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56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56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성호 : "네 마음 편하자고 나보고 살갑게 굴어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래야 하지? 네 말대로 난 꿈속에서도 잊지 못하는 사람 때문에 내 마음 다잡기도 힘든 사람이라 남의 마음마저 신경 써줄 틈이 없는데.
그래 실수였다고 하자. 그럼 너에게 잘못한 사람이니 당연히 따듯하게 대해야 한다? 그것도 너무 이기적인 것 같은데?"
영 : "저한테 잘해주고 신경 써 달라는 게 아니에요. 갑자기 그러시니까 제 말은…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한 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
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고 무릎 때문에 삐걱 거리며 성호의 옆에 놓여 있는 구급함에 손을 뻗었다.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온기를 나눠줄 것처럼 파고들었다가 차갑게 돌변하고, 또다시 끌어안았다가 관련 없는 사람처럼 대한 건 성호인데
길을 걷다 옷깃이 스친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했어야 하는 게 맞는 것이었을까?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벌어진 단순 해프닝이였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어야 하는데, 너무 감정을 이입하고 깊게 생각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
성호가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대했다면 다시 꺼내기 어려운 일이니 영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넘기려 했지만,
오히려 피하고 차갑게 구는 성호의 모습에 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고,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오히려 미안해하지 말라고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말도 섞고 싶지 않은 싫어해도 너무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듯 행동해 혼란이 왔다.
거실로 나아가 구급함을 다시 넣어놓고 2층으로 올라가려던 영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성호의 방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었다.
성호 : "너"
영 : "네 맞아요. 제 마음이 안 편해서 그래요. 저를 피하시고,차갑게 대하시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하고, 제가 죄인인 것 같다고요. 제가 잘못한 거 아니라면서요. 회장님께서 선택하신 거라면서요. 근데 왜 제가 이렇게 불안해야 하냐고요.
언제든지 제 얘기 들어주신다면서요. 무슨 말을 하든 다 듣고 믿어주신다면서요. 힘들고 어려울 때 남한테 기대는 거 해보라고 하셔 놓고 다 거짓말이셨어요? 이렇게 대하실 거면 이제 그런 말 그만 하세요. 저도 안 들을래요. 인제 그만 할래요. 그만 해요."
그녀 : '…이제 그만 해요'
그녀 : '…마지막으로…이제 그만 해요.'
다그치듯 화를 내는 영의 모습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 : "회장님…왜… 그러세요?"
사색이되어가는 성호의 표정에 영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영 : "죄송해요. 제가 화를 내려던 건 아니었는데…괜찮으세요?…네?"
영은 최대한 성호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성호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자 영의 심장도 함께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 성호가 갑자기 쓰러지는 건 아닐까,
눈을 감고 넘어진다면 119를 먼저 불러야 하는 걸까, 올라가서 윤혁을 먼저 깨워야 하는 걸까
무엇 때문에 성호가 이렇게 되었을까, 말할 때 목소리가 너무 컸었나
영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리고 점점 초점을 잃어가는 성호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갔다.
영 : "좀…앉을까요 우리?"
영은 성호의 손을 잡고 침대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평소라면 쉽게 따라오지 않았을 성호의 단단한 몸이 부드러운 인형처럼 영이 이끄는 데로 휘청거리며 침대에 털썩 앉았다.
천천히 손을 올려 성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세하게 떨리는 어깨를 멈춰줘야 성호도 정신을 차릴 것 같았다.
그렇게 성호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성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영을 바라보았다.
평소에 보던 성호의 눈빛이 아녔다.
때로는 매섭게,때로는 부드럽게,때로는 따듯한
다채로운 눈빛을 보여주는 성호였지만 지금의 눈빛은 두려움의 눈빛이었다.
어깨가 떨리듯 눈동자도 미세하게 떨리는듯했다.
언제부터 맺혀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맺혀있는지 모를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만 같이 속눈썹 가득히 고여있는 눈물.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영의 모습. 그리고 이 분위기.
그녀 : '성호 씨…우리 오늘을 마지막으로…이제 그만 해요'
성호는 영의 한쪽 어깨를 밀어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그 위로 자신의 상체를 들이밀었다.
영이 조금만 움직이면 서로의 코끝이 닿을만한 거리로 얼굴이 좁혀졌다.
성호 : "내가 그만 두라고 하기 전까진 안돼. 먼저 포기하고 그만두겠다는 말 하지 마. 그 말도 못해. 이럴까 봐 그랬어. 내가 조절을 못 할까봐. 그래서 밀어내는 시간도 필요했던거야. 근데 그게 단순히 그 며칠이. 힘들었어?"
영 : "(눈에 눈물이 더 한가득 고이며) 다른 사람 같잖아요. 저는 제가 알고 있는 회장님 모습을 바라는 것 뿐이에요. 차가워 보여도 따듯한 그런 모습이요. 근데 너무 차가운 건 싫어요. 속상했어요."
성호 : "그래서 또 미웠어?"
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호는 천천히 입술을 맞췄다.
영의 입안에는 달콤함과 쌉싸름함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고 한순간 굳었던 몸은 천천히 성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의 숨은 목 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성호 : "(가파른 숨을 내뱉으며)이름이 뭐야"
영 : "네?"
성호 : "이름이 뭐냐고, 네 이름"
영 : "이..영"
성호 : "그래 영이…영이지"
영의 눈을 한참이 다 쳐다보던 성호는 다시 영의 입술을 파고들었고,
그렇게 둘은 성호의 휴대전화기의 진동이 울릴 때까지 서로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성호가 전화를 받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영도 따라 일어나 방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성호 : "(통화하며 방문을 열려는 영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젓는다.) 응 집이야. 몇 시? 알겠어. 아니 내가 데리러 갈게. (영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허리를 숙여 가볍게 입을 맞춘다.)응 괜찮아. 알겠어. (통화가 끝난 휴대전화기를 침대 위로 던진다.) 내 사과는 안 받고 갈 거야?"
영 : "무,무슨 사과요?"
성호 : "그렇게 억울하다. 속상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한바탕 쏟아부어 놓고 그게 끝이란 말이야?"
영 : "(얼굴을 붉히며)아니, 지금은 이제 또 뭐…그러니까"
성호 : "(영의 뺨을 어루만지며) 사실 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내가 잘 주체가 안 돼. 몸도 마음도. 네가 힘들어하고 눈물 보이면 나까지 정신을 잃는 것 같아. 지켜주고 보듬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망가트리는 기분이라…"
영 : "그냥…아무일 없었던 듯 지내요. 지금처럼요… 전 그러면 될 것 같아요."
성호 : "정말 그거면 괜찮은 거야?"
영 : "…네"
성호 : "미안해. 조력자가 되어주겠다 했는데 오히려 나 때문에 짐을 늘린 것 같아"
영 : "저 이제 나가볼게요. "
영은 성호의 방을 나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차마 윤혁이 잠들어있는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방문을 등에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왼손 엄지손톱 물어뜯었다.
처음부터 싫다고 거절했다면 같은 일이 반복이 되지 않았을까?
왜 성호의 행동에 자신이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안쓰럽고 외로운 사람
윤혁이 장성할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줘본 적도 없는 것 같은
지금껏 인생을 혼자 걸어온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의 마음을 오히려 자신이 농락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영은 안쓰러움을 보듬어 주려는 이유로, 성호를 비어있던 한 곳을 채우려는 용도로 서로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더 나아갈 수 없는 사이다. 어차피 끝은
아니 이미 끝자락에서 시작된 상황이다.
이 뒤로 더는 그려질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오늘 안겨본 성호의 품은
세상시련과 바람을 모두 막아주는 두껍지만 답답하지 않고,포근하고 따스한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어쩌면 기다렸던 그 느낌이었다.
그래서 성호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해도 또 거부하지 못할꺼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