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74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74화 / S#1 금성의 집 [밤] ————-
영이 가방을 들고 방에서 나오자 성호는 가방을 뺏어 들고 신발을 다시 신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나섰다.
영은 급하게 거실의 불을 끄고, 가스는 잠겨있는지 더 확인해야 할 것은 없는지 집을 둘러보고 성호를 따라나섰다.
뒷자리에 영의 가방을 넣고 성호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운전석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선 영의 머릿속에 '수현은 없다.'라는 것이 사실화되었다.
보조석 문을 열고 자리에 앉자 성호는 곧바로 차의 시동을 걸고 히터를 틀었다.
직접 안전띠를 채워주고 나서 차를 출발시켰다.
'윤혁씨도 오나요?'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영 : "어디로, 아니 다른 분들은 누가 오세요?"
윤혁을 염두에 둔 채로 성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호 : "아무도. 가보면 알아. 이모님께 연락해. 집 비운다고"
영 : "아…네…"
핸드폰을 꺼내 금성에게 전화를 하려던 영은 잠시 손가락을 멈췄다.
성호와 단둘이 가는 것이라면 금성에게 말할 수 없다.
윤혁이 영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아도 금성과는 소통하고 있으니,
영이 성호와 바람을 쐬러 간다고 하면 금성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윤혁에게 '영이 회장님이랑 여행 갔어'라고 말할 확률이 높았다.
영 : '이모, 나 갑자기 바람 쐬고 싶어서 나왔어. 금방 돌아올게. 너무 걱정하지 마. 도착해서 연락할게'
금성은 일을 하고 있는지 차가 출발을 하고 30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금성 : '다 좋아. 다. 머리가 복잡하면 비우고 싶을 때 가 있지. 도착하면 어디로 갔는지 정도는 말해줘. 그리고 감기에 걸리거나 아프면 지금은 다 내 탓이니까 나 주서방한테 원망듣게만 하지 말아줘.'
성호 : "연락했어?"
영 : "네, 잘 다녀오라고…잠시 여행 다녀온다고 했어요."
성호 : "잘했어"
차가 빨간불에 멈춰 서자 성호는 뒷좌석으로 팔을 뻗어 작은 바구니를 영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껌, 사탕, 젤리 갖갖이 간식 위에 바나나가 놓여있었다.
편의점에 있던 바나나를 성호가 산 것일까?
성호 : "졸리면 자고, 바구니는 발밑에 내려놔도 괜찮고.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우선 이것저것 샀어"
영은 귀신에 홀린 듯 성호의 이야기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바나나에 손이 먼저 올라갔다.
성호를 만나고 사라졌던 입안의 침들이 다시금 한가득 고였다.
비닐봉지를 열고, 샛노란 바나나 하나를 꺼내 껍질을 벗겼다.
하얀 속살을 당장에라도 입 안에 넣고 삼키고 싶었지만, 운전에 방해되지 않게 천천히 팔을 뻗어 성호의 입가로 먼저 가져갔다.
성호 : "난 괜찮으니까 먹어"
성호가 먹지않겠다는 의사표현을 듣자 영은 자신의 입안으로 바나나를 들이밀었다.
아마 성호가 한입 베어 물었다면 그 또한 아쉬웠을 것 같았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배시시 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퍼졌다.
곁눈질로 영을 보던 성호도 만족스럽다는 영의 미소를 보고 '흥' 콧바람 소리를 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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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성호는 라디오를 틀었다.
성호와 수현과 시장에 갔을 때도, 성호가 급작스럽게 제안한 여행을 가기로 했을 때도 윤혁과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었었다.
늦은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 없이 적막했던 차 안은, 이제는 클래식 음악이 배경이 된 여전히 대화는 없는 차 안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빠르게 내달리던 차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휴게소에 멈췄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휴게소도 어두컴컴했다.
그렇게 첫 번째 휴게소에서는 유일하게 열려있는 작은 카페에서 음료를 샀다.
성호는 똑같은 음료를 하나는 차가운 것으로, 하나는 뜨거운 것으로 주문해 반반 섞었다.
성호 : "차가운 건 먹이고 싶지 않고, 뜨거운 건 혹시나 쏟으면 위험하니까"
두번째 휴게소에서는 별로 생각 없었지만 성호에게 등 떠밀려 영은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리고 또다시 한참을 달려 가로등도 거의 없는 비포장도로에 들어섰다.
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하자 성호는 오른팔을 뻗어 영의 오른쪽 어깨 바로 밑 팔뚝을 잡았다.
그렇게 성호의 비호를 받으며 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집 앞에 멈춰 섰다.
성호가 먼저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에서 가방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보조석에서 내리는 영을 지켜보다 대신 문을 닫아주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울창한 나무들이 보이니 산속은 맞는 것 같은데 바람이 무겁고 짭짤했다.
성호 : "얼른 들어와"
이미 현관문을 지나 중문으로 들어선 성호가 영을 불렀다.
영은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현관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은 따듯했다.
성호가 거실의 불을 밝히자 오픈되어있는 주방과 소파와 커다란 TV가 놓여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TV 옆의 문은 침실의 문, 중문 바로 옆에 있는 문은 화장실의 문으로 보였다.
성호가 TV 옆의 문을 열었다. 역시 침실이었다.
침실에 불도 켜지 않은 채 들어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거실을 구경하던 영은 자연스럽게 성호를 따라 들어갔다.
방 안에는 너른 창문이 있었고 창문 밖으론 작은 테라스가 있었다.
보기만 해도 차가운 쇠로 된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놓여있었다.
달빛이 가득히 들어오는 창이었다.
영은 창에 가까이 붙어 밖을 바라 보았다.
그렇게 창 밖을 구경하던 영의 눈에 유리에 비친 성호가 보였다.
검은색 코드를 벗자 새하얀 셔츠와 검은 조끼가 드러났다.
왜 성호가 평상복차림이라고 영은 생각했을까?
성호가 옷을 갈아입으려는 것 같아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여기 방이 하나 더 있었나? 2층이 있었나? 계단을 찾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영은 다시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방 밖을 나서려는데 성호가 영의 팔을 끌어당겼다.
성호의 품에 안긴 영의 콧속으로 성호의 냄새가 파고들었다.
성호는 허리를 숙여 영에게 가볍게 입 맞췄다.
영의 광대에 닿은 성호의 코끝에서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성호는 영의 머리칼을 손으로 쓸었다.
성호 : "안 보고 싶었어?"
영 : "보고…싶…었어요"
영은 더듬더듬 대답했다.
성호는 천천히 넥타이를 풀어 침대 위로 던지며 셔츠 단추를 두 개를 풀었다.
그리고 영의 어깨에 둘려져 있던 담요도 풀어 던졌다.
그리고 영의 입안으로 파고들며 한 손은 영의 허리에, 한 손은 영의 목 뒤에 올리며 온몸으로 영을 뒤로 밀었다.
영이 침대에 눕혀지자 성호는 조끼의 단추도, 셔츠의 단추도 풀어 헤쳤다.
앞섶이 모두 풀어진 성호의 몸이 위로 올라오자 영의 몸은 금방 메두사와 눈을 마주친 불쌍한 나그네처럼 굳어졌다.
성호는 천천히 몸을 숙여 오른손 엄지로 영의 미간을 시작으로 코,입술,그리고 턱 끝을 쓸어내리며
영의 오른쪽 귀에 '괜찮아'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영의 입에서 '허'하는 소리가 들리며 두 눈이 감겼고 굳었던 몸이 약간 풀어졌다.
그리고 다시 영의 입안에 휴게소에서 샀던 캐모마일차 향이 가득 들어차자 두 손을 성호의 어깨에 올렸다.
눈을 감고 더듬거리며 성호의 어깨를 만지자 방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것에서도 날 막아주고 보호해줄 것 같은 방패.
성호가 영을 베개까지 힘껏 밀어 올렸다.
이미 맨몸을 들어낸 성호의 모습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성호는 한 번 더 영의 귓가에 '괜찮아'라고 속삭였고, 뒤이어 영은 뜨거움을 느꼈다.
밖의 공기는 차갑고, 집안은 따듯했지만 침대 위의 이불과 베개들은 사람의 온기가 없어 차가웠다.
이 이불과 베개가 굳어져 버린 몸의 조금밖에 남아있는 온기까지 뺏어가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제발 뺏어가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의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어 영은 정수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