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49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49화 / S#1 구실동 J.U.그룹 앞 [밤] ————-
차량 두 대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온 구실동 J.U.그룹 앞.
영과 소담을 포함한 사람들이 이제 한시름 놓겠다며 웅성거리며 로비로 들어서고 있었다.
소담은 기운이 모두 빠졌다며 곧바로 퇴근한다고 인사를 하고 떠났고, 영은 사람들과 섞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생각해보니 휴대전화기도 가방도 뭐하나 제대로 챙겨나온 것은 없었다.
가만히 반지를 바라보며 소식이 없어 윤혁이 많이 걱정했을 텐데 얼른 전화를 해줘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누가 불을 끄고 간 것인지 32층에는 불빛 한점 없었다.
복도에 불을 제대로 켜지도 않고 영은 터덜터덜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
다리도 퉁퉁 부어 천근만근 무거웠다.
생각해보니 구실동 제대로 앉아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정쩡한 자세로 다리를 두드리며 방문을 열자 영은 식겁했다.
어두컴컴한 방 안,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만이 겨우 어두운 방의 내부를 비추고 있었고, 영의 의자에 윤혁이 잠들어있었다.
책상위에 영의 가방과 휴대전화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을 보면
영이 급하게 자리를 비워 물건을 가져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기다린듯했다.
영은 윤혁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윤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혁에게서는 항상 깨끗한 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샴푸냄새인지 향수 냄새인지, 옷에서 나는 냄새인지 모르겠지만 윤혁의 머리칼을 쓰다듬을 때마다 향이 더 나는듯했다.
항상 윤혁의 얼굴은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이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처음인듯했다.
오똑한 코와 보드라워 보이는 입.
뭐하나 모진 곳 없는 얼굴이었다.
영은 자기도 모르게 윤혁의 귀까지 손이 닿았다.
귓불을 살짝 건드려 보려는 순간 윤혁의 손이 영을 잡아끌었다.
의자 위 윤혁의 다리 위로 영이 털썩 주저앉았다.
영 : "너무 정신이 없어서 휴대전화기를 두고 간지도 몰랐어요.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윤혁 : "(영을 끌어안으며)일이 늦게 끝나서 그렇게 오라는 안 기다렸어요. 이러고 있으니까 아주 좋다."
영 : "피곤할 텐데 어서 집으로 가요."
윤혁 :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걱정도 엄청나게 하고. 오늘 온종일 나 걱정시켰으니까 잠깐만 이렇게 있어요."
윤혁의 말에 영은 아무런 대답 없이 윤혁에게 안긴 채로 가만히 있어주었다.
그리고는 윤혁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오늘은 영과 소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윤혁은 영의 걱정까지 배로 했으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곤했을 터.
이렇게 5분이든 10분이든 있어주는 것이 무엇이 어려울까.
한참을 영을 끌어안고 있던 윤혁이 피곤이 가득한 눈으로 영을 지긋이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윤혁의 모습을 보며 영도 미소로 답변했다.
천천히 윤혁의 얼굴이 영의 얼굴과 가까워졌다.
영은 본인도 모르게 몸이 바짝 얼었다.
윤혁과의 입술이 맞닿자 영은 전기가 통하는 듯 몸이 더 얼어붙었다.
윤혁의 따스한 입김이, 영의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만 끔벅이던 영은 윤혁의 뒤로 쏟아져 내려오는 달빛에 눈이 부시는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영의 달 – 49화 / S#2 경기도 모 처 [밤] ————-
진성 : "허억…허억…"
진성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산속을 달리고 있었다.
깜깜한 밤 기댈곳이라고는 달빛밖에 없는 곳,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지 앞에서 덮치는지 한 치 앞을 볼 수도 없는 곳.
누군가에게 쫓기는듯한 모습을 보이며 달려나가는 길에도 사방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진성의 다급한 발소리 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듯했지만 진성은 멈출 수 없었다.
진성 : "으악!"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진성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고 길 비탈길을 온몸으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영의 달 – 49화 / S#3 J.U.호텔 라운지 [밤] ————-
수현 :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참 재밌단 말이야…"
성호 : "뭔데 그래?"
수현 : "아, 저는 책을 읽더라도 멜로 라는 장르가 참 재미있더라고요. 오싹한 스릴러도 좋은데 읽기에 재미있는 건 멜로가 아닌가 싶어요 "
성호 : "그래서 짬내서 휴대전화로 책이라도 읽는 거야? "
수현 :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하하."
성호 : "섭섭하네. 오랜만에 이런 시간 갖는 건데 내 앞에서 책이나 읽다니. 책벌레는 어디 안 가네."
수현 : "지루해서 그런 건 아닌데, 여기 도착해서 말 한마디 없으셨잖아요! 더군다나 이왕이면 시끌벅적하지만 프라이빗한 그런 곳에서 회장님께 비싼 술 좀 얻어먹나 했는데 호텔 라운지라뇨? 그렇게 다른 곳에 돈쓰기 아까우세요? 그래서 셀프로 매출 올려주시는 거에요? "
성호 : "(수현의 투덜거림에 미소를 지으며) 그래. 내 호텔에서 내 돈 내고 내가 다시 돌려받을 거야. "
수현 : "이햐, 이렇게 배포가 작은 분이신 줄 몰랐는데 좀 실망입니다. 회장님"
성호 : "그럼 지금이라도 돌아갈래?"
수현 : "어휴, 그건 아니죠. 가더라도 이거 다 마시고 가야죠."
성호 : "날 웃게 하는 사람이 몇 없는데, 그중에 너도 포함이야. 수현아. 네가 있어서 나는 참 마음 한편이 놓인다. "
수현 : "하긴 웃음이 없으셔도 너어무 없으시죠. 가끔 너무 발달한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로 만든 가면을 쓰고 계신 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우는 건 고사하더라도 좀 웃고, 즐기면서 사실줄도 알아야하는데 참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성호 : "나도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학교 앞 주점에 가서 혼자 소주 한잔 하면서 과거 일을 떠올리거나. 시끌벅적한 포장마차에 가서 사람냄새 맡고 싶을 때가 있긴 한데, 어느 순간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까먹은 것 같아.
날씨가 추우면 군고구마를 먼저 떠올리고, 날씨가 더우면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부터 (술을 한잔 털어 넣고, 손에 들린 잔을 바라보며)날씨가 추우면 올해 겨울 겉옷들 매출은 좀 나왔는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날씨가 더우면 여름 가전 판매율이 높아졌는지, 호캉스라는 이유로 호텔 객실들이 북적이는지가 떠오르더라"
수현 : "그건 당연히 수장 자리에 계시니까"
성호 : "아니, 일만 생각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거야. 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아닌 기계. 수장이란 자리에 올라오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어. (손바닥을 펼쳐보이며)내손으로 버린 게 아닌데 떠나간 것도 많고. 남들 눈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사람 같지만. 난 누구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수현 : "(성호를 지긋이 바라보며) 회장님…"
성호 : "복에 겨워 하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오늘 여기 온 건 혹시나 성아가 있을까 봐서였어. 동생한테 전화한 번 하는 것도 남들이 들을까 싶어 마음 편히 못했어. 그러는 동안 성아가 혼자 많이 외로웠나 보더라.
(술잔을 들이키며) 오늘 성아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아는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더라. 난 참… 못난 사람이야. 성아가 혼자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지내고만 있는 줄 알았다."
수현 : "(성호의 빈 잔을 채워주며) 제가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가족의 사이가 남 보다 못하게 되는 건 어느 집이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회장님만 겪은 일은 아닐 테니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그리고 남매는 요즘 말로 서로 엄마 아들, 아빠 딸 하며 사는 게 다반사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상무님은 회장님을 든든한 오빠라고 생각하니 행복을 바라셨을 테고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고 싶은 데로 챙겨주고 싶은 가족 남 눈치 보지 말고 챙겨주세요. "
성호 : "(술잔을 바라보며)너무 늦은 게 아니라면, 그러고 싶다."

영의 달 – 49화 / S#4 성아의 집 [밤] ————-
집으로 돌아온 성아는 한참이나 울부짖었다.
최근 몇 년을. 중주가 이사라는 직책을 가지고 회사로 들어온 그 순간부터 분노에 휩싸여 사람을 붙여 강주와 중주의 뒷조사를 하고,
염탐하고 경계해왔다.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 성호와 강주를 떼어내서라도 집안에서조차도 내쫓고 싶었다.
성아는 알고 있었다.
강주와 중주 모두 본인이 맡지 말아야 할 자리를 맡은 사람들.
그릇에 맞지 않은 물을 넘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
몇번이나 허미를 찾아가 이야기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기에 몇 년을 준비해 가족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발하고 싶었는데, 그날이 오늘이었는데.
강주가 반문하며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예상치 못했고, 여전히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허미에게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성호가 회장직에 오를 준비를 할 때부터 그랬다.
이미 성호가 차기 회장이라는 것은 눈치껏 알고 있었기에 불만은 없었지만, 당연하다는 듯 허미는 성아도 성호의 곁에서 잘라내었다.
집에서 내보내기도 했고, 본사에서 계열사로 발령하기도 했다.
그것도 괜찮았다. 성호의 성공을 성아도 진심으로 바랬기 때문이다.
회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허미도 성호의 행복은 먼저 바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허미는 그저 회사의 안위만을, 회사의 존재만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성호의 행복은 뒷전인 것 같았다.
허미는 성호를 본인의 허수아비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참을 수 없었다.
성호를 위해서라면 허미의 그림자 또한 제거되어야 한다고 성아는 생각했다.
자식은 부모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이미 대물림된 자리. 새로운 대의 사람들이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