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73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173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73화
Photo by Pixabay on Pexels.com

영의 달 – 173화 / S#1  금성의 집 [밤] ————-

영의 일과는 큰 틀에서 벗어남이 없었다.

9-10시 사이 금성이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함께 마트로 가 장을 보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금성보다 한 시간은 일찍 일어나 간식거리를 챙기거나 간단히 먹을 저녁을 준비하며 때맞춰 완료예약을 해놓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대에 널어 놓았다.

그리고 생각이 날 때마다 양희에게 전화를 했다.

양희는 영이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사소한 것들까지 알려주곤 했다.

성호가 몇 시에 들어와서 몇 시에 나가는지, 두 부자가 식탁에 앉아 서로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한다는 이야기와 윤혁이 얼굴이 최상과 최악을 오간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양희 : "이게 다 갑자기 혼자 있으니까 마음이 불안해서 잠을 잘 못 잔다는 증거야. 도련님 생각하면 속상하긴 한데, 너 그래도 두 눈 꼭 감고 너 하고 싶은 데로 해. 알겠지?"

양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영의 편을 들었다.
한편으론 웃음이 났다.

정말 언니가 있다면 이렇게 맹목적으로 내 편이 되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금성이 출근하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방에서 베개를 들고 나와 바닥에 누워 담요를 덮고 TV를 봤다.

이미 방영이 종료된 드라마를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보거나, 이미 인기의 척도가 식은 영화들을 봤다.

애절한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를 보다가 아침 해가 뜨고 금성이 들어오는 소리도 못들을 정도로 펑펑 울거나,

코메디 장르를 보며 다른 집에 방해될까 큰 소리로 웃지도 못하고 킥킥거리다 배와 허리가 당겨 바닥에 힘없이 늘어져 있거나, 화려한 액션장면을 보면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맨몸운동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영의 모습을 보고 한량중의 최고한량이라고해도,
뒷머리를 긁적이며'뭘 그렇게까지'라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할수없을정도의 행색으로 하루 하루를 보낼때도 있었다.

가끔 소담과 수현에게 문자가 오는 것 말고는 아, 성아도 포함.
성호나 윤혁에게 연락이 오는 것은 없었다.

금성 : "정말 다른 말 없이 잘 지내냐고만 물어보는데, 잘 지낸다고 할 수도 없고 좀 그렇잖아. 둘이 싸워서 이렇게 별거 아닌 별거 중인데 잘 지낸다고하면. 그래서 ' 자알 있다. 밥은 잘 챙겨 먹이고 있고 어디 아픈 곳도 없다'라고만 했어"

윤혁은 금성에게 이따금 전화나 문자는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연락 오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고 금성이 잘 대답해주고 있다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퇴원하고 나서 때때로 시간상으로는 저녁이지만 하루 일정표로 따져보면 낮잠을 자다가,
혹은 아침에 잠이 들고 나면 골반과 허리의 통증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내장기관이 모두 꼬이는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발끝까지 저릿한 느낌이 들어 통증이 올 때면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있었다.

하루는 너무 아픈 나머지 침대에서 일어나,아니 정확히는 뱀처럼 침대에 등을 기댄 채 발부터 다리까지 스르륵 바닥으로 주저앉아 기어서 금성에게로 갔다.

하지만 금성의 문이 닫혀있어 손잡이를 잡는 행위 조차도 못하고 문앞에 등을 구부리고 누워 서러움과 통증에 입을 벌리고 있다가 침까지 두둑이 흘렸다.

윤혁이 보고 싶기도,밉기도 했다.

양희가 있었다면 계단을 뛰어 올라와 도와줬을까?
성호가 옆에 있었다면 들어앉아 침대에 뉘어줬을까?

10분의 통증이 10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 하루 영 나름대로 통증과 싸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며일주일 이라는 시간이 금방 흘렀다.

silhouette of person raising his hands
Photo by Manav Sharma on Pexels.com

————-

영 : "우리 집 기둥! 가장님 오늘도 화이팅!"

영은 여느 때처럼 금성의 출근을 배웅하고 TV를 틀어 전날 보던 드라마를 재생시켰다.

주인공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간 장면을 보며 윤혁과 함께했던 신혼여행을 떠올렸다.

영 : "바나나"

제주도의 바다가 보이는 장면을 보며 신혼여행의 추억을 더 곱씹어 보는 것도 아니고,회도 아니고 성게 미역국도 아니고 바나나가 떠올랐다.

영의 입에 침이 고였다.

재빠르게 식탁의자에 걸려있던 길고 두툼한 외출용 담요를 어깨에 둘렀다.

한 손에 지갑을 든 채로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열고 타다닥.
빠르게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편의점에가면 바나나가 있을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어딘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으로 간 편의점에 갔을 때 없으면, 두 번째로 어디로 가야 할 지까지도 생각했다.

오로지 바나나 하나만 생각했을 뿐인데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다이어트 식품이라면 편의점부터 대형할인점, 백화점까지 줄을 지어 제품들이 늘어져 있는데 바나나 하나가 편의점에 없었다.

마트로 가볼까 했지만 이미 마감을 했을 시간.

근처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버스로 한 정거장은 가야 했다.
하지만 거기에 무조건 바나나가 있을 꺼라 확인할 수 없었다.

전화를 걸어 바나나가 있는지 물어보고 출발하면 되었지만, 영이 가는 사이 누가 낚아채면 그만이었다.

영은 출발을 했을 때와 다르게 아주 무거운 걸음으로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계단을 터덜터덜 올라가는데 현관문 앞에 길고 검은 것이 서 있었다.

개인마다 특유의 색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소담은 바나나처럼 밝은 노란색, 양희는 밝은 황토색,  수현은 푸른 소나무색, 윤혁은 밝은 하늘색.

그리고 성호는 보라색.
검은색이 두 방울과 약간의 펄이 섞인 어두운 보라색.

현관문 앞의 길고 검은 사람의 어깨에서 반짝이지만 짙은 보라색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등 뒤에서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영과 눈이 마주치자 현관문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젖혔다.

영 : "아, 출근…하셨어요."

성호가 왜 왔을까?
영은 다시 머리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성호가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왔을 리 없으니 차를 타고 왔겠지?
수현과 함께 왔으려나?

차로 가자고 하면 왠지 그대로 고은동으로 출발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계단을 마저 올라 성호를 등지고 도어락을 열었다.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 열려있는 금성의 방문을 닫고, 빨래건조대가 보이는 베란다의 미닫이 겹문을 닫았다.

뒤를 돌아보니 성호가 현관문을 닫고 신발장에 서 있었다.

영 : "드,들어오셔도 돼요."

영이 집안으로 완전히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자 그때야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성호 : "뭘 보고 있었어?"

영 : "아, 드라마 보고 있었어요."

성호 : "집 구경을 해도 될까?"

영 : "편하게 보세요. 편하게…"

성호는 천천히 한 걸음씩 옮겨 살짝 열려있는 영의 방문 틈을 들여다보고, 거실과 주방을 둘러봤다.

딱히 집을 구경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구경보다는 꼼꼼히 살펴본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영은 이상한 것을 보고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TV의 전원을 껐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성호의 사람을 긴장시키는 목소리.

날이 추워서일까, 눈빛도 목소리도  서늘한것같아 더욱 영의 몸을 긴장하게 하였다.

성호 : "나랑 한 약속. 지키지 않네?"

영 : "어떤…"

성호 : "혼자 밖으로 다니지 않겠다고 한 것."

성호는 한 글자,한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

영 : "편의점에 잠깐…정말 바로 앞에요. 여기 앞에"

영은 괜히 말이 길어졌다.

성호 : "간단히 짐을 좀 챙길 수 있을까? 우리 떠나자"

영 : "떠나다니요? 어디로요?"

성호 : "잠깐 바람 쐴 겸. 오래 걸리진 않을 거 같아. 간단히 챙겨"

영 : "갑자기요?"

성호 : "응"

성호는 추가적인 부연설명을 하지 않겠다는 듯 '응' 한마디만 했다.
영은 그렇게 한참을 성호의 눈을 쳐다보았다.

'어때? 괜찮겠어?' 라고 영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아니요 전 괜찮아요'라는 영의 거절 의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성호의 표정에 드러나 있었다.

영 : "잠깐…기다리세요."

영은 방문을 닫고 들어와 병원에서 챙겨왔던, 윤혁이 가져왔던 가방에 속옷과 잠옷 그리고 갈아입을 옷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챙겨야 할지 모르겠지만, 성호가 '잠깐,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으니 하루,이틀정도의 짐을 챙겨 나왔다.

white and black moon with black skies and body of water photography during night time
Photo by GEORGE DESIPRIS on Pexels.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