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200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200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태교일지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지만, 고은동을 떠나오고 나서 부터는 더욱더 참아야 하는 게 많아졌다.
금성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맨 앞에 닥친 넘어야 할 산중에 하나였다.
금성은 영의 등이 벌게질 정도로 두 손으로 매질을 하기도 했고, 제발 생각을 고쳐 달라고 울며 사정하기도 했지만
무릎을 꿇고 몇 시간이나 두 손을 비비며 부탁하는 영을 이기지 못했다.
TV와 인터넷 세상 속 태교여행과 출산준비물 필수목록 리스트도 영에게는 사치일 뿐이었고,
행여 누군가 볼까, 누군가 마주칠까 행복복지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참여하지 못하고 집에서 TV로 보거나 금성이 사다 준 책들도 육아 공부를 했다.
꼭 필요한 물건들은 금성과 함께 고르고 골라 대여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유아용품들은 사용기간이 길지 않아 그런지 대여업체가 많았다.
금성에게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마음같아선 태어날 아이에게 무엇이든 최고로 해주고 싶었지만 '좋은 기계들,좋은 물건들 사봤자 엄마 품보다 좋은 것 없을 것이다.'
라는 금성의 말을 들으며 꾹 참았다.
하나 다행인 점이 있었다면 먹는 것에 대한 고충은 없었다.
눈앞에 과일이 있으면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지만,
시장이 문 닫을 때쯤, 마트 영업시간이 종료될 때쯤 금성과 함께 장을 보며 떨이로 나온 과일들만 먹어도 만족했다.
사고 싶은 용품들도, 먹고 싶은 것도 모두 참을 수 있었지만
하다못해 인터넷으로 혼자 하는 육아공부도, 인형 대신 베개로 하는 목욕연습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가장 참기 힘든 것은 그리움 이였다.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갈 때마다 혼자 대기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며 저 문을 열고 윤혁이 들어와 주길 바랐다.
배가 점점 불러오며 숨이 가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하자 이 계단 끝에 성호가 서 있어 주길 바랐다.
가끔 과일이 아닌 뜬금없이 떡볶이,햄버거,고기가 먹고 싶어 잠에서 깨어나면 옆에서 자는 윤혁을 깨워 당장 나갔다 오라며 투정을 부리는 자신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은성과 진형을 떠올리며 참았다.
정말 참지 못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누군가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을 때면 진형의 앨범을 꺼내 들고 사진을 보며 견뎠다.
안그래도 작은 아이인데, 출산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태어났다.
공교롭게도 출산을 하기로 예약을 해뒀던 병원이 그날 인원 부족으로 전문의가 없어 무통주사도 없이 산통을 겪어야만 했다.
금성 : "땀 좀 봐, 이러다 사람 잡겠네 영아 괜찮아?"
하도 입술을 깨물어 찢어진 지 오래되었고, 베개를 너무 쥐어뜯어 손톱이 모두 부러졌지만 아프다고,죽겠다고 소리치지 못했다.
혹여 윤혁이나 성호가 밖에서 듣고 있다면 가슴 아파 할 것 같아 하지 못했다.
세상밖으로 나온 은하가 사람들의 손길에 울음을 터트리고,
탯줄을 잘라야 한다고 할 때까지도 벌컥 성호가 들어와 금성이 들고 있는 가위를 뺏지 않을까 상상했다.
금성이 항상 옆에서 보듬어주고 신경 써주고,
늦은 퇴근 이후에도 운동을 해야 한다며 한 손을 내어주며 집 앞 공터를 몇 바퀴씩 돌아주거나 최대한 검진에도 함께 가주었지만
금성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영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으니 가슴깊숙히 숨겨둔 외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꺼내지 못했던 것이 유리창 건너편으로 은하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했을 때 설움 속에 태어나게 한 것 같아 미안함이 터져 나와 휠체어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서는 경자가 매일같이 찾아와 신경을 써주었고, 낮에도 금성이 시시때때로 찾아왔지만, 밤마다 홀로 침대에 누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참지 못했다.
보고싶었다.
지금 당장 저 문을 열고 들어와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안아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은성을 내쫓은 허미를 대신하고,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의 무신경함에 대해 성호가 사과한다며 자신을 안아주면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은하의 출생신고를 하기 전날 밤 금성과 산후조리원에서 큰 소리로 싸움이 났다.
사실 싸움이 났다고 하기보단 금성의 일방적인 고함들뿐이었다.
영 : "이모 다 깨겠어. 제발 조용히 좀 해줘"
금성 :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나 지금까지 뭐한 거야? 난 우리 집 세끼라고 생각해서 옆에서 챙긴 거지 그 집 세끼라고 생각했으면 너 진즉 쫓아냈어.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네 옆에 있었는데. 나를 이렇게 배신해?"
영 : "이모, 이거 다 아기를 위해서야. 나를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야"
금성 : "뭐가 아기를 위해서야. 주씨라고 성 붙이면 그 집에서 당장 애한테 뭐라도 해주겠데? 애가 태어난 것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더는 찾아오지 말랬다고 발길 딱 끊고 돌아선 인간들인데 뭐가 아쉬워서 왜, 지금 당장에라도 찾아와서 애 내놓으라 그러면 너도 언니처럼 애만 뺏기고 혼자 등신같이 살려고?"
영 : "절대 그럴 리 없어. 그리고… 그리고…"
영의 눈가에 눈물이 한가득 고이자 금성이 한숨을 내쉬며 곁에 앉아 손을 잡아주었다.
영 : "이모…나 아직 나중에 왜 아빠가 없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을 못했어. 생각이 나질 않아. 그래서…그래서 성이라도 붙여주고 싶어. 나중에 혹시나 내가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아기한테 무슨 일 있으면 찾아서…찾아서 도와달라고 그럴 명분이라도 만들려고…아니, 사실 모르겠어. 그냥…그냥 이은하가 아니라 주은하 같아. 얼굴에 주은하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나중에 후회할지 몰라도 그렇게 할래…그렇게 해줘 이모 응?"
금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은성은 그래도 윤혁이 태어났을 때, 옆에 누군가 있었을 텐데 자신의 앞에서 울고 있는 이 아이는 혼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이때 은성이라도,진형이라도 옆에 있었다면 이 아이의 마음을 다잡아줬을 텐데 남의 세끼가 아니라 네 새끼니까 네 성을 붙이는 게 바르다고 몰아 부쳤을 텐데 그러기엔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 생각이 들었다.
금성 : "그래…너 하고 싶은 데로 다 해. 네가 하고 싶어서 애 낳았으니, 네가 하고 싶은 데로 이름 지어. 대신 나중에 후회해도 너 혼자 하고, 애 탓은 절대 하지 마. 네가 세상에 내어놓은 애야.
앞으로 둘 다 더 힘든 세상에서 살아갈 텐데 애 이름 하나로 너무 힘 빼지 말자…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언니랑 형부 있었을 때 내가 옆에서 챙겨주는 것만 했지 너랑 나랑 살붙이고 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내가 너한테 감 뇌라 배 놔라 하겠어… 그래 너 하고 싶은 데로 다 해"
영 : "이모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마. 이모는 지금 나한테 엄마이자 아빠인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이잖아. 이모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데"
금성 : "알면 앞으로라도 좀 잘해. 나도 너희 둘 위해서 온 힘을 다할 테니까"

————-
성호 : "내가 제대로 고맙다고 이야기도 아직 못한 것 같아. 너무 나 큰 선물이고, 기쁨이야. 고마워 영아. 혼자 힘든 시간 보내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 내가 잘할게. 안힘들었어?"
영의 마음이 복잡했다.
여기서 성호에게 기대기 시작하면 밑도끝도없이, 지난 시간까지 모두 꺼내어 달려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고생한 금성에 대한 배신이지 않을까?
성호가 은하를 내어달라고 하면?
혼자 키우기 힘들 테니, 금전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여유가 있는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한다면?
은하의 입장에선 뭐가 더 나을까, 작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의 품.
무엇이든 부족함 없이 커 나갈 수 있는 고은동.
윤혁도 엄마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하지만 주변의 모든 것이 여유로웠기에, 마음의 아픔은 있었지만, 그 외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영 : "너무…"
성호 : "응?"
너무 듣고 싶었던 목소리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왜 혼자 뒀어요? 찾아올 줄 알았어요.아니, 어떻게든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찾아오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는데 왜 안 왔어요?
왜 찾아오지 않았어요? 왜
영 : "혼자 뒀어요?"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영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입을 막자 이제 눈물샘이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떨어진 눈물은 옷에 자국을 내고 있었다.
성호 : "나 좀 봐"
성호가 고개를 숙인 영의 손을 입에서 떼어내려 했지만 영은 힘을 주었다.
이번엔 고개를 들어보게 하려 뺨에 손을 뻗었지만, 손목에 영의 눈물방울이 떨어질 뿐 목에도 가득 힘을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