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34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34화 / S#1 고은동 경자의 집 [앞] ————-
영은 성호와 함께 경자의 집을 방문한다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며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방에서 불안하게 책상 위에 있는 휴대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기를 반복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윤혁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윤혁 : "뭐 하고 있어요? 아버지 이제 곧 출발하신다고 하는데 조심해서 잘 다녀와요.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영 : "저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괜찮을 거에요."
윤혁 :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많이 걱정되면 나도 같이 갈까요?"
영 : "아니에요. 금방 다녀올 테니까 집 도착하면 전화할게요"
영은 윤혁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 밖을 나섰다.
쌀쌀한 날씨에 자동으로 몸이 움츠려 들었지만 영은 빠른 걸음으로 경자의 집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먼저 계단을 올라 인터폰을 누를까 하다가 성호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성호의 차 뒤로 큰 트럭도 한 대 따라오고 있었다.
성호 : "일찍 나왔네?"
영 : "아니에요. 금방 도착했어요."
성호는 영의 어깨를 토닥이고선 먼저 인터폰을 눌렀다.
성호 : "안녕하세요. 주성호입니다."
곧 바로 대문이 열릴 줄 알았으나 경자가 직접 나왔다.
경자 : "바쁘신 분께서 이렇게 직접"
영 : "안녕하세요."
경자 : "(성호 옆에 서 있는 영을 흘려보며) 그래 같이 왔구나"
성호 : "큰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물건이 들어가기엔 좁은 것 같아서요"
경자 : "선물이라고 하더니 이게 무슨…저게 무언가?"
경자는 성호의 차 뒤에서 있는 큰 트럭을 보고선 당황한 듯했다.
사람들이 트렁크에서 영의 키보다 훌쩍 더 커 보이는 나무 상자를 꺼내며 소란스럽자 경자는 당황한 듯 보였다.
성호 : "큰문. 안 열어 주시나요?"
경자 : "(인상을 구기며 말없이 잠금장치를 연다.)"
큰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트럭에서 꺼내진 큰 나무 상자를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뒤따라 성호가 따라갔고, 영도 경자의 눈치를 보며 뒤따라갔다.
경자는 당황스럽다는 듯 그 뒤를 쫓았다.
경자 : "마당에 내리면 내가 따로 안으로 들여놓을 테니까 여기에 두게나"
성호 : "혼자 옮기실 수 없습니다.직원분들 시켜 안으로 들여놓으시는 것도 안되고요. 생각보다 무게도 나가고 손상 가기 쉬운 물건이라 전문가가 설치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관문 열어주시겠습니까?"
경자 : "아니 현관문 앞에 놓게. 지금 집 안 상태가 손님 모시기에 좋지가 않아서. 물건에 손상이 가도 내가 고려하겠네"
성호 : "아닙니다. 문제가 있는 제품이었는지 옮겨지면서 손상이 발생한 건지에 따라서 제작자에게 연락하는 방식이 달라지거든요. 제작 중 문제라면 지금 곧바로 연락해야 하고, 이동 중 손상이라면 수리방법이 있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수리를 택하시는 쪽이라면 다음에 또 다른 사람이 방문할 텐데 바쁘시니 그게 더 번거롭지 않으시겠어요? 지금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경자는 성호의 말에 한동안 고민을 하는 듯했다.
성호 : "무거운 것을 들고 계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경자 : "…잠깐 기다리게나"
경자는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가선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영 :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죄송합니다."
비지땀을 흘리며 나무 상자를 들고선 인상이 찌푸려진 사람들에게 영이 대신해서 사과를 하고 있을 때쯤에서야 경자가 다시 나와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그렇게 경자의 집 안으로 성호와 영까지 모두 들어올 수 있었다.
배송직원1 : "우선 상자 개봉 먼저 하고 위치 알려주시면 또 이동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무 상자가 열렸고, 안에는 커다란 시계가 들어있었다.
영과 경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풍스러운 색을 뽐내는 나뭇결이 그대로 나타나 있어 살아있는 디자인이 되어있는 시계였다.
성호 : "제가 보기엔 디자인도 색상도 집안 분위기를 크게 망가트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경자 : "…시계라니 그것도 이렇게 큰 것을"
성호 : "시계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어서 중요한 인간관계에서 선물하기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크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부담스러우실 수 있지만 좋은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니 기분 좋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송직원1 : "어디로 옮겨 드릴까요?"
성호 : "창문 옆쪽이 좋지 않을까요? 저 위치에 놓으면 1층 어디서든 보기 좋을 거 같은데 저쪽 벽면으로 비스듬히 세워주시겠어요?"
그렇게 시계가 경자의 집안으로 들어왔고, 집주인인 경자가 아무 말이 없었기에 성호가 지정한 위치에 시계가 놓이게 되었다.
설치가 완료되자 성호가 먼저 다가가서 흠집은 없는지, 오일처리가 안 된 부분은 없는지, 작동은 잘 되는지 테스트를 하고서는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성호 : "다행히 시계에 문제는 없네요. 정각마다 울리는 소리도 가장 작게 조절해 놓았으니 새벽에도 시계 소리 때문에 거슬리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위치도 마음에 안 드시면 옮기셔도 괜찮고요."
경자는 포기한 듯 대답 없이 소파에 앉았다.
경자 : "내 나이 들어 안 그래도 눈이 침침해져 가는 차에 시계라도 안경 없이 크게 보니 좋구먼. 집안과 밖으로 대소사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우리 집까지 신경 써주어 고맙네. 그래도 말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것을 집안이 어지러워 손님들인 것이 민망하구만"
성호 : "제가 불쑥 이렇게 집안까지 들어와 죄송합니다. 사전에 미리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그럼 깜짝 선물이 아닐 것 같아서요. 영 이에게도 할머님께 아무런 말씀 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성호와 경자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자 : "담소라도 나누고 가라고 하면 좋겠지만 바쁜 사람 붙잡고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나도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서 말이야. 아쉽지만 다음 기"
쿵-.
경자가 말을 이어나가는 도중 위층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듯한 큰소리가 났다.
모두의 시선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성호 : "위에 누가 있나요?"
경자 : "그럴 리가 이 집에 나 혼자인지 오래인데"
성호 : "그럼 그 소리는"
경자 : "아마 우리 집 이 여사가 청소 중에 무언가 떨어트린 모양이구먼. 집이 늙어가는 만큼 안에 있는 사람들도 늙어가니 떨어트리고, 넘어트리고 잔 실수가 많은 법이지"
성호 : "그냥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는데, 나이가 있으신 분이라면 갑자기 쓰러지신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냥 두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성호가 계단으로 향하려고 하자 경자가 다급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경자 : "손님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쓰게 둘 순 없지. 그냥 두시게. 내가 올라가게"
성호 : "혹시나 심근경색이거나 위급상황이면 혼자서 어쩌시려고요. 제가 올라가서 금방 살피고 오겠습니다."
경자 : "아니야!"
경자가 다급하게 성호를 막아섰고, 그때 2층에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상자를 하나 든 태석이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온 태석이 성호를 발견하고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경자: "그래, 너였구나"
태석 : "죄송합니다. 회장님이 와 계신 줄 몰랐습니다. "
경자 : "큰소리가 나던데"
태석 : "옛날 자료를 찾을게 있어서 이리저리 서류들을 옮기다가 상자가 떨어져서요. 죄송합니다."
성호 : "1층이 소란스러웠을 텐데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몰랐다는 얘기입니까?"
태석 : "제가 통화를 하고 있어서 몰랐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태석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주머니에 있는 무선이어폰을 꺼내 보였다.
성호는 의심스럽다는 듯 태석을 바라보다 뒤를 돌아 영의 손을 잡았다.
성호 : "큰일이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그럼 혹시나 시계에 문제가 생기시면 저한테 연락해주시고, 저희도 선약이 있어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자 : "귀중한 선물 귀하게 쓰겠네"
영은 경자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한 뒤 성호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서야 경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파에 앉았다.
경자 : "집안까지 들어올 줄이야 내 생각도 못 했네"
태석 : "작은 도련님 나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자 : "내버려둬.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태석 : "주성호 회장이 왔다고 이야길 하니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며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말리느라 소란이 조금 있었습니다. 이영씨도 같이 왔다고 하면 무조건 나가겠다고 할 것 같아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경자 : "잘했네 잘했어. 이제 올 일 없을 거야. 저놈의 시계 고장이 난다 한들 내가 사람 불러 고치지 절대 이야기 안 하지. 나 물 좀 가져다줘"
태석 : "네"
경자가 혼자 집안으로 들어온 사이 태석에게 일러 진성을 방에서 못 나오게 하라 지시했고,
태석은 거실 창을 통해 성호와 영이 함께 온 것을 발견하고선 진성의 방으로 들어가 손님이 왔으니 방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밖으로 나가려는 진성을 무력으로 가둬두느라 소란이 있었던 것이다.
영은 성호의 손에 이끌려 대문을 나서면서도 뒤돌아 경자의 집을 바라보기 바빴다.
영 : '분명 작은 아빠가 낸 소리일 거야. 아직 집에 있다고 나에게 보내는 신호 같은 걸 거야'
