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40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40화 S#1 J.U. 호텔 [밤] ————-
가방을 챙겨나가며 중문을 열고 있는 수현.
강주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강주 : "그런데 말이야. 회장실 옆 방 거긴 뭐하는 데야?"
수현은 뜨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주와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강주는 수현의 표정을 보지 못했을 것.
수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수현 : "제방이에요."
강주 : "여자애 하나만 있던데?"
수현 : "제 개인 보조예요."
강주 : "거긴 분명 마지막에 가보았을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방이란 말이지?"
수현 : "네, 뭐 빈방이었죠. 근데 제가 엘리베이터 타고 왔다갔다하기 너무 피곤해서 말이에요. 비어있던 방이니 회장님께 허락 구하고 쓰는 거죠 뭐. 제가 가까이 있는 게 회장님도 편하실 테고"
강주 : "그래? 김 실장이 쓰는 방이라기엔 뭐랄까. 너무 비어있다고 해야 할까? 잡동사니만 가득하고 해야 할까. 좀 이상하던데"
수현 : "제가 뭐 자리에 붙어있나요. 보조 자리에 앉혀두고 저는 여기저기 밖으로 돌아다니는 거죠. 뭐"
수현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왜 물어보느냐는 듯 일관적으로 퉁명스럽게 답을 했다.
강주 : "난 또 혹시나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해서 물어봤어. 잘 가고 나중에 보자. 내가 먼저 나갈게."
강주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모자와 선글라스를 다시 챙기고 뒤돌아서 있던 수현의 옆을 지나쳐 먼저 호텔방을 나섰다.
수현 : "눈치가 전혀 없진 않아?"
수현은 방문을 나선 강주의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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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왜 모든 회사의 핵심 부서들은 머리 좋은 엘리트들을 뽑으려 하는 이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간단히 수현의 업무만 도와주기도 했지만, 비서팀이 바쁠 때는 스스로 업무를 돕고자 나서는 일도 많았는데, 확인해야 할 것도 해야 할 일도 많고 복잡했다.
바쁜 수현에게 되물을 시간도 없을 땐 소담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혹여 바쁜데 찾아가서 물어보면 미안할까 문자로 물어보면 직접 32층까지 올라와 업무를 도와주기도 하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소담에게 받은 친절은 비서팀에게 그대로 갚아나갔다.
아직도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고자 하는 모습을 어여삐 여겨 친절히 말을 걸어주고 오가며 마주칠 때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고된 일 도 많았다.
새벽에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아 아침 일찍 지하철 첫차가 운행하기도 전 택시를 타고 계열사로 가 온갖물품을 받아 온다든지, 당일 날 예약이 불가한 식당에 수없이 사정해 예약을 잡는다든지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힘들고 지친다 생각이 들 때마다 은성을 떠올렸다.
은성은 영의 나이쯤 이었을 때는 어떤 일을 했었는지, 하루하루 땀 흘리며 일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그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에 뿌듯해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밤낮없이 단 하루라도 평온한 휴일을 즐기기 어려울 때마다 은성과 진형을 떠올리며 힘냈다.
은성과 진형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달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열심히 영을 키워준 만큼 그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가 다짐하는 영이었다.

영의 달 – 40화 / S#2 금성의 집 앞 [밤] ————-
오늘도 퇴근 후 집 앞 공터에서 윤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같이 만날 수는 없지만, 영이 피곤할까 짬을 내서 윤혁은 영을 만나고 가공했다.
금성이 오늘 늦어 집에 어차피 혼자 있을 텐데 가방을 두고 내려올까 말까 1층에서 고민하는 사이 멀리서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윤혁이라 생각이 들어 사람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움직이고 있는데 윤혁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계절과 맞지 않은 옷, 덥수룩한 머리,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은 길거리의 부랑자나 다름이 없었다.
영은 저절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천천히 몸을 돌리려고 하는 순간 와다닥 달려와 영의 어깨를 잡았다.
영 : "으악"
어깨가 잡히자마자 영은 본인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나쁜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몸을 쭈그려 주저앉으려는 찰나 괴한이 먼저 영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영 : "작은 아빠…?"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자 진성이었다.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채로 진성이 말없이 영앞에 주저 앉아있는 것이었다.
아무말없이 계속 눈물만 흘리는 진성의 앞에 영도 똑같이 주저앉아 진성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영 :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도대체 어디 있다 온 거야. 이 꼴은 도대체 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진짜. 이게 무슨 일이야 응?"
진성은 계속 말없이 고객을 숙인 채 미동도 없었다.
한동안 진성은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영이 먼저 진성의 등을 다독여주려고 하는 찰나 진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성 : "영아…이렇게까지 상황을 가져가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정말 미안하다… 내가"
드디어 진성이 무어라 말을 열려는 찰나 진성의 뒤로 차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진성이 차에 치일까 싶어 진성을 일으켜 세우려는 찰나 진성이 뒤돌아 차량을 보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벌떡 일어났다.
진성 : "영아, 내가 정말 이렇게 만들려고 한 건 아니야. 정말이야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제발 부탁할게 "
영 :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잠깐 기다려봐!"
영이 진성의 옷자락을 잡았지만, 진성은 영의 손을 뿌리치고 차와 반대방향으로 급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영도 진성을 따라 달려나가려 했지만 차가 급정거하면서 멈추는 소리에 멈칫하고 말았다.
멈춘 차량은 택시였으며 급하게 윤혁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윤혁 : "영 이씨 괜찮아요? 누구예요?"
멍하니 진성이 떠나간 곳을 응시하는 영을 한참 바라보던 윤혁이 공원의 벤치에 영을 끌고 와 앉혔다.
영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옆에서 손도 주물러주고 어깨도 감싸 안아주며 영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영이 윤혁과 눈을 마주쳤다.
영 : "작은 아빠가 없어져서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났어요. 맨 처음에는 괴한인 줄 알았는데, 행색도 너무 초라하고 저렇게 다니는 사람이 아닌데. 절대 저럴 사람이 아닌데 "
윤혁 : "영 이씨 우선 진정하고 무슨 일이에요. 나한테 말을 해봐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요."
윤혁이 영의 손을 잡아주며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이야길 했지만 영은 차마 이야기를 꺼내 가기가 무서웠다.
지금 옆에서 가장 많이 힘이 되어주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했을 때 이런 가정사에 충격을 받거나,
도와줄 수 없는 일인데 괜히 이야기해 더 마음 쓰이게 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과 걱정에 보답을 해야 하는데 짐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무서웠다.
영 : "사실 무서워요. 이야기하기. 너무 복잡한 일이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겁이나요 윤혁씨까지 안 좋은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까 봐서요."
윤혁 : "아직도 나를 모르겠어요? 아니, 아직도 나를 못 믿겠어요? 어떠한 이야기든 상관없어요.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 이제 그만해도 괜찮아요. 나한테 이야기한다고 세상이 무너지거나 달라지지 않아요. 고민이라도 나눠서 내가 제발 영이 씨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게 해줘요. 그동안 힘들까 봐 억지로 말하게 하는 것은 멀리했는데, 이제 들어야겠어요. 언제까지 혼자 힘들 수는 없잖아요."
윤혁의 말에 고민하던 영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금성의 집으로 이사 오던 날 마지막으로 진성을 만났었고,
그 뒤 연락이 끊어졌었는데 이음을만나 진성이 범죄혐의를 받고 있으며 나아가 영의 아버지이자 진성의 형인 진형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진성이 아닐까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난번 윤혁과 함께 만난 영의 전 집에서는 알 수 없는 서류뭉치가 들어있는 나무상자를 발견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영은 윤혁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윤혁은 한치의 미동도 없이 영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들어주었다.
영이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한 대의 차량이 또 한 번 공터에 도착했다.
자연스럽게 영과 윤혁의 시선이 차량 쪽으로 갔다.
보조석에서 검은 양복의 남자가 내리더니 성큼 영과 윤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윤혁은 자연스럽게 팔 한쪽을 영의 앞으로 뻗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걸어온 남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아무 말 없이 영에게 종이 한 장을 내놓았다.
영이 윤혁의 눈치를 살피자 윤혁이 대신해 종이를 받았고, 종이가 건네지나 남자는 한 번 더 인사를 하고선 그대로 뒤돌아 돌아갔다.
남자가 차량에 다시 올라타고선 차는 다시 떠났다.
남자가 건네준 쪽지를 받은 윤혁은 천천히 종이 열었다.
곁눈질로 종이를 보던 영은 눈이 크게 떠졌다.
종이는 영이 경자의 집 앞에 붙여놨던, 영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었다.
밑에는 '이진성'이라는 이름 위에 크게 빨간색으로 X 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다른 내용은 없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글씨체이지만 영은 이것이 경자의 글씨체인 것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었다.
윤혁 : "이게 뭐예요?"
영 : "할머니의 메모인 것 같아요. 이 쪽지 제가 할머니 집에 찾아갔을 때 문에 붙여놓고 온가거든요. 할머니는 뭔가 알고 계신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한테 가봐야겠어요!"
윤혁 : "영 이씨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할머님이 전화를 안 하시고 사람을 통해 메모를 보내신 거면 무슨 뜻이 있으실 걸 텐데 먼저 연락을 해보는 게 어때요? "
영 : "전…할머니 연락처를 몰라요. 할머니랑 이야기를 나눠보려면 할머니댁으로 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요."
영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공터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영을 따라와 윤혁이 손을 붙잡았다.
윤혁 : "지금 이렇게 무작정 찾아가는 건 실례일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조금 더 생각을 하고 움직여봐요.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가봤자 아무런 이야기를 못들을 수도 있잖아요. 영 이씨 제발 우리 천천히 생각 좀 해요."
영 : "여기서 더 어떤 생각을 해요? 경찰이 찾아와서 작은 아빠는 범죄자 취급하고, 할머니는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이렇게 사람을 보내서 알 수 없는 메모를 보내시고, 작은 아빠가 우리 아빠를…. 아빠를 헤쳤을지도 모른다잖아요. 전 뭐라도 알아야겠단 말이에요."
윤혁 : "할머님도 모르실 수 있어요. 단순히 할머니도 작은아버지와 연락이 안 된다는 뜻을 전하신 것일 수도 있잖아요. 영 이씨 지금 너무 성급해요. "
금성 : "영이 아니니?"
윤혁과 영이 한창 입씨름을 하고 있는 사이 늦은 퇴근을 한 금성을 만났다.
윤혁은 급하게 금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금성과 윤혁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을 쳐다보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금성 : "친구들이랑은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데 뭐가 이렇게 뾰로통해진 거야~ 윤혁씨가 괴롭히기라도 한 거야?"
윤혁 : "제가 영 이씨 기분을 좀 망쳤나 봐요 죄송합니다 하하"
윤혁이 무거운 분위기를 금성과의 만자를 계기로 풀어보려는 듯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영의 기분은 아직 풀리지 않는지 금성과 윤혁을 놔두고선 먼저 뒤돌아 걸어가 버렸다.
영이 집에 도착해 방에 들어간 이후에 한참이 지나서야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고 금성이 들어오는 듯했다.
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방문 밖으로 나가보지 않았다.
똑똑-.
금성이 먼저 영의 방을 노크했다.
노크만 하고 들어오지는 않은 채 밖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금성 : "영아, 윤혁씨 에게 대충 이야기는 들었는데 서로 의견차이가 있으며 대화로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윤혁씨 좋은 사람인 거 알잖아. 밖에서 기다린다니까 생각 있음 얼른 나가서 대화마저 해~ 나는 너무 늦어서 쉬어야겠다. "
이말을 끝으로 금성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고, 영은 한참을 고민 후 한숨을 푹 쉬고선 다시 밖으로 나갔다.
1층으로 내려가니 윤혁이 서 있었다.
윤혁의 등을 보자 미안함이 몰려왔다.
사실 윤혁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 만약 윤혁의 말대로 성급하게 경자의 집으로 찾아가봤자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없었다.
영이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맞았다.
윤혁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쿡 한번 찌르자 윤혁이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영 : "윤혁씨 미안해요. 제가 너무 감정이 앞서서 은인에게 감사인사는 못할망정 추태를 부렸어요. 죄송합니다. "
고개숙여 사과하는 영을 윤혁이 다시 일으켜 세우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윤혁 :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머리보단 마음이 앞설 수 있다는 거 충분히 이해해요. 나도 살아가면서 나름 충격적인 일을 겪었을 땐 감정제어가 잘 되지 않았던 적이 있고요. 영 이씨 잘못이 아니에요. 다만 이제 제가 알게 되었으니 섣불리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하지 말아요. 내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 가봐요 알겠죠?"
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윤혁의 도움으로 영이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계획들도 조금씩 세워나갔다.
하지만 이런 윤혁에게도 은성의 죽음에 관련한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윤혁이 도와주는 것은 진형의 죽음과 진성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지까지였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윤혁 에게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절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