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42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42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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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42화 S#1 낯선 산속 [낮] ————-

서울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길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었고 가로등은 보이지 않아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의존해 길을 계속 갈 수 밖에 없었다.

네이게이션에 의지해 계속 길을 올라가다 보니 작은 공터가 하나 나왔고, 이미 차량 몇 대가 주차가 되어있었다.
이 공터 주변으로는 더는 차가 갈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작은 샛길을 하나 발견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길이 아닌. 사람들의 오가는 발걸음이 많아 자연스럽게 땅이 다져진 느낌이었다.

이 주위로는 이 길 말고는 딱히 나아갈 곳에 없어 보였다.

윤혁 : "제가 먼저 갔다 와 볼 테니까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늦어져도 따라오지 말고 무조건 차에 있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경찰에 연락해요 알겠죠?"

영 : "같이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윤혁 : "같이 움직였다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더 상황이 안 좋아져요. 제가 전화할 테니까 우선 차에서 기다려요. 밖에 있지도 말고요 어서."

윤혁은 차에 영은 밀어 넣은 뒷문을 닫고 잠금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샛길을 올랐다.

멀어져가는 윤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영은 불안해 하고 있었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멀리서 윤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차로 돌아왔다.

윤혁 : "아무것도 없어요. 옛날에 쓰던 공중화장실 같은 게 있긴 한데 사람 손 안탄지 정말 오래되어 보이고 아무래도 여기도 아닌 것 같아요. 돌아가죠."

영은 약간은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윤혁이 아무 일도 없이 돌아왔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왔던길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차를 돌려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 다른 차량 하나가 급하게 올라오며 부딪힐뻔하였다.

상대방도 깜짝 놀랐는지 다급하게 클랙슨을 울리며 창문을 내렸다.
윤혁은 운전자석 창문을 내려 몸을 창문에 반쯤 빼놓고선 상대 차량에 큰소리로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윤혁 : "아 죄송합니다. 올라오시는 것을 못 봤네요. 금방 뒤로 빼 드릴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윤혁의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한 건인지, 상대방 차량의 차 문이 열리더니 여자가 내려 영과 윤혁이 타고 있는 차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말소리가 잘 안 들렸을 수도 있다 생각이 들어 윤혁도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영도 안전띠를 풀고 같이 내렸다.

윤혁 : "죄송합니다. 금방 뒤로 빼 드릴게요."

여자는 윤혁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가방에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들고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를 내뿜은 여자는 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 "어떻게 오신 분들?"

영과 윤혁은 어리둥절해 서로 쳐다봤다.

윤혁 : "아, 예 안녕하세요. 저희가 어떤 분을 뵙기로 했는데 적어주신 주소에 도착했더니 아무것도 없어서 돌아가려는 참이었거든요. 혹시 여기 지리를 잘 아시나요? "

여자는 대꾸도 없이 다시 본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선 창문 밖으로 손을 빼 뒤로 가라는 듯한 체스쳐를 취했다.

윤혁은 '아!'하며 영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타 여자가 주차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준 뒤,
윤혁도 여자도 모두 주차를 완료하고선 차에서 내렸다.

? : "누굴 만나기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이 워낙 진득하게 한 곳에만 머물러있는걸 못하는 사람들이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따라와요."

윤혁 : "네 감사합니다!"

여자는 꽤 높은 하이힐을 신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윤혁이 갔다 왔던 샛길로 들어섰다.

윤혁 : "이쪽으로가 면 아무것도 없던데…?"

여자는 윤혁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몇 분 정도 길을 걷다 보니 윤혁이 설명해주었던 오래된 공중화장실이 보였고 여자는 화장실 문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의아해 하는 윤혁과 영을 뒤로 한 채 여자는 먼지가 자욱한 화장실 문을 열쇠로 열고선 안으로 들어갔다.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으로 들어선 여자는 따라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세명이 들어가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멍하니 여자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윤혁과 영이 여자를 따라가니 화장실 문안으로는 철제계단이 놓여있었다.

이미 여자는 계단 밑으로 내려간 뒤였다.  

?  : "내려와요. 올 때 문도 좀 잠그고"

깜깐한 밖과 달리 계단 아래는 불빛이 보였다.
영과 윤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데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니 공중화장실로 보이는 곳은 위장을 위한 것 같았다.

윤혁이 먼저 계단 밑으로 내려가 영이 편하게 내려올 수 있게 손을 잡아주었고 영은 뒤돌아 잠금장치를 걸은 뒤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간 곳은 마치 땅굴 같았고 생각보다 넓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영과 윤혁.

?  : "있는지 없는지 찾아봐요. "

여자는 차갑게 말을 한 뒤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자가 걸어가자 어디선가 나타난 남자들이 여자의 가방과 겉옷을 받아들고 여자가 들어가기 쉽게 방문을 열어주었다.

여자는 유유히 방안으로 들어갔고 남자들도 따라 들어간 뒤 방문이 닫혔다.

silhouette of person in green grass under the sun during day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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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요?"

윤혁 : "우선 둘러봐야 알겠지만 제대로 찾아온 것 같기는 하네요. 우선 맨 앞에 있는 곳부터 들어가 볼까요?"

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혁은 맨 앞에 있는 문으로 가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큰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창문하나없는 방에서 여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트럼프카드,화투를 하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뿌연 담배연기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음악소리하나 없는 곳에 순수하게 사람들은 높은 언성으로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황급하게 방에서 나와 다른 방을 둘러보았지만 모두 똑같았다.

지하에 숨겨진 거대한 불법도박장 같았다.

똑같은 상황에 지쳐가는 영과 윤혁은 철제계단으로 돌아와 계단에 걸터앉았다.

윤혁 : "사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전 사장이라는 사람. 얼굴도 모르니 여기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 전 사장이 맞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다시 처음부터 사람들 만나보고 올테니까  영이씨는 여기서 기다려요. 사람들 다 상태도 안 좋아 보이던데 제가 빠르게 물어보고 다닐게요."

영 : "아니에요. 사람들도 적지도 않은 수인데 저도 도울게요."

윤혁 : "괜찮아요. 방마다 들어가서 전사장님 손 좀 들어주세요~ 라고 하 해보죠! 뭐 하하"

윤혁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 보이고 있는데 저 멀리 문이 열리더니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걸어왔다.

남자1 : "사장님이 찾으십니다. 따라오시죠"

남자는 짧게 이야기를 하고선 뒤돌아 걸어갔다.
영과 윤혁은 순순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사장이라니? 아까 그 여자를 말하는 것일까?

여자가 들어갔던 방문으로 들어서자 등 뒤로 문이 닫혔다.
일반 사무실처럼 되어 있는 공간에 아까 만났던 여자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온 영과 윤혁을 보며 건너편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여자뿐만 아니라 아까와 다른 남자도 뒤에 한 명 서 있었다.

쭈뼛거리며 영과 윤혁이 자리에 앉아 남자가 커피를 내어주었다.

윤혁 : "감사합니다."

? : "만날 사람이 있다더니 볼일은 끝나셨고?"

윤혁 : "아, 저 도와주셔서 감사한 데 아직 찾지를 못했네요."

남자2 : "사장님 혹시 경찰은 아닐까요. CCTV로 보니 계속 방들만 왔다갔다하고 사람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 : "쉿, 손님들이랑 이야기 중인데 눈치 없이"

남자 2 : "죄송합니다."

뒤에서있던 남자가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조용히 말을 어겼다.

? : "경찰은 내가 좀 아는데 아무리 위장해서 들어온다 해도 사람 표정은 못 숨기거든. 여기 아가씨 얼굴을 봐봐. 이렇게 순진한 표정을 하고 저 지금 긴장했어야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런 사람은 현장에 안 보내 너무 티 나서. 그렇죠 아가씨?"

여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웃으며 영을 쳐다봤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영이 여자에게 물었다.

영 : "저…사실 찾는 사람 얼굴을 몰라요.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요. 그래서 못 찾고 있어요. 혹시 저 밑에 동네 상가에서 일하시던 전사장님이라고 아시나요? 저희가 그분을 꼭 만나야 해서요."

여자가 영의 말을 듣고선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 : "그 아래 상가 지하에 있는 미래산업 사장 말이지?"

영 : "네 맞아요!"

? : "그거 난데?"

영의 눈동자가 커졌다.

영 : "네…? 전사장님이시라고요?"

연경: "반가워. 내가 그 전 사장이야. 전연경 이라고해. 그럼 찾는 사람이 나로 난건에? 내 손님이었구나? 어쩐지 아까 주차장에서 봤을 때부터 낯설지가 않더라니.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영 : "혹시…이진형씨라고 아세요?"

연경 : "이진형? 음… 난 내 손님들 이름은 다 기억하는 편인데… 잘 기억이 안 나는걸?"

영 : "그럼… 이진성 씨는요?"

진성의 이름을 들은 연경은 갑자기 폭소했다.
한참이나 숨이 넘어갈 듯 웃던 연경이 겨우 진상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연경 : "아, 기억났다 기억났어. 이진성은 내가 아주 잘 알지. 아니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그래. 이진형 씨가 이진성 형이었지? 세상에 둘도 없는 양아치처럼 하고 다는 동생과 다르게 차분했던 사람이라 이진형 씨도 기억이 나네. 아 오랜만에 이 이름을 또 들으니까 웃음이 안날 수가 없네"

영 : "이진형 씨가 제 아빠예요. 이진성 씨는 작은 아빠고요."

연경 : "이진성 조카라는 말이구나? 그래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이진형 씨는 잘 계시고?"

영 : "돌아…가셨어요. 얼마 전에…"

연경 : "아 그래? 참 사람 일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 그렇게 동생 뒷바라지 열심히 하시더니 화병으로 일찍 가셨나 보네. 그래.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이진성이 나한테 빌린 돈은 이미 다 갚아서 나한테 남은 돈이 있다고 주러 온건 아닐 테고. 이진성이 보냈나?"

영 : "혹시 작은 아빠와 저희 아빠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작은 아빠가 갑자기 없어져서요. 할 말도 있고 꼭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연경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연경 : "너희 아빠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 근데 내가 아는 데까지는 이야기 해줄 수 있지"

영 : "부탁…드려도 될까요? 너무 답답해서 무작정 찾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연경 :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줄까? 얼마나 답답했으면 여기 땅속까지 찾아왔을까 안쓰러운 맘에 들어서 뭐라도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우선은 들어봐"

연경이 이야기해준 내용은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연경과 진성이 처음 만난 것은 10여 년 전 한 사람의 소개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연경은 여기 땅굴에서 불법영업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진절머리를 느끼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사업 수완이 좋은 사람이라며 진성을 소개받았고 이런저런 사업 아이템들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던 도중 여러 번 사업개시를 하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연경 쪽에서 취소를 몇 번 진행하자 진성과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본인의 취소 결정 하나로 진성의 기분이 많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공감한 연경이 몇 번 땅굴로 데리고 와 재미로 게임을 하게 해주었는데 진성이 너무 깊게 빠져 연경에게 돈을 여러 차례 빌리고 갚기를 수십 번.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폭행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날이 많았고, 게임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소문일 뿐이기에 그저 넘기고 지나갔으나 돈을 빌린 후 갚은 날이 점점 미뤄지고, 행패를 부리는 일은 잦아져 한동안 진성을 여기에 발도 못 붙이게 했었다고 한다.

다른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역으로 진성이 크게 폭행당하는 일도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진형이 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진성 대신 사과하고 빌면서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진성이 더는 땅굴에 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지 게임을 하고 있는 진성을 진형이 몇 번 끌고 나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이제 그만하자고 진성에게 애원도 했었고, 연경의 부하직원들에게 진성이 보이면 내쫓아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여러 차례 셨다고 한다.

말로 설명하기에 짧은 시간 같지만 아마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진형도 여기까지 왔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진성이 연경에게 진형까지 데리고 와 통 사정하는 바람에, 마지막이라는 이유를 대며 돈을 빌려줬고, 진성이 갚지 못하면 진형이 대신 갚은 다는 조건이었으며, 돈을 다 갚아도 앞으로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선 돈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진성은 이자까지 합쳐 돈을 갚았고 차용증에 연경이 직접 서명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돈을 다 갚은 날 진형은 오지 않고 진성만 왔었다고 한다.
이것이 진형의 돈인지, 진성의 돈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 갚겠다는 돈의 출처는 묻지 않고 받았고,
그 뒤 진성이 몇 번 더 왔었지만 연경의 부하직원들이 내쫓았다는 보고만 받았고 연경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윤혁이 생각하던 나쁜 시나리오.  그것이 실제 상황이었다.

연경 : "물론 가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겠지만. 그래도 이게 진짜 현실이야. 노름꾼 동생을 쫓아다니며 어떻게든 정상인으로 써 살게끔 하려고 했던 형의 뜨거운 노력. 근데 그 뜨거운 노력을 차갑게 식혀버렸던 동생. 이진성은 내가 알고 있는 노름꾼들 중 가장 최악인 것 같아.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사기꾼이라는 흉흉한 소문에 가족까지 내쳐가며 밤낮없이 뜬구름이 잡으려고 하고. 물론 여기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도 그런 사람들은 딱 질색이야."

영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진성이 이렇게 사람 같지 않게 살기 시작한 게 10년도 더 된 일이라면 지금껏 은성과 진형이 피땀 흘려가며 번 돈을 진성에게 모두 퍼주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어나가는 곳이 있으니 그 좁은 집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 모두 진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연경의 말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고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연경에게 이야기를 들려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영과 윤혁은  밖으로 나왔다.

윤혁의 차에 다시 올라타 금성의 집 앞까지 돌아오는 길에 영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달이 밝게 뜬 밤.
차가운 밤 공기를 가르며 익숙한 동네의 모습들이 눈에 띄자 영은 그제야 마음이 진정이 되었는지 온몸이 떨리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silhouette photo of person riding on horse under twilight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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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달 – 42화 / S#2 금성의 집 [밤] ————-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 전 공터의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윤혁이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 주자 몸은 더 크게 떨렸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지만, 주먹을 꼭 쥐고 참고 있었다.

그런 영의 모습이 윤혁은 안쓰러웠는지 등을 토닥여 주는 것을 멈추고 끌어안아 주었다.

영 :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한 번도 가족들을 원망해 본 적은 없었어요. 나름 화목하게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누군가 때문에 그걸 못했다고 생각하니까 억울하고 화가 나려고 해요. 엄마 아빠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번 돈을 작은 아빠가 다 뺏어간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싫어요. "

윤혁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영 : "이런 상황들 윤혁씨한태 보여주는 것도 너무 속상해요. 좋은 모습만 보여도 자꾸자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까만 어둠 같은 상황까지 보여줬으니 전 정말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해요?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하고 속상해요. "

영을 다독여주던 윤혁이 잠시 몸을 떨어뜨려 양손으로 영의 어깨를 잡고 영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윤혁 : "영 이씨. 몇 번이고 말했지만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고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내가 있다는 것 잊지 말아요. 영이 씨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든, 가족들이 어떻든 전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아요. 난 오로지 영 이씨 하나만을 보고 마음을 계속 지키는 중이에요. 이기적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 지금. 영이 씨가 힘든 상황에서 옆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지금 매우 벅차요. 앞으로 더 험난한 고난과 역경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어느 시간이라도 어느 때라도 같이 있을 거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말아요."

윤혁은 본인의 마음과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이렇게 윤혁이 강하게 마음을 표출할 때마다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맨 처음 들었지만, 이렇게 강인한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에 안도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윤혁은 차로 가 작은 상자를 하나 가져왔다.

윤혁 : "저도 이런 게 처음이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망설이기만 하고 숨겨왔는데 이걸 받고 영이 씨가 조금은 기운 내 줬으면 해서 지금 줄게요."

윤혁이 상자를 열자 반지 2개가 들어있었다.
그중에 작아 보이는 반지를 영의 왼쪽 손 약지에 끼워주었다.
그리고선 조금 더 큰 반지를 본인 손에 끼웠다.

윤혁 : "나중에는 더 예쁜 반지를 선물할게요. 지금 이 반지는 언제든 제가 옆에 있단 뜻으로 주는 거니까. 피곤하거나 힘들 때나 언제든 내가 옆에 없을 땐 당장 만날 수 없을 땐 반지를 보면서 힘내줬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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