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76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176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76화
Photo by Aidan Roof on Pexels.com

방에서 나와 주방의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양문형 냉장고에는 냉장실에 비어있는 유리로 된 물병 하나만 들어있었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데 물병을 냉장고에 넣어놓다니, 영은 물병을 꺼내 들고 뒤를 돌아 아일랜드 식탁에 올려놓았다.

성호 : "뭐라도 먹을 거면 장을 봐야 해. 밖에서 사서 먹는 것도 난 좋아"

어느샌가 화장실에서 나온 성호는 평상복을 입고 젖은 수건을 식탁의자에 걸어두었다.

성호 : "나가서 생각해볼까?"

영은 방으로 들어가 담요를 다시 어깨에 둘렀고, 성호는 코트를 챙겨입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탔다.

영에게 안전띠를 채워주고 나서 성호는 영의 원피스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렸다.

영 : "헉!"

영이 반사적으로 성호의 손을 잡았다.

성호의 손길 한번에도 배꼽 아래부터 엄지발가락 끝까지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성호 : "무릎보호대를 사야 할까?"

그도그럴것이 성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영의 무릎은 진물이 가득해 습윤밴드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었고,
조금 전 큰소리로 바닥에 무릎을 찧었으며, 아직도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원피스 끝자락과 영이 어깨에 두르고 있던 담요가 다리를 온전히 덮을 수 있도록 다시 정리를 해준 뒤, 차는 출발했다.

비포장도로이거나, 방지턱을 만나면 성호는 어김없이 오른팔을 뻗어 영의 팔뚝을 감싸 쥐었다.

든든하고 단단한 팔이 가슴 가로 올 때면 '이 상태로 기대어볼까?'하는 생각이 영의 머릿속에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지웠다.

당연히 시내로 나갈 줄 알았던 차는 한적한 모래사장 앞에 멈춰 섰다.

성호는 운전석에서 먼저 내려 보조석 문을 열고 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전띠를 풀고 성호의 손을 잡았다.

주변이 온통 회색빛이라 바다 또한 약간은 어두운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영은 기분이 좋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영 : "여긴 어디에요?"

성호 : "강원도"

영 : "아, 강원도"

영은 금성에게 사진과 함께 '강원도 바다'라고 문자를 남겼다.

금성 : '바다 좋지. 강원도 좋다. 개운하게 바람을 즐기고 와'

금성의 답장을 확인하고 영은 한 걸음씩 바다 근처로 걸어갔다.

파도가 한번 일렁일 때마다 옅은 모래가 짖은 갈색으로 변하고 다시 색이 옅어지기 전에 파도가 또 한 번 들이닥쳤다.

운동화 앞 코가 바닷물에 닿았다.
영은 몰아치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싶었다.

신발을 벗으려 허리를 숙이자 성호가 어깨를 잡았다.
허리를 숙인 상태로 성호를 올려다보자 고개를 저었다.
‘안돼’라고 말하는듯했다.

영 : "잠깐 발만요. 한쪽 발만"

성호 : "다시 올 수 있잖아. 밥을 먹고 나서 와도 괜찮고, 산책 겸 나올 수도 있어. 걸어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야"

영은 입술을 살짝 삐죽거렸다가 허리를 펴고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cresent moon on a dark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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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아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마트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아니 강원도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성호는 영을 대하는 손길과 몸짓에 거침이 없었다.

카트손잡이에는 오른손을 올려놓고 왼팔은 영의 갈비뼈에 둘렀다.

그리고 영이 과자 코너의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팔을 뻗거나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마다 왼팔에 힘을 주었다.

영 : "이것도 담을까요?"

그리고 영이 무엇을 물어볼 때 마다. 자신의 한쪽 품에 안겨있는 영에게 허리를 숙여 뺨에 입을 맞춘 후 귓속에 '그래' 혹은 '하고 싶은 데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과는 다르게 영이 카트에 담을 수 있는 물건은 한정적이었다.

채소,계란 아주 작은 사탕 한 봉지.

정육코너를 지날 때쯤 성호가 앞으로 카트를 밀고 가는데 영이 따라오지 않고 분홍색 전등의 고기 냉장고 앞에 멈췄다.

성호 : "고기 먹을까?"

영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성호는 또다시 영의 뺨에 입을 맞추고 낮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그래'라고 속삭였다.

low angle photography of red and white 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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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서야 성호는 이곳은 지인의 별장이라고 했다.
영은 '지인 누구요?'라고 물어보려다 누군들 어떠하리라고 생각했다.

영 : "그럼 아무도 안 오세요?"

성호 : "올 사람이 있었다면 나보고 가서 편히 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원래 별장은 아무도 없어야 정상인 거야"

영 : "그럼 집 청소하러는 언제 오세요?"

성호 : "집주인이 하진 않지. 주에 한 번이든 며칠에 한 번이든 사람이 오는 거야. 누군가 근처에 집을 지어 놓고 상시 관리하는 별장들도 있긴 하겠지만 여긴 아니야. 왜? 누가 올까 봐 신경 쓰여? "

영 :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새벽에 들어올 때부터 집이 따듯했거든요. "

성호 : "내가 킨 거야 보일러."

영 : "보일러가 성능이 엄청나게 좋은가 봐요. 몇 초 만에 집이 따듯해 지는 거 보면. 저보다 한 10초? 먼저 들어가셨잖아요."

성호 : "보일러를 틀어놓고 데리러 갔다 온 거니 당연히 따듯해야겠지? 몇 초 만에 집을 따듯하게 어떠하리라고 집을 따듯하게 만들려면 집을 태워야 하지 않을까?"

영이 '응?'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성호는 비탈길에 들어서며 영의 한쪽 팔뚝을 잡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성호 : "내가 여기 먼저 와서 보일러는 잘 작동하는지. 주변에 위험한 건 없는지. 주의해야 할게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서울로 데리러 갔다 온 거란 이야기야"

대답 대신 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저건 굳이?와 미안함이 공존한 표정이겠지' 라고 성호는 생각했다.

별장에 도착해 영을 집안으로 들여보낸 뒤, 성호는 주방에서 접시와 집게를 챙겨 들고 마당으로 나가 창고에서 바베큐그릴를 꺼내 불을 피웠다.

침실 창문에서 성호의 모습이 보였다.
영은 벗어놓았던 담요를 다시 어깨에 두르고 성호의 곁으로 다가갔다.

성호 : "연기 때문에 안돼 들어가 있어"

영 : "바람 쐴 겸요"

성호 : "바람은 이따 다시 바닷가서 쐐. 꼭 연기가 섞인 바람을 쐴 필욘 없잖아"

영 : "이런 곳에 고기 굽는 것 본 적 없어요. 구경하면 안 돼요?"

성호는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고기를 뒤집었다.

고기를 굽고 있는 성호를 보고 있자니 진형의 생각이 떠올랐다.

돗자리를 펴고 셋이서 앉으면 작은 텃밭에 한쪽 엉덩이가 걸릴 만큼.

거실만한 마당에 앉아 그릴이라고 할 것도 없이 석쇠가 바닥에 닿지 않게끔 양쪽으로 벽돌을 세워 그 밑으로 마트에서 산 숯불을 밑에 깔고 고기를 구워먹은 적이 종종 있었다.

그땐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걸 보면 고기를 구워먹는다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태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똑같은 숯불의 연기이지만 이곳에서는 맛있는 연기로 보였다.

진형의 어깨는 영에겐 현재 성호의 어깨만큼이나 세상의 풍파를 다 막아줄 것 같은 든든한 집의 지붕과도 같았는데 진형이 살아있다면 영은 당장에라도 진형의 어깨에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를 굽고 있는 성호가 진형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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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 마트에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해 냉장고에 넣었고,당장 필요한 재료들만 손질해 접시에 담았다.

식탁에는 샐러드 한 접시와 소스들을 담은 작은 그릇들이 올려졌고, 밥은 즉석밥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즉석밥이라도 식탁에 올리는 것이니 제대로 하고 싶어 영은 밥을 밥그릇에 옮겨 닮았다.

성호가 마당에서 구워온 고기 접시가 식탁에 오르자 비로소 완성된 상차림이 되었다.

성호가 먼저 고기를 입에 넣자 영도 따라 입에 고기를 넣었다.

성호 : "맛있어?"

영 : "(고개를 끄덕인다.)"

성호 : "다행이네. 다른 건 먹고 싶은 거 없어?"

영 : "콜록(급하게 물을 마신다.) 어,없어요."

성호 : "천천히 먹어 말 안걸 테니. 밥 먹다 내가 말을 걸면 기침을 하는 건 윤혁이도 너도 똑같네"

성호는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영의 젓가락질을 하던 손을 멈추기에는 충분한 단어선택이었다.

성호가 영과 단둘이 있을 때 윤혁을 언급했던 적이 있던가.

또한 이곳에 온 이후 영은 윤혁의 생각을 했던 적이나 있던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들었던 고기가 질긴 종잇장을 씹은 기분이 났다.

정성 들여 구워온 고기가 절반이나 남았지만, 성호는 과감하게 버렸다.

영 :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성호가 식탁에 앉아있는 동안 영은 설거지를 시작했다.

하지만 수전을 틀고, 하 부장을 열 때마다 성호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영은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영 : "마당 정리를 하고 오시는 건 어때요?"

성호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릴을 마당에서 창고로 옮겨놓았다.

그리곤 다시 실내로 들어와 설거지를 하고 있는 영의 뒤에 붙어 영의 갈비뼈를 끌어안고선 자신의 턱을 영의 정수리에 올려놓기도 하고,

영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귀 뒤에 입을 맞추거나 귓불을 살짝 깨물기도 했다.

설거지를 하던 영의 손이 멈췄다.

영 : "방에 들어가 계시는 건 어때요?"

성호 : "왜?"

영 : "신경이 쓰여서요. 그릇을 깨트릴 것 같아요"

성호는 대답 없이 영의 목덜미에 다시 얼굴을 파묻고 이리저리 얼굴을 비비더니 팔의 힘을 풀고 약간은 축 처진 어깨로 방으로 들어갔다.

성호가 방으로 들어간 뒤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사용한 수건들과 샤워가운을 들고 거실의 화장실에 옮겨놓았다.

침실의 화장실에서도 새 수건은 본적이 없기에 두리번 거리다가 주방 구석 커다란 라탄바구니의 뚜껑을 열었더니 새 수건과 샤워가운 수십 장이 포장되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이라도 성호와 다른 화장실을 쓸까 고민하다 샤워가운과 수건을 몇 장 꺼내 들고 식탁에서 포장을 벗겨 냈다.

쓰레기통에 포장봉투들을 버리고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서자 성호는 기다렸다는 듯 영을 침대로 끌고 들어갔다.

수건과 샤워가운이 이불 위로 쏟아졌다.

영 : "이것들만 화장실에 가져다 놓고요"

성호 : "이따가 해도 되잖아"

성호는 영을 끌어안고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 바람에 수건 한,두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간이 이제야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photo of snow capped mountains under blu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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