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221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221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윤혁이 영을 화장대 의자에 앉히고 휴지를 몇 장 뽑아 건네자 영은 받아든 휴지를 정리하고 곱게 접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침대에 걸터앉아 훌쩍거리는 영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냥 닦으면 될걸, 그걸 또 정리하고 접어서 쓰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어휴'하는 짧은 한숨과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똑똑-.
성호 : " (방문을 열며)…공주님이… 찾아"
영 : "네"
윤혁 : "잠깐만요"
윤혁은 방을 나서려는 영을 붙잡고 손에 들려있는 휴지를 뺏어 영의 두 눈을 한 번씩 지그시 누른 뒤 방 밖으로 등을 밀어냈다.
영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선 성호는 방문을 닫고 들어왔다.
성호 : "화를 내려던 건 아니었어, 소리가 컸다면"
윤혁 : "(성호의 말을 자르며)사과를 하실 거라면 됐어요. 사과의 대상도 잘못 선택하셨고요"
성호 : "…그래"
윤혁 : "아버지한테는 별거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가장 소중한 것일 수도 있어요. 아버지가 영이 씨를 은하의 보모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 안 하셔도 저한테는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요"
성호 : "영이는 나한테도 소중해"
윤혁 : "(헛웃음을 치며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듯 넣는다.) 소중하다 생각하시는 분이 불길에라도 던져넣을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시고, 말투를 그렇게 하시는 거에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본디 속마음과 일치한다고 하던데 겉과 속이 다르신 분이신가 봐요?"
성호 : "윤혁아, 요즘 무슨 일 있어? 예민해진 것 같은 느낌인데. 영이 때문이니?"
윤혁 : "(성호를 바라보며) 제가 예민해진 것 같다 생각이 드시면 맞게 보신 거에요. 전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거든요. 그 이유는 영이씨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 때문이고요. 아버지가 절 예민하게 만드세요"
성호 : "불만이 있다면 이야기를 해"
윤혁 :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예민하다고요. 이게 불만이 생기는 과정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 딱히 생각나는 건 없고요. 상호존중하는 정도는 서로 지키죠. 영이씨 함부로 대하지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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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가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는 사이 영은 성호의 방에 누워 은하의 가슴을 천천히 두드리고 있었다.
머리를 바짝 말리고 나온 성호가 젖은 수건을 화장대 위에 던지듯 올려놓고 영의 뒤에 누웠다.
영 : "침대 올라가서 주무세요"
성호 : "(영의 머리칼을 만지며) 미안해 아까는. 나도 놀라서 그랬어"
영 : "괜찮아요 제가 잘못한 것 맞잖아요. 정말 은하 하나만 돌보면 되는 건데 제가 한눈팔아서 그래요"
성호 : "윤혁이 잘못이 아니고?"
영 : "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잘 돌봐야 했던 거니까요. 윤혁씨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윤혁씨도 많이 놀랐을 거에요"
성호 : "…아니야 다 내 잘못이야.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 내 잘못인 거야 미안해"
성호는 영의 등에 가까이 붙어 은하를 두드리고 있는 영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놓았다.
성호 : "공주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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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줘, 필요한 게 있으면 이야기하고"
영 :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성호 : "(은하의 손에 입을 맞추며) 우리 공주님 이따 보자"
성호의 출근 배웅을 하고 거실에 앉아 슬쩍 2층을 올려다보았지만 윤혁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침일찍 나갔겠거니 생각하고 양희와 직원들이 청소하는 동안 성호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청소기 소리가 잦아들어 거실로 나오니 카시트를 들고 있는 윤혁이 있었다.
윤혁 : "은하. 카시트 앉아본 적 있어요?"
비록 은하가 처음 앉아보는 카시트가 어색한지 계속 칭얼거리는 바람에 애착 인형을 손에 들고 계속 흔들어줘야 했지만 윤혁덕분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연고도 처방받았다.
윤혁 : "잠깐 카페라도 들릴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적한 카페에 앉아 조각 케이크 하나를 윤혁과 나눠 가졌다.
비록 버스정류장에 서서 영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얼굴 모르는 사람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사라졌기에 잘못 본 거겠지 하고 넘어갔다.
윤혁 : "딸기케이크 좋아하잖아요. 별로예요?"
영 : "맛있어요. 근데 회사는…"
윤혁 : "신경 쓰지 말아요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 아, 밥을 먹으러 갔어야 했나? 순서가 반대로 되었네 남은건 포장해가요. 집에 가서 밥 먹고 남은 건 디저트로 먹어요. 은하도 병원 다녀오니 피곤하지?"
하품을 하며 눈을 깜빡이는 은하를 보며 윤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적없이 조용한 골목길에 들어서며 창밖의 풍경을 쳐다보았다.
경자의집을 지나치며 금성은 잘 지내고 있는지, 불편한건 없는지 걱정이 되어 내일이라도 은하와 함께 와야겠다 생각하며 집에 도착했다.
성호 : "어디 다녀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소파에 성호가 앉아있었다.
윤혁 : "(카시트를 내려놓고 안전장치를 풀며) 일찍 오셨네요? 다시 나가세요?"
성호 : "어디 다녀온 거야"
윤혁 : "은하 병원에요. 어쩐 일이세요 이제 점심시간인데"
성호는 영의 손에 들려진 케이크 상자를 쳐다보았다.
영 : "케…이크에요. 드실래요?"
윤혁 : "은하 잠들겠어요"
영 : "방에서 재우고 올게요"
영은 케이크가 든 상자를 식탁에 올려놓고 은하를 데리고 성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윤혁 : "(소파에 앉으며) 잘되었네요 안그래도 점심 먹으려고 했는데 같이 드세요. 뭐 드실래요?"
성호 : "영이가 병원에 같이 가자고 그랬어?"
윤혁 : "아니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요? 제가 가자고 했어요"
성호 : "왜?"
윤혁 : "왜냐니요 당연한 거잖아요. 영이 씨가 신경 쓰여 할 것 뻔한데 혼자 다녀오기엔 힘들 테니까요"
성호 : "(카시트를 흘려보며) 저건 어디서 났어"
윤혁 : "얻었어요 아는 형한테. 이제 아기가 좀 커서 바꾼다고 하더라고요"
성호는 미간에 힘을 주며 팔짱을 끼고 등을 소파에 기대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성호 자신도 은하가 걱정되어, 아니 영과 은하가 걱정되어 잠시 시간을 내어 병원에 가려고 집에 온 것인데 외출을 했다는 이야기에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고심한다고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던 은하가 사용할 카시트를 윤혁이 먼저 준비한 것도 모자라 병원까지 데리고 다녀왔다니 선수를 빼앗겨도 단단히 빼앗긴 것 같고 왠지 모를 질투심까지 타올랐다.
아무렇지 않게 겉옷을 벗어 한 쪽에 두는 윤혁에게는 모든 게 쉬워 보였다.
영이 불편할까, 은하가 힘들까 자신은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다 신경 쓰느라 어깨가 항상 긴장된 상태로 있는데 차에 태워야 하니 카시트를 구해오고, 다친 게 걱정되니 병원에 데려가고 영의 마음이 상했을까 손에 케이크를 들려주는 게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휴대전화기를 손에 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윤혁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영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대했던, 두려움일지 분노일지 모르는 눈빛을 쏘아대든 윤혁이 아닌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어딘가 단호함도 보이는 모습이 성호의 눈동자에 가득했다.
영 : "잠들었어요"
영이 얇고,작은 발을 총총거리며 소파 앞으로 걸어왔다.
윤혁 : "(영을 바라보며) 칼국수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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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김이 나는 칼국수 그릇들이 식탁에 차려졌다.
윤혁 : "맛보세요. 이 집 맛있어요"
성호가 먼저 숟가락을 들자 영과 윤혁이 따라 들었다.
윤혁 : "아,잠깐"
따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을 영이 입 안에 넣자 윤혁이 대뜸 영의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그리고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주머니에서 머리집게핀을 꺼내 영의 뒤에서 머리를 묶었다.
윤혁 : "옆머리 안 흘러내리죠?"
가볍게 영의 어깨에 손을 한번 올리고서 윤혁이 자리에 앉자 영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봐도 부끄러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성호의 마음도 움찔했다.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는 듯한 이 감정, 잊고 싶었던 이 감정이 다시 살았다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