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5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58화 / S#1 강원도 고성 [낮] ————-
수현 : "바닷바람이라 그런가 춥긴 춥네요. 여기요"
수현은 성호에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성호 : "고마워"
수현 : "벌써 1년이 지났나?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죠?"
성호 : "올해는 좀 늦었어. 혼날지도 몰라"
수현 : "아니요. 오히려 좋아하실 거예요. 바쁘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뜻으로 받아들이실 테니까요."
성호 : "그럴까? 그럼 다행이고"
회사에 있어야 할 성호와 수현은 강원도 고성의 한 바닷가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손에는 뜨거운 커피를 들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매년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 지는 곳.
성호가 그녀를 떠나보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성호는 항상 이 맘 때쯤 찾아와 그녀를 기리는 마음으로 손으로 직접 종이배를 접어 바다에 띄워 보낸다.
수현 : "윤혁이도 한번 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성호 : "글쎄. 딱히 같이 오고 싶지 않아. 그 녀석도 나처럼 무슨 일만 생기면 이리로 뛰어올지도 모르는데 그걸 보는 내가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땐 반항심으로 제사도 안 지내 주느냐고 화를 낸 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말도 하지 않더라고. 철이 든 것인지 아님 포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수현 : "(커피를 마시며) 철이 든 거겠죠. 자기도 어른이 되고 생각해보니, 마음에 묻고 사는 회장님께 계속 이야기해봤자 더 속상한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은 거겠죠. 윤혁이 속이 참 깊어요. 회장님 닮은 것 같진 않은데"
성호 : "(피식 웃으며) 맞아. 나 안 닮았어."
수현 : "여기만 오면 사람이 참 부드러워지신다니까? 그럼 대화 나누고 오세요. 전 차에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까. 담요라도 가져다 드려요?"
성호 : "아니야 괜찮아. 고마워"
수현은 성호의 어깨를 두드리고선 차로 돌아갔다.
수현이 돌아간 지 한참이 지나자 성호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종이배를 꺼내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로 가까이 걸어가 종이배를 띄웠다.
성호 : '지켜야 할 바람이 생겼어. 당신만큼이나 작고 여려서, 내가 만지면 사라질까 겁이 나는데 멈출 수가 없네. 수현이는 내가 착각에 빠져서 당신이랑 헷갈려 할까 봐 걱정을 해. 난 처음부터 내가 착각하는 게 아니라고 믿고 있었는데, 며칠 전엔 당신 목소리가 들리더라. 그래서 조금은 무서워졌어.
당신이 내가 아니라 윤혁이 에게 보낸 사람이 맞는데, 그래서 멈추라고 당신이 나한테 경고한 건데 내가 못 알아 듣는 걸까? 내 결정이 올바른 선택인지 답을 듣고 싶어. 당신이 나한테 알려줄 수 있을까?'
너울을 타고 멀리 나아가던 종이배는 어느 순간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 : '……괜찮아요.'
그녀 : '…당신만 있으면 괜찮아요.'

영의 달 – 158화 / S#2 구실동 J.U.그룹 [낮] ————-
소담 : "영이 씨!"
소란스러운 1층 로비에서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소담이 높이 손을 올려 흔들었다.
윤혁 : '오늘 점심은 나와서 먹는 게 어때요? 소담이랑 오랜만에 셋이 밥 먹고 수다 떨면 좋을 것 같은데 '
왜인지 울적해 보인다며 맛있는 점심을 살 테니 나오라는 윤혁의 말을 듣고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소담이 먼저 나와 있었다.
소담 : "진짜 너무한다. 그래도 영이 씨가 날 어느 정도 친구라도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 연락도 없고?"
영 : "누구보다 바쁘신 거 제가 잘 아는데 저까지 신경 쓰이게 해드릴 순 없잖아요. 근데 정말 보고 싶었어요."
소담 : "어휴 말이라도 못하면. 그래 시댁살이는 쉽지 않죠? 이래나 저래나 눈치 보일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영 : "아니요. 하나도요. 오히려 죄송하죠! 아직도 제대로 뭐 하나 할 줄 신경 쓰지 없어서."
윤혁 : "자, 숙녀분들. 오늘은 구내식당이 아닌 맛집으로 제가 모시겠습니다?"
소담 : "당연히 그러셔야죠? 영이 씨 뭐 먹고 싶어요? 뭐 생각나는 거 없었어요?"
소담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도중 윤혁도 1층에 도착했고 도심 속 많은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바람, 사람들의 이야기소리, 시끄러운 자동차배기음이 섞인 북적거리는 골목길.
영은 기분이 들떴다.
지겨울만큼 익숙했던 시간, 수현과 성호를 따라다니며 밤이 늦도록 사무실을 지키거나
잦은 야근과 이른 출근으로 침대에 눕기만 해도 잠이 들어버리고 지친 몸을 이끌며 출근했던 소담이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땐,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야 했기에 언제든 긴장상태로 있어 주변을 둘러보기 힘들었다.
지금은 달랐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자신의 모습도 보이고,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대화를 하며, 무엇을 즐기는지 들리고 보였다.
윤혁 : "영이 씨 왜 그래요? 입에 안 맞아요?"
영 : "응? 아니에요. 아주 좋아서요."
소담 : "뭐야, 윤혁이 얘 바쁘다고 데이트도 안 해주는 거 아니죠?"
영 : "윤혁씨가 어떤 사람인데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냥… 예전엔 이런 곳에 앉아서 밥을 먹어도 그냥 내가 밥을 먹는구나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 살아가는 소리가 들려서요. 누군가는 이미 지쳐있고, 누군가는 이제야 잠이 깬 듯 보이는 이 상황이 아주 좋아요. 저도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고"
왜인지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 영을 보고 소담과 윤혁이 눈을 마주쳤다.
소담 : "아…하하 우리 영이 씨가 너어무 집에서 공주님처럼만 있어서 사람이 그리웠나 보네. 그럼 우리 점심 먹고 오랜만에 야외정원 올라갈까요? 출입증이야 받으면 되는 거고, 나랑 윤혁이가 참고인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밥 먹고 우리 가서 수다 떨어요. 어때?"
윤혁 : "어? 아, 아주 좋지. 카페 가서 커피 마시지 말고, 올라가서 마시자 자판기 커피로"
소담 : "얘 집에 가서 자기가 혼나는 얘기는 하나도 안 하죠? 지난번엔 복합기가 고장 났다고 얼마나 투덜거리는지, 결국 그날 눈치보다 복합기 옆쪽을 발로 쳤는데 굉음을 내면서"
윤혁 : "야, 그런 얘기는 좀 조용히 좀 해!"
빠르게 음식점을 나선 세 사람은 혹시나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을까 싶어 지하층으로 내려와 상승버튼을 눌러놓고선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수다를 떨기 바빴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안에는 성호가 홀로 서 있었다.
소담과 윤혁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
소담 : "안,안녕하세요."
윤혁 : "다음 것 타겠습니다."
성호 : "아니야, 타"
교무실에 몰래 들어왔다가 들킨 학생들처럼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소담은 긴장한 듯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좁은 공간 속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영은 계속해서 성호 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려고 하는 것을 애써 다잡았다.
그렇게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는 도중, 윤혁이 슬며시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윤혁 : "먼저 내리겠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윤혁은 소담과 영을 밖으로 밀어냈다.
영은 뒤를 돌아 닫히는 문 사이의 성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짧은 몇 초 동안 성호와 영은 서로 바라보다 닫힌 문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소담 : "맨날 봐도, 아니 한 시간 만에 다시 마주쳐도 몸이 굳는다니까? 10년쯤 지나면 익숙해지려나?"
윤혁 : "자, 영이 씨는 주스. 10년? 음 아니 한 15년쯤?"
소담 : "네가 내 정년 책임질 거지? 갑자기 혼자 탈주하거나 그러면 죽는다 너?"
윤혁 : "아 그건 장담 못 하겠는데"
벤치에 앉아 소담과 윤혁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은 영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멍한 표정의 영을 보며, 윤혁은 직접 음료수의 뚜껑을 열어주었다.
윤혁 : "(영의 머리칼을 넘기며) 왜 그래요? 또 옛날생각이 나서?"
영 : "네? 아, 네… 여기도 변한 게 없네요. 기분이 좋아요. "
윤혁 : "그럼 자주 오라고 해야겠네. 집에서 볼 때보다 지금 영이 씨 표정이 훨씬 좋은 거 알아요? 너무 집에만 있었나 봐. 매일 나와도 좋으니까 항상 나와요. 아니면 우리 부서에 재취업할래요? 나 진짜 잘해줄 소담이"
소담 : "아니지! 영이 씨 원래 우리 부서였거든? 영이 씨 다시 와요. 무리한 일은 시키지 않을게.나 진짜 수현실장님 싱거운 농담에 더 피로해. 영이 씨가 와서 내 옆에 딱 붙이고 앉아서 실장님한테 잔소리 좀 해줘요. (영을 껴안으며) 응?"
윤혁 : "안 지마!"
소담 : "메롱. 너는 눈치 보여서 밖에서 안지도 못하지?"
소담과 윤혁의 투닥거리는 모습에 영은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영도 다시 회사로 출근하여 이들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 득이었다.
정말 성호를 졸라, 하루에 4시간이라도 좋으니 출근시켜달라고 해볼까? 하는 속마음이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