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90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90화 / S#1 구실동 한강대학성림병원 [밤] ————-
성호가 문이 부서질 듯 큰소리를 내며 허미의 병실 문을 열었다.
허미의 곁에서 잡지를 읽고 있던 성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성아 : "오빠, 뭐 두고 갔어?"
미 : "아범 왔구나"
성호는 한달음에 허미의 곁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내어 은성의 사진을 들이밀었다.
성아 : "오빠 뭐 하는 거야"
성호 : "저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성아 : "뭔데 (성호의 휴대전화기를 빼앗으며) 이…사람은…아니 어디서 사진을 찾아온 거야? 근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진이다? 20대였잖아"
성호 : "하실 말씀 없으시냐고요!"
성아 : "오빠 목소리 좀 낮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엄마 이제야 안정 찾아가는데"
성호 : "주성아. 넌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성아 : "뭐? 오빠! 왜 나한테 난리야?!"
허미는 자신의 앞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온몸을 부들거리며 서 있는 성호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있다 성아의 손에 들려있던 사진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미 : "곱게 나이가 들었구나"
성호 : "그게… 끝이세요?"
미 : "어디서 찾았니. 질긴 것… 결국, 찾아냈구나. 아니면 찾아왔니? 그래서 윤혁이 내놓으라던?"
성아 : "죽은 사람을 어디서 찾아"
성호 : "어머니!"
미 : "성아, 넌 나가 있어라"
성아 : "뭔데 무슨 얘기인데, 나도 들을래요"
미 : "나가 있어"
단호한 허미의 말에 성아는 성호와 허미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다 잡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곤 병실을 빠져나갔다.
성아가 나간 병실에 적막이 흘렀다.
미 : "그래, 내가 내보냈다. 너도 없으니 내보내는 거 어렵지도 않았지. 숨통이 끊어졌다 생각하고 병원에 데려왔더니 결국 다시 눈을 뜨더구나"
성호 : "유,유골함은요. 장례도 다 치르셨다고 하셨잖아요"
미 : "사람이 죽지도 않았는데 장례를 어찌 치러. 그냥 비어있는 관 올려다 행색만 갖춘 거지. 집안에도 보는 사람들이 있었잖니?"
성호 : "제가 바다에 뿌려줬는데, 유골은요. 유골은 어디서 나신 거에요"
미 : "돈 주면 금가루라도 비슷하게 만들어올 사람들 많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허미의 반응에 성호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유골을 바다에 뿌려주고 난 뒤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사무치게 그리워 그녀를 닮은 영을 붙잡고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면서도 마음으로는 그녀를 붙잡고 살아왔던 성호였다.
영을 밀어내겠다 다짐하면서, 놓으려고 했던 그녀의 기억을 더 강하게 붙잡고 사는 성호에게 허미의 반응은 더욱더 칼날처럼 다가왔다.
미 : "다시 눈을 떴을 때 내가 물었다. 지금 다시 고은동으로 돌아가면 내가 윤혁이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는데 선택하겠느냐고.
죽은 사람으로 위장할 테니 죽을 때까지 너와 윤혁이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죽을 때까지 윤혁이를 반듯하게 키울 것이고, 한순간이라도 내 새끼들 앞에 나타나면 이렇게 널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세웠듯 윤혁이를 몰아세우겠다고. 어느 쪽을 택할 거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고민도 않고 자신이 떠나겠다고 하더구나. 널 한 번만 보고 가게 해달라고 사정하기에 그럼 의미가 없다 하니 전자를 택했다. 그 아이가 선택한 일이었어"
성호의 다리가 또 다시 무너져 병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미 : "그 아이가 떠나고 숨길 것도 없었다. 넌 그저 그 아이가 좋다고 들떠서 집에 들이고선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으니 서류상으로 정리할 것도 없었고, 얼마 되지도 않는 짐 그대로 들려 보냈으니 버릴 것도 없었지.
사진 몇 장 태웠다. 너희 둘 사진 많지도 않더구나. 너도 이제 와 늦었지만, 생각을 해봐라. 그 아이에게 해준 게 뭐가 있었니. 그저 좋다고 옆에 앉혀놓고 주무르기만 했지 쯧쯧"
성호 : "저한테…저한테 이러실 수는 없는 거에요…"
미 : "그 아이 지금까지 끼고 살았으면 너 그 자리 있지도 못했다. 물론 성아도 내 딸이지만, 성아한테 다 빼앗기고 지금쯤 어디 계열사 대표이사자리 하나도 못 챙기고 전전하고 있었겠지.
내가 너무 마음을 곱게 키웠어. 성아처럼 강단 있게 키웠어야 했는데. 똑똑하게 잘 키웠다 생각했거늘 항상 넌 그 단단하지 못한 마음이 문제였어 항상.
그래, 이제 다시 찾았으니 어찌할 셈이냐. 윤혁애미랑 이혼하고 다시 집에 들일 셈이야? 이제 이 어미도 늙어서 제 몸 하나 못 가누니 잘되었다 생각해 신이나 들어 앉히겠구나 쯧쯧…
그 아이는 마음은 단단했다. 내가 그렇게 모질게 구박하고, 너 없는 사이 무슨 해코지를 해도 네 앞에선 눈 하나 깜빡 안 하더구나. 윤혁이 하나 지키겠다고 자기 몸이 부서져도 다음날이면 쌩쌩했다. 그 점은 네가 배워야 해"
윤혁 : "이모님 잠시만요!"
어느새부터 열려있었는지, 열려있는 병실 문 안으로 금성이 들어와 주저앉아있는 성호의 멱살을 잡았다.
성아는 놀란 눈을 하고선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고, 윤혁은 허미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금성 : "그러니까, 우리 언니 잡아가서 시집살이랍시고 동생도 맘 놓고 못 만나게 하고, 연락도 못 하게 하고! 없는 집 딸이라고 온갖 구박 다 당하게 하면서 애 낳고 나니 버렸다는 말이네? 응? 안 그래? 당신이 우리 언니를 잡아먹었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어서 오늘 이거 먹으면 내일은 뭐 먹나 고민하면서도! 동생 뒷바라지한다고 손이 부르트도록 남의 집에서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야근수당 챙긴다고 일부러 남들 안 하는 일까지 떠안으면서 야근까지 하는. 하루하루 피눈물로 살아가던 우리 언니 잡아다 뭐한 건데!
그래, 언니가 진심으로 당신이랑 행복하고, 사랑한다고 느꼈으면 나한테 말이라도 했겠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살게 되었다고 갑자기 떠나서 미안하다고. 근데 우리 언니, 형부랑! 내 진짜 형부랑 영이 가졌을 때까지 나한테 아무 말 안 했어.
당신도! 언니도! 서로 헛사랑이였던거야. 서로 죽지 못할 만큼 사랑한 사이가 아니라. 당신 혼자 우리 언니를 가지고 논거였어.언니도 그걸 알고있었으니까 나한테 말을 안했겠지. 끝을 아니까! 자신이 버려질것 알고있었으니까!
영아, 가자.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니. 사람 됨됨이가 안되어있고 이런 사람 죽이는 집에는 있을 필요 없어"
금성이 복도에 멍하게 서 있는 영의 손을 잡아끌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윤혁은 힘없이 허미의 침대까지 걸어와 무릎을 꿇고 허미의 손을 잡았다.
윤혁 : "할머니…아니죠? 다…거짓말이시죠? 할머니가 저랑 아버지한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오셨는데…제가 친엄마가 보고 싶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는데…저한테는 숨기셨어도 아버지한테는 숨기지 마르셨어야죠… 그러셨어야죠…사람이 어떻게 그래요…사람이!"
병원 복도에 한가득 윤혁이 울부짖는 소리가 퍼졌고, 성아는 복도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지켜보고 있던 수현이 조용히 병실 문을 닫았다.
금성의 손에 이끌려 택시에 올라탄 영은 뒤를 돌아 병원을 올려다보았다.
고은동에서 출발해 병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영은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성호의 어깨에서 피어올랐을 찬란하게 예쁘지만 어두운 보라색 연기가 1층 복도까지 번져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보라색 연기는 허미의 병실 창문 틈으로 까지 퍼져 나와 병원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영의 달 – 190화 / S#2 금성의 집 [밤] ————-
집에 도착한 금성은 영을 거실에 두고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은성과 연관있는 모든 것들을 꺼내 나왔다.
은성의 사진들이 가득한 앨범부터 은성의 고등학교 졸업증명서까지.
그 어디에도 성호와 윤혁에 관련한 것은 적혀있지도, 남아있지도 않았다.
단 하나.
이미 찢어지고 변색하여 흰색 종이였는지, 원래 갈색종이었는지 알 수 없는 손바닥만 한 보육원이름이 적인 은성의 일기장 한구석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내 동생 박금성. 나는 박보화. 다들 날 은성이라고 하지만 난 내 이름을 알고 있다. 진짜 이름. 금성이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서 미안하다. 원장엄마가 잘 해주시지만 난 금성이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영 : "엄마가…엄마 이름이 박보화가 맞나 보네…우리 엄마가 박보화…그러게 이름 예쁘네…은성보다 훨씬 괜찮은 이름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