할 음식리스트까지 모두 점검을 하고서야 겨우 거실에 다시 앉아 한숨 돌리자 문이 닫혀있는 식당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양희 : "식사 준비 다 되었습니다."
윤혁 : "영 이씨 다 되었나 봐요. 우리 먼저 들어가서 앉아요."
윤혁과 영이 먼저 식탁에 도착해 지난번에 앉았던 자리 그대로 착석했다.
뒤이어 양희와 성호가 들어왔고, 영은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윤혁이 제지했다.
성호 : "(아무 말 없이 비어있는 강주의 자리를 쳐다본다.)"
양희 : "사모님은 두통이 있으셔서 쉬시겠다고 합니다. 따로 식사 제가 챙기겠습니다."
윤혁 : "꾀병이거나 괜한 심술이죠. 영 이씨 맛있게 먹어요."
성호가 먼저 수저를 들자 윤혁이 다음 밥을 한 숟가락 떴고 영도 어색하게 숟가락을 들었다.
다들 식사를 시작한 것이 눈에 보이자 양희는 괜시리 영을 한번 노려보고선 뒷문으로 사라졌다.
어색한 공기가 감도는 식사시간 누구 하나 입을 먼저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윤혁이 밥을 먹는 것이 시원치 않았다.
밥도 조금 반찬도 먹는 둥 마는 둥 국과 물만 연신 들이켜고 있었다.
영이 한참을 윤혁을 쳐다보았다.
윤혁 : "왜요?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
영 : "아니 밥 먹는 게… 속이 안 좋아요?"
윤혁 : "아, 하하 아니에요. 사실 우리 집 음식이 엄청나게 맛있었는데 어느 순간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적응 중이에요. 김치도 맛있고, 나물 하나도 맛있었는데 최근 들어 계속 뭔가 밖에서 사오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랄까? 반찬 투정은 아니니까 오해 말아요! 그냥 옛맛이 그리워서 그래요 "
윤혁의 말 한마디에 영의 머릿속은 은성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양희가 말했던 입맛이 까다롭다던 이 집의 사람은 윤혁이였고, 은성은 윤혁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음식을 했던 것 이였다.
윤혁은 은성의 음식을 좋아했던 것이다.
은성은 나중에 시간이 흘러 영과 윤혁이 이 집에서 이 식탁에서 음식을 먹을 줄 알고 있었을까?
아니 은성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영과 윤혁이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윤혁의 입에서 은성이 떠오르는 이야기가 나오자 영의 마음이 복잡했다.
윤혁 : "영 이씨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요. 왜 그래요?"
영 : "맛있어요. 그러니까 윤혁씨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는 내가 더 맛있게 거 많이 해줄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윤혁 : "실례될게. 뭐 있어요. 말만 들어도 좋은데요? 영이 씨가 해준 떡볶이도 정말 맛있거든요. 아버지 음식솜씨 좋은 며느리 어떠세요. 영 이씨 보면 볼수록 뭐하나 빠지는 게 하나 없죠?"
성호는 윤혁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을 채 식사를 이어서, 윤혁과 영만 서로 쳐다보며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영과 윤혁은 서로의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기도 하고, 서로 반찬을 양보하기도 하며 성호가 볼세라 조용히 소곤거리며 식사를 마쳤다.
그렇게 성호가 먼저 식사를 끝냈다.
성호 : "나 신경 쓰지 말고 마저 들어요. 윤혁이 너는 식사 끝나고 집까지 영 이씨 바래다주고 오고"
영 : "아, 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윤혁 : "걱정 마시고 들어가세요."
영과 윤혁이 마저 식사를 끝내고 나서 윤혁은 계속해서 바래다주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영은 한사코 거절했다.
대문까지 따라나오는 윤혁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돌려보내고선 경자의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멀리서 경자의 집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지만 가까이 가니 담벼락 때문에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영은 가방을 열어 준비한 봉투를 경자의 대문에 꽂은 채 인터폰을 한번 누르고선 누가 대답할세라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