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222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222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윤혁의 행동이 성호의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성호 자신이 생각해봤을 때 예민하게 구는 것인지, 아니면 걱정인지 모르겠지만 거슬리게 하는 것은 확실했다.
애써 무시하려 등을 보이고 고개를 돌렸지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가고 있었다.
혼자 은하를 돌보는 영이 힘들 것이라며 사소하게 바로 옆에 붙어 앉아 손수건을 건네주며 둘의 손가락이 스치거나,
분유 타는 법을 배우겠다며 어깨가 서로 부딪힐 정도로 가까이 밀착해있는 모습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성호 : "영아"
영 : "네?"
성호 : "…아니야"
매일 저녁 은하가 잠들기 전까지 성호의 방에서 머무는 영에게 윤혁이 요즘 힘들게 하는 건 없는지 윤혁과의 관계는 어떤지 물어볼 수 있는 기회도, 시간도 있었지만, 쉽사리 꺼내기 힘들었다.
영 : "내일부터 낮에는 할머니 댁에 가 있을까 해요"
성호 : "왜?"
영 : "이모도,할머니도 은하 보고 싶어하고……신경쓰여서요"
성호 : "누가 신경 쓰이게 해?"
영 : "회장님도 윤혁씨도 요즘 들어 너무 집에 계시는 거 아시죠? 물론, 은하 걱정에 그러시는 거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감시받은 기분 들고 답답해요"
성호 : "하지만 외출을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아.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양희실장 더러 데려다 주라고 할게. 올 때도 함께 오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괜찮아"
영 : "이틀에 한 번씩은 다녀올 생각이에요. 저도 운동할 겸 걷는 것도 좀 필요하고요. 거리가 멀지도 않고 은하 안고 걸어가 봤자 10분,15분이에요"
성호 : "그럼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 데려다 줄게"
영 : "낮에요. 가서 점심을 먹든, 저녁 전에 잠깐 산책 겸 다녀오든 할 테니까 이제 볼일 다 보시고 퇴근하세요 아무일도 없을 거고, 할머니네 가는 것 뿐이에요. 아시겠죠?"
성호 : "…알겠어 하지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줘야 해"

영의 달 – 222화 / S#2 고은동 경자의 집 [낮] ————-
금성 : "우리 예쁜 보물이 이모 안 보고 싶었어요?"
경자 : "이모할머니"
금성 : "어휴, 꼭 그렇게 콕 집어서 말씀하셔야겠어요? 저 아직 할머니 소리 듣고 싶지 않그든요?"
금성과 경자는 투닥거리지만 꽤 서로에게 잘 적응한듯했다.
집안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차갑고 어두웠던 곳이 입춘을 맞은 듯 따듯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간단한 다과 한상이 금세 식탁 위에 차려졌다.
금성 : "그 집에서 괴롭히는 거 아니지?"
영 : "괴롭힐게 뭐가 있어"
금성 :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 보이면 바로 뛰어나와 내가 아주 박살을 내줄 테니까"
경자 : "말이라도 못하면 쯧쯧. 푼수 오늘 일 있어 나간 가드니 이렇게 시간 때워도 되는 것이야? 사장이 배가 불렀구먼"
금성 : "아직 시간 남았거든요? 진짜 어쩜 이렇게 매일 잔소리이신지"
경자 : "사업 밑천 만들 수 있게 도와줬음 이 정도 잔소리쯤은 들어도 '네'하고 넘어갈 줄 알아야지 속도 좁구먼"
금성 : "어휴…"
경자 : "너는 이거 먹고 좀 쉬어라. 애는 내가 봐도 되니까 낮잠을 자든 외출을 하고 오든 마음대로 해"
영 : "아니에요 할머니 "
경자 : "친정이 달리 친정인 줄 알아? 애 맡기고 네 한 몸 온종일 자리 비워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는 곳이 이곳이야. 안 봐도 뻔하지 불안해서 남의 손에 애 들려놓고 집밖에 나간 적도 없지? 미련스러운 부분에서 고집스러운 건 똑 닮아서는 쯧쯧 내 탓이다 내 탓이야. 푼수 나갈 때 같이 나가서 나 먹을 과일이라도 좀 사오 거라"
영은 대답 없이 그저 입가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은하만 쳐다보았다.
금성 : "그래, 오랜만에 나랑 슈퍼나 가자"
바닥에 푹신한 매트가 없어도, 소파에서 불편하게 낮잠에 들어도 경자의 집에서만큼은 불편하지가 않았다.
경자가 은하를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오랜 시간 있다 나와도,
은하가 여느 때처럼 먹은 걸 게워내 목욕을 시켜야 할 때도 화장실에 따라들어가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성호가 퇴근할 때쯤에야 돌아가는 날이 많아도, 경자가 일정이 있어 일찍 집을 비워야 할 때면 아쉽기도 했다.
우연치 않게 대문 앞에서 태석을 만나 함께 들어갈 때에도, 밤새 공장에서 일하다 아침녘에야 퇴근하는 금성이 주차하길 기다렸다가 함께 들어갈 때에도 누군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시선을 자주 느꼈지만 애써 뒤돌아 보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성호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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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 "네…네…괜찮아요. 밥은 이제 먹으려고요 네…네…"
방금 통화를 끝낸 영을 경자가 무덤이 노려보았다.
경자 : "주 회장?"
영 : "집이에요. 회장님 일찍 들어오신다고 연락이 오셨나 봐요"
경자 : "다른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직접 전화를 하라고 해. 내가 대신 받아주마"
영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금성과 함께 은하를 두고 장을 보거나, 경자와 함께 한가로이 책을 읽는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이틀에 한 번꼴이었던 외출이 하루 이틀 늘어나 평일에는 거의 경자의 집에서 살다싶히 하니 성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양희를 통해 전화를 걸어왔다.
어느날은 은하의 분유통을 챙겨다 주겠다는 핑계로 양희가 경자의집으로 방문을 하더니,
다음엔 과일 바구니를 보내고, 꽃을 보내며 감시 아닌 감시가 더욱더 짙어졌고 양희가 불쑥 경자의 집에 찾아왔을 때 영이 금성과 외출을 한 게 성호의 귀까지 전해지자 그날 저녁 은하를 두고 다녀온 것인지, 은하가 경자와 둘이 있어도 괜찮은 것인지, 태석과 은하가 둘만 있는 시간은 없었는지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다.
영 : "(창밖을 바라보며) 은하 때문에요. 은하가 잘 있는지 걱정이 많으신가 봐요. 같은 집에서 매일 보는데도 뭐가 그리 걱정이신지…"
경자 : "그 집만 손이 귀한 것이 아니야. 우리 집에서도 이 아이는 귀한 자식이거늘 자기네 집에서만 귀한 줄 아는가 보구먼. 그리 불안하면 데리고 출근하라고 하려무나"
영은 또 애써 억지스러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영의 달 – 222화 / S#3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성호는 특별한 일 없는 주말이면, 아니 주말에는 웬만하면 일을 만들지 않고 은하의 옆에만 계속 붙어있었다.
오랜만에 포근하다 못해 약간은 뜨거운 날씨가 아침부터 이어져 성호와 은하, 그리고 영뿐만 아니라 윤혁까지 마당의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성호는 은하를 안고서 정원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장난감을 흔들기도 하며 은하와 계속 시선을 맞추었고 그런 둘의 모습은 영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윤혁은 살짝 은 영과 가깝게 앉아 잡지를 들고선 잡지를 보는척하며 곁눈질로 영을 계속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영의 휴대전화기에 문자가 왔다.
'잠깐 뒷문으로'
저장되어있지않은 번호, 인사 없는 간단한 내용.
누군지 되물어볼 필요도 없이 직감적으로 강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 : "…화장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며 혼잣말로 화장실에 가는 척 일어나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성호와 윤혁과의 거리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발걸음을 빨리했고, 벽을 돌아 코너에 들어서자마자 달리기 시작해 별관의 살피며 뒷문으로 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강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안 보이는 쪽에 서 있는 걸까 생각이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생각을하며 휴대전화기를 다시 손에 들었을 때 멀리서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강주인 걸까?
속도를 줄일 생각 없이 영을 향해 달려오는 차의 유리창을 자세히 보려 눈을 한껏 가늘게 떴지만 강한 빛가림 때문인지 운전자의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한발자국 앞으로 가려 발을 내딛으려 할 때 슬리퍼가 벗겨지며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렸기에 넘어지지 않으려 담벼락으로 몸을 한껏 뒤로 젖혔다.
쾅-.
영을 향해 달려오던 차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상태로 그대로 담벼락에 부딪혔다.
만약 슬리퍼가 벗겨지지 않았다면.
휘청거리며 등을 담벼락으로 기대려 깨 금박질 하며 넘어지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았다면 한쪽 다리는 담벼락과 자동차의 좌측 헤드라이트 사이에 있었겠지.
엄청난 굉음에 놀라 양쪽 귀를 감싸며 눈을 질끈 감으며 쭈그려 앉았고, 언제 눈을 떠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강주는?
강주가 타고 있었다면 다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생각에 눈을 뜨니 영의 앞으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갔다.
윤혁 : "당장 내려!"
윤혁이 열리지 않는 운전석 손잡이를 거칠게 잡아 흔들고, 창문을 주먹으로 내리쳤지만, 사람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미동이 없던 차는 급작스럽게 후진을 하더니 그대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운전석손잡이를 놓지 않고 차를 따라가던 윤혁이 손을 놓쳐버렸다.
윤혁 : "112죠! 차량 번호 하나 불러 드릴게요. 948허12…"
윤혁은 다급하게 112에 신고를 하고 헉헉거리는 숨을 내쉬며 영에게 다가왔다.
윤혁 : "괜찮아요? 일어나봐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누구예요? 여기 왜 나온 거에요!"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영은 윤혁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영 : "어…언제… 어떻게 나왔어요…?"
윤혁 : "화장실 간다는 사람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요 얼른"
윤혁의 부축을 받으며 뒷문으로 다시 들어오니 굉음에 별관에 있던 직원들이 삼삼오오 밖에 모여있었다.
건물을 가로질러 다시 테이블에 앉았지만, 성호는 소리를 듣지 못한 건인지 은하의 오물거리는 입을 쳐다보며 웃고만 있었다.
평온한 은하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여 등을 한껏 의자 등 받기에 기대니 등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담벼락에 기대었다가 돌가루라도 뭍은 것인지 손을 뒤로 해 등을 만지자 손톱에 무언가 걸렸다.
살짝 손끝에 힘을 주어 손톱에 걸린 것을 빼내자 길고 얇은 플라스틱 조각이 뽑혀 나왔고, 그 조각엔 핏물이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사색이 되어 버린 윤혁과 눈이 마주쳤다.
윤혁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급하게 집안으로 들어가 차 열쇠와 수건 그리고 옷가지를 챙겨 나왔다.
성호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을 가로지르며 가장 햇살이 많이 비치는 곳으로 은하와 걸어가고 있었다.
양희 : "무슨 소리가…여…영아 네가 다친 거야? 응?"
윤혁 : "아무 말 마세요. 우리 병원 좀 다녀올게요"
윤혁은 영의 등에 수건을 대더니 일으켜 세웠고, 차고 쪽으로 영을 데리고 걸어갔다.
햇살아래 성호의 뒷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성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영이 윤혁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도 은하에게 머물러있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