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41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41화 / S#1 구실동 한강대학성림병원 [낮] ————-
성아 : "그럼 잘 부탁해"
성호 : "푹 쉬고 와. 밀린 일 있으면 처리하고"
성호와 윤혁이 병원에도 착하고, 성아는 커다란 가방에 옷가지들과 잡지,서류등을 욱여넣고 병실을 나섰다.
윤혁 : "(허미의 옆 의자에 앉으며) 할머니도 많이 야위셨지만, 고모가 참 걱정이네요. 제가 며칠 고모 대신 병원에 있을까 봐요"
성호 : "…영이는 요즘 어때"
윤혁 : "영이 씨요? 왜,뭐,어떤게요?"
윤혁은 갑작스러운 성호의 질문에 말을 더듬었다.
성호 : "전반적으로 말이야. 심리상태라든지 그런 것들?"
윤혁 : "건강상태도 양호하고, 지금은 딱히 영이 씨가 스트레스받을만한 일도 없고요"
성호 : "강 여사님과 사이가 돈독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쪽에서 속썩이는 일은 없어?"
윤혁 : "원래 왕래가 없던 사이라고 했으니까요. 딱히 할머님댁에서 연락이 온다거나 하는 일도 없더라고요. 뭐…"
성호 : "다른 가족들은? 강 여사님만 계시는 게 아니잖아? 연락 없어?"
윤혁 : "아,그…작은아버님은 몸이 좀 편찮으셔서요."
성호 : "그래? 물론 영 이에게 감 놔라,배놔라 할 집안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얼굴 한번 마주친 적 없으니 몸이 많이 안좋은가보구나"
윤혁 : "평소에도 외국에 주로 계셔서, 국내에는 잘 안 들어오신대요. 근데 갑자기 왜…"
성호 : "(테이블 위 신문을 집어들며) 아니야"
윤혁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듯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성호가 아녔다.
지난번 경자의 집에 성호가 직접 선물을 보낼 만큼 영의 가족에게 성호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성호가 이렇게까지 질문을 하는 이유가 명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단순 영에 대한 관심으로 경자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까지도 의외였지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성호 앞에선 단 한 번도 이야기를 꺼낸 적 없었던 진성을 성호가 묻는다?
진성에대해서 이야기를 들어 넌지시 떠보는 것이거나,
이미 진성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하고 있어 직접 손을 쓰기 전 윤혁에게 물어보는 것일 수도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무엇 때문에 그러냐 성호에게 다시 반문했다간 성호 성격상 윤혁을 앉혀놓고 모든 것을 실토할 때까지 묻고 또 물을 것이 뻔했다.
윤혁은 자연스럽게 성호의 물음이 아무것도 아닌 듯 행동했지만, 어딘가 몸짓이 뻣뻣해 보였다.
성호 : "맞아 걱정하는 거야"
윤혁 : "네?!"
윤혁은 아차 싶었다.
성호가 먼저 입을 열었기에 긴장하고 있는 사이에 윤혁도 모르게 속마음을 들킨 듯 목소리가 커졌다.
성호 : "(신문을 쳐다보며) 영이는 이제 우리 집 사람이야. 여자이기 때문에 출가외인이다.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라 영이는 우리 가족이기 때문에 지켜줘야 해. 네 선에서 처리 못할 일이라면 나에게 이야기해야겠지?"
윤혁 : "…네"
성호 : "그래서 나에게 할 말 있어?"
윤혁 : "…아직요"
성호 : "할 말이 없다는 건지, 고민 중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야기해야 할 사항이라면 고민 없이 먼저 말을 꺼내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어"
윤혁 : "저 통화 좀 하고 올게요"
윤혁은 성호의 이야기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섰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마음을 간파당한 듯 두근거리는 심장을 두드리며 창문 가로가 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 : '할머님은요?'
윤혁 : "(피식 웃으며) 영이 씨는 난 항상 2순위죠? 영 이씨 할머님,우리할머니,고모,아버지 나 빼고 다 1순위고"
영 : '그런 말이 어딨어요. 윤혁씨는 항상 나한테 1순위인데'
윤혁 : "영 이씨 그거 알아요? 우리 아직 아기 태명도 안 져준 거"
영 : '아…'
윤혁 : "다들 아기가 생기면 태명부터 짓는다는데, 우린… 하아…모든게 처음이라서 그런 거겠죠?"
영 : '저도 생각지도 못했어요…'
윤혁 : "영 이씨 혹시 내가 도와줘야 할 것 있어요? 나한테 말 못한 거나, 아님 말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되었다거나"
영 : '윤혁씨 갑자기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윤혁 : "아니요. 우린 모든 걸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대화가 없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요. 영이 씨를 못 믿는다거나 그런 건 없지만, 그냥 갑자기 걱정이 되어서요."
영 : '난 항상 윤혁씨 걱정뿐인걸요? 나 없다고 밥 잘 안 챙겨 먹고 그러면 어쩌나'
윤혁 : "하하 거짓말. 일단 알겠어요. 이따가 봐요"
윤혁은 영과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병실로 돌아갔고, 끝내 성호와 이야기는 더는 나누지 않았다.
성호도 윤혁을 재촉하지 않았고 성아가 돌아올 때까지 침묵 속에서 병실을 지켰다.

영의 달 – 141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양희 : "도련님?"
영 : "네"
양희 : "병원에 무슨 일 있다고 하셔?"
영 : "아니요. 갑자기 그냥 전화했나 봐요."
양희 : "전화할만하지, 이렇게 예쁜 마누라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갔는데 왜 걱정이 안 되겠어. 너 여기서 나랑 이러고 있는 거 알면 당장에라도 뛰어 올 텐데"
영은 별관에서 양희와 함께 보송보송하게 마른 수건을 함께 정리하고 있었다.
영 : "뭐든 하면 좋잖아요."
양희 : "그래, 사람은 가만히 누워있는 거보다 뭐든 하면 좋은 거긴 한 데, 나도 이렇게 수건이나 접고 있을 경력은 아니거든?"
영 : "제가 많이 도와드릴게요"
일부직원들이 외출을 하는 바람에 집에 남이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영과 양희는 수건을 정리하는 동안 주방청소와 집 안 청소는 다른 직원들의 손을 빌려 진행되고 있었다.
양희 : "아, 내가 뭐 하나 보여줄까? 근데 이거 도련님한테는 비밀이다?"
영 : "비밀이요?"
양희 : "응,이리와봐"
양희는 영의 손목을 잡고 별관 뒤편으로 향했다.
작은 오두막처럼 되어있는 창고가 있었는데, 보통 양파 등 실온에 보관해야 하는 음식재료나 계절용품들이 들어있는 곳이라 거의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잠금장치도 없는 이곳의 문을 열고선 양희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 여행 가방 하나를 들고 나왔다.
영 : "이게 뭐예요?"
양희 : "나도 여기는 들어올 일이 잘 없어서 이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무래도 도련님 어머님 물건 같아"
양희가 가방을 열자 안에는 옷가지들 몇 벌이 들어있었다.
양희 : "왕 사모님 때의 옷도 아니고, 사모님 취향 옷은 절대 아니고. 더군다나 이거 임부복이야. 이 집에 회장님 사별하신 거 아는 사람 나밖에 더 있어?"
영은 쭈그리고 앉아 가방을 뒤적거렸다.
양희 말대로 임부복이 대부분인듯했다.
언뜻보면 그냥 일반 원피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도 윤혁을 통해 들었던 임부복 상표들의 로고가 적혀있기도 했고 허리가 아니라 가슴 쪽에 밴드 처리가 되어있는 것 보니 임부복이 확실한듯했다.
양희 : "아무래도 예전에 버리고 나서 남은 것들인가 봐. 내가 버리기도 뭐하고 해서 일단 뒀어. 도련님 보시면 괜히 마음 아파 하실까 봐 이야기도 못 하겠고, 회장님께는 더더욱 말씀 못 드리겠더라고. 영이 네가 가져다 버리라고 하면 그럴게"
영 : "이거 그냥 둬 주세요. 나중에 제가 회장님이나 윤혁씨한테 이야기하고 처분할게요"
양희 : "어휴, 다들 잊고 사시는데 괜히 아픈 추억 끄집어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영 : "그렇지만 제가 임의로 버리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아마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속상하실 텐데 보관하시거나, 버리셔도 직접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양희 : "그것도 그렇다. 그래 알겠어. 여기 잘 넣어둘게"
영 : "잠시만요"
양희가 다시 가방을 잠그려고 하던 때, 영은 가방 깊은 곳에서 옷이 아닌 다른 무엇 가가 만져졌다.
천천히 밖으로 꺼내보니 아기 신발이었다.
양희 : "아휴 너무 작고 예쁘다. 파란색 리본인 거 보니까 도련님 신발인가보네 "
아까 윤혁과의 통화 때문이었을까, 아기 신발을 본 영의 마음은 더 미워졌다.
마음씨 착한 윤혁은 아마 영 때문에 아기의 대한 이야기도 마음껏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함부로 영 앞에서 투정도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영이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아기에게도 미안했다.
사랑을 듬뿍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조차 관심을 둬 주고 있지 못하니 혼자 아무런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아이였다.
진성만 이 음에게 양도하고 나면, 지금껏 무심히 지나가 버린 시간보다 곱하여 아기와 윤혁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