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46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146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46화
Photo by Samir Jammal on Pexels.com

영의 달 – 146화 / S#1 고은동 경자의 집 [낮]————-

원래는 투명했겠지만 오랜 사용으로 빛바래 불투명해진 하얀 플라스틱.
그리고 그 안에는 인공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여기저기 긁히고 파여진 틀니.

영은 단숨에 자신이 찾던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떨리는 손과 마음을 진정하고 지퍼백을 다시 꺼내 열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챙겨왔던 케이스와 함께 가방에 넣었다.

이제 다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이음이 찾던 증거품도 챙겼고, 진형의 추억들이 담긴 앨범도 챙겼다.

쨍그랑-.
진성 : "에이, 누가 이걸 여기 계속 둔 거야. 엄마! 이 여사님! 엄마!"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진성이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진성의 방에서 물건을 뒤질 때 물컵을 옮겨놓았는데 진성이 일어나면서 깨트린듯했다.

영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진성이 빨리 일어났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난 후 다시 닫히는 소리.
그리고 물소리가 들렸다.

진성이 화장실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이 기회다.

영은 방에서 빠져나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털컥-. 털컥-.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분명 들어올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나가려니 밖에서 무언가 잡고 있는 것처럼 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밀어보기도 하고 당겨보기도 했지만, 문은 꼼짝하지 않았다.

물소리가 멈췄고, 화장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더는 현관문 앞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영은 지하실을 통해 빠져나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현관문에서 멀어져 주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닥-.
진성 : "누구야, 엄마? 태석이냐?"

1층에서 들리는 달음박질 소리에 진성이 빠르게 1층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긴장한 탓에 몸이 마음껏 움직이지 않았던 영은 아슬아슬하게 진성과 마주치지 않고 지하실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캄캄하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캄캄했지만, 벽에 손을 기대어 한달음에 계단을 내려왔다.

영 : "아!"

대낮이였지만 빛이라고는 반대편 계단과 이어지는 문틈으로 흘러들어오는 아주 얇은 빛밖에 없었기에 영은 발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졌고, 앨범 때문에 완벽히 닫지 못한 가방에서 신발과 앨범이 튀어나오며 사진 몇 장이 바닥에 흩어졌다.

철컥-.
깜빡거리며 지하실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진성 : "누가…있는데? 너 누구야! "

주방쪽 지하실 문이 열렸고, 진성이 불을 켰다.

발목이 접질린듯했지만, 영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바닥에 흩어진 신발,사진과 앨범을 다시 가방에 넣고 몸을 일으켜 반대편 계단으로 무작정 달렸다.

진성이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영은 욱신거리는 발목을 부여잡고 기어가듯이 두 손으로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그 끝에 다달아 철문의 걸쇠를 걸어잠그고 뒷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진성의 시야에서는 영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진성 : "너 누구야! 어떤 세끼야!"

걸쇠에 가로막힌 진성이 철문을 붙잡고 흔들며 괴성을 질렀다.
뒷문으로 빠져나온 영은 정신이 혼미했다.

영 : '철문 사이로 손을 집어넣으면 걸쇠는 금방 풀 거야.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지? 어느 쪽이지?'

다시 집 쪽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왠지 진성이 그쪽으로 쫓아올 거 같아 같은 자리에서 발만 구르던 영은 집과 반대편으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접질린 발목 때문에 땅에 발이 닿을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주저앉을 수 없었다.
최대한 여기서 멀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넓은 동네를 금방 벗어날 순 없었다. 아니 영이 길을 잃은 듯했다.

큰길로 나서기도 위험하고, 그렇다고 한곳에 숨어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 눈에 보이는 골목길로 무작정 뛰었다.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달리고 있는 와중 뒤에서 자동차 엔진음이 크게 들렸다.

너무 과속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차 때문에 영은 한쪽 벽으로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영의 옆으로 차가 멈춰 섰고, 영은 혹시나 진성일까 봐 심장이 터질듯했다.
차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수현 : "영이 씨? 영이 씨 맞죠! 얼른 타요!"

보조석 창문을 내리고 소리치는 것은 다른 아닌 수현 이었다.
영은 진성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영은 힘겹게 보조석에 올라탔다.

영이 차에 올라타자 수현은 직접 안전띠를 채워주고, 뒷좌석에서 코트와 캡 모자를 가져와 영에게 모자를 씌우고 코드를 앞쪽에 덮어주었다.

수현 : "조금 달릴 거예요. 창문 위에 손잡이도 잡고, 내 팔도 잡아요."

영이 대답을 하기 도전에 수현은 영의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모자를 더 눌러 쓰게 한 뒤, 차를 급하게 출발시켰고영은 손잡이는 고사하고 수현의 팔에 매달리게 되어버렸다.

코드 안은 따듯했고, 수현의 몸에서도 열기가 느꼈다.
그렇게 차는 한참을 내달려 한곳에 정차했다.

수현 : "모자, 모자는 그대로 쓰고 코트 입고 내려요."

수현이 먼저 운전석에서 내렸고, 안전띠를 푼 영은 시야가 거의 가려진 상태로 어기 적 코트를 몸에 걸렸다.

제대로 입으려고 했으나 길이도 길고, 넓이도 넓어서 어깨에 걸치나 손을 넣어 입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차에서 내린 영을 수현은 한쪽 팔로 어깨를 감싸고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만 보고 걸어가는 영은 말하지 않아도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이 공기의 촉감.
여긴 구실동. 회사가 틀림없었다.

snow covered mountain under blue sky
Photo by Daniel Handl on Pexels.com

영의 달 – 146화 / S#2  구실동 J.U.그룹 32층 회장실 [낮]————-

수현 :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라. 다음 것 탑승 부탁할게요. 죄송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수현은 탑승하려는 사람들을 막아서며 사과를 하고 닫힘 버튼을 끝없이 눌렀다.

수현 : "회사에 애인 데려왔다고 소문나면 곤란한데, 영이 씨는 알죠? 나 모든 계열사 포함 인기순위 1위인 거. 이거 참 한 번에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어야 했는데 깜빡했네요. 하하"

일부러 너스레를 떠는 수현의 농담에도 영은 반응할 수 없었다.

' 문이 열립니다.'

수현 : "자, 조심히"

수현이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32층에 도착했음을 영은 알 수 있었다.
수현이 한쪽 팔로 감싸고 있던 어깨에 내리라는 듯 힘을 주기도 했고, 이미 수없이 많은 층을 지나쳐 왔으니 도착할 곳은 한곳밖에 없었다.

회장실 문 앞에 도착했는지 수현은 감싸고 있던 영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수현 : "아무 일 없을 거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울지 말고. 알겠죠?"
수현은 가볍게 영을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 주고

똑똑-.
언제나처럼 노크를 두 번 하고선 열리는 문 안으로 영을 밀어 넣었다.
이제 더 이상은 걸을 수 없는 영은 한쪽 발을 질질 끌듯 안쪽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한정된 시야로 바닥밖에 볼 수 없었지만 공기 중으로 성호의 냄새가 퍼지며 코안 쪽으로 들어왔다.
쿵쿵거리는 무거운 발걸음이 영 쪽으로 다가왔고, 순식간에 모자가 벗겨지며 소파에 내쳐졌다.

영은 금방이라도 무언가 날아올 것처럼 두 눈을 꼭 아니 질끈 감았다.
성호는 영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며 얼굴을 구석구석 확인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영의 얼굴에서 성호의 손이 멀어졌다.

성호 : "하아…"

성호의 한숨에 영은 슬며시 눈을 떴다.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진 셔츠, 풀어진 넥타이, 그 사이로 단추 2개가 풀어져 있었다.
두통이 있는 사람처럼 한쪽 손은 허리에, 한쪽 손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접고선 나머지 3개의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고 서 있었다.

인상을 찌푸린 채로 한참을 이마에서 손가락을 떼지 못하던 성호가 심호흡하며 드디어 손을 내렸고 영을 쳐다보았다.

잔뜩 일그러져있는 눈썹 하지만 따듯한 눈동자.
성호와 시선이 마주치자 영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런 영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성호가 다시 한걸음 걸어와 영을 안아주었다.
영의 허리와 뒤통수를 감싸고 영이 성호의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허리를 숙여주었다.

성호 : "여기 있잖아. 괜찮아. 아무 일 없어"

성호가 영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자칫 험악해 보일 수가 있는 표정과는 정반대로 따듯한 속삭임이었다.

자신이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영이 무사히 안전한 곳에 왔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성호의 말뜻은 알 수 없었지만, 영의 마음을 안정화하고 진정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속삭임이었다.

이 말을 들은 영은 '으앙'하고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green tree painting
Photo by Egor Kamelev on Pexels.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