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달 – 14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 영의 달 – 14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45화
Photo by Romain Kamin on Pexels.com

영의 달 – 145화 / S#1 고은동 경자의 집 [낮]————-

휴대전화기 전원도 꺼놓은 상태로 가방에 넣어놓았고, 손에는 라텍스 장갑까지 착용했다.
1층 주방 쪽으로 이동해 지하실과 연결되어있는 문이 열리는지 확인까지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딯였다.

한칸한칸 올라갈 때마다 숨죽여 올랐다.
혹시나 누군가 1층에서 들어오거나, 2층에서 갑자기 진성이 나온다면 어디로 숨어야 할지 머릿속에 계속 그리며 올라갔다.
식은땀이 나고 마른침을 계속해서 삼켰다.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2층에 오르니 불 꺼진 화장실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화장실 외 열린 문은 하나 밖에 없었다.

약 10cm 정도 열린 문틈으로 방 내부를 살펴보았다.
침대에 누워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진성의 방임을 확신했다.
방문을 열기 전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방문 손잡이를 당겼다.

햇살이 가득히 들어오는 창문의 반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진성의 방은 충격적이었다.

책장하나 없고, 장롱 하나 없었다.
학교 책상처럼 서랍장이 달렸지 않은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벽에 붙여져 있었고 침대 주변에는 신문과 만화책들이 나뒹굴었다.

머리맡에는 비워져 있는 물컵 하나와 약봉지가 놓여있었다.

영은 진성의 작은 움직임에도 온몸이 굳으며 신문과 책들 사이사이 그리고 책상 위까지 모두 살폈지만, 틀니는 보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 뚜껑도 제대로 닫히지 않고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는 화장품들이 현재 진성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혹시나 진성이 바지 주머니에라도 넣어놓았을까 봐 이불을 살짝 걷어보았지만, 진성의 잠옷에는 어디에도 주머니는 없었다.

처음부터 닫혀있지 않았던 진성의 방문을 닫고 다시 복도로 나왔다.

틀니는 안경 같은 것이라고 했다.
몸 일부처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멀지 않은 곳에 있어야 하지만, 진성의 방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계획이 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진 영은 화장실로 걸어가 불을 켜 보았다.

진성의 방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누군가 청소는 계속했기에 물 때, 곰팡이 하나 없는 화장실이었지만 칫솔과 치약.
샴푸 등 뭐하나 제대로 놓여있는 것이 없었다.

영 : "…있다"

영은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입을 급하게 막았다.
세면대 위, 연한 분홍색의 무언가가 케이스 안에 들어있었다.

영은 얼른 손을 뻗어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천천히 케이스를 열어보니 틀니가 맞았다.

하지만 영은 기쁘지 않았다.
온몸의 감각들이 이건 영이 찾는 틀니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이스가 매우 깨끗했다.
틀니도 방금 사온 것처럼 반짝거리고 윤이 났다.

사람손을 타는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상처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케이스부터 틀니까지 '판매용이 아닌 전시용입니다.'라고 붙여놔도 될 정도로 너무 나 깔끔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영은 지퍼백을 꺼내 케이스 통째로 담아서 가방에 다시 넣었다.

부스럭-.
영이 가방을 다시 올바르게 고쳐 매자마자 진성의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잠에 빠져든 진성이 몸부림치는 소리일 수도 있었지만 꽤 오랜 시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은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급하게 화장실 불을 끄고 두리번 거리 다 가장 가까운 방의 문을 열고 문을 닫았다.

방문에 귀를 대어 보았으나 자신의 심장 소리 때문에 밖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고, 영의 심장 소리도 다시 천천히 뛰기 시작하고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 : "휴…"

가슴을 쓸어내린 영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진성의 방과 다르게 방 한가득 햇살이 가득했다.

한가득 책이 꽂혀있는 책장, 요즘 유행과 맞지 않는 오래되어 보이는 장롱 그리고 깨끗하게 정돈된 책상.

영은 단숨에 누구의 방인지 알 수 있었다.
공기가 그랬다.

진형 : '이리와 우리 딸'
영 : '아빠!'

누구보다 착하고 따듯했던 사람.
영에게 있어 최고의 내 편이자, 든든한 응원자.

진형 : '아빠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딸 편인 거 알지? 아빠만 믿어'

진형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영은 울컥 눈에 눈물이 고였다.

책장 맨 아랫칸.
앨범이 가득히 꽂혀있는 칸에서 가장 앞에 있는 앨범을 꺼내 보았다.

햇빛때문인지 색이 바래져 하얀색이었던 표지가 군데군데 누렇게 변색하여있었다.

진형과 진성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진형.
개 구진 표정을 하고 있는 진성과 그런 진성을 보며 웃고 있는 진형.

그리고…울상을 짓고 있는 작은 영을 안아 들고 계단에 앉아있는 진형과 은성.
그 뒤로 보이는 집은 이 집이 분명했다.

이 집에서 영과 은성 그리고 진형이 살았을 때 찍었던 사진인듯했다.
영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앨범을 품에 안아 들었다.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앨범을 꼭 끌어안고 숨죽여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 영은 앨범을 가방에 욱여넣었다.
가방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양쪽 지퍼를 올려 단단하게 앨범이 빠져나가지 않게 고정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밖을 나서기 위해 문이 가까이 다가가던 영은 혹시 진형의 옷이 남아있는 게 있을까 싶어 장롱문을 열어보았다.

오래묵은듯한, 좋지 않은 냄새를 품은 장롱에는 겨울 겉옷 하나, 청바지,셔츠,스웨터가 걸려있었다.
빨래도 하지 않고, 환기를 시키지 않았는지 불쾌한 냄새가 계속 풍겨와 영은 속이 좋지 않아 장롱문을 얼른 닫았다.

그리고 장롱은 등을 지고 뒤돌아 섰을 때.
이 옷이 생각났다.

영 : '작은 아빠!'

결혼 전, 금성과 함께 지내던 때에 진성이 영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옷이다.

영은 다시 급하게 장롱문을 열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들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청바지 양쪽,뒤쪽 주머니
없다.

셔츠 앞판 주머니
없다.

겉옷의 양쪽 주머니에도 손을 넣어봤지만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남들에게 쉽게 들켜서는 안 되는 물건인데 그냥 옷 주머니에 넣어놓았을 리가 없다.

주머니를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긴장감과 실망감을 반복해서 느끼던 영은 마지막으로 겉옷 안쪽 주머니를 확인해보았지만 이미 찢어질 대로 찢어져 안쪽 주머니는 없는 것과 같았다.

혹시나 찢어진 주머니를 통해 다른 쪽으로 흘러들어 간 것은 아닐까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실망감을 한가득 안고서 다시 장롱문을 닫으려다 영은 '확인만 하자'라는 마음으로 겉옷에 달린 모자에 손을 넣었다.

영 : "이게 뭐야…"

모자에서 얇은 쇳조각이 나왔다.
바지,겉옷 어디에는 사용되는 지퍼의 부러진 부분이었다.

겉옷의 지퍼를 확인해봤지만 부러진 부분은 없었다.

이게 왜 여기 들어있을까?
청바지 지퍼도 다시 살펴봤지만 제대로 달려있었다.

다시 모자 안에 넣으려는 순간 장롱 안쪽 모서리진 부근의 가방이 하나 보였다.
옷들에 시선이 쏠려 이 가방이 보이지 않았는데, 영이 주머니를 뒤지며 옷들의 위치를 바꾸자 가방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은 여행용 가방이었다.

영은 반쯤 장롱 안으로 들어가 가방을 끌어내었다.
부러진 지퍼 손잡이는 이 가방의 것이었다.

얼마나 세게 닫았기에, 얼마나 급했기에 지퍼의 손잡이가 부러 진 걸까?

지퍼가 부러졌다고 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영은 라텍스 장갑을 낀 손톱으로 잠금장치를 긁으며 가방을 열었다.

영 : "윽…"

장롱안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는 옷이 아닌 이 가방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물에 젖었다 이 가방 안에서 마른 것인지, 곰팡이 낀 5만 원 짜리 지폐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구토가 나올 정도로 냄새가 심각했다.
종이가 아닌 고기가 썩은 듯한 냄새처럼 느껴졌다.

가방에 손을 넣고 계속해서 뒤져보자 이미 잉크가 다 번져 알아볼 수 없는 종이들도 나왔고,
지갑 여러 개와 여권 그리고 작은 파우치들도 나왔다.

여행용으로 나오는 작은 세면도구들
이미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칫솔모와 굳어진 치약은 지금이라도 쓰레기통으로 버려달라며 절규하는 듯했다.

썩어버린 돈뭉치와 각종 쓰레기
이걸 왜 버리지 않고 그냥 두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다시 고장 난 지퍼를 잠그고 무의식중 그 옆에 온전히 달린 가방의 옆구리에 붙어있는 작은 주머니의 지퍼를 열자 무언가 떨어졌다.

또 쓰레기이겠거니 생각하고 집어든 영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flock of birds flying over the large body of water
Photo by Samir Jammal on Pexels.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