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5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55화 / S#1 J.U. 호텔 [밤] ————-
수현 : "대답 안 하실 거에요?"
성호 : "…지켜주고싶은것 뿐이야"
수현 : "하, 알아요 저도. 지켜주고 싶어하시는 거. 저도 영이 씨가 뭐하나 할 때마다 마음 졸이는데 회장님은 어떠시겠어요. 이해해요. 근데 그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혹시 잘못된 생각으로 하시는 건 아닐까 전 그게 걱정될 뿐이에요."
성호 : "누군가를 지키고, 지켜주고 싶어하는 게. 그 마음이 왜 잘못된 생각인 거지?"
수현 : "연민 때문에 나오는 마음이냐, 사랑에서 나오는 마음이냐에 따라서 다른 거죠. 아시잖아요"
성호 : "사랑은 어떤 관계에서든지 존재해.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있어야 할 것이 사랑이고"
수현 : "제가 무슨 뜻으로 이야기하는지 모르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단순히 가족끼리 생기는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지켜주고 싶은 마음. 딱 거기까지만 전 이해할 거예요. 딱 그 선. 넘지 마세요."
성호 : "…선이라는거 말이야. 그어 놓은 선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넘는다면 말 그대로 '선 넘는다'이지만. 둘이 함께 넘어간다면. 원래 그들의 사이에 선이라는 게 있었다는 걸 누가 정의할 수 있지?"
수현 : "예?"
성호 : "그 선을 함께 넘는다면 말이야. 그어 놓은 선을 함께 넘으면. 극복했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수현 : "달리기하세요? 결승선 넘는 생각하세요? 그 선이랑 제가 말하는 (손으로 동작을 취하며) 선은 다른 선인데?"
성호 : "알아…알고있어"
성호는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 한 야경을 바라보았다.

영의 달 – 155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영은 내리 잠만 잤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피로만 몰려왔다.
몇달을 잠을 자지 않고 버티다 잠이 든 사람처럼 몸부림도 치지 않고 기절한 듯 잠만 잤다.
양희 : "아직도 에요?"
윤혁 : "네…몸에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숨소리가 거친 것도 아니고 정말 곤히 자고 있어요. 깨워도 일어나질 않아요."
양희 : "뭐가 그리 고단했을까"
윤혁은 텅 빈 식탁을 홀로 지켰다.
금요일에는 성호와 수현 모두 회사에서 보이지 않았고, 윤혁이 수현에게 전화해봤지만, 성호가 쉬고 있어 전화를 못 받는다고 할 뿐이었다.
영이 언제 깨어날지 몰라 한참을 옆에서 지켜보던 윤혁도 밤이 깊어가자 잠이 들었다.
영 : "아휴…"
깊게 잠이 들었던 영이 무릎의 뻐근함을 느끼고 잠에서 일어났다.
불편한 자세로 윤혁이 잠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깨지 않게 슬쩍 자세를 고쳐주고선 이불을 덮어주었다.
날이 어두워 얼마나 잠이 들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토요일 새벽녘이었다.
하루를 꼬박 잠들었다 일어난 것이다.
영 : "병원도 갔어야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발목을 돌려보니 접질렸던 발목은 약간의 통증은 있었지만 처음 다쳤을 때보다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무릎을 보니 윤혁이 붕대를 새로 교체해 주려 했는지 고정해놓았던 테이프가 새것으로 바뀌어있었다.
붕대 위로 굳은 핏자국이 가루처럼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무릎을 올바르게 펴보는 것조차 뻐근한 느낌이 들어 소독이라도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조심이 방을 빠져나왔다.
1층 거실에 있는 장식장에서 구급함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계단 하나하나를 슬며시 밟으며 내려왔다.
역시나 장식장에 구급함이 있었고 보조 등도 켜져 있지 않은 거실 소파에 앉아 붕대를 풀었다.
초기에 소독을 잘해 놓아 그대로만 있었어도 상처가 금방 아물었을 텐데, 바닥에 무릎을 한 번 더 찧어버려 이제는 상처에 진물이 고여있었다.
거즈와 상처가 하나가 된 듯 이를 악물고 뜯어내야 할 정도로 따갑고 아팠다.
윤혁이 깰까 봐 소리도 내지 못하고, 혼자 달그락거리고있는 도중 현관문이 열리며 센서 등이 켜졌다.
그리고 재킷도,넥타이도,조끼도 없이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성호가 들어왔다.
영 : "안녕하,오셨어요."
영이 어색하게 성호에서 인사를 건넸다.
바보같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할뻔한 자신을 속으로 멍청이라 타박하고 있었다.
성호는 신발장에서 더 들어오지 않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팔짱을 끼고 영을 쳐다보았다.
영 : "왜,왜 안 들어오고 계세요?"
성호 : "뭐 하는지 보는 거야"
영 : "아,그, 신경을 안 쓰셔도 되요. 붕대를 새로 하려고. 그래 가지고"
영은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성호 : "들어와"
성호는 성큼 걸어와 펼쳐놓았던 구급함을 정리해 자신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영 : "아니, 저는 거실에서 해도 되는데"
영은 한쪽 무릎을 걷어 올린 채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성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성호 : "앉아"
성호는 침대에 앉으라고 손짓을 하곤 테이블 위에 구급함을 다시 펼쳐놓았다.
단단한 듯 푹신한 침대에 엉덩이를 살짝 걸쳐 앉자, 구급함을 정리하던 성호가 뒤로 더 가라는 듯 손짓했다.
영이 다시 자세를 고쳐잡자 성호는 의자를 끌어와 영의 앞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 영의 다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
성호 : "그래 그렇게 뒤로 밀어 앉아야지 내가 편하겠지?"
영 : "네, 죄송해요. 아휴…"
성호가 상처에 엉겨붙어 있는 거즈를 제거하자 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성호 : "병원은 왜 안 갔어. 내가 콕 짚어 윤혁이가 안되면 수 현 이한테 전화하라고 했잖아"
영 : "잤어요. 아,너무 따가운데. 제가 하면 안 될까요?"
성호 : "네가 직접 하면 안 따가울 것 같아?"
영 : "그치만…"
성호 : "병원을 갔으면 이런 상황이 없었겠지"
영은 입으로 호호 바람까지 불어가며 소독을 해주는 성호를 가만히 응시했다.
영 : "어디… 다녀오셨어요?"
성호 : "왜?"
영 : "아니 ,그냥 시간도 늦었고. 아니, 너무 이른 아침인데 운동 다녀오시는 것 같지는 않고 "
성호 :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아닐 텐데 그게 왜 궁금하지?"
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성호가 무슨 일은 하든지,어딜나서던지 사실상 영이 관심을 두고 간섭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성호 : "됐다. 이제 나가 봐"
영의 무릎에 새로운 반창고가 붙여졌고 성호는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의 구급함을 정리했다.
하지만 영은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에서 본 성호의 모습은 오늘따라 더 넓어 보였다.
걷어올린 셔츠 밑으로 쭉 뻗어있는 팔꿈치,팔뚝,그리고 손목과 따듯함이 묻어있는 손.
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딸깍-.
성호가 정리를 마친 구급함이 닫혔다.
뒤돌아 보았지만, 영은 아직 침대에 앉아있었다.
성호는 테이블에 살짝 걸터앉아 아무 말 없이 영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로 마주 보며 말없이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입을 먼저 연 것은 영 이였다.
영 : "도시락을 가져갔던 날이요."
성호는 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날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 해도 심장이 벅찼다.
그리고 영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성호 : "응"
영 : "그날 아침에 잠꼬대하시는걸, 어쩌다 보니 우,우연히 들었어요."
성호 : "내가 잠꼬대를?"
영 : "윤혁씨…어머니가 꿈에서 나오셨는지… 찾으시더라고요."
성호 : "……그래, 그랬구나."
영 : "그래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꿈속에서도 누굴 찾는 다는 거 저도 지금껏 그렇게 지내고 있으니까. 무슨 기분인지 아니까. 그래서 안쓰러움 같은 게 아니라 그냥…그냥 그 마음을 보듬어 드리고 싶었어요. 혼자 계시는 게 아니라고, 옆에 저도 있고 무엇보다 윤혁씨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시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어요. 그냥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건데"
성호 : "그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제 그만해"
영 : "차가워요"
성호 : "…"
영 : "왜 차갑게 대하세요? 사과해야 할 건 제가 아니라 회장님이라고 하셔 놓고. 왜 자꾸 피하세요? 집에도 안 들어오시려고 하고, 말도 차갑게 하시고. 오늘도요. 어디다녀오셨냐고 물었는데
'일이 있었어,회사에서 늦었어'라고 하시는 게 아니라 '왜 궁금하냐,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니지 않으냐'라고 하시잖아요. 저는…저는 걱정돼요. 저 때문에 불편에서 집에 안 들어오려고 하시는 건가 제가 나가야 하는 건가. 수많은 생각이 든다고요.
사람은 실수할 수 있어요. 저 그런 것까지 이해 못 하고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차라리 저한테 화를"
성호 : "(영의 말을 끊으며) 넌 너 하고 싶은 것 주변 사람들 신경을 안 쓰고 다 하고, 난 네가 신경 쓰여 하니까 너한테 따듯하게 대해야 하고?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