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4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48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현관문이 열리고 허미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허미를 보좌하는 사람이 뒤따라 들어와 실내용 휠체어를 펼쳤고, 허미를 휠체어에 앉힌 뒤 거실 소파 중앙으로 이동했다.
천천히 소파에 앉아있던 성아도 일어나 허미를 맞이했으며, 강주 또한 급하게 옷을 갈아입었지만 땀으로 화장이 일부 지워져 얼굴이 얼굴덜룩했다.
거실 테이블 구석 미처 치우지 못한 작은 유리조각을 발견한 허미는 헛웃음을 쳤다.
허미의 인기척 하나에도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수현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수현은 허미가 자리 잡은 곳 바로 옆으로 가, 준비해갔던 노트북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제보 내용부터, 뉴스보도 화면까지 정리된 내용은 모두 설명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불려들어가는 직원들도 있었다.
소담은 이미 자포자기한 듯, 언제든 불려들어가 엎드려뻗쳐를 시키면 할 테니 집에만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쪼그려 앉아 다리를 주무르기도 하고 마당의 돌들에 살짝 앉았다. 일어나기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수현이 밖으로 나와 모든 직원을 안으로 허미를.
영은 들어가지 말까 고민하고 있는 차 소담히 손을 잡고 끄는 바람에 함께 들어가게 되었다.
현관문부터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영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자꾸 움츠려 들었다.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가자, 생전 처음 보는 깨끗하고 넓은 집안이 보였다.
세상에 태어나 이런 집은 처음이었다.
친구들집에 놀러 갔어도 방문만 한 냉장고에, 큰 소파와 TV가 신기했었는데 성호의 집은 높디높은 천장에 수많은 방과 드넓은 거실까지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이 보이는듯했다.
열명에 가까운 사람이 서 있어도 거실은 부족함이 없었다.
아까보았던 허미는 휠체어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 성호와 성아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강주.
매우 야위어 보이고 방금 울었던 사람처럼 얼굴이 엉망인 채로 표정이 멍하게 앉아있었다.
허미 : "오늘 이 일에 대해서 나는 그 어떤 누구도 책망하지는 않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오늘 이 일을 계기로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내가 모시는 사람이.
멋대로든 타의 적으로든 나한테 폐를 끼칠 수 있다는걸 항상 명심하고 경계하세요. 우리 주 그룹. 여기 있는 사람들만이 이끌어가는 기업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가지고 가는 거니, 그 무엇이든 위협이 되려 하는 걸 발견하면 주저하지 말고 이야기하세요. 불길은 커지면 커질수록 잡기 어려운 법입니다. 불씨를 발견했을 때 바로 끌 수 있도록 해주세요. "
직원일동 : "네. 알겠습니다."
성호 :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다들 여기까지 와서 고생이 많았네요. (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김 실장님"
수현 : "네,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현이 직원들은 모두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회사에 짐을 두고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 다시 차로 사무실까지 데려다 줄 테니 지금 이 시간까지 꼭 연장근무결재를 올리란 말을 하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하였으나 다들 지진 표정이 역력했다.
사람들에게 흥을 돋워주며 수현은 특유의 쾌활함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였다.

직원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집안의 분위기는 더욱더 냉랭해졌다.
성호 : "어머니 오늘은 늦었으니 방에 들어가 쉬시고, 하룻밤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가시는 게 어떠세요."
미 : "이 집에 내 방은 없다. (강주를 쳐다보며)그리고 큰애야."
강주 : "…네 어머님"
미 : "데리고 나와라."
강주 : "…네? 무슨 말씀이세요?"
미 : "두 번 세 번 되물으면, 되물을수록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시간은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 알고 있지?"
강주의 멍했던 표정이 다시 붉어지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성호와 성아 모두 강주를 쳐다보았다.
강주는 떨리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본인의 방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강주보다 몸을 더 떨고 있는 중주가 바닥에 앉아있었다.
강주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중주를 바라보자. 중주는 엉망인 머리와 옷 매무새를 정돈하고 거실로 나와 허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성아 : "아..아니 어떻게…. 이 사람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
중주 : "사돈어른. 정말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
미 : "내가 지금까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안씨 집안이 우리 회장의 든든한 뒷배여서 그런 것도 아니고, 안씨 집안이 무서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좀 해보자.
둘이 연을 맺을 때 무어라 말했어. 가진 것 다 내놓아도 짝으로써 연을 맺은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살겠다 했지. 그 마음을 믿었다. "
강주와 중주는 둘 다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미 : "결혼 이후 지금까지 나 몰래 돈 돈 거리며 내놓았던 것을 다시 몰래 다시 뺏어가 가려 가는 것도 알고있어도 참았다. 둘째 딸까지 회사에 집어넣은 것도 참았어. 그것이 욕심의 끝이기를 바랬다.
아니 혹시나 회사에서 제대로 자리 잡으면 이제라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까 해 참았다. 그런데 내 판단이 틀렸던 거지. 욕심을 부려도 정도껏 부리면서 흠집은 내지 말았어야!"
허미가 크게 호통을 치자 중주의 고개는 더 숙였고, 강주의 몸은 다시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미 : "안씨 집안이 탐할 수 있는 회사도 아니고, 만들어낸 회사도 아니야! 주제 파악 못하고 설치기는 왜 설쳐! 지금껏 그렇게 넘어가 주고, 모르는 척 해줬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지금 있는 자리라도 만족하고 있었어야지. 매달 나오는 급료가 어디서 나오는 건데 어디서 감히!"
성호 : "어머니 그만 하세요. 이미 벌어진 일 수습하면 됩니다. 준비도 다 되어있고요."
미 : "항상 이게 문제다. 그 약한 마음. 그 자리에 앉혀놨으면 가족이라도 베어낼 줄 알아야지. 어렸을 때부터 지나가던 어린아이한테도 측은지심을 품어서는 옷까지 내어주려는 그게 문제였어!"
성호 : "어머니!"
미 : "내일부터 회사 근처에 안씨는 그 누구라도 알짱거릴 생각하지도 마라. 들일 생각도 하지 마라. 그리고 다달이 사돈집으로 들어가던 돈은. 내 값을 더 쳐 줄 테니 그 외에 더 바라지 말라고도 전해라. "
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주가 갑자기 폭소를 터트렸다.
성호와 성아. 미까지 모두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강주를 쳐다보았다.
강주 : "어머니 말씀은 바로 하셔야죠. 제가 이 집에 들어와서 맨몸으로 살았나요? 맨입으로 이 자리에 있나요? 어머니가 그렇게 아끼시는 아들. 회장자리 오르기까지 안으로 밖으로 내조해주고, 금지옥엽으로 품에 안으면 부서질까, 쓰다듬으면 흩어질까 하시는 손주는 누가 어떻게 키웠는데요. 지금까지 지내온 세월이며 제가 한 모든 것 그 값. 돈으로만 쳐도 주 그룹 절반은 제 몫이에요. 선심 쓰듯이 직원 부리듯 다달이 돈을 더 주겠다느니 욕심내지 말라느니 이런 말씀 꺼내지도 마세요. "
미 : "네..네가 지금"
강주 : "없는 시간 만들어내서 봉사활동 다니면서 일부러 사진 찍혀주고, 고상한 척 모임에 나가서 하하 호호. 저 이 집에 들어와서 못한 것 없고, 못 해준 거 없어요. 선심 쓰듯 그렇게 이야기하시니 저도 더는 참을 수가 없네요.
어떻게 된 것인지, 혹시 덫에 걸려든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누명을 뒤집어쓴 건 아닌지 왜 묻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는 거에요? 가족이라 생각하지도 않는 거에요?"
성호 : "당신도 그만해."
강주 : "안 그래도 그만 해요. 여자로서 사랑 없고, 인정없는 결혼생활. 힘들어도 부모님께서 쌓아오신 재산과 명예 털어내 들어앉은 자리이니 내 업보라 생각하고 살았어요. 근데 모욕당하는 건 기분이 너무 안 좋네요."
성아 : "말 한번 잘했네, 그 명예와 재산 돌려 줄 테니 이쯤에서 두 사람 그만 하는 게 어때? "
폭풍같이 본인 할 말을 쏟아내는 강주의 모습에 질렸는지, 성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선 가방에 들어있던 사진을 바닥에 뿌렸다.
성아 :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겠지, 오늘의 일이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는 거 쫌은. 그러니 단 한 명도 걱정하지를 않는 거야. 누군가 우리 집에 흠집 내려고 저 멍청한 여자한테 뇌물 주고 청탁하라고 꼬드긴 건 아니냐는 생각 자체를 하지를 않는 거라고.
자매 끼리 틈만 나면 만나서 비인간적인 태도로 다른 사람들 한때 갑질 하고, 사람들한테 주식 양도 하라고 협박하고. 밖에 보는 눈들 있으니 편안히 다니라고 기사 딸린 차까지 내어줬는데, 그 기사랑 호텔 드나드는 건 취미생활. 오빠. 오빠도 말해 봐 다 알고 있었잖아."
성호 : "성아야 그만해"
성아 : "이 여자들 둘 다 똑같아. 오늘 확인된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 인 거 다 알잖아. 지금까지 우리 집을 등 뒤에 두고선 온갖 더러운 일이란 일은 다했는데 그냥 둘 거야? 아버지가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자식들 사이도 다 갈라놓고 앉힌 회장자리인데 저런 사람들이랑 계속 허미, 오빠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살았는데! "
성호 : "그만. 그만! 성아야 허미. 다 정리하기로 했잖아. 내일부터 당장 자리도 비우기로 했잖아."
성아 : "(허미 앞에 무릎 꿇어앉으며) 엄마, 어머니. 쫓아내요 네? 뭐하러 내버려둬요? 이 지경 까지 만들었는데 집안에 둬봤자 뭐해요. 내버려둬 봤자 또 다른 꿍꿍이를 가실 사람들이야.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오빠만 힘들게 할 뿐이에요 네? "
짝-.
허미가 성아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허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 얼어붙었다.
미 :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
성아 : "어..엄마"
미 : "내 아무리 뒷방 늙은이라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오늘일 만 보고선 여기까지 달려온 줄 아니? 뭐가 정말 네 오라비 위한 일인지 아직도 판단이 안 서는 게야?"
성호 : "어머니 왜 그러세요. 성아한태까지 그러지 마세요."
미: "내가 팔푼이들을 낳아놨구나.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다고 모르는 게 아니야. 내 얼굴에 침 뱉기 하기 싫어 잠자코 있는 것 뿐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고 있다만 오늘,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 접어라. 쓸모없고 도움되지 않는 일과 생각이니 애초에 없었다 하고 그냥 지워. 여기에서 마무리하는 게 모두에게 좋아."
성아 : "옆에 둘 가치가 없는…해가되는건 왜 안 잘라 내는 건데… 사람들 시선이? 회사 평판이 무너질까 걱정되어서? 오빠 행복은 하나도 생각 안 해? 매일같이 사람들에 치이고, 일에 묻혀 사는 사람인데 집에서라도 편안하게 지내야지. 저런 사람들하고 어떻게 같이 냅둬 "
강주 : "아가씨"
성아 : "아가씨라고 부르지도 마요. 나 한 번도 올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우리 집에 붙어서 이거 빼먹을 거 없나, 저거 빼먹을 거 없나 하는 거머리 같은 존재들이야."
미 : "집안 싸움 보자고 먼 길 달려온 거 아니다. 집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 담벼락 넘어까지 소란하게 한 것은 이번이 마지막인 걸로 다들 알고 있어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집 말고 안씨들이 발길을 둘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성아 너는 한 번 더 이런 식으로 했다간 딸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아. 내 지팡이 좀 다오."
미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선 현관으로 향했다.
성호 : "어머니 밤길이 위험한데 오늘만 주무시고 가세요."
미 : "(붙잡는 성호의 손을 잡으며) 내 잠이라도 편하게 자려면, 내 침대에서 자고 싶구나. 고단하고 힘이 들어 편안하게 자고 싶어 그러니 내 걱정은 말고. 내일도 오늘만큼이나 힘든 하루가 될 테지만 그전에 집안 정리 마무리부터 해라."
성호 : "어머니…"
그길로 허미는 수행원과 함께 집을 나섰고, 성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과 가방 등을 챙겨 성호에게 인사 한마디 없이 나가 버렸다.
이후 강주가 중주를 챙겨 방으로 돌아갔고, 수현이 들어왔다.
수현 : "회장님 괜찮으세요?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사진과 서류들을 보며) 이햐…또 한바탕 하신 거에요? 상무님이신가?"
성호 : "수현아… 술 한잔 괜찮지?"
수현 : "아휴, 저는 좋죠. 분위기가 좀 그런데 밖에서 모실까요?"
성호 :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