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204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204화 / S#1 금성의 집 [밤] ————-
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돌려보았다.
뻐근한 느낌이 덜 드는 것을 보니 최소한 1시간 이상은 잠들어있었던 게 맞는 것 같은데 성호가 일부러 안 깨웠겠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슬며시 방문을 열었다.
성호 : "쉿"
은하의 두 눈이 스멀스멀 감기고 있었다.
성호 : "밥은 한 번 더 먹었고, 계속 나랑 놀다가 이제 잠들려고 해"
영 : "안 울었어요?"
성호 : "울 이유가 없는걸? 이제 금방 잠들 거야"
영 : "아, 인형"
영은 이불 한편에 홀로 누워있는 인형을 들고 냄새를 맡았다.
어렴풋이 성호의 냄새가 묻긴 했지만 조금은 부족한듯싶었다.
인형을 들고 와 성호의 옆구리에 인형을 찔러 넣었다.
영 : "은하랑 이 인형도 같이 좀 안고 계세요"
성호 : "응?"
영 : "얼른요"
성호는 고개를 들어 영을 쳐다보다 이내 시선을 은하에게로 돌렸다.
영은 거실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성호에게 무언가 대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냄비에는 며칠째 우려먹고 있는 미역국뿐이고 언제 사다 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 달걀 몇 알과 김치 뿐이었다.
영은 부랴부랴 거실 한구석에 있던 담요를 꺼내 어깨에 두르고 방문을 열었다.
영 : "잠깐 은하 좀 봐주세요. 편의점에 좀 다녀올게요"
성호 : "뭐 필요해?"
영 : "먹을 것 좀 사오려고요"
성호 : "배고파?"
영 : "어…조금요? 회장님도 드셔야 하지 않아요?"
성호 : "잠깐 기다려"
성호는 잠이 든 은하를 침대에 조심히 옮기고 영을 데리고 거실로 나오며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성호 : "어, 수현아 부탁 하나 하려고 "
영은 놀란 눈을 하며 급하게 성호의 휴대전화기를 뺏어 통화를 종료시켰다.
영 : "뭐하시는 거에요?!"
성호 : "아니, 수현이한테 뭐 좀 부탁하려고"
영 : "뭐,뭐를요?"
성호 : "나 출근 늦을 것 같아서 아침에 회의한거 녹음 좀 해달라고 하려고 했지"
영 :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 놀래라"
성호 :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내가 수현이 한테 지금 당장 뭐 부탁하려는 줄 알았어?"
영 : "당연하죠.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성호 : "그걸 내가 왜 말해?"
성호의 말에 싸늘함이 느껴져 영의 눈이 다시 커졌다.
성호 : "나 차에 다녀올게. 현관문 잠깐 열어놓고 있어. 노크하면 은하 깰까 봐"
영 : "아…네"
성호가 계단을 내려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현관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갑자기 왜 성호가 또 차가워졌을까, 너무 오래 잤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1층에서부터 무겁게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성호는 아닌 것 같은데, 같은 라인에 사는 사람인 걸까?
현관 문고리를 잡고 있는 손에 슬쩍 힘이 들어갔다.
발소리가 한층 밑에서 멈췄다.
아랫층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는 찰나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발소리의 주인공은 금세 영의 앞으로 다가와 반대편 현관 문고리를 덥석 잡고 문을 강하게 열었다.
영보다 한 뼘은 더 위에 눈이 달려있었다.
눈 이외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과 시선을 마주치진 않는다.
집안을 쳐다 보고있다.
성호 : "영아!"
1층에서 성호의 고함이 들렸다.
그 사람은 뒤를 돌아봤다.
영은 갑자기 찾아온 사람을 밀쳐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어깨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은하의 목 밑까지 덮고 몸으로 한 번 더 감 쌓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성별이 어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은하에게만 아무 일도 없으면 된다 생각했다.
은하의 발끝에 한참을 엎드려있었다.
성호 : "(문을 두드리며) 영아, 문 좀 열어봐. 나야. 괜찮아?"
바들거리는 손끝으로 한참 있다 문을 열었더니 성호는 문가에 있는 영을 지나쳐 은하를 먼저 확인했다.
담요를 거칠게 벗겨 내자 인형이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으앙'하며 은하가 눈을 뜨자 성호는 은하를 안아 들고 토닥였다.
성호 : "미안해 우리 공주님. 미안해"
성호는 은하가 진정이 되고서야 뒤를 돌아 바닥에 앉아있는 영을 바라보았다.
성호 : "처제 방 좀 봐도 괜찮지"
성호는 은하를 어깨에 둘러맨 상태로 금성의 방문을 열어보고, 베란다, 화장실문 까지 모조리 열어보았다.
성호 : "수상한 사람이 올라가는 걸 봤는데, 내가 도착했을 땐 위층에서 여자가 내려오는 것밖에 못 봤어. 아무도 안 왔어?"
여자?
키가 커 보였는데, 여자였을까?
강주가 키가 컸던가?
성호 : "고은동으로 가자. 은하 짐 챙겨. 아니 내가 챙길게"
영 : "안 가요"
성호 : "지금 이 심각한 상황이 인지가 안 돼?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집 근처를 배회해. 은하까지 위험했으면 어쩔뻔했어"
영 : "아무도 오지 않았고, 못 보셨잖아요"
성호 : "아니야, 내가 분명히 봤어. 수상한 사람"
영 : "안 왔다니까요?"
영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성호 : "그럼 문 걸어잠그고 방안에는 왜 들어가 있었는데? 내가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영 : "그럼 그냥 제가 나가게 두시지 그러셨어요. 회장님이 집에 계셨으면 이런 일 없었을지도 모르잖아요"
성호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영 : "제가 나간다고 했을 때 그냥 은하랑 계셨으면 됐잖아요. 그렇게 은하 걱정하시면서 제가 나가는 건 왜 말리셨는데요."
성호 : "논점 흐리지 마. 위험하니까 고은동으로 가자고 하는 것뿐이야"
영 : "갈 거면 혼자 가세요. 절대 안 가요. 애초에 회장님이 나가지 않으셨으면 이런 일도 없었고, 아니 처음부터 안 오셨으면 제가 집밖에 나갈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성호 : "그럼 은하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뻔한 게 다 내 잘못이라는 거야? 내가 와서?"
영 : "네"
성호 : "(은하를 바운서에 앉히고 잠금장치를 건다.) 아침에 사람 보낼 테니 집 앞에 CCTV 설치해. 불안해서 안 되겠어"
영 : "필요 없어요"
성호 : "이영"
영 :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그리고 돌아가세요"
성호 : "(영의 한쪽 어깨를 잡으며) 우리 은하 앞에서 목소리 높이는 거 안 하기로 하지 않았나?"
영 :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마세요"
성호 : "가만 보면 투정이 너무 심해"
영 : "(성호를 올려다보며) 무슨 투정요? 제가 언제 투정을 부렸는데요?"
성호 :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하는 행동과 말투를 봐. "
영 :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성호의 손을 쳐낸다.) 그런 적 없어요. 그리고 제발 이제 오지 마세요. 올 때마다…신경쓰여 죽겠어요"
성호 : "그럼 내가 왔다가도 금방 갈 수 있게. 마음 편히 너 혼자 두고 갈 수 있게 울지를 말던가, 걱정할 상황을 만들지를 마. 현관문 앞에 물건만 두고 가려고 했더니 1층에서부터 너랑 은하랑 둘 다 우는 소리 들리지. 쓸데없이 엮어도 되지 않을 사람하고 연락하고 있지. 내가 마음이 편하겠어? 여자끼리 사는 집이다, 처제 운운하면서 내가 쓰고 간 이불은 치우지도 않고,이불에 얼룩이 지도록 저기서 울고?"
영 : "치울 시간이 없었을 뿐이에요. 어느 집이든 다 그래요. 은하 챙기기도 바빠서"
성호 : "윤혁이한테 은하를 안 보여주는 진짜 이유가 뭐야. 정말 단순히 윤혁이가 힘들어할까 봐서야?"
영 : "말씀드렸잖아요. 말하고 싶지 않아요"
성호 : "그럼 언제 말하고 싶은 건데, 은하가 10살 되면? 성인 되면? 그때 이야기하면 뭐가 달라지는 건데"
영 : "아니요. 웬만하면 평생 몰랐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 만나서 행복할 수 있게. 그게 제가 바라는 거에요. 어차피 은하는 모를 테니, 저까지 모두 잊고 새로운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는 거 그거 하나뿐이에요. 은하 데려가서 윤혁씨 보여주면요? 맘이 편하겠어요? 겨우 이제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을 텐데 발목 붙잡아요?"
성호 : "멀리서만 바라봐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영 : "멀리서라도 바라보지 않을 거에요.망가트리고 싶지 않아요. 흔들고 싶지 않아요.윤혁씨는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성호 : "윤혁이도 같은 말을 하던데"
영 : "윤혁씨 한 테 제 이야기하셨어요? 아니 어쩌자고!"
성호 :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쉿, 목소리 좀 낮춰"
영 : "(의자에 앉는다.) 하아…윤혁씨 앞에서 제 이야기 꺼내지도 마세요"
성호 : "윤혁이가 아프고 힘들어 하는 건 내가 더 못 봐. 윤혁이 아직 결혼반지도 못 빼고 있어"
영 :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본다.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없다.)…"
성호 : "은하에 대해서 늦게 알면 늦게 알게 될수록 더 자신을 질책하고 너에게 미안할 애야. 어차피 들킬 거짓말. 숨길 수도 없는 일. 미루고 미루지 말고 빨리 결정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