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47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회의실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차가워져만 갔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도 점점 지쳐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고,
똑같이 분주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노을이 지려는 듯 해가 가라앉는 것이 보이자 그때야 회의실 문이 제대로 열렸고,
참석했던 부장급 이상 직원들과 임원진들이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하자 길고 긴 회의의 끝이 났음을 알리는듯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중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임직원이 빠져나가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팀과 이외 인원들이 쏙살같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아직 성호와 성아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분위기에 휩쓸려 영도 들어와 보이지 않게 끄트머리 쪽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수현 : "회장님과 상무님께서도 자리하시겠다고 하셔서, 우선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모든 응대는 홍보팀에서 주관해서 담당하기로 했으니 비서팀들은 방송국이나 외부에서 연락이 들어오는 경우 모두 홍보실 통해 연락 달라고 마무리 해주셔야 하고,
사내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인사팀에서 바로 인트라넷부터 사내메신저 팝업 등으로 대외비 밖으로 세어나기지 않게 하라고 경고 단단히 해주세요. 그리고…"
성아 : "주주들이 먼저 요청하기 전에 주주회의를 먼저 열 생각이니까, 준비들 해주시고요. 안중주 이사는 사임하게끔 만들건대, 정말 아무도 몰랐어요? 그렇게 붙어있으면서?
그래요. 보모가 아닌 이상 24시간 붙어있을 순 없었겠지. 그런데 난 의심이 되요.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 한 사람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내 일이 아니니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있었던 건 아닌지.
하실 말씀 없으세요? 아무도? 난 왜. 유능하다는 사람들 다 모아놓은 우리 회사직원들의 자질이 의심이 되지?"
성아가 날카롭게 밀어붙이자, 성호가 나섰다.
성호 : "지금 이 자리. 자질 평가 자리 아닙니다. 그리고 다들 한계가 있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중요한 이야기만 하게 그만 합시다.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거 아니니까. 김 실장 계속하세요."
수현 : "감사합니다. 외부사람에게 피해가 끼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발표는 따로 하지 않고 홍보팀에서 입장문 발표를 따로 홈페이지와 공영방송 사통해 입장문 발표 할 거니까 내용에 대해서는 결정이 되면 다들 숙지하고 계셔주세요.
입장문 발표 뒤에도 들어오는 외부연락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홍보팀에서 담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각 계열사 감사도 내일 곧바로 시행됩니다. 이 부분도 이야기 세어나가지 않게 단속해주시고,
감사 진행하고 나서 대대적으로 인사이동 있을 수 있으니까 준비하시면 됩니다. 질문 있으신 분? "
수현의 물음에 다들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호 : "임원진들에 대한 감사와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단 이야기지, 실제로 이 일에 연관이 없다면 여러분의 인사이동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각 담당팀장이나 여기 수현실장 통해 이야기해주시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 내부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합시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 일제히 일어나 회의실을 나서는 성호에게 인사를 했다.
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큰 한숨을 쉬고서 성아도 따라 일어났다.
성호와 성아, 수현이 밖으로 나가자 모두 의자에 털썩 앉아 한숨을 몰아쉬기 급급했다.
삼삼오오 모여 서로업무 분장을 나누다 한 명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영은 모두 회의실을 나가자 의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너무 급작스럽게 발생한 일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한편으로는 영이 먼저 손쓰기 전에 중주가 무너졌으니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아마 이 일로 강주도 편하게 있지는 못할 터,
생각했던것보다 일이 쉽게 잘 풀리고 영이 직접 손쓰지 않아도 무너져 가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았지만
이 일로 혹시나 회사 전체에 문제가 생겨 윤혁과 소담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닐까도 걱정스러웠다.
맨처음에는 주 그룹일가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면, 이제는 주 그룹 일가는 무너져도 괜찮으나 윤혁과 소담만은 안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호… 곁에서 지켜본 성호는 나쁜 사람 처럼 보이지 않았다.
성호가 아파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 걸까?
짠한 마음마저 들었다. 지금도 상태가 좋아 보지이지 않는데 항상 숨 쉴 틈 없이 사는 사람 같은데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되는 마음도 들었다.
영의 달 – 47화 / S#1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낮] ————-
회의실을 나선 성아는 성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본인의 사무실로 돌아가 밖에서 누가 들을세라 소리없이 웃음을 짓고 있었고, 성호는 회장실로 곧바로 이동했다.
성호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고, 수현이 뒤를 따라 들어가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성호는 거칠게 옷걸이에 겉옷을 벗어 던졌다.
성호 : "안 이사 위치파악 정말 안 돼?"
수현 : "…"
성호 : "도대체 어디까지! 내가 어디까지 봐주고 뒤처리 해줘야 하는 건데!"
그때 수현의 휴대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성호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선 뒤돌아 전화를 받았다.
수현 : "…네 알겠습니다. 네"
성호 : "처제?"
수현 : "허 여사님 지금 고은동으로 이동 중이시라고 합니다."
성호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 호미가 이동 중이라는 게 확인되었다면 이미 서울에 진입했을지도 모른다.
출발 도착시각을 명확히 공유하는 성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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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 : "그렇게 뉴스까지 나왔으니 모르실 리가 없지. 네 알겠어요. 나도 고은동으로 가요."
허미가 이동 중이라는 것은 전해 들은 건 성호뿐만이 아녔다.
성아 또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출발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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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정리는 마치고 뒤늦게 32층으로 올라온 영은 분주한 복도를 보며 무슨 일이 또 생긴 건가 어리둥절했다.
분주한 상황은 아까도 겪었지만, 지금의 분주함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분주함이 아닌 새로운 일에 대한 분주함이랄까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가려던 차, 수현이 회장실에서 나왔다.
수현 : "어, 영 이씨 밑에 내 자리 가면 노트북 가방 있으니까 챙겨다 주세요. 그리고 지금 고은동으로 출발해야 하니까 준비해주시고요. 지하주차장에서 만나요. (시계를 보며) 5분 있다. 빨리요!"
영 : "저도요?"
수현 : "지금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회장님 모시고 내려가야 하니까 얼른 얼른!"
수현이 다급한 목소리로 등을 떠밀어 영은 되물음에 답변을 받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서 비서팀 사무실에 도착해 수현의 노트북 가방을 챙겼고,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엘레베이저 문이 열리자 지하주차장도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서 분주했다.
대기 중인 차량도 1~2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임원진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성호와 수현이 내렸고 성호가 먼저 대기 중인 차량 중 한곳에 올라탔다.
수현 : "고마워요. 내가 챙겨도 되는데 너무 급해서. 우선 일단 타요."
영 : "네? 아니 저는"
영이 이야기를 다 끝마치기도 전에 수현은 이번엔 영을 차에 태웠다.
이미 뒷좌석에는 성호가 타고 있었기에, 성호의 반대편 문을 열어 영을 태우고 수현은 보조석으로 탑승했다.
뒷자석에서는 어색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밖의 풍경만 쳐다보고 있었다.
수현은 노트북을 꺼내 들고 무릎 위에 올려놓고선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성호도 창밖만 바라볼 뿐 다른 말은 없었다.
한동안 달린 차는 영에게도 익숙한 밖의 풍경을 보여줬다.
영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지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여기서 반대쪽으로 조금 더 가면 양희를 처음 만났던 카페가 나올 것이고, 좌회전 해 차, 수현이 경자의 집이 나올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차는 멈췄고, 성호가 먼저 내렸다.
수현과 윤 기사가 내려가 그때야 정신을 차린 영도 다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차문을 열고 내리니 뒤에도 몇 대의 차량이 더 서 있었다.
바로 뒤차에서는 성아가 내렸고, 그 뒤차에서는 얼굴을 아는 비서팀 몇몇과 그 중 소담도 함께 있었다.
왠지 모를 반가움에 소담에게 손인사를 건네려 했으나 소담의 표정이 좋지 않아 조용히 서 있었다.
성호가 먼저 대문으로 들어섰고, 그 뒤를 따라 성아, 수현 그리고 차에서 함께 내린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 집의 대문을 넘어도 되는 걸까?
이 대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은성의 억울한 죽음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들어서는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높은 담벼락, 그 안에 더 높은 건물. 사람이 사는 집이지만, 다른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사는 것 같은 집.
보기만 해도 위화감이 들었다.
영이 멈춰서 집을 올려다보는 동안 사람들이 모두 안쪽으로 들어갔고 영이 제일 마지막으로 대문을 닫고 한 발짝씩 내 딛기 시작했다.

영의 달 – 47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대문을 들어서자 잠시 차분했던 성호의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인사를 하는 양희를 그대로 지나쳐 거실로 들어서니 집안이 온통 깨진 유리와 널브러진 잡동사니들로 가득했다.
식탁에는 강주가 헝클어진 모습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성호 : "어머니 오신다는 이야기 못 들었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성아 : "진짜 대단하다. 쯧쯧"
성아는 혀를 끌끌 차며 소파로 향했고,성호는 그대로 서서 큰소리를 쳤지만, 강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양희 : "회장님 잠시 자리 비워주시면 지금 정리하겠습니다."
양희가 성호 옆으로 걸어와 조심스럽게 속삭였고,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을 손짓해 청소를 지시했다.
성호를 뒤따라 들어온 수현과 성아도 펼쳐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현은 곧바로 뒤돌아 나가 현관문으로 들어서려는 직원들을 막아서고는 대기하라고 이야기를 한 뒤 현관문을 닫고 들어갔다.
맨마지막으로 정원으로 들어선 영은 조용히 소담의 뒤에 서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소담히 영을 발견했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영의 바로 옆에 서서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소담 : "나도 여기는 말로만 들어봤지 처음 와보는데, 무슨 리조트 같다 여기. 그쵸."
영 : "엄청나게 크고 넓은 집인 거 같기는 해요. 그런데 다들 왜오신 거에요? 저도 그렇고"
소담 : "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긴 한데, 그냥 지나칠 사건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청문회처럼 한 번 더 불똥이 튈 것 같아요. 진짜 집에 가고 싶다.(영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아까부터 집에 가고 싶었는데 남의 집에 오니까 더 우리 집이 그립네 진짜. "
영 :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거에요?"
소담 :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오는 거고, 나가라면 나가죠! 뭐. 이후 그냥 별일 없이만 지나갔으면 좋겠어. 내가 제일 걱정이야. 안 이사님 담당 중에 메인이 나였잖아…난 죽었다 진짜."
소담이 푸념하고 있는 와중 담벼락 밖에서 차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수현이 부리나케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왔고, 계단으로 달려가더니 지팡이를 진 백발의 노인을 부축해 계단을 올랐다.
이후 계단을 다 오른 백발의 노인은 마당 앞 줄지어져 있는 직원들을 쳐다보며 지나쳤다.
한 사람이 인사를 하자 다 같이 따라 노인이 현관문을 들어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영도 따라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였다.
노인이 현관문으로 들어서자 다들 수군덕대기 시작했다.
영 : "누구세요 저분은?"
소담 : "'아, 회장님 어머니 나도 진짜 오랜만에 뵙는 것 같은데 많이 노쇠하시긴 하셨지만, 옛날이랑 똑같으시네. 이거 진짜 큰일이다. 여사님까지 오신 거면 오늘 여기서 텐트치고 자야 하는 거 아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