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97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97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성호 : "언제 가게"
수현 : "저 그냥 방 하나 내어주시면 안 돼요? 너무 편한데. 제 집 같아요"
윤혁 : "그냥 여기 같이 사세요. 저도 좋아요"
성호 : "방을 너무 안 치워서 안돼. 최소한 정리는 하고 살아야지. 내 방 좀 봐. 아침에 분명 청소를 해뒀을 텐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5분 만에 다시 침대 빼고는 다 난장판이야. 화장실까지 같이 써야겠어?"
수현 : "원래 사람은 다 그러고 사는 거에요. 결벽증도 아니고. 그래도 저 있으시니 좋으시죠?"
수현은 안심이 되지 않는지 한 달이나 더 성호와 함께 지내고서 돌아갔다.
그날 은성과 성호가 심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은성을 보고 온 일이 성호가 제 모습을 찾기에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던 것은 맞았다.
윤혁은 가끔 영과 달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있었지만,
방 한구석 종이상자에 넣어둔 영이 남겨두고 간 화장품과 옷가지들을 바라보는 것 외엔 다른 것은 하지 않았다.
미친듯 보고 싶어 울컥하는 마음이 들거나, 왜 자신이 지금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면 영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날, 영이 했던 말을 계속해서 되새겼다.
'사랑 속에서 태어났고,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돼요…너무 큰 슬픔 속에 빠지진 말아요. 엄마는 윤혁씨를 너무너무 사랑했을 거에요.그러니까 엄마가 슬프지 않게 앞으로도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아줘요…'
윤형 : "나를 슬픔 속에 빠지게 하는 사람이 당신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알려 주고 갔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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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이 집의 그 누구도 영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겨우 찾은 평화가 깨질까 눈치를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각자의 슬픔은 각자 해결하고 서로의 앞에선 절대 티 내지 않았다.
그렇게 계절이 계속해 바뀌고, 해가 지면 영이 떠났던 그날처럼 찬바람이 코끝에 느껴지는 계절이 돌아오고 있었다.
윤혁은 종이상자를 열어보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성호는 심란할 때면 은성을 찾아가 마음을 다잡고 돌아와 현실에 더 집중했다.
창문을 열어두고 잤는지 머리맡에 서늘한 바람이 느껴짐과 동시에 휴대전화기의 알람이 울렸다.
벌써 일어나야 할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제발 수현만 아니길.
성호는 실눈을 떠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니 모르는 번호가 떠있었다.
스팸전화인가? 이 시간에?
수현이 미리 알려준 번호가 아니고서야 저장되어있지 않은 전화번호는 받지도 않고 신경을 쓰지도 않지만 왜인지 급한 전화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림화면이 끊어지지도 않았다.
수십 번을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성호가 전화를 받은 지 10초가 지났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성호 : "누구시죠?"
…
성호 : "말씀을 하세요. 누구시죠?"
소란스러운 배경소리만 들릴 뿐, 전화를 건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술에 취한 사람이 번호를 잘못 눌렀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어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던 때 가냘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살려주세요'하고 말이다.
성호의 온몸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단번에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성호 : "…어디야?"
영 : "살려주세요……제발……부탁이에요……"
성호 : "영아, 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 응?"
영 : "………아성병원…"
그렇게 성호는 바로 영에게 달려갔고, 영을 만났고…은하를 만났다.
집안의 공기가 따듯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성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하려다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곤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서야 자신의 옷차림 어떤지 눈치를 챘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옷을 제대로 갖춰 입기 보단, 코트의 단추를 잠가 가리는 편을 선택했다.
차고를 빠져나오며 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호 : "나 감기든 것 같아. 환절기잖아"
수현 : "지금 통화하는 소리 만들어도 자동차 블루투스 연결인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성호 : "…그래?"
수현 : "농땡이 피우실 생각하지 마세요"
성호 : "3일만, 아니 이틀만 안 될까?"
수현 : "하아…또 뭔데요"
성호 : "중요한 손님하고 미팅이 있어서 말이야"
수현 : "제가 아는 사람이요. 모르는 사람이요"
성호 : "모르는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
수현 : "제가 걱정해야 할 일이에요. 그냥 넘겨도 되는 일이에요"
성호 : "그냥 넘겨도 될 일"
수현 : "…알겠습니다. 3일이요."
성호 : "고마워"
성호는 수현과 전화를 끊고 가장 가까운 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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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잠을 자다 자연스럽게 눈을 뜨는 걸까.
조금은 뻐근한 몸의 근육들을 느끼며 눈을 떴을 때 품 안에 은하가 없었다.
은하가 없다.
영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영 : "아가…"
성호 : "여기 있어"
등 뒤에서 성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은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담요에 감싸져 있는 은하가 성호의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었다.
영 : "주세요"
영은 침대에서 급히 일어나 성호의 품에 안겨있는 은하를 뺏으려 했다.
성호 : "(영을 밀어내며) 잠깐만, 잠깐만 영아. 기다려"
영 : "(성호의 팔을 밀어내며) 주세요. 제 아기에요. 내 아기에요"
성호 : "알겠어. 잠깐. 자고 있어 (테이블 위에 물컵을 건네며) 자, 물부터 마셔"
영 : "필요 없어요. 얼른 주세요"
성호 : "한 모금만"
은하때문인지 한껏 목소리를 낮춘 성호가 전해주는 물컵을 손에 들고 고민하다 한 모금 마셨다.
따듯한 꿀물.
따듯하고 단것이 입안으로 들어오니 정신이 더 드는 듯했다.
영이 꿀물을 마시는 동안 은하를 안고 있는 성호가 일어나 영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영의 등을 쓸어내렸다.
성호 : "조금만 더 자게 두자. 이제 막 잠들었어. 씻고 오지 않을래?"
온 사방이 성호의 냄새로 가득했다.
나지막한 성호의 목소리, 마음이 편해지는 성호의 냄새, 따듯한 공기,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든 은하.
화장실로 자신의 등을 떠미는 성호의 손길에 이끌려 영은 화장실로 들어섰다.
따듯한 물에 몸을 녹이니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떡이진 머리가 손가락에 엉켜 샴푸질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욕조에 앉아 엉킨 머리를 풀어내며 머리를 감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반신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씻고 욕조에서 빠져나오다 바닥에 깔려 있는 수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성호겠지…성호가 해놓은 것이겠지…
성호 : "머리 말리고 나와 감기들어"
영 : "아기…"
성호 : "아직 자고 있잖아. 어서"
영이 화장실로 돌아가 은하가 깰까 가장 약한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도중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작은 바구니를 든 양희가 화장실 문을 닫고 빠르게 영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영의 손에 들려있는 헤어드라이어를 뺏어 전원을 끄고선 바구니와 함께 세면대에 올려놓고 영을 끌어안았다.
양희 : "못난 것, 철없는 것, 아주 못된 것"
영 : "언니…"
양희 : "어쩌자고 잠수를 타. 어쩌자고 애를 낳아. 그것도 혼자서. 언니가 알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겠어. 얼마나 미안해하겠어 이것아"
영 : "죄송해요…"
양희 : "(눈물을 닦으며) 다시 왔음 된 거야. 그러면 된 거야. 너무 고생했어. 너무 장해. 기특해. 여기 속옷이랑 갈아입을 옷. 머리 말리고 갈아입고 나와. 미역국 끓여줄게"
영 : "아니에요. 저 다시 갈 거예요"
양희 : "먹고 가"
양희가 다시 화장실을 나갔고, 영은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말리며 생각에 젖었다.
죽을만큼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곳에 오면 모든 게 무너져 버릴것같았는데
집안의 공기도, 분위기도, 이 집의 사람들도 모두 따듯하게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