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61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61화 / S#1 J.U. 호텔 [밤] ————-
사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성호와 강주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씩 인사를 할 때 뒤에서 따라다니며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강주의 귀에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미 강주나 성호가 아는 사람들이 많아 몇 명 알려줄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멍하니 그들이 이야기를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다.
사실 어떠한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하지 않았기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큰 홀을 한 바퀴 돌며 인사를 나누고 맨 처음 자리했던 가장 상석에 있는 테이블로 돌아왔다.
영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을뻔했다는 생각을 계속하며 사람들이 각자 뭐 하는지 둘러보다 성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으려던 대통령비서실장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선 황급히 사과를 했다.
영 :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강주 :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 여보 이 사람 그냥 돌려보내는 게 났겠어요."
성호 : "당신은 좀… 무슨 일이죠?"
영 : "지금 드시는 카나페에 올려져 있는 빨간색 가루에는 새우가 일정량 들어있습니다."
강주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영의 얼굴은 붉어졌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대통령비서실장은 큰소리로 웃었다.
대통령비서실장 : "하하하"
성호 :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만찬 모임은 처음이라 실수를 한듯합니다.영이씨 다시 사과드려요."
영 : "(연신 고개를 숙이며)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손이 먼저 나간듯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통령비서실장 : "하하하 이거 이거 내가 죄송합니다. 분명 음식 앞에 안내가 되어있었을 텐데 깜빡하고 보지 못했나 보네요. 주 회장님 정말 믿음직스런 직원을 두셨습니다. "
성호 : "그게 어떤 말씀이신지"
대통령비서실장 : "(카나페를 내려놓으며) 내가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 그 맛있다는 꽃게며,새우 맛을 잘 모릅니다. 물론 힘들게 조업하시는 국민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철마다 구매해 식구들을 먹이긴 하지만 저는 조금만 먹어도 두드러기가 나더라고요. 어찌 보면 참 복 없는 사람이죠.
내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먹지 못하게 제지해준 듯합니다. 이분이 아니셨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상태로 얼굴을 벅벅 긁으며 돌아갈 뻔했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
영 : "아닙니다. 혹시 이미 한 개라도 드셨으면 알레르기 약을 갖춰놓았으니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 : "다행히 처음 입을 대려고 했었던 음식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고개 숙여 영에게 인사를 하자 영도 또 한 번 따라 인사를 했다.
영 : "그럼 전 말씀들 편하게 나누실 수 있게 물러나 있겠습니다."
영은 빨개진 얼굴을 하고선 저 멀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수현 옆으로 도망갔고,
그 모습을 언제 왔는지 성아가 지켜보고 있었다.
————-
시간이 점점 늦어지자 한두 명씩 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점점 마무리되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성호는 각 계열사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집중했고, 강주는 무엇이 맘에 안 드는지 그런 성호를 빤히 쳐다만 보면서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중간에 수현에 의해 강제로 귀가를 당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가자 한쪽 구석에 있던 성아가 성호에게 다가갔다.
성아 : "이런 자리 마련하기엔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 아직 회사도 집안도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데"
성호 : "이럴 때일수록 아무 문제 없다는 듯 행동해야 하는 게 맞는 거야. 아직도 너와 처제 이야기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녀"
성아 : "난 잘못한 게 없지만, 안중 주는 계속 이야기 나올만하지. 이래서 근본이 중요한 거야. 안강주, 안중주 둘다 명예인 집안이 아니라 사업가 집안이었어봐 돈이 아니라 사업에 욕심이 나서 , 사업자 자질이 있어서 그런 거지 다른 뜻은 없었을 거라고 만 이야기하고 말았을걸? 그런 편이 더 소문 잠재우기 편했을꺼고 "
성호 : "이미 벌어진 일이야. 그리고 인제 와서 할 얘긴 아니지만 넌 맨 처음 그런 사실을 듣자마자 나한테 이야기했어야 했고, 충분히 집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어 "
성아 : "오빠, 내 개인 욕심 때문에. 그냥 내가 단순히 그 여자들이 싫어서 벌린 행동들이 아니야. 다 오빠를 위해서였어. 나 아니었음 오빠는 계속 그 여자들한테 속고 있었을 거라고 아직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성호 : "날 위해 했다는 행동 때문에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집안에 불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수군대기 시작하고, 지금까지도 그러고 있고. 만들지 않아도 되는 거짓 소문까지 만들어졌어. 진짜 날 위해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번 일로 네가 깨우쳤길 바랄 뿐이야."
성아 : "(수현에) 오빤 참 순수한 사람이 맞는데, 수현에 그냥 순수한 게 아니라 바보 같아 보일 때가 있어. 어머니가 불안해하는 게 뭔지 난 충분히 공감한다고 "
성호 :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뭐니? "
성아 : "난 앞으로도 오빠한태 인간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위협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만히 오빠가 알아차릴 때까지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무조건 어떻게든 밀어내고 버릴 거야. 그게 오빠를 위해서 아버지가 남긴 우리 회사를 위해서니까"
성호 : "성아야. 제발 부탁인데 날 위해서라는 명분은 좋지만, 너무 섣불리 행동하지 마.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연유라도 알아야 내칠 때 내치더라도 후환이 없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야. 그러니 제발 나한테 상의라도 좀 해"
성아 : "상의한다고 오빠가 들어주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유가 뭐가 중요해? 떳떳하지 않은 일을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라는 건 없는 거야. 답답하게 굴지 좀 마 제발"
성호 : "난 한 번도 네 얘기를 안 들은 적 없어. 네가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지. 그리고 당장은 화가 나더라도 한번은 참고 나가야 그 일에 관련된 사람을 모두 파악하고 한번에 걷어낼 수 있는 거야. 앞잡이만 잡으면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어. 날 위해준단 말은 고맙지만. 무슨 일이든 지금부터라도 상의하자. 작은 거라도 말이야."
성아 : "그래? 그럼 좋지. 오빠가 나한테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로 알아둘게. 그럼 말이야. 저 어리고 예쁜 아가씨랑은 뭘 하고 싶은 건데?"
성호 : "(떨리는 눈으로 성아를 바라보며) 무슨 말이야?"
성아 : "저기, 아가씨 말이야. 저 아이. 원래 청소팀이었는데 김 실장 도와서 오빠 옆에서 일하게 되었다며, 가끔 내방 청소하던 게 기억나."
성아는 턱과 눈짓으로 저 멀리 구석 의자에 앉아있는 영을 가르쳤다.
성호 : "김 실장이 나에게 부탁한 것뿐이야. 비서팀에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본인 개인적인 보조가 있었으면 싶다고 해서"
성아 : "그래? 근데 오빠 눈빛이 왜 그래?"
성호 : "(말없이 성아를 계속 쳐다본다.)"
성아 : "오빠의 그 눈빛. 내가 본 적이 있거든."
성호 : "아직 손님들 다 가신 것 아니니 쓸데없는 소리 하려면 그만둬."
성아 : "참 닮았어. 그런 생각 안 들어? 얼굴? 아니 분위기가 닮았다고 해야 하나? 오늘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본 얼굴인데 생김새와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엄청나게 닮았어. 그래서 혹시나 오빠가 아무도 몰래 지키고 있는 마음에 두는 사람 인가했지"
성호 :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해. 이런 불쾌한 농담까지 받아줄 수 없어."
성아 : "미안해. 나도 안강주처럼 좀 취했나 봐. 어쨌든 상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연락할게. (가방을 집어들며) 아, 맞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나한테 새로운 올케를 소개해줘도 나쁘지 않아. 안강주는 정말 나랑 안 맞는 것 같거든. 그럼 이만 갈게"
성아는 성호를 뒤로한 채 홀 밖으로 걸어나갔고
그런 성아를 발견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영의 모습을 성호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
성호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가 퇴장한 후 텅 빈 홀에는 영과 수현만이 남아있었다.
영 : "정말 고생하셨어요 실장님"
수현 :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 뭐. 준비하는게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큰 행사 하나 넘겼네요. 영이 씨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배는 안 고파요? 음식들도 많이 남았는데 우리 좀 먹고 갈까요? 조촐하게 둘이서 회식이나 하죠! 뭐 이리 와요."
수현은 영을 이끌고 중간에 있는 테이블로 이동하고선 음식이 있는 테이블에서 여러 가지 종류를 담고선 샴페인도 한 병 가져왔다.
영 : "곧 다른 분들이 정리하러 오시지 않을까요?"
수현 : "그럼 정리할 때까지만 있죠! 뭐. 여기 한잔 받아요. 술 괜찮죠?"
영 : "아,네 감사합니다. "
영은 수 현에게 샴페인을 한잔 받아, 수현과 가볍게 잔을 부딪친 뒤 한 모금 마셨다.
수현 : "그래서 결정은 했어요?"
영 : "어떤 결정이요?"
수현 : "그 옷. 버릴 건지 주인이 될지 말이에요. 그냥 포기할 거예요? 부담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 : "(옷자락을 만지며)겉보기에는 정말 저한테는 과분하고 안 어울리는 옷인데. 오늘 이렇게 계속 입고 있다 보니까 내 옷인 것처럼 편하기도 하고 금방익숙해져서 제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물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으로 옷에 신경 쓰지 못한 부분도 있는데.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입고 가고 싶어요."
수현 : "거봐요. 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금방 포기하는 건 안 좋아요. 지금 영이 씨를 봐요. 맨 처음 제 보조로 업무 수행하라고 이야기 했을 때. 남들이 불편해할 걱정하고, 영이 씨도 부담스럽다고 하더니 지금 뭐든 일이든 척척 해내고 자연스럽게 잘 하고 있잖아요? 살아가는 게 다 그래요.
처음 하는 일이고, 처음 겪는 상황이다 보니 부담스러워하고 겁나고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잖아요? 마음만 먹으면. 결정한 대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영이 씨는 그런 사람 이에요. 그러니까 뭐든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기"
수현이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자 영은 미소를 지으며 한 번 더 잔을 부딪쳤다.
수현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처음이 두려울 뿐 무엇이든 결정하고 이겨내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추진력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영은 성호도 강주도 겁내지 않고, 계획을 위해서라도 더 강하고 자신감 있게 윤혁과의 결혼을 밀어붙이겠다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