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206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206화 / S#1 금성의 집 [밤] ————-
아주 조금 열려있는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성호는 식탁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앉아있었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방으로 들어서자 성호가 따라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영의 휴대전화를 뺏어 통화목록을 열어보니 영은 째려보며 거칠게 다시 휴대전화를 뺏어 침대 위로 던졌다.
성호 : "누구랑 통화했어"
영 : "(담요를 벗어 침대 위로 올린다)"
성호 : "(영의 손목을 잡으며) 대답 안 해?"
영 : "(성호의 손을 뿌리친다)"
성호 : "(놓친 손목을 다시 잡는다.) 이영"
성호가 손에 힘을 더 주자, 영은 성호의 손에서 벗어나려 팔을 비틀기도 하고 몸부림을 치기도 했지만, 성호는 꼼짝하지 않았다.
어깨가 저릿할 정도로 몸부림을 치다 한순간의 실수로 몸에 반동을 주다 성호의 주먹에 얼굴 한쪽을 강하게 부딪혔다.
뼈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눈알 한쪽이 뒤통수에 부딪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
얼굴의 1/4이 떨어졌다 다시 붙은 느낌이 들었다.
성호 : "허…"
한쪽 눈만 부딪힌 건데 양쪽 모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저릿하고 욱신거리는 느낌.
두통까지 오는듯했다.
성호 : "어,억지로 눈 뜨지 마 영아. 알겠지?"
성호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미세하게 떨리는 따듯한 목소리에 콧잔등부터 코끝까지 시큰거렸다.
영은 고개를 숙였다.
'눈을 뜨고 싶지도 않아요. 너무 아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 위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성호가 영의 앞에 서, 양손을 영의 겨드랑이에 넣으며 침대에 앉아 영을 끌어당겼다.
엉덩이 밑으로는 성호의 허벅지가, 무릎에는 성호의 옆구리가 쓸려 올라오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성호의 위에 앉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호 : "아… 영아 잠깐만…잠깐만"
성호는 영을 한껏 끌어안고 바닥에 있는 물티슈를 집었다.
성호와 한층 밀착되었지만, 영의 몸의 뒤로 잠시 쏠렸다 다시 일어났다.
물티슈 몇 장을 급하게 뽑아 왼손으로는 영의 뒷목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물티슈와 함께 영의 코와 입을 눌렀다.
영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성호 : "허리 펴. 허리에 힘줘. 목은 내가 잡고 있잖아"
코피가 난다.
얼마나 강하게 부딪혔는지 주먹을 지나 목까지 진동이 전해졌었는데 이 여린 몸에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억지로 붙잡고 있지 말걸, 몸부림칠 때 놓아줄걸, 아니 따라들어오지 말걸.
모든 것이 후회되었다.
여기서 코피가 멈추지 않으면 은하까지 끌어안고서라도 병원에 가려 했는데 다행히 차츰 코피가 멈춰갔다.
어디에 작은 상처 하나라도 날 곳이 없는, 피 한 방울 흘려서도 안 되는 이 몸에 자신의 주먹을 부딪쳤다.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는 영의 얼굴을, 핏자국이 남지 않게 물티슈로 닦았다.
터진 입술에 물티슈가 닿을 때마다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너로 인해 내 모든 걸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겨우 마음을 다잡고 널 원래 자리로 돌려보냈는데,
보화 앞에서 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 라도 지켜주겠다 약속했는데,
재회도 모자라 너무나 큰 기쁨을 내어준 너에게…내 손으로 피를 묻혔다.
오른손에 들려있는 물티슈를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굳게 닫힌 눈꺼풀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보니 성냥불처럼 뜨거웠다.
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알이 파여있거나 왈칵 피가 쏫아져 나올까 봐 무섭다.
원망을 넘어 증오의 눈빛으로 날 쳐다볼까 봐,
네가 떠난 그날처럼 차갑다 못해 텅 비어버린 감정의 눈으로 쳐다 볼까 봐 두렵다.
성호 : "얼음찜질하자 너무 뜨거워"
영 : "(고개를 젓는다)"
성호 : "말 좀 들어 제발"
영 : "(고개를 젓는다)"
성호 : "(끌어안으며)영아, 제발…이제 그만해 제발"
영 : "…미워"
성호 : "하아…"
터져버려 빨갛다 못해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는 입술을 겨우 열고 영이 꺼낸 말은 '밉다'였다.
그런데, 이 밉다는 말에 왜인지 안도감이 들었다.
'싫다'가 아니라 '밉다'
자신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들끓던 마음속 활화산이 조금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성호 : "넌 이상하게 내 마음을 다 읽는 것만 같아. 내가 조금만 삐뚤어지게 굴어도, 뭐가 잘못된 거지 고민 하면서도 내 대답도 듣기 전에 나와 똑같이 삐뚤어지게 행동하고. 내가 조금만 마음이 풀어지면 다물었던 입술을 벌려. 그리고 내가 화가 나면 금세 알고서 진정시키려고 해.
어떻게 아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참…신기해. 보화는 언제나 잔잔한 호수 같았어. 돌덩이를 하나 던져야 그때야 '나 여기 있어' 라는 듯 동그랗게 물결을 보였지.
그런데 넌 계곡 같기도, 바다 같기도 해. 내가 돌을 잔뜩 쌓아놓으면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와 물줄기를 쏟아내고, 내가 바람을 강하게 불게 하면 파도를 일으켜서 네가 여기 있고, 내 옆에 있다는걸 알리려고 해. 나처럼 고집스럽게도 계속 흐르려 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아직 널 다루는 법을 못 찾았어. 어쩌면 평생 못 찾을 수도 있지. 그래도 이런 네가 밉지가 않아 나는… "
영 : "(목에 잔뜩 힘을 준다)"
성호 : "그런데 말이야, 우리 서로 뭐 하기로 했지?"
성호는 영을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성호 : "우리…서로 밀어내기로 했지? 근데 넌 어째서 아직도 내 기분에, 내 마음에 반응하며 자꾸 나를 쫓아오는 걸까? 내가 아직도 안쓰러워 보여? 그래서 그래? 근데 어쩌지…나 지금 너무 행복한데, 네가 안쓰럽고 보듬어줘야겠다 생각이들만한 사람은 이제 내가 아니라 윤혁이야. 내 지난 슬픔과 아픔을 모두 윤혁이가 가져간 듯이 윤혁이 곁에만 서 있어도 번개가 치는 것 같아. 모래사장의 수없이 많은 모래알 중 하나인 것처럼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말이야. 윤혁이… 보고 싶지 않아?"
영은 엉덩이 밑, 성호의 단단한 허벅지를 지지하며 몸을 일으켜 세워 뜨지도 못하는 눈을 여전히 감고서 더듬거리며 성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성호는 영이 어디로든 넘어질까 양손으로 허리를 잡아주었다.
터져버려 쓰라린 입술로, 다른 사람의 입술을 떼어다 붙여 놓은 것처럼 퉁퉁 부어버린 입술로, 그 작은 치아들로 고개를 숙여 성호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영 : "………보고싶었어요"
성호 : "…나도"
자석의 S극과 N극이 서로 붙듯, 아니 성냥이 '탁'히는 마찰음을 내며 불꽃을 튀기이듯 서로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성호 : "(영의 입술에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미안해…조금만…조금만…아프게할게"
은하가 깨어날까 봐 서로의 입을 막으면서도, 한순간 움직이던 온몸을 멈추고 문밖으로 귀를 기우리더라도
1시간,2시간… 시간은 제대로 세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흘러갔고, 영의 휴대전화 알람이 끊임없이 울려 더는 무시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서로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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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에 맞춰 은하를 돌보고서 다시 방으로 들어온 성호의 손에는 얼음 주머니가 들려있었다.
영 : "은하는요?"
성호 : "바운서에…걸을수있겠어? 우리가 거실로 나가자"
성호는 한 손은 영의 손을 맞잡아주면서, 한 손은 얼음팩을 놓지 않고 뒷걸음질치며 영과 함께 거실로 나갔다.
영이 성호의 이불에 누워 한쪽 눈만 겨우 뜨고 있었다.
성호 : "아침에 병원 다녀와. 전화해 놓을게"
영 : "가까운데 다녀오면 돼요"
성호 : "우물쭈물하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올 거면서. 내가 전화해놓을 테니까 검사받고 바람 좀 쐬고 와. 같이 갈 수가 없잖아"
영 : "회사 나가보셔야죠"
성호 : "내가 좀 늦게 가면 괜찮아. 수 현 이한테 은하 좀 봐달라고 할 수 없잖아?"
영 : "혼자 다녀올 수 있어요"
성호 : "윤혁이랑 같이 가던지"
영 : "이 몰골로 갑자기 나타나서 병원에 같이 가달라고 해요?"
성호 : "어떠한 모습이든 상관없지. 보고, 만져볼 수만 있다면"
영 : "구실 동은 가고 싶지 않아요. 회사 근처니까 마주칠 수 있잖아요"
성호 : "그럼 어쩔 수 없네, 우리 공주님께 새로운 친구를 소개해주는 수 밖에 "
영 : "우리 다 같이 거실에서 자는 거 어때요?"
성호 : "후우, 알겠어 오늘까진 내가 무조건 지는 걸로 하지"
영 : "평생요. 아까도 걱정돼서 뛰쳐 올라온 사람치곤 전 신경도 안 쓰셨잖아요"
성호 : "하, 그거였어"
영 : "일부일 뿐이에요"
성호 : "공주님 어쩔 수 없이 내가 평생 져주며 살아야겠다 그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