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70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70화 / S#1 구실동 한강대학성림병원 [밤] ————-
수현은 화가 잔뜩 난 발걸음 소리를 내며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휴대전화 진동을 애써 무시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다시 내려왔다.
차 근처에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는 성호가 보였다.
성호 : "어디 갔다 왔어? 전화는 왜 안 받고"
수현 : "(차 키를 건네며) 운전하세요."
성호 : "무슨 소리야?"
수현 : "저 술 마셨으니까 직접 운전하시라고요"
수현은 성호에게 차 키를 던지듯 건네고 먼저 보조석에 올라탔다.
성호는 헛웃음을 치며 운전석에 올랐다.
성호 : "갑자기 어디서 술을 마시고 온 거야. 들고 다니기라도 하는 거야?"
수현 : "아 됐으니까 집으로 가시든, 호텔로 가시든 가고 싶은 데로 가세요. 전 택시 타고 가면 그만이니까"
성호 : "데려다 줄게"
성호는 차를 출발시켰다.
병원을 빠져나온 차가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리기 시작했다.
수현은 팔짱을 끼고 운전을 하는 성호를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성호 : "(곁눈질로 수현을 보며)내가 뭘 잘못했어?"
수현 : "됐거든요? 운전이나 집중해서 해주시죠. 운전 중 한눈팔면 안 되는 건 기본상식입니다 회.장.님"
성호 : "알았어 화내지 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단단히 잘못을 했나 보네"
구실동 회사 근처의 한 오피스텔.
성호와 수현이 탑승 한 차는 이 오피스텔의 지하주차장에 정차했다.
수현이 아무 말도 없이 차에서 내리자 성호도 따라 내렸다.
그리고 출입문으로 향하는 수현을 따라갔다.
성호 : "집에 맥주 있지?"
수현 : "없습니다."
성호 : "흠 그럼 소주?"
수현 :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여기 외부인 출입금지고요. 집에 맥주도 소주도 양주도 테킬라 등등!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호 : "(닫히는 자동문을 손으로 막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근데 이 오피스텔 말이야. J.U.의류 사택으로 등록되어있지 않나?"
수현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성호를 쳐다본다.)와…"
성호 : "(싱긋 웃으며) 편의점 가자"
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엘리베이터의 상승버튼을 누르고 성호에게 들어 오라는 손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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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은 병원 1층 벤치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주변의 모든 소음이 줄어든 새벽녘이 되어서야 영의 병실로 들어섰다.
가습기의 물통에 새로 물을 넣고서 영의 옆에 앉아 잠든 영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영의 손이 움찔거리는 것을 보며 천천히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영의 손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영이 슬며시 눈을 떴다.
영 : "…윤혁씨 지금 온 거에요?"
윤혁은 대답 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영의 손등만 바라보았다.
영 : "윤혁씨 무슨 일 있어요?"
영이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영 : "피곤하죠? 오늘은 회사에서"
윤혁 : "…우리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 : "생각할 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혁 : "(영의 손을 내려놓는다.) 나도 쉽게 결정한 건 아닌데 내 욕심에 모든 걸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연애의 시작도, 결혼의 시작도. 내가 좋으면 영이 씨도 좋다는 그런 생각에 심취해서 너무 몰아붙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늦었다고 하면 늦은 거겠지만 서로의 인생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요 "
윤혁이 심장이 철렁한 성호와의 이야기도 먼저 꺼냈고, 금성도 윤혁에게 다정다감하게 굴라는 이야기를 한 터에 영도 금성이 떠난 이후 윤혁을 계속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니 영은 오히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윤혁이 미워 보이기까지 했다.
영 :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에요?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요. 어떻게 가져야 하는데요. 이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마주앉아 있으면 되는 거에요? 아니면 여기서 인제 그만 하자는 이야기를 돌려서 이야기하는 거에요?"
윤혁 : "아니 그게 아니라"
영 : "하, 잘됐어요. 나 퇴원하면 이모네 갈 거에요. 그러니까 도대체 뭘 생각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생각하고 그 생각의 끝이 나오면 이야기해줘요. 나도 생각 정리하고 이야기해줄 테니까."
윤혁 : "이모님네요…?그런 말 없었잖아요. 아니 안 했잖아요."
영 : "이모랑 있고 싶어요."
윤혁 : "갑자기…얼마나요?"
영 : "몰라요. 윤혁씨는 기간 정해놨어요? 얼마나 생각할 건데요? 며칠이나? 그런 것 없죠? 나도 없어요. 나 있고 싶은 만큼 있을 거에요. 어쩌면 오래 걸릴지도 모르고요"
윤혁 :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요"
영 : "싫어요. 짐은 여기 웬만한 건 다 있고. 이모네 집에도 있고요. 필요한 게 있으면 사면 되구요."
영은 목소리에 윤혁에 대한 미운 감정을 가득 담아 쏘아붙이듯 이야기하고 고개를 돌렸고, 윤혁은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이내 영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윤혁 : "그럼…푹자고 일어나요."
윤혁이 의자에서 일어났지만, 영은 윤혁을 돌아보지 않았다.
윤혁도 내심 영이 잡아주길 바랐는지 병실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힐긋힐긋 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나갔다.
윤혁은 집으로 향하지 않고 복도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수현에게 용기라면 용기, 조언이라면 조언, 폭언이라면 폭언을 들은 후 수없이 고민했다.
영에게는 자신의 착각이기 때문에 더는 성호와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겠다 이야기했고,
수현도 착각에 빠진,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거라고 했지만, 정확히 '맞아,내가 오해하고 망상에 빠진 거야' 하고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매일 밤이 너무 길고 슬펐다.
어쩌면 영이 자신에게 매달려 오해라며 눈물이라도 보였으면, 거의 매일 하는 잠꼬대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라도 한번 부르는걸 직접 봤다면 조금은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윤혁은 두려웠다.
용기를 내 영에게, 혹은 성호에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물으면 둘 중의 한 사람의 의도가 있었다거나, 실수였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용서를 비는 상황이 올까 두려웠다.
계획된 의도이던지,실수이던지 그 어느 쪽이라도 윤혁은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을것만 같았다.

영의 달 – 170화 / S#2 수현의 집 [낮] ————-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새벽의 냄새가 온전히 남아있는 시간.
수현은 갈증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몰려오는 두통에 눈썹이 저절로 찌푸려졌고, 발에 치이는 물병 중 하나를 들어 숨도 쉬지 않고 들이켰다.
수현 : "하아…"
목을 축이고 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음료수 병들이 굴러다니는 침실과 달리 문밖으로 보이는 주방의 식탁 위에는 수많은 맥주 캔들이 가지런히 상표가 앞으로 보이도록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수현 : '대단하다 대단해'
수현은 간밤에 식탁을 치우며 줄을 세우고 있는 성호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며 고개를 저었다.
뒤를 돌아보니 성호가 헐벗은 채 이불을 덮고 곤히 잠들어있었다.
수현도 다시 천장을 보며 누웠다가 성호 쪽으로 돌아 옆으로 누웠다.
잠든 숨소리마저 고요한 이 남자.
얼굴에 주름도, 모나게 자란 눈썹 털 한 오라기도 없었다.
수현 : "향수 냄새인가?"
성호에게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향을 맡으려 가까이 다가가자 성호가 돌아누우며 수현을 껴안았다.
성호 : "…보고싶다"
수현은 인상이 찌푸렸다.
기분이 나쁘거나, 소스라치게 놀라는 마음이 들어 인상이 찌푸려지는게 아니라 안쓰러움에 표정이 구겨졌다.
술에 취해 잠든 성호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옆에서 가까이에서 한 침대에 참을 청한 적은 없기에 잠꼬대하는 소리가 들려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보고 싶다'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성호에게서 가슴의 멍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현은 이불 위로 성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수현 : "네 그래요. 보고 싶으시겠죠. 제가 생각하는 그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게 맞았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