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7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17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75화
Photo by GEORGE DESIPRIS on Pexels.com

하지만 이 뜨거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미 몸속 가장 깊은 곳까지 온기가 퍼졌고, 굳었던 몸이 이젠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늘어졌다.

그리고 이미 작은 몸짓 하나까지 성호를 따라가고있었다.

영은 두 눈을 감은 채 숨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면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두르다 성호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포도주,바람에 날리던 커튼,달빛.
그 속에서 꽉 부여잡았던 손목.
성호였다.

애써 윤혁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그날 마주했던 것은 윤혁이 아니라 성호였다.

성호의 손목을 보며 한번 잡아볼까, 마른침을 삼켰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자신의 손안에 들어오게 된 이 손목을 잡아보니 확신이 들었다.

기억이 온전하다는 전제하에 성호와 작은 불꽃을 일으키며 처음 입을 맞췄던 날, 어딘가 비어져 있던 곳이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이유가 영의 몸속에 있는 세포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영을 가장 뜨겁게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전력질주를 하는 것 같았던 성호의 심장 소리가 천천히 잦아들고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영의 이마와 뺨에 입을 맞췄다.

가장 어둡고 깊은 밤 도착한 이곳에서 '괜찮아'라고 연거푸 영의 귀에 속삭이던 성호는 영이 자신의 손목을 두 번이나 더 비틀어질 듯 쥐어 잡게 하고서야 온전히 영의 옆에 누웠다.

힘없이 늘어진 영의 몸을 자신 쪽으로 돌려 눕히고선 끌어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때 돼서야 영도 가냘프지만 가파른 숨을 몰아 내쉬었다.

성호 : "옆으로 누워 자는 게 편할 거야"

두눈을 감은 영의 머리칼을 쓸어내렸지만, 영은 눈을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영은 몸을 한번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영 : "…여기 바다에요?"

성호 : "응 바다야. 해가 뜨고 아침이 오면 우리 바다 보러 가자"

영 : "바다가 맞는구나…바다구나…바다…"

영은 바다라는 말을 수없이 내뱉다 성호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성호의 품에서 기절하 듯 잠이 들었다.

moon surrounded by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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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다.

윤혁과 함께였지만 윤혁의 손을 제때 잡지 못해 혼자서 버둥거리다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몸이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왜인지 당연하다는 듯 온전히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는 어둠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악몽 같은 꿈이었지만 놀라지도 않고 소리 없이 눈을 떴다.

달빛이 가득히 들어오던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발밑 부분에 있는 벌어진 곳에서 약간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성호는 없었다.
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방문은 닫혀있었고, 밤에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문이 하나 열려있었다.

방안에도 화장실이 하나 더 있었는지 약간 차가운 공기가 새어나왔다.

특이한 점은 화장실 바로 앞부터 욕조까지 타일 위에 레드카펫을 깔아놓는 것처럼 수건들이 줄지어 있었다.

영은 텁텁한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싶었다.

방안의 화장실은 성호가 사용하는 것 같으니 거실에 있는 화장실을 쓰면 되겠다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발바닥이 보일러 때문인지 뜨끈한 바닥에 닿았다.

쿵-.
영의 무릎이 뜨끈한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침대에서 내려가려 몸에 힘을 주니 허리부터 골반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영은 교장 선생님처럼 연설하길 좋아하는 왕의 작위 수여식을 기다리는 기사처럼 한쪽 무릎만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다행히 아직 침대를 빠져나오지 못한 왼쪽 팔로 침대를 짓누르며 부들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었다.

철컥-.
방문의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성호가 방으로 들어오면 재빠르게 달려와 자신을 안고 침대로 다시 올려줄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상상을 해본 적도 있지만 성호는 놀란 기척 하나 없이 천천히 영의 앞으로 걸어와 영과 똑같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바들 거리는 영의 몸을 겨우 지탱해주고 있는 왼쪽 팔을 침대에서 떼어냈다.

지지대를 잃은 영의 몸은 그대로 오른쪽으로 쓰러졌고, 성호는 손을 뻗어 영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지 않게 받쳐준 다음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성호 : "손바닥부터 바닥에 닿게 한 다음 팔에 힘주고 우선 상체부터 일으켜봐. 울지마"

영은 울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울지 말라는 성호의 말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도와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간신히 붙잡고 있던 몸을 바닥에 내팽개치게 해놓은 장본인이 저렇게 차가운 말투로 말을 하다니 당장에라도 어깨를 깨물고 싶었지만 지금은 금성이 샤워 후 바닥에 떨어트린 수건만큼이나 행색이 좋지 못했다.

성호의 말처럼 손가락을 모두 벌린 상태로 바닥을 지지하듯 손바닥에 힘을 꽉 주고 상체를 반쯤 들어 올렸다.

그리고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하체를 버둥거리다 딱 달라붙은 H라인 치마를 입고 좌식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종아리를 옆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손바닥에 힘을 주며 반동을 이용해 상체를 온전히 일으켰다.

성호 : "아빠 다리도 해보고, 무게중심을 뒤로도 해보고 다리 모양도 바꿔보면서 가장 덜 아픈 자세를 찾으면 그대로 멈춰. 바닥에 누워도 괜찮아"

영은 성호의 말처럼 관절인형놀이를 하듯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도 보았다.

침대 밑으로 발이 들어가기도 했다.

고통에 침이 또다시 입 밖으로 새어나올 것 같았지만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게 한참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 다시 바닥에 등을 붙이고 침대 밑으로 다리가 반쯤은 들어갔을 때 통증도 사라지고 마음도 편해졌다.

성호 : "잘했어. 아프면 이렇게 하는 거야. 안 아픈 자세를 찾아서 가만히 있는 거야"

성호는 영의 머리를 정말 칭찬하듯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렇게 영이 주변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10여 분을 한 자세로 있는 동안 성호는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었다.

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호와 눈을 맞추자 그때 돼서야 침대에 반쯤 잡아먹힌 영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한번 안아보고는 일으켜 세워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새 칫솔의 포장지를 뜯어 보이며 '네 것이야'라는 듯 영의 손에 쥐여주었고, 샤워커튼을 걷어 보이며 샴푸와 보디 샤워 등 목욕 용품이 어디 있는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화장실의 문을 닫고 나갔다.

따듯한 물에 샤워를 마치고 나오며 영은 깨달았다.
화장실 바닥의 수건은 미끄러지지 말라고 성호가 깔아둔 것이라는 것을.

cresent moon on a dark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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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두툼한 샤워가운을 걸치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성호는 여전히 커튼이 걷지 않은 어두운 방안에서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모를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벽 한쪽에 있는 콘센트에 헤어드라이어를 연결하고 화장대 의자에 영을 앉혀놓고, 가장 약한 바람으로 영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윤혁도 자주 영의 머리를 말려 주곤 했다.
아니 항상 직접 말려주었던 것 같다.

영 :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아플 때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한다는 것요"

성호 : "모를 리 없잖아"

영 : "…아"

영은 감탄 반, 깨달음의 반이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지 성호라면 당연히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혹여 미끄러질까 수건을 바닥에 깔아두는 사람인데, 뭐하나 놓치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인데, 책에서 읽었을 것도 같았고 직접 경험해봤을 테니 더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성호는 헤어드라이어를 끄고 화장 대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영의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 보게 했다.

성호 : "(영의 뺨을 어루만지며) 뭘 알고 끄덕이는 거야?"

영 : "아니, 그러니까.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요. 모르시는 게 없으시니까…"

성호는 '흥'하는 콧바람 소리와 함께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영을 끌어당겨 다시 침대에 눕혔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칼이 영의 목뒤에서  젖은 솜 뭉텅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영의 손에 자신의 손목을 쥐여 주었다.

성호 : "손 아귀힘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쎄"

영의 허리춤에 간당간당하게 묶여있던 얇은 샤워가운 끈의 매듭이 풀어졌다.

그렇게 영이 잠에서 깨어나 입맞춤 세례를 수도없이 받은 뒤, 두 번이나 샤워하고 나왔을 때 성호는 온전히 영의 머리를 말려 주곤 자신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영은 샤워가운을 벗고 가방에서 옷가지를 꺼내 옷을 입었다.

그리고 커튼의 반을 걷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지 하늘은 회색빛이었고, 한참이나 지나있을 줄 알았는데 시계를 보니 이제 8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low angle photography of red and white 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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