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60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60화 / S#1 J.U. 호텔 [밤] ————-
왠지 수현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영 이였다.
'조금은 부담스러워도 함께 할 건지, 아니면 마음이 계속 불편해서 포기할 건지는 천천히 생각해보자고요'
윤혁과의 결혼이 이 옷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한번 옷과구두까지 내려다보았다.
윤혁에게 밝히지 못하는 이유를 가지고 시작할 결혼이지만, 아직 성사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윤혁에게만 맡겨둔다면 어찌 되었든 결혼은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을 계기로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서 성호와 수현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영은 성호가 준비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시야에서 벗어났다.
성호 : "좋네요. 음악은 끊어지지 않게 계속 흘러나오도록 하고 참석명단에 있으신 분들은 모두 정시에 도착하신다고 하나요?"
수현 : "J.U.의류 주성아 대표님은 처음부터 참석하시지 윤혁과의 계속 콘택트진행 중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모든 계열사 대표자분들이 참석하시는데 혼자만 빠지시는 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가족의 일원이시기에 남들이 보이는 자리에는 참석하시는 게 바르다고 설득 중입니다. "
성호 : "개인감정 때문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아니 걱정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연락해보고 답 없이 통화를 종료하더라도 그냥 두세요. 늦어도 참석은 할 겁니다. 양 회장님께는 내가 직접 연락을 받았어요. 공장에 문제가 생겨 직접 내려가 보셔야 한다고 기다리지는 말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성호의 시선이 한구석에 서서 플래카드를 바라보고 있는 영에게 꽂혔다.
수현 : "아, 이영씨 입니다. 오늘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냥 정장풍으로 입혀놓기보단 기본 착장을 시켜봤습니다 하하.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문제없게끔 전체적인 진행상황과 알아두어야 할 것들 모두 공유해놓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입혀놓으니 정말 여느 댁 아가씨들 못지않게 우아하고 예쁘죠? "
성호 : "잘 어울리네요."
수현 : "꼭 맞춤옷 같단 말이죠? 저 옷이…"
수현이 한바탕 옷을 협찬받게 된 경로에 대해서 실컷 떠들고 있었지만, 성호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에도 영이 못난 얼굴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옷을 입혀놓고 보니 수현의 말대로 예쁘기도 하였지만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달려 보여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영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홀 앞에 작은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영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성호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묵례를 하였지만, 황급히 고개를 돌린 것은 성호였다.
성호는 일전 영과 윤혁의 친모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떠오르며, 영을 보며 또 한 번 그녀를 떠올렸다.
딱 한 번.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신혼여행 기분을 낸다며 국외는 눈치가 보여 강원도 호텔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성아가 선물이라며 선물해준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보았을 때 미친 듯이 심장이 고동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때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와 아주 비슷했고 분위기도 비슷했다.
왜인지 모르게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잠잠하던 성호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수현 : "이건 호텔 키 입니다. 사모님 도착하실 때까지 방에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마지막 순번으로 입장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직접 모시러 갈테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영이 씨를 올려보내겠습니다."
성호 : "아니, 그냥 전화를 주세요. 김 실장도…영. 이영씨도 올려보내지 말고요."
수현 : "따로 입장하시게요? 보는 눈이 있어 같이 입장하시는 게 좋으실 텐데"
성호 : "윤기사에게 도착전 전화하라고도 일러둘 테니 내가 먼저 내려와 있을 수도 있고요. "
수현 :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서 계셔야 해서 피곤하실 텐데 간단한 다과라도 준비해 놓으라고 했으니 올라가서 쉬세요."
수현에게 키를 받아 올라온 성호는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올려둔 다과는 건드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영과 그녀를 번갈아 가며 떠올렸다.
처음엔 호기심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았다.
따듯한 마음씨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모습에, 오랜만에 받아본 인간적으로서 따스한. 사람의 인정에 그녀와 저절로 연관이 되었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성호가 아팠을 때 챙겨주는 것이 물론 직장상사여서 당연히 챙겨주는 것 일수도 있지만 사람 됨됨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착각을 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어 웬만하면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고, 지금에 와서는 아들이 결혼을 결심한 사람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지만, 오늘의 모습은 너무나도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영을 처음 만난 후로는 이전보다 자주 그녀를 떠올렸다.
작은 것 하나에도 그녀가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실 때에도, 아침부터 찬물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며 항상 머리맡에 주전자를 놓아주었고 그 이후 아침에 찬물 마시는 습관을 고쳤다.
하지만 갑갑한 사무실 공기에 출근 후에는 냉수나 얼음물을 찾곤 했는데 영이 가습기를 설치해준 이후로는 찾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상황에 영과 그녀를 번갈아가며 떠올랐다.
마음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떠올려도 영은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영은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윤혁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며느리가 되어 한집에서 계속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성호는 눈을 감은 채로 인상을 쓰고선 한참을 의자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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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수현과 영은 티가 나지 않게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참석한 사람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초대된 사람만이 참석하는 자리이기에 혹시 개인 비서를 대동하고 나타난 경우 모임이 방해되지 않게 홀 가장 구석 따로 마련된 자리에서 크게 이동하지 못하게 제한했다.
영 : "(속삭이며)저분들도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닐 텐데 이동 동선까지 제한시켜놓은 좀 비인간적인 것 같아요."
수현 : "원래 이쪽 세계가 그래요. 우리는 인간이기보다는 그림자여야 하죠. 물론 이런 모임에서 만큼은요 . 안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모임 진행되는 동안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밥도 안 주는 곳도 있는데 저희는 아주 인간적인 거에요. 먹는걸 제한하진 않잖아요?"
싱글벙글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수현을 보며 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홀에 들어선 사람들은 모두 서로 아는 사이인지 인사를 나누기 바빠 보였고 이미 네,다섯명씩 짝을 지어 그룹을 이루고 있는 사람 들고 있었다.
호텔측 직원들은 쟁반에 샴페인과 각종 음식을 담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기 바빴다.
모두들 이런 자리가 익숙해 보였다.
화련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호화로운 저녁모임, 거기다 서로 뽐내기 바쁘다는 듯 차려입은 사람들.
그 옛날 프랑스에서는 사교계에서 데뷔하기 위해 수많은 공을 들이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는데 이 사람들도 이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지금껏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오너들이니 이런 모임이 이미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 쪽 관련된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사람들과 엮기고 싶어 부단한 노력을 했을 거라 생각하며 이 자리 자체가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윤혁과 결혼한다면 이런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현 : "사모님 도착하셨다네요."
수현은 빠르게 한속 구석에 놓인 단상으로 이동했다.
수현 : "오늘 이 모임에 참석하신 많은 귀빈 여러분께 어려운 걸음 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모쪼록 잘 지내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 이 모임을 주최해주신 J.U.그룹 주성호 회장님과 안강주 사모님 입장하시겠습니다."
수현의 인사말이 끝나자 닫혀있던 홀의 문이 열렸고 성호와 성호의 팔짱을 낀 강주가 입장했다.
사람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그들을 맞이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뽐내며 들어오는 두 사람은 걸어들어오며 양쪽으로 인사를 하기 바빴다.
그리고 가장 상석에 놓여있는 테이블까지 걸어와 성호는 팔짱을 낀 강주의 손을 내리고선 수현이 서 있는 단상으로 향했다.
성호 : "날씨가 아주 좋은 저녁입니다. 한자리에 모두 모이기 힘드신 분들을 제가 감히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오늘 참석이 어려우실지 모르겠지만 각 테이블과 주변에 배치된 예쁜 화병과 꽃들은 양산물산의 양 회장님께서 뜻깊은 모임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보내주셨습니다.(사람들은 저마다 박수를 친다.) 즐거운 시간을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으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마음껏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호는 말을 끝마친 뒤 단상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사람들은 또 한 번 손뼉을 쳤다.
성호가 단상에서 내려오자 사람들은 성호가 입장하기 전 그랬던 것처럼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은 슬며시 강주의 뒤에 섰다.
바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주는 영을 보고선 화들짝 놀랐다.
강주 : "아니 네가 왜…왜?"
성호 : "김 실장 대신이니 티 내지 말고"
언제 왔는지 성호가 놀란 표정을 짓는 강주에게 조용히 속삭였고 영은 부자연스럽게 강주에게 인사를 했다.
영 : "안녕하세요…"
강주는 영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어느새 수현도 영의 옆에 섰다.
수현 : "제가 맡아야 하는 일이 맞지만, 제가 워낙 모임 중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미소를 지으며)제 보조 잘 부탁합니다 사모님"
강주는 말없이 앞에 놓인 샴페인을 들이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