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57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57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57화
Photo by Samer Daboul on Pexels.com

영의 달 – 57화 / S#1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밤] ————-

준비실에서 한참을 실랑이하던 성호와 영은 성호의 호통에 회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살짝 베인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상처가 깊은지 성호의 손수건엔 영의 피가 많이 젖어있었다.

성호 : "(약통 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미안해요. 내가 이런 걸 해본 적이 많이 없어서 뭘 가져와야 할지 모르겠네요."

영 : "이건 상비약 통인데… 어디서 찾으셨어요?"

성호 : "(말을 더듬으며)아, 밖에 비서팀 책상에…서랍장에 그…"

영 : "제가 찾으러 나갔어야 했는데 감사합니다."

영은 성호의 손수건을 풀어헤치고선 약통을 열어 소독 솜으로 상처 부위를 닦고 연고를 바르고 제일 큰 반창고를 찾아 붙였다.

영 : "손수건은…우선 절 주시면 제가 세탁해서 다시 돌려 드려도 괜찮을까요?"

성호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영 : "(고개를 숙이며)그럼 깨진찻찬도 치워야 하고 전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성호 : "지난번에도 다쳤었죠?"

영 : "아"

영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성호의 방을 청소하던 때 가습기를 설치하다 성호가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 책상 모서리에 이마를 찢은 기억이 생각났다.

윤혁 덕분에 치료를 잘 받아 지금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영 : "어떻게 아셨어요? 말씀 안 드린 것 같은데"

성호 :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걸 보니 갑자기 나도 생각이 났어요. 어디 다친 걸 본적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영 : "지금은 괜찮습니다. 제때 치료를 받기도 했고 지금은 잘 보이지도 않아요. 그때 윤혁…"

영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성호의 집에 다녀오고 난 뒤 윤혁뿐만 아니라 성호도 피해 다닐 수 있을 만큼 피해 다녔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거기다 윤혁의 이름까지 거론하다니 제대로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저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영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성호.

성호 : "윤혁이에게 어떤 말을 어디까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집에 있는 사람은 윤혁이의 친모가 아닙니다."

영 : "네…들었어요."

성호 : "지금의 제 옆에 있는 사람은…교육부 차관출신의 모친에,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 명예와 사람들이 따르는 집안의 딸이라 태어날 때부터 부족한 것 없이 자라온 사람이지만 윤혁이의 친모는…

명예는 물론, 금전적인 것도 물질적인 것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누구보다 크고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죠. 매일 나에겐 동생과 비교하며 질책하고, 동생에겐 오빠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하는 집안 분위기에 살던 나에게…

윤혁이 엄마와 있는 곳이라면 세상 그 어떤 곳보다 따듯한 곳이었어요. 한겨울 한 시간 넘게 벌벌 떨며 공원에 앉아있어도 따듯하고 행복했고, 장마가 오는 날 신발까지 다 젖어 이미 발은 다 물에 퉁퉁 부은 채로 걸어 다녀도 불편한 걸 몰랐어요. 그렇게 결혼을 마음먹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했죠. 그때 제가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 “

영 : "(고개를 가로젓는다.)"

성호 : "무작정 윤혁이 엄마의 집으로 찾아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력과 가방에 윤혁이 엄마의 짐을 모두 싸서 집으로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갔어요. 제가 저지른 일에 어머니는 쓰러지셨고, 아버지는 한동안 절 쳐다도 안 보셨어요. 그렇게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우리는 시작했어요.

그 큰집에서 밥 한 숟가락 먹기도 힘들었어요. 집안 식구 누구라도 윤혁이 엄마를 보기만 해도 소리를 질렀고, 직원들은 유령 취급하며 무시했죠.  그래서 식구들이 다 잠들면 그 당시 집사님이 밥상을 방으로 가져다주셨어요. 그럼  그걸받고 자정 넘어서야 저녁 식사를 한 거죠.

그렇게 심적으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미 윤혁이는 있었고, 제대로 결혼식도 올리고 행복할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성호는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성호 : "윤혁 엄마의 마지막 모습도 못 봤어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께 잘 보여야 했기에, 가지 말라고 말렸어도 뿌리치고 국외출장일정에 따라나섰고, 출국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어머니께서…

윤혁 엄마가 화장실에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발견이 늦었는지 곧바로 사망선고를 받았고…  

곧바로 출발했어야 하는데 기상악화로 비행기를 타지 못해 장례식도 화장도 모두 끝난 상태에서 도착했어요. 제가 품 안에 안은 건 작아도 너무 작은…

(한숨을 쉬며)나 하나 허락한다고 성사되는 결혼이 아니에요. 그래도 자신 있어요? 모두가 무시하고, 유령 취급하며 살아도 산 게 아닌듯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데 상관없어요? 내가 이런 아픔을 겪었다고 윤혁이와 영이 씨를 무조건 응원하고 감싸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반대하지도 않을 겁니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에요. 내 인생이 아니니까. 결정은 윤혁이가 아닌 영이 씨가 해야 합니다. "

영은 성호의 말에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윤혁은 영을 향해 계속해서 직진하고 있고, 멈춰있는 것은 영이었다.

윤혁의 손을 잡고 직진할것인지 , 여기서 멈춰 계획했던 일을 행할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다.

photo of moon during night
Photo by Andre Moura on Pexels.com

영의 달 – 57화 / S#2 금성의 집 [밤] ————-

성호와 긴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영은 자리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영 : ' 윤혁씨와 결혼하는 건 내가 좋아해서 하고 싶은 거지만, 그 집안과 엮이는 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야. 윤혁씨와 결혼해 따로 산다고 해도 그 집 안 와 엮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겠지. 나와 윤혁씨의 사이는 변하지 않지만, 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하지만 회장님이 걸려… 결혼을 기쁜 마음으로 승낙해주신다는 말씀은 없으셨지만… 회장님께 가족 관련한 상처를 드리고 싶지는 않은걸…'

영 : "(자리에서 일어나며) 윤혁씨에겐 미안하지만… 이게 기회일 수도 있겠어 (휴대전화기를 꺼내 들며) 윤혁씨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

————-

영이 집 밖으로 나서자 이미 윤혁은 공터 벤치에 앉아 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영을 보자 윤혁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 지어졌다.

영 : "밤늦게 미안해요."

윤혁 : "아니에요. 영 이씨 연락 기다렸어요. 재촉하는 것 같아서 연락을 좀 뜸하게 할까도 싶었는데 마음이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연락하게 되더라고요. 귀찮았죠?"

영 : "아뇨. 하나도 귀찮지 않았어요.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나도 윤혁씨 보고 싶었어요."

윤혁 : "(영을 끌어안으며) 고마워요 영이씨. 나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 "

영 : "(윤혁을 밀어내 벤치에 앉히며) 할 말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요."

윤혁 : "네 무슨 말이든 들을 준비 되어있어요. "

영 : "…(고개를 숙인다)"

윤혁 : "안…좋은 이야기 인 거에요…?"

영 :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만약 결혼한다고 하면, 나 윤혁씨집에 들어가서 살 자신이 없어요. 윤혁씨 어머…새어머니한태 좋은 이야기 들을 것 같지도 않고, 회장님은 더더욱 마주치기 민망하고요. 회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윤혁 : "그건 걱정 말아요! 꼭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영 이씨. 아니 이모님만 괜찮으시면 제가 여기서 같이 살아도 되고요!"

영 :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네?!"

윤혁 : "장난이에요 장난. 기분이 아주 좋아서요. 그리고 또 뭐 원하는 건 없어요? 가지고 싶은 거. 집은 어떻게 꾸미고 싶어요?"

영 : "윤혁씨 하나씩요. 이제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은 거잖아요."

윤혁 : "그냥 미리 구상만 해놔도 좋잖아요. 대략 머릿속에 그려놓으면 준비할 때도 편할 거고. 아, 주방은 좀 큰 곳이 좋겠죠?"

영 : "아휴 윤혁씨"

island mountain near rock formation during night time
Photo by Matthew McElwaine on Pexels.com

영의 달 – 57화 / S#3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밤] ————-

영이 떠나간 뒤 성호는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일들은 다시 회상했다.

윤혁의 친모를 처음 만났던 날.
둘이서 비 오는 날 한참을 걸었던 거리.
출근때마다 배웅해주던

수많은 기억들이 지나갔지만, 그 기억 속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우려고 노력해 정말 지워진 것인지,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진한장 남겨두고 싶었다.
봉안당에 안치해 가끔 들러 인사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비밀은 숨길 수 없다며, 윤혁이 자랐을 때 혹시나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작은 추억 하나라도 남겨두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이란 허미의 말을 듣고선

갑갑한 집안에서 힘들게 했으니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라는 마음으로 산분장을 진행하고선 사진 한 장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태웠다.

하지만 영과 윤혁을 보니 인제야 후회가 되었다.

누가 뭐라 하여도 사진 한 장은 남겨둘걸,  평소 좋아했던 옷 한 벌이라도 남겨둘걸.
그래서 매일 꺼내보진 않아도 이렇게 보고 싶은 날 한 번씩은 꺼내볼 걸 후회가 되었다.

윤혁에게 부족함 없는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어도 아들만큼은 지키기 위해서, 잠시라도 쉬면 금세 떠올라 잠 못 이룰까 봐 한 치의 틈도 주지 않고 살았던 과거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지금 윤혁의 마음을 응원하고, 지켜주며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하는 게 아버지로서 맞는 것인지.
아니면 시작하기도 전에 거친 파도에 무너질 운명들이니 지금이라도 그만두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지.

그녀가 함께였다면 덜 고민하고 덜 마음 아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grand canyon
Photo by eberhard grossgasteiger on Pexels.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