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203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203화 / S#1 금성의 집 [밤] ————-
영의 휴대전화가 식탁 위에서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빼꼼히 들어 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있었다.
성호가 팔을 뻗어 영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영은 코알라처럼 성호의 몸에 매달렸다.
통화버튼을 눌러 영의 귀에 대어주었다.
강주 : '어떻게 된거야 너? 결국 낳았니? ……여보세요? 왜 대답을 안 해?'
영이 고개를 바짝 들고 눈과 목에 힘을주는게 느껴지자 성호가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성호 : "여보세요"
전화는 그대로 끊어졌다.
성호 : "누구야?"
영 : "잘..못걸려온 전화에요"
성호 : "이 저녁에?"
영 : "네"
성호 : "내가 아는 목소리 같은데"
영 : "은하 선물은 뭐에요?"
영은 다급히 말을 돌렸다.
성호는 덧붙여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닫았다.
영 : "인형이네…요?"
성호에게서 떨어져 원래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로 돌아가 상자를 열어보니 지퍼백에 은하보다 조금 작은 수달 인형 하나가 들어가 있었다.
겨우 성호의 시선을 돌렸는데 눈치 없이 문자가 왔다.
'전화해'
영은 빠르게 휴대전화로 손을 뻗었지만, 성호가 막아서는 바람에 휴대전화를 놓쳤다.
성호는 주저하지 않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강주 : '전화번호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던 줄 알아? 너 그런데 지금 어디야? 누구랑 같이 있는 거야? 아직 고은동에 있어?'
성호 : "맞아"
강주는 또다시 전화를 끊었고, 성호가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2-3번 정도 통화버튼을 다시 눌러보고서 성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성호 : "(영을 바라보며) 서로 연락하며 지낼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
영 : "연락하고 지내지 않아요"
성호 : "상대방은 연락을 꽤 기다렸던 모양이던데 고부 사이를 지속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언제부터야?"
영은 말없이 지퍼백을 열어 인형을 코에 가져갔다.
섬유유연제 냄새도 나지 않고, 방금 한 듯한 깨끗한 빨래 특유의 냄새와 햇볕냄새가 났다.
인형밑에는 케이스가 끼워진 태블릿이 들어있었다.
영 : "은하가 좋아하겠어요"
성호 : "대답은 안 해?"
영 : "더는 대답할 게 없어요. 연락하고 지내지도 않았고, 오늘 갑자기 연락이 온 거에요. 무슨 수로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만난 적도 없고"
성호 : "그날이 언제야"
영 : "…병원에서요"
성호 : "어머니 병실"
영 : "…네"
영은 얼떨결에 거짓말을 해버렸다.
성호 : "어머니와의 일을 별개로 연락하고 지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건 알고 있지?"
영 : "안부 주고받을 사이도 아니라는 건 저도 알고 있어요"
성호 : "이 번호는 차단해둘게. 미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 어떻게 010으로 전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영 : "마음대로 하세요"
성호는 강주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기에도 저장을 했다.
그리고 태블릿의 전원을 켜고 영에게 휴대전화와 연결해서 방안의 은하를 두고서도 태블릿으로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방법과
실시간 화면과 OTT 서비스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화면을 나누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으나 영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성호도 아무렇지 않은 척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지만 그의 어깨에서 피어나고 있는 연기는 숨길 수 없었다.
애초에 성호에겐 보이지도 않겠지만 .
영이 자신의 말에 하나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성호도 태블릿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성호 :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다는 네 말 믿어. 그러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돼"
영 : "저 한 시간만 자도 될까요?"
성호는 자신을 노려보고만 있다 생각했던 영의 눈빛에서 피곤함을 찾아냈다.
대답 없이 영을 지나쳐 한편에 약간은 흐트러지듯 놓여있는 이불을 바닥에 펼쳤다.
배게까지 완벽히 자리를 잡자 영은 한 손에 인형을 들고 와 벌러덩 누워버렸다.
눈을 감은 영이 한 손으로 성호의 허벅지를 두어 번 내리치자 성호가 코로 '흥'소리를 내며 영의 옆에 모로 누웠다.
영은 살짝 실눈을 뜨고 자신의 옆에 누운 성호를 보고선 팔을 뻗어 성호의 갈비뼈를 끌어안으며 몸을 옆으로 세웠다.
성호 : "머리를 다 말리고 누우면 좋았을 텐데"
영은 발끝에 힘을 주어 몸을 밀어 올려 또다시 코를 성호의 목덜미에 박았다.
깊은 심호흡에 간지러운지 성호의 목이 움찔거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시계 초심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았다.
턱을 세워 성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춰보았더니 성호가 침을 삼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성호 : "(영을 떨어트리며) 얼른 눈 좀 붙여"
영 : "화 풀리시는 거 보고요"
성호 : ” 화 안났는데 “
영은 두 손을 뻗어 성호의 뺨을 감싸고 얼굴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성호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흥'하는 성호의 콧바람이 이마에 닿았다.
그렇게 성호와 영은 가슴 가운데 인형을 끼워놓은 채로 입술을 마주하고 둘만의 시간만 멈춘 듯 끌어안았다.
영의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둘의 사이가 벌어지며 인형도 떨어졌다.
성호 : "내가 할게. 누워있어"
영 : "아니에요"
영은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냉장 보관해둔 은하의 밥을 젖병에 옮겨 담아 중탕기에 넣었다.
성호 : "5분?"
영 : "10분 정도요"
성호 : "알겠어. 가서 누워. 냉장고 잠깐 열어봐도 괜찮지?"
영은 성호를 뒤로한 채 이불로 돌아가 머리끝까지 덮었다.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자. 더 늦어도 어차피 알람 소리에 깨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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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따듯이 데워진 젖병을 들고 영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은하의 옆에 앉아 작디작은 발을 손 위에 올려보았다.
윤혁이 아기였을 때보다 훨씬 작은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성호 : "우리 공주님"
혹시나 은하가 칭얼거리는 소리에 영이 신경 쓰여 할까 방문을 닫고선 은하와 시간을 보냈다.
하루 온종일 은하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다.
성호는 은하를 안고선 독서 등을 켜놓은 영의 책상 앞에 앉았다.
육아 관련 서적과 일기장 몇 권, 그리고 오래된 사진첩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성호 : "(육아서적을 펼치며)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한번 볼까?"
부분부분 메모지와 밑줄, 영의 손길이 한가 득인 책을 보며 성호는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기다 자꾸 일기장에 시선이 갔다.
성호 : "은하야, 이거 보면 나 혼나겠지?"
성호는 고민하는 듯 일기장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가 슬쩍 몇 장을 흘리듯 보다 맨 앞장을 다시 펼쳤다.
긴 내용도 없고, 날짜로 적혀져 있지 않은 그저 수많은 짧은 메모들이 대부분이었다.
비오는날 하나뿐인 운동화가 젖어 걱정이 된다.
아빠가 요즘 들어 매일 늦어진다.
엄마…의 손가락이 부어서 속상하다.
영에게는 은성, 성호에게는 보화인
그녀의 이야기가 적힌 메모가 보일 때마다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성호 : "나중에 은하도 같이 인사하러 가자"
이후에는 보고 싶지 않은 이름들도 튀어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없었지만, 강주와 중주의 이름 그리고 성아의 이름이 적혀있기도 했고, 수현에게 고마움이 담긴 글씨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이때쯤은 성호가 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32층에 올려두었던 때 였던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를 여러 장 넘기자 이제 은혁의 이야기가 한가 득이었다.
윤혁의 이름 옆 하트가 한가득 이기도 했고, 설레는 데이트들을 어떻게 했는지 감정이 어떤지 빼곡했다.
풋풋한 사랑이 가득 담긴 글씨들에 아려왔던 감정들이 다시금 덮어졌다.
그리고…이제 자신의 이야기가 한가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