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72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72화 / S#1 금성의 집 [낮] ————-
금성 : "짐 푸는 것도 와줄까?"
영 : "아니야, 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어. 이모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자 저녁에 출근해야 하잖아"
금성 : "(기지개를 피며) 그럼 나 잠깐 눈 좀 붙일 테니까 혹시나 배고프면 깨워 밥 금방 해줄게"
영 : "응 알겠어. 고마워 이모"
금성 : "고마울 것도 많다. 그럼 쉬고 있어"
금성은 하품하며 방으로 들어갔고, 영은 아늑한 거실을 둘러보고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금성이 틈틈이 청소를 해두었는지 먼지 한점 없는, 영이 떠났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짐가방을 풀지도 않은 채로 거실에 두고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편하다'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영은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선 한참을 침대에 누워있다가 거실로 나와 금성의 방문을 열어 잠든 금성을 한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냉장고를 열어 뒤적이기 시작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수 있는 재료, 반찬을 할 수 있는 재료들을 나누고 금성이 자고 일어나 간단하게라도 먹고 갈 수 있도록 토스트를 할 수 있는 재료들을 꺼내놓고 손질을 하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놨다.
짐 가방을 정리하고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있었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오늘부터라도 금성과 생활방식을 맞춰야 했기에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보고자 침대에 누웠다.
지금쯤이면 영이 퇴원했다는 걸 들었을까? 성호가 윤혁에게 전화로 알릴까 아니면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 알려줄까. 아니면 수현을 통해 이야기했을까.
영의 머릿속에는 잡생각들이 가득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써 봤다가, 몸을 뒤척여봤다가, 눈감고 양을 100마리를 세어봐도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으면 천장에 성호와 윤혁의 얼굴이 번갈아가며 떠올랐다.

영의 달 – 172화 / S#2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낮] ————-
수현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원장님께는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네. (통화를 종료하고 성호를 쳐다본다.) 영이 씨 퇴원했다는데요?"
성호 : "그래? 지금? (자신의 휴대전화를 곁눈질로 쳐다본다.)"
수현 : "한 2시간 전쯤이요. 병원장님이랑 산부인과 주치의랑 상의해서 결정했고, 다음 주에 검진 일자 예약하고 갔다네요. 왕 사모님은 간호인분이 베테랑이셔서 그런지 성아 대표님 있을 때보다 환경이 더 좋아졌다고 하고요."
성호 : "어디서 전화가 온 거야?"
수현 : "VIP 병동 수간호사님요. 제가 명함 드렸거든요. 혹시나 특이사항 있거나, 평소와 다른 점이 생기면 연락 달라고요. 누가 또 함부로 들락날락 할 수도 있으니까요. 영이 씨 퇴원했다고 연락받으신 거 있으세요?"
성호 : "아니"
수현 : "흠 이걸 우리 도련님께도 알려 드려야 하나. 영이 씨가 연락했겠죠?"
성호는 컴퓨터 앞에, 수현은 소파에 앉아 여러 가지 서류를 검토하던 중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성호는 수현이 눈치채지 않게 휴대전화기를 들어 혹여 영에게 전화나 문자가 와있었던 것은 없는지 살폈지만,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영의 달 – 172화 / S#3 8층 야외정원 [낮] ————-
소담 : "야!"
윤혁 : "어…"
그 시간 점심을 끝낸 윤혁과 소담이 야외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윤혁의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윤혁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소담 : "야, 아무리 신혼.신혼한다지만 코피까지 쏟고 너무 무리 하는 거 아니야? 너 그리고 얼굴 너무 수척해. 다크써클도 장난 아니고 요즘 밤에 투잡이라도 하는 거야 뭐야"
윤혁 : "잠을 잘 못 자서 그래"
소담 : "웩. 징그러운 소리도 잘 도 한다. 의무실가자. 코피난다고 고개 뒤로 하는 거 별로 안 좋다고 그랬어. 일어나"
소담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윤혁도 따라 일어섰다.
그렇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가는데 윤혁과 흐릿했다.
갑작스런 출혈에 몸이 놀란 거라 생각하며 정신을 부여잡고 의무실에 도착했을 때 의자에 앉자마자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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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두통과 함께 눈을 뜨니 의무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의무실장의 자리는 비워져 있고,
건너편 침대에 수현이 걸터앉은 채로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윤혁 : "어떻게 여기 계세요?"
수현 : "일어났어? (윤혁에게 걸어와 의자에 앉는다.) 회장님 난리 나셨어,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오래. 직접 내려와 보지도 못하시고 발만 동동 구르셨으니 집에 일찍 들어가"
윤혁 :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수현 : "코피 흘리면서 기절했다고 나도 연락받고 온 거야. 너 요즘 뭐하고 다녀? 망상에 찌들어서 잠 못 자는 거 아니지?"
윤혁 : "…"
수현 : "영이 씨는 오늘 퇴원했다는데. 연락받았지? 영 이씨 퇴원한 자리에 네가 들어가서 누울 셈이야? 정신과 환자로?"
윤혁 : "그런 거 아니에요."
수현 : "아니길 나도 진심으로 바라. 깨어난 거 봤으니까 난 간다."
수현이 의무실을 나가고 윤혁은 혼자 남았다.
영이 오늘 퇴원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전해 듣다니, 휴대전화기를 살펴봤지만 영에게 연락 온 것은 없었다.
걱정스런 문자를 잔뜩 보내놓은 소담에게 일어났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장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영의 달 – 172화 / S#4 금성의 집 [밤] ————-
영 : "이모 이거 챙겨가! 진짜 미안해 내일은 내가 꼭 깨워줄게!"
금성 : "어휴 야, 너 먹어 나 늦었어. 진짜로"
영 : "가는 길에 먹어. 이거 진짜 포일만 뜯으면 되는 거야. 오늘도 화이팅!"
금성 : "갔다 올게!"
영도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고 금성도 피곤함에 지쳐 잠이 들었더니 둘 다 알람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금성이 '으악!'하고 지르는 소리에 영도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고, 금성이 화장실에서 들어가 씻는 동안 부라 부랴 냉장고에 토스트 재료를 꺼내 빵과 달걀을 함께 구워 포일에 감 쌓다.
그냥 가겠다는 금성의 가방에 억지로 토스트를 넣고 배웅했다.
잠기는 도어락 소리를 들으며 식탁에 앉은 영은 왜인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게 진짜 삶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이렇게 작은 일에도 북적이게 되는 집에서 살았는데, 고은동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항상 차갑고 고요하기만 했다.
불꺼진 방안에 홀로 앉아있으면 집이 나를 삼키는 듯한 기분이 드는 때도 있었다.
금성이 부랴부랴 빠져나간 금성의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 앞에 떨어져 있는 젖은 수건을 들어 식탁 의자에 걸쳐놓았다.
이런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사소한 행복으로 느껴졌다.
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들었다.
소담에게 전화와 문자가 와있었다.
'주윤혁이 혼날까 봐 말 안 할 것 같아서 전화했었어. 바쁘지? 점심 잘 먹고 갑자기 코피 흘리면서 기절해서 의무실에 눕혀놨어. 수현실장님이 와서 도와줬고. 혹시나 머리에 혹 났는지 만져봐요. 큰소리 내면서 기절하는 바람에 바닥에 머리 찧었을 거야. 너무 혼내지는 말고!'
영은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고 한참이나 제자리에 서 있었다.
평소 건강관리라면 빈틈없는 윤혁인데, 아침운동을 거르는 법이 없고 식사도 항상 챙기고 부가적으로 영양제 먹는 것도 빼놓지를 않는 사람인데 코피를 흘리며 기절까지 했다니
지금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볼까 했지만 휴대전화기를 다시 내려놓았다.
윤혁도 영에게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이 윤혁에게 너무 모질게 대하는 건 아닌가도 생각해봤지만, 시간을 가지자는 윤혁의 모습을 떠올리니 그때와 같은 감정으로 미운 마음이 들었다.

영의 달 – 172화 / S#5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윤혁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성호가 윤혁에게로 다가왔다.
성호 : "괜찮니?"
윤혁 : "아,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랬나 봐요."
성호 : "어지럽지는 않고? 잠깐"
윤혁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리려는 성호의 팔을 밀어냈다.
윤혁 : "어린애도 아니고, 괜찮아요. 저 올라가서 좀 쉴게요"
성호 : "잠깐 윤혁아."
윤혁 : "아버지. 진짜 괜찮아요."
성호 : "너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 준비하면서 3일 밤새우며 책상에 붙어있었던 때 말고는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어. 기억 안 나? 중간고사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기절해서 병원 갔던 거. 잠을 못 잤니?"
윤혁 : "하아… 요즘 좀 잠을 설치긴 했는데 심각하지 않으니까. 진짜 걱정하지 마세요."
성호는 그냥 계단을 올라가려는 윤혁의 팔을 붙잡았다.
성호 : "뭐 때문인지 말을 해. 왜 피한다는 느낌이 드는 거지?"
윤혁은 '아버지랑 영이 씨 때문에요. 제 망상 때문에요. 그래서 미치겠어요 저도. 제발 제가 예상하는 그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걸 누르며 성호의 손을 떼어냈다.
윤혁 : "아버지. 저 진짜 괜찮아요. 병원에 있으면서 잘 못 잤던 게 이제 와서 그런 거 같아요. 내일이면 괜찮아 질 거니까 걱정 마시고 들어가세요"
성호는 계단을 오르는 윤혁의 뒷모습을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날 때까지 지켜보고서야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앞에 앉아 거실로 나오기 전까지 읽고 있던 책을 옆으로 밀어놓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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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들어온 윤혁은 가방과 겉옷을 의자에 힘없이 던져놓고 침대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지난주 마지막으로 영의 병실에 들른 후 지금까지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대신 생각하고 정리해달라고 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잠깐 잠이라도 들려고 하면 절벽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영을 붙잡지 못해 밑으로 떨어트리거나,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는 영을 붙잡으려 똑같이 계속 달리고 있지만 결국 어느 순간 영이 사라지거나, 옆에 잠들어있는 영을 만지려 손을 뻗으면 갑자기 지진이 나면서 둘 사이가 갈라지는 꿈을 꾸었다.
성호를 마주하기도 무서웠다.
성호를 보고 있노라면 바로 뒤에 영의 얼굴이 그려졌다.
성호를 보며 활짝 웃고 있는 영의 얼굴.
그때 휴대전화에 문자가 도착했다.
금성 : '영이 내가 잘 데리고 왔어. 집에 혼자 있으니 걱정되고 보고 싶으면 가봐'
윤혁은 '감사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영이 금성의 곁에 있으니 불안할 것이 없다.
오늘 밤은 푹 자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