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50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50화 / S#1 구실동 J.U.[낮] ————-
다음 날 아침부터 회사건물 전체가 소란스러웠다.
전날처럼 외부인들이 건물출입을 시도한다든지 하는 상황은 없었지만, 중주의 사무실이 비워졌고,동시에 성아의 사무실도 비워졌다.
각 층의 복도마다 성아와 중주의 빈자리가 생기는 것은 해임이 아닌 사임이라는 내용이 적힌 벽보가 부착되었으며,
중주는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성아의 J.U.의류 대표이사 자리는 그대로 유지되는 듯했다.
소담은 담당하던 임원의 자리가 공석이 되니 실업자가 되는 것 아니냐며 투덜거렸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골칫덩이가 사라져 속이 후련한 듯 밝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전체 계열사의 감사업무로 인해 폭풍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기는 감사팀뿐만 아니라 영도 똑같았다.
감사팀에서 보내오는 보고서를 모두 출력해 계열사별로 정리하고,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회의준비를 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차기 임원직이 결정될 때까지 비서팀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된 소담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몇시간씩 진행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의를 기다렸다가 정리하는 일은 중간에 마음 놓고 자리를 비울 틈을 주지 않아 갑갑하기도 했다.
소담 : "(비어있는 회의실 정리를 도와주며) 이럴 거면 비서팀으로 영 이씨 보직을 바꿔주던지. 우리보다 더 바빠. 말이 실장님 개인보조지 혼자서 회사일 다 하는 거 같아. 영 이씨 이거 실장님한테 잘못 걸린 거 아니야?"
영 : "그래도 엄청나게 잘 챙겨주세요. 얼마 전에 간식도 한 보따리 사다 주셨고 또…"
소담 : "어휴 간식은 나도 사다 주겠네"
수현 : "아니 영 이씨 왜 말을 못해요! 퇴근 늦어지면 택시비도 지원해 주고, 밥도 사다 주는데!"
영 : "실장님!"
소담 : "밥은 당연히 사다 주셔야죠! 야근까지 하는데 밥도 안 사주시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집에 데려다 주시는 것도 아니시면서!"
갑자기 나타난 수현에 영은 놀란 기색을 했지만, 소담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수현 : "흠 제가 집에 데려다 주는걸 영이 씨가 안 좋아 할 거 같은데, 아니 정확히는 애인이 안 좋아하려나? 하하"
영 : "네?"
수현 : "농담이에요 농담. 아휴 다음부턴 제가 정중히 모셔다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뒷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래도 비공식 사내 인기남 1위인데 제 뒷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아프네요."
소담 : "농담으로라도 애인 여부를 먼저 물어보고! 그리고 사생활은 신경안 써주시는 게 모두에게 좋거든요? 영 이씨 얼굴 빨개졌잖아요! 아니 그리고 누가 인기남 1위래요? 자체조사 하신 거 아니에요?"
수현 : "아닌데, 남녀 상관없이 제가 인사하면 다 잘 받아주시던데. "
소담 : "어휴 진짜…"
수현 : "하하 오늘도 아침부터 너무 바쁘셨죠? 점심 끝나고 후식은 제가 사서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물론 소담 씨 것도. 우리 영 이씨 도와주시는 건 절 도와주시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제가 기꺼이 사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께는 비밀인 거 아시죠? 그럼 곧 점심시간이니까 조금만 힘내세요. 전 갑니다 안녕~ "
수현이 나가고 성아와 영의 눈빛이 마주치자 서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영의 달 – 50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강주의 매일은 외롭고 고독했다.
평소에도 인형의 집에 갇혀 사는 인형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정말 집이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날이후 식사시간에도 강주는 혼자였다.
성호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면 방 밖을 나서봤지만 성호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본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루는 성호를 뒤따라가 봤지만, 곧바로 문을 잠그는 바람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성호가 아침 식사 또한 일찍 하는 것 같기에 이른 시간부터 준비해 식탁으로 나가보았지만, 강주가 식당에 들어서자 일어나 옷을 챙겨나가 버리는 바람에 말 한마디 붙이지 못했다.
친정에서는 중주는 며칠째 출근도 하지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으며,성호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연신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중주의 사임공고가 붙었다는 것은 양희를 통해 확인했다.
강주에게 연락해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울고불고 떼를 쓸 줄얼었던 중주는 정말 자숙의 시간이라도 가지려는 것인지 연락 한통 없었다.
항상 마음에 차지 않는 동생이라 귀찮을 때가 많았지만 도리어 연락이 없다 보니 걱정이 앞섰다.
지금쯤이면 친정에서도 사람을 시켜 현재 상황을 알았을 수도 있지만,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 강주는 휴대전화기를 꺼내 들어 어딘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강주 : "우리…잠깐 볼 수 있을까요? 아니요 제가 갈게요. 두 시간…아니 한 시간이면 될 거 같아요."
통화를 끝낸 강주는 차 열쇠를 챙겨 방 밖으로 나섰다.
양희 : "사모님 오늘 일정이라도"
강주 : "실장님, 차 내가 가지고 나가요. 집에 올 손님도 없지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주시고 다른 말은. 나 지금 바쁘니까 그만"
양희 : "사모님!"
강주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양희를 지나쳐 그대로 현관문을 빠져나갔다.
양희 : "하여튼… 나 같으면 밖에 나갈 생각도 못 하겠다. 온갖 고상한 척은 다하면서 가장 중요한 생각이 없다니까? 어휴, 그래 나가라~ 나가면 우리야 편하고 좋지~ 쉬자 셔."

영의 달 – 50화 / S#3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밤] ————-
성호의 생각보다 중주의 회사에서의 입자는 작디작은 모래알보다 더 작고 존재감조차 미미한듯했다.
아니 어쩌면 다들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중주가 회사에 있을 때만 해도 중주의 업무능력과 개인적인 성향, 다방면으로 고루 넓은 인맥이 회사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이
중주의 사임 같은 해임에 반대하고 나서는 이가 하나도 없었으며, 애초에 없었던 사람들처럼 행동하거나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중주의 악행에 대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껏 수많은 사람과 미팅을 하고 회의를 했지만, 사람이주는 이 오묘한 본인만 살겠다는 이기주의의 냄새는 언제 맡아도 회의감이 들게 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하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성호도 나름 외로움과 고독 속에 쌓여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강주를 또 마주칠 생각에 두통이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서라면 휴식은 필요하다.
지금 성호에게 마음의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며칠 전 수현과의 술자리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학교 앞 주점이 아직 그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혼자서라도 가봐야겠다 생각이들어 책상 위의 다이어리를 서랍에 넣기 위에 손잡이를 잡아당기니 손수건과 알약이 보였다.
영의 손수건. 그리고 본인을 걱정해 놓아두었던 알약.
그때 꿀물과 함께 놓여있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 장면만 생각해도 성호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사람에게서 치유한다.
성호는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이 있었다.
말을 나누지는 않아도, 항상 옆에 붙어있지 않아도, 오가는 발걸음 사이에서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
책상 위, 사무실 구석구석 스며있는 손길.
영은 모르겠지만, 이미 성호를 위한 안식처를 영이 만들어준 셈이었다.
영의 손길이 묻어져 있는, 영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사무실이 성호의 안식처였다.
이것을 깨닫자마자 성호의 갈 곳 없이 떠돌아 다니는듯한 마음이 안정적이게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저절로 안도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숨이 내쉬어졌다.
성호 : "후…"
그리고선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영의 달 – 50화 / S#4 경기도 모 처 [밤] ————-
어두운 밤 달빛에만 의존해 산속을 헤매다 발을 헛딪여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정신을 잃은 진성.
고통스러운 두통을 느끼며 눈을 뜬 진성의 바로 위에는 전구 하나가 켜져 있었고 낡고 오래된 침대처럼 보이는 곳에 온몸이 붕대와 같아 보이는 넓은 천으로 으로 묶여있었다.
벽지하나없이 콘크리트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 곳은 보기만 해도 냉기가 뿜어져 나왔고 창문 하나 없었다.
출입문으로 보이는 철문 하나에 창문이 하나 있었지만 밖에도 어두운 것인지 보이는 것 없이 깜깜했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려 해보았으나 겨우 고개만 움직일 수 있었는데 머리를 다친 것인지 조금만 목을 돌려도 머리가 아팠다.
진성 : "아무도 없어요? 사람 살려! 여기 사람 있어요!"
진성이 목놓아 소리쳐 보았지만, 듣는이가 없는지 인기척 하나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큰 소리를 내어 현기증이 나는 듯도 했고 목이 타도록 갈증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침대 바로 옆 작은 탁상 위에 물병이 올려져 있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기에 정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쇠사슬 등으로 묶여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힘을 주면 끈을 풀고 헤어나올 수 있을 것 같아 몸을 계속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힘만 빠지고 두통만 더 심해질 뿐 소득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 철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고요하지만 했던 방안에 들리는 갑작스러운 소음으로 당연한 듯 진성의 고개는 철문으로 향했다.
진성 : " 아..아니 어떡해! 켁… 그…그만"
진성이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철문으로 들어서자 진성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진성의 곁으로 다가와 탁상 위에 있는 물병을 들더니 진성의 얼굴 위로 가져가서는 진성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진성의 입에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입 뿐만 이 나라 코와 귀까지 물이 흘러들어 가며 고통스럽다는 듯 물을 뱉어내기도 했지만
고통스러워 보이는 진성의 모습을 보면서도 물병에 물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물을 계속해서 쏟아부었다.
진성 : "허억…허억…"
물병의 모든 물이 쏟아지고 온 얼굴과 진성이 배고 있었던 베개와 침대 시트 등이 젖은 것을 보고서도 아무 말 없이 빈 물병을 다시 탁자 위에 올려두고선 아무런 말도 없이 뒤돌아 나갔다.
사람이 나가는 뒷모습을 진성은 아무 말 없이 숨을 헐떡이며 쳐다보고 있었고 문이 다시 닫히자 모든 것을 체념한다는 듯 눈을 감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