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69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69화 / S#1 구실동 한강대학성림병원 [밤] ————-
성호는 어디선가 유자차를 가져와 영의 손에 쥐여주었다.
성호 : "오래 기다렸지?"
영 : "아니에요. 밖에 구경하느라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어요"
성호 : "1층이라 크게 볼 건 없네. 그래도 이제 좀 덜 답답해?"
영 : "막 그렇게 답답하지도 않았어요. 오늘도 온종일 잤거든요. 사실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겠어요.그래서 그런지 몸이 조금 뻐근해서요"
성호 : "(귀 뒤로 영의 머리칼을 넘겨 준다.) 많이 자면 잘 수록 좋아. 체력보충도 되고 마음도 안정되니까. 이왕이면 병원에 오래 있어. 있고 싶은 만큼"
영 : "주말이 지나면, 검사받고 월요일에는 퇴원하고 싶은데…그래도 괜찮을까요?"
성호 : "의사 선생님 의견을 한번 들어봐야겠지? 더 안정이 필요하다고 하면 병원에 있어야 하고, 집에 가도 좋다고 하면 퇴원하는 거고"
영 : "퇴원해도 괜찮다고 하면 저…당분간 이모네 있고 싶어요"
성호 : "(영의 머리칼을 만지던 손을 멈춘다.) 왜? 집엔 양희실장이 있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잖아. 물론 이모네가 불편하다는 건 아니지만"
영 : "병원에서 이모랑 있다 보니까… 옛날생각이 많이 나서요. 고은동으로 오고 나서 이모랑 많이 못 만나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 더 못 볼 것 같아서… 지금 저 혼자 움직일 수 있을 때라도 이모랑 더 있고 싶어서요."
성호는 깊은 고민을 하는 듯 두 손을 모으고 한참을 시선을 바닥에 두었다가 고개를 들었다.
성호 : "지금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하는 건 알고 있지? "
영 : "네, 이모가 출근해있는 시간 동안 간단히 집안일을 돕거나. 그렇다고 막 힘들여 청소를 한다는 게 아니라 앉아서 빨래를 접는다든지 간단하게 밥을 한다든지 뭐 그런 것만… "
성호 : "작아 보이는 일도, 당연시해 보이는 일도 별로 시키고 싶지 않은데"
영 : "절대. 절대 무리 하지 않을게요"
성호 : "얼마나 이모네에서 지내고 싶은데? 일주일?"
영 : "그건…사실 잘 모르겠어요.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어요."
성호 : "너무 오래는 안 있었으면 해. 퇴원하고 나면 더 정기적으로 병원에 와야 할거고 혼자서 왔다갔다해야 할 텐데 그러다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영 : "택시 타고 다니면 괜찮을 것이고 다음 주 부터는 아침에 퇴근하신대요. 그래서 병원에 오는 것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
성호 : "…알았어. 짐은 내가"
영 : "짐은 병원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성호는 마지못해 허락하였고, 영은 성호의 허락이 기쁜 듯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성호는 영의 손을 잡고 당부하듯이 혼자서는 밖에 돌아다니지 않을 것, 매일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영 : "양희실장님한테든, 수현실장님한테든 연락드릴게요."
성호 : "나한테 전화해. 내 번호 알잖아"
영 : "바쁘신데 제가 어떻게 전화를…"
성호 : "기다릴게.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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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를 다 마신 영을 데리고 성호는 다시 병실로 향했다.
휠체어에서 침대로 직접 영을 옮기고 주변의 수액 줄과 침대 높이, 이불의 두께까지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영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병실을 떠났다.
시계를 보니 성호와 2시간 정도는 함께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도 윤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의 달 – 169화 / S#2 병원 후문 앞 주점 [밤] ————-
윤혁의 말에 수현은 대답 없이 술잔만 계속해서 비우고 있었고, 윤혁도 그런 수현을 따라 말없이 빈 술잔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현 : "왜…그런생각을했어?"
윤혁 : "말하자면 길고, 부끄러운데… 그냥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는…저희 아버지 정말 훌륭한 분이시잖아요. 할아버지 돌아가시자마자 급하게 받으신 자리인데도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 없이 이끄셨고 지금도 회사를 더 성장시키셨으면 시키셨지 계열사 어디 하나 허투루 돌아가지 않게 하시고요. 그리고… 뭐든 하실 수 있는 분이시잖아요. 저보다 능력면에서도…사람들 챙기시는 면에서도요 "
수현 : "너랑 회장님을 비교하기엔 너무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 안 그래? 아버지와 자신을 비교하는 아들이라… 쉽지 않네. 어쩌면 당연히 너보다 능력이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비교를 해버리면 계속해서 너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밖에 더 돼?"
윤혁 : "하아,그런가요? 제가 요즘 이래요. 계속 아버지랑 저를 비교하게 되고 그래서 더 자신이 없어지고요"
수현 : "그리고 중요한 건 네 생각인 것뿐이지 영이 씨 생각이 아니잖아. 영이 씨가 네가 아니라 회장님 옆에 있고 싶다고 말했어? 그러고 싶다고 티를 낸 적이 있어? 회장님은 당연히 가족의 일이니 직접 처리를 하시려고 하신 것 뿐이야. 영이 씨가 아니라 네 일이었어도 당연히"
윤혁 : "티가 나요."
수현 : "그게 무슨…"
윤혁 : "티가 나요. 영이 씨 눈에 그게 보여요. 그래서 미칠 것 같아요. 아닌 척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데 그게 눈에 보이니까, 그러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무시가 안 된단 말이에요 형. 형은 모르시겠어요? 영이 씨가 항상 누구 손을 잡고 있는지? 어쩌면 저보다 더 잘 아실꺼잖아요. 아니에요? "
수현 : "윤혁아 네가 무슨 착각을"
윤혁 : "착각…. 하… 착각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니에요. 수백 번을 착각일 거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상황 하나하나를 따져가면서 생각해보니까 아버지와 영이 씨 사이에 제가 불청객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생겼는데 이걸 인제 와서 제가 알았으니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그랬더라면"
수현은 술잔을 내려놓고 슬픔에 겨워하는 눈빛을 내뿜는 윤혁의 멱살을 잡았다.
수현 : "주윤혁 너 정신 차려. 그게 곧 한 가정의 가장이 될 사람이 할 말이야? 하물며 영이 씨 생각이 네가 착각하는 것과 같다고 치자. 그럼 회장님한테 보낼 거야?
한집에 살면서 대외적으로는 네 와이프라고 하고, 집에서는 회장님 곁에 앉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네가 만들 거냐고. 아이가 태어나면 누구한테 아빠라고 부르라고 할 거야.
너? 아니면 회장님? 이제 와서가 아니라, 이제라도 원래 네 사람이었으니까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너 원래 이렇게 정신이 나약한 애였냐? 진짜 실망이다."
윤혁 : "형…"
윤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수현 : "네 맘대로 해.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네 옆에 앉혀두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족들 반대 다 무릅쓰고 결혼까지 한 그 정신으로 끝까지 지키고. 그게 아니라면 내 말처럼 회장님과 영이 씨 행복하게 살라고 하고, 아이도 회장님 아이로. 네 동생으로 하고 네가 나가서 살아.
근데 당사자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너 혼자 착각 속에 빠져서 어느 쪽이든 선택하는 순간 넌 죽는 날까지 지옥일 거야.
상대방은 진심으로 널 사랑하는데 너 혼자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을 억지로 앉혀두고 사는 거라는 생각에. 사랑을 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짓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어두운 면에 사로잡혀 지옥 일 거고,
떠나보내고 난 뒤에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면서 평생을 후회하며 사는 지옥일 거야.
망상에 빠지면 답이 없다더니 네가 지금 꼭 그 꼴이다. 내가 널 진심으로 동생으로 아끼고 좋아했던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올바른 길이 어디인지 정확히 간파하는 총명함 때문이었는데 내가 착.각.했나보다. 먼저 간다. "
수현은 윤혁에게 한바탕 쏟아내고선 계산을 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윤혁이 깊은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자 눈물이 흘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