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5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55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윤혁이 무슨 일로 성호의 집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대문을 넘어 정원을 지나 현관문에 들어서자 영은 왠지 모르게 몸에 오한이 드는듯했다.
마지막에 왔을 때도 좋은 기억을 얻지 못한 집.
아니 ,시작부터 영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암울한 기억을 심어준 집이다.
마른침을 삼키며 들어온 집 안은 지난번과 다르게 밝은 분위기에 기분 좋은 향까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양희에게 들었던 것처럼 이 집에서만 근무하는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윤혁과 영을 맞이했다.
그리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려하게 치장을 한 강주가 걸어나왔다.
곧이어 한쪽에서 성호도 걸어나왔다.
강주 : "어서 와요 나…나나씨가 아니잖아? (성호를 바라보며)당신 오늘 일정 있어요?"
성호 : "영이 씨가 어쩐 일로…"
영 : "아..안녕하세요."
영이 어색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강주와 성호는 서로 쳐다봤다.
윤혁 : "나나는 누구예요? 텔레토비도 아니고. (영의 손을 잡아끌며) 영 이씨 들어가요."
윤혁과 영이 먼저 식당으로 들어섰고, 뒤이어 성호와 강주가 뒤따라 들어왔다.
윤혁 : "(식탁을 바라보며)손님 오신다고 신경 좀 쓰셨나 봐요? 멀뚱히 서 계시지 말고 두 분 다 앉으세요. 영이 씨는 이쪽"
윤혁이 한쪽 의자를 꺼내 영이 자리에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강주도 자리에 앉았고, 성호는 윤혁을 가만히 바라보다 자리에 앉았다.
강주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니? 나나 씨는 어떻게 된 거야?"
윤혁 : "나나가 도대체 누군데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사람은 맞아요?"
강주 : "양나나 양 말이야. 양 회장님…"
윤혁 : "아, 그 양산물산집 딸? 이제 기억났네요. 제 한 학번 후배인가 그렇죠?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이 안 날법하지 않은데 이렇게 기억이 안 나는 거 보면 존재감이 없거나 저한테 좋은 인상이었던 애는 아닌가 봐요. 근데 왜요?"
강주 : "둘이 안 만났니? 난 여태 둘이서 잘 돼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윤혁 : "올 초에 선보라고 하신 거요? 그게 걔 였나보죠? 그쪽에서도 말을 안 했나 보네요. 그 이야기 나오자마자 취소했어요. 나가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이름도 얼굴도 저는 모르고요."
성호까지 자리에 앉자 식탁 뒤쪽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성호 :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을 좀 해주는 게 어떻겠니. 네 엄마도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윤혁 : "(실소를 터트리며) 엄마…네… 말씀드린 것처럼 저 결혼을 결심한 사람이 생겼어요. 그래서 오늘 소개 시켜 드리려고 이렇게 귀한 분 모셔온 거고요. 허락 구하는 자리가 아닌 소개 자리에요. 그러니 두 분 최대한 예의를 갖춰주세요."
강주 : "윤혁아. 이건 아닌 것 같아. 너 얘 가… 이 아가씨 누군지는 알고 만나는 거야?"
윤혁 :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의 손을 잡으며)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저 이 사람한테 제가 어느 집 사람인지. 누구의 아들인지 이야기 안 했어요. 집에 도착하기 5분 전 까지도요. 영 이씨 저 하나만 보고 이 자리에 온 사람이에요. 제 진심을 믿고 온 사람이에요. 대단한 집 딸이면 뭐가 달라져요? 서로 배경보고 결혼하는 거? 그래서 두 분 행복하세요? "
강주 : "윤혁아. 결혼은 그렇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 믿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거야."
윤혁 : "아뇨. 결혼은 믿음과 사랑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걸 제가 그 누구보다 잘 알아요. 두 분보다 제가 더 잘 알아요. 제가 이 집에서 어떤 아들인데요. 서로에 대한 믿음 속에서 태어나서 그 누구보다 무관심 속에서 컸어요. 더 이상은 말씀 안 드려도 되죠?"
강주는 현기증이 나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고선 눈을 감고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그사이 물컵에 물을 따르던 손이 떨리면서 강주의 옷에 물이 튀었다.
강주 : "아 정말 실장님까지 왜 그래 진짜. 하…"
양희였다.
양희 : "죄송합니다 사모님 얼른 닦아 드리겠습니다."
강주 : "됐어요. 닦으면 뭐해 그냥 옷을 갈아입고 말지"
강주는 옷을 갈아입는다며 식탁에서 일어났고, 물컵에 물을 따르는 양희는 손은 계속해서 떨렸다.
양희가 네 개의 잔에 모두 물을 따르고 문을 닫고 나가자 식탁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영의 어깨를 윤혁이 팔을 뻗어 감싸주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했다.
곧이어 직원 한 명이 윤혁의 차에 있던 영이 준비한 차 세트를 가져왔고 강주도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강주 : "오늘 이 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게 났겠어"
성호 : "식사하지"
강주 : "여보!"
성호 : "손님 모셔놓고 추태 부리는 건 이 정도면 됐어. 예의 좀 차려."
윤혁 : "(식탁 위로 성호 쪽으로 상자를 내밀며)이건 영 이씨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
성호가 천천히 상자를 열고 안에 내용물을 확인했다.
성호 : "선물 고마워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네요. 식사 끝나고 후식으로 같이 들어요."
영 : "네… 감사합니다…"
강주 : "하 참"
강주는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현을 계속했지만, 성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영에게 정말 기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주어 영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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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음식들이 차근차근 차려지기 시작하였지만, 정적만이 감돌았다.
강주는 아직도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연거푸 물만 들이켤 뿐이었다.
성호 :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들어요."
윤혁 : "(영의 앞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이것부터 먹어봐요. 이게 제일 맛있게 생겼어요."
영 : "네… 잘 먹겠습니다…"
영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자리도 편하지 않았고, 뒤에서 왠지 양희가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아 신경 쓰이고, 마주앉아있는 강주 또한 심경이 좋지 않아 보여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듯 몸도 불편하고 물 한 모금 삼키는 것도 힘들었다.
옆에서 윤혁이 음식을 자꾸 앞 접시에 덜어주며 팔꿈치로 꾹꾹 찌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입씩 음식을 입에 넣었지만 도통 목 뒤로 넘어가지가 않았다.
포기한듯 강주도 포크를 들고 입으로 음식을 넣으려 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강주 : "부모님은?"
영 : "두."
윤혁 : "두 분 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강주 : "그럼 고아란 말이야?'
윤혁 : "돌아가신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람면전에서 고아라고 하면 누가 기분 좋아할까요?"
강주 : "그럼 혼자 사는 건 아니지? 설마 둘이서"
윤혁 : "이모님이 계세요. 부모님 돌아가시고 쭉 영 이씨 돌봐주셨고요."
강주 : "후, 학교는"
윤혁 : "고등학교는 당연히 졸업했고 대학보다는 취업."
강주 : "윤혁아, 네가 계속 대답할 거면 그냥 우리 둘이 이야기 하는 게 났지 않을까?"
윤혁 : "궁금하신 거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제가 답해 드릴 테니까. 지금 조사시간 아니고, 식사 시간이잖아요? "
강주 : "친구 한번 데려온 적 없는 아들이 갑자기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며 집에 들어왔는데, 그 여자가 아버지 비서라면 엄마 마음은 어떨 거 같니? 잘 키워 가장 좋은 집안사람과 결혼한다 해도 마음이 편치가 않은데 차이가 나도 너무 나잖아."
윤혁 : "(강주를 노려보며) 좋은 부모 덕분에 남들은 가질 수 없는 것 처음부터 손에 쥐어 태어나고, 남들은 못해보는 것 해보면서 자란 사람이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해 주실 거예요? 부모가 누군지, 학교를 어디를 나왔는지가 뭐가 중요해요. 제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에요? "
강주 : "윤혁아. 결혼은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이 결속력이 생기는 것이기도 해. 그리고 아버지 체면은 생각 안 하니?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외동아들이 회사직원하고 결혼한다고 하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윤혁 : "직원은 사람도 아니에요? 아버지 체면이 제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데요. 제 행복을 먼저 생각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성호 : "그만. "
강주 : "여보,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당신이 생각해도 기가 차지 않아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용납할 수도 없고요."
성호 : "주윤혁."
윤혁 : "네"
성호 : "네 엄마 말에 모든 걸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네 행동을 돌이켜봐야 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생전 처음 누군가를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준 건 아버지로서 참 고맙고 뿌듯하다. 그런데.
최소한 배려심이라는 게 있다면 손님 앞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게 사전에 먼저 우리에게 이야길 했어야지. 너에겐 어떤 말이 나와도 감정적으로 맞받아 칠 수 있는 매일 얼굴 보는 가족이지만 영 이씨 입장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니?
그저 네가 변호하고 보호하면 이 시간이 상대방에게도 편할 거라 생각한 거야?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한 것 자체가 넌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선 누가 누굴 좋아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거야. 처음부터 네가 잘못했다."
성호의 말에 윤형은 깊은 생각에 잠기는듯했다.
성호 : "널 믿고 이 자리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마음의 준비와 시간을 가졌겠니. 비록 식사자리에 내가 그리고 네 엄마가 있을 줄 생각도 못 했겠지만, 이런 상황이 닥칠 거라고 도 생각 못했을 거다.
지금 네가 옆에 앉아있어도 불편하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일 거야. 지금 바로 옆에 앉아있으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데 영이 씨가 너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해서 무엇을 기대하고 꿈꿀 수 있을까?"
성호의 말은 윤혁에게는 날카롭게 다가왔고, 극심한 긴장감에 온몸에 수분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영에게는 따듯하게 느껴졌다.
성호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윤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윤혁 : "사실 영이 씨를 이 자리에 데려온다면 아버지 말씀처럼 제가 모든 것을 보호해줄 생각이었어요. 두 분이 어떤 말을 하시던 저희의 마음은 단호하다는것을 알려드릴수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근데 너무 제 마음만 앞섰던 것 같네요. 오늘 이 자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가 끝났다고 저희 둘의 관계도 끝나는 게 아니니 이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결혼합니다. 영 이씨 미안해요. 일어나요."
영 : "…안녕히 계세요."
영은 윤혁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강주와 성호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는 영의 발이 떨렸다.
윤혁은 몸을 구부려 영의 신발을 신겨주었다.
그리고 윤혁과 영은 현관문을 나섰다.
윤혁과 영이 떠난 식탁에서 성호와 강주는 현관문 소리가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켰다.
강주 : "마지막 그 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인가 보죠?"
강주는 성호를 한번 흘려보더니 그대로 영에게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 강주에게 성호는 눈길도 주지 않고 물만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